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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군주 선조대왕 일대기-83화 (83/202)

83화. 전후보상

이순신이 포르투갈의 새 국왕으로 이항복의 장모 카탈리나를 추천하리라는 것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

“옳소!”

“당연히 미구엘 1세의 친손녀인 카탈리나 공비께서 왕위를 승계해야 하오!”

이순신이 카탈리나를 추천하자 안토니우를 추종하는 일부 귀족들은 여자에게 제국을 맡길 수 없다며 반발했으나 대부분의 귀족은 이순신의 눈치를 살피며 그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지중해 함대를 이끌고 리스본을 해방시킨 이순신은 사실상 포르투갈을 군정 통치하고 있었다.

아직 왕이 없는 포르투갈에 이순신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포르투갈에서 그에게 맞설 귀족이나 군벌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포르투갈의 귀족들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이순신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

한때 펠리페 2세가 뿌리는 돈줄에 혹해 그의 편에 서 펠리페 2세를 포르투갈의 국왕으로 선출했던 귀족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태세를 전환하여 이순신 편에 서서 브라간사 공작비 카탈리나를 적극 추천했다.

“흐음 그럼 반론이 없는 것으로 알고 미구엘 1세의 친손녀 이자 브라간사 공작비 카탈리나를 남만국의 새로운 국왕으로 선출하겠소!”

“와아아아아”

-짝짝짝-

이순신이 브라간사 공작비 카탈리나를 포르투갈의 새 국왕으로 선출하겠다고 선포하자 자리에 앉아 있던 귀족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지르며 카탈리나를 바라보며 박수를 쳤다.

브라간사 공작과 카탈리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밝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야 대단하구나! 내가 남만국 국왕의 사위가 되다니!’

자신의 장모가 정식으로 포르투갈의 새로운 국왕으로 추대되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항복은 자신이 보고 있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왕립 대학에 다니다 갑자기 사절단에 선발되어 포르투갈에 왔다가 하룻밤을 보내려 꼬신 여자가 포르투갈의 권위 있는 귀족 가문 브라간사 공작의 딸이었고, 그녀의 어머니가 갑자기 포르투갈의 국왕이 되니 이런 벼락스타 같은 운명이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이 벌어지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하기만 했다.

포르투갈 국왕의 사위가 되었으니 포르투갈에서 그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제 왕의 사위가 되었으니 완전히 팔자가 피는 것이 아닌가?

이항복은 아무리 참으려 해도 행복한 웃음이 계속 터져만 나왔다.

‘이제 보는 눈이 많을 것이니 처신을 똑바로 해야겠는걸!’

이항복은 자리에서 일어나 입이 귀에 걸린 채 있는 힘껏 박수를 쳤다.

***

그리고 며칠 후 리스본 중앙에 위치한 대성당에서 성대한 즉위식이 열렸다.

수많은 귀족들이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새로운 국왕의 등극을 축하했고 시민들도 모여들어 포르투갈의 영광을 기원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카탈리나는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대주교가 그녀에게 신대륙에서 가져온 보석이 가득 박혀 영롱하게 빛나는 왕관을 수여하자 성당을 가득 메운 귀족과 시민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여왕의 등극을 축복했다.

카탈리나가 드디어 포르투갈 제국의 국왕이 된 것이다.

여왕의 아름다운 미모는 성당에서 펴져 나오는 장엄한 음악과 함께 더욱 빛이 났다.

브라간사 공작도 눈부신 미모를 뽐내며 왕위에 오른 부인을 축하했다.

자신의 부인이 이렇게 여왕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막상 현실이 되니 어리둥절하면서도 행복했다.

그는 부인 카탈리나와 함께 제국을 통치할 것이다.

“장모님이 정말 아름답구려!”

이항복이 부인 루이사의 손을 꼭 잡으며 빙그레 웃었다.

“이게 다 리(LEE) 덕분이에요.”

루이사가 이항복의 품에 꼭 안겼다.

성대한 대관식이 치러진 후 지중해 함대의 제독 이순신과 병조 참의 이항복이 왕궁에 초대되었다.

“어서 오시오. 이 제독!”

포르투갈의 여왕 카탈리나가 이순신을 반갑게 맞이했다.

카탈리나 옆에는 브라간사 공작이 미소를 지었다.

“여왕 폐하! 즉위를 축하드립니다!”

이순신이 카탈리나 여왕의 즉위를 축하했다.

“다 이 제독 덕분이요. 이 제독이 아니면 어찌 내가 보위를 이어받을 수 있겠소.”

“과찬이시옵니다. 남만국 시민들이 합심해서 이룬 결과이옵니다!”

이순신이 겸손해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 제독은 우리 포르투갈을 구한 영웅이요. 내 그대에게 그에 걸맞은 작위를 내리고자 그대를 이리 오라 한 것이요,”

“작위라 하셨습니까?”

카탈리나 여왕이 이순신에 작위를 내린다 하자 이순신이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요. 우리 포르투갈을 구한 구국의 영웅이니 이 제독에게 공작의 작위를 내리고 영지를 내려 줄 것이오.”

카탈리나가 빙그레 웃으며 이순신을 바라보았다.

“여왕 폐하 소신은 장수로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작위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옵니다. 작위를 거두어 주시옵소서!”

‘에휴 또 혼자 성인군자인 척을 하는구만! 어차피 받을 거면서.....’

이순신이 작위를 수여 받는 것을 한사코 거절하자 이항복이 그냥 받지 또 왜 저러나 하는 뚱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하하! 이 제독 포르투갈 제국의 백성들이 모두 원하는 것이요. 그대는 충분히 공작의 작위를 받을 자격이 있소. 더는 사양치 마시오.”

이순신이 작위 수여에 대해 거듭 사양하자, 브라간사 공작이 나섰다.

포르투갈 국왕 부부가 작위를 내리고자 하는 의사를 철회하지 않자 결국 이순신은 작위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성심을 다해 조선과 남만국의 바다를 지킬 것이옵니다.”

이순신은 무릎을 꿇고 카탈리나 여왕이 하사하는 보검을 받았다.

이순신은 졸지에 포르투갈 왕가에서 내려주는 공작의 작위와 영지까지 받았으니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면서도 마음이 한없이 기뻤다.

이항복도 스페인과의 전쟁에 영국과 네덜란드의 함대를 이끈 공로와 왕가의 사위인 점을 고려해 후작의 작위와 영지를 수여 받았다.

진중한 이순신과 달리 이항복은 입이 귀에 걸렸다.

***

광개토대왕함

리스본에 정박 중인 지중해 함대의 기함 광개토대왕함에 이순신을 비롯한 지중해 함대의 수뇌부와 이순신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산타크루즈 후작 그리고 알바 공작을 비롯한 스페인군부가 갑판 위에 마련된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전쟁에서 패전한 스페인의 보상금 등을 논하는 자리였다.

‘저자가 이순신이구나!’

스페인의 전쟁 영웅에서 치욕적인 패전지장의 불명예를 안겨준 이순신을 가까운 자리에서 처음 본 산타크루즈 후작은 그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명장은 명장을 알아보는 법!

겉으로 보기에는 유순해 보였지만, 무얼까 내유외강형이라 할까, 전장을 겪어본 장수만이 알 수 있는 강한 힘이 느껴졌다.

그러나 명장이고 어떻건 간에 자신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안긴 동양에서 온 이순신이 얄미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알바 공작의 표정은 더욱 짜증스러운 모습이었다.

다혈질인 그는 체구도 작은 조선군에 패배를 당한 것도 모자라 조선의 함정에서 패전처리 문제를 논하는 것 자체가 치욕으로 다가왔다.

“조선의 요구가 너무 과다한 것이 아니요!”

알바 공작이 불쾌한 표정으로 이순신을 바라보았다.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침략하고, 약한 나라는 강한 나라에 잡아먹히는 것은 어찌 보면 그 당시 세계관으로서는 당연한 것이었으나, 이균은 이순신에게 만약 전쟁에서 승리하게 되면 스페인에게 보상을 요구하라 하였다.

스페인은 조선의 보상요구에 응할 수 없다며 버티었으나, 주력함대를 잃어 제해권을 잃은 스페인으로서는 보상이 없으면 스페인 본토까지 침략할 수 있다는 이순신의 으름장에 결국 보상을 위한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귀국이 남만국을 불법 침략만 하지 않았어도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오. 귀국의 침략행위로 인해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으니 응당 이에 대한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오.”

알바 공작이 조선의 요구가 과하다며 불평을 늘어놓았으나, 이순신은 미동도 하지 않고 스페인이 패전에 대한 책임을 당연히 져야 한다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했다.

“그래도 조선의 요구가 너무 심한 것이 아니오. 이렇게 많은 땅을 요구하는 것이 어디 있소.”

조선은 패전에 대한 보상으로 조선이 제공한 차관을 일시에 상환하고 스페인 제국의 유럽 영토 일부와 스페인이 신대륙에 보유하고 있는 식민지 상당 부분을 할양해줄 것을 요구했다.

스페인으로서는 조선이 요구가 과다하가 여길만했다.

조선과 스페인 수뇌부는 오랜 시간 동안 팽팽한 줄다리기 협상을 했다.

조선도 쉽게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스페인도 계속 조선의 요구가 과하다며 버티었다.

“최후통첩을 하겠소. 우리 조선국이 제공한 차관을 변제받는 조건으로 신대륙에 있는 은광의 지분 60%를 조선이 넘겨받아 조선국이 은광을 직접 경영하겠소. 그리고 필리핀을 우리 조선에게 넘기시오. 또 신대륙의 아카풀코와 베라크루즈를 조선에 넘길 것이며, 지중해 함대가 기항으로 쓸 수 있도록 나폴리를 넘겨주시오.”

협상이 지루하게 계속되자, 이순신이 단호한 말투로 최후통첩을 했다.

“은광과 나폴리까지 달리는 것이오!”

알바 공작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렇소. 최후통첩이라 하지 않았소. 여기서 한 치의 양보도 없을 것이오.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서반아가 다시 전쟁을 원하는 것으로 간주해 남만국과 연합하여 그대들 본토를 공격할 것이오. 그대들의 도성은 불바다가 될 것이오.”

“이런........ 지금 불바다라 했소. 우리를 겁박하는 것이오.”

이순신이 스페인 제국의 도성이 불바다가 될 것이라는 등 험악한 말을 쏟아내자 회의장 분위기는 완전히 싸늘해졌다.

‘야. 이 제독이 저런 말도 할 줄 아는구나!’

진중하고 침착한 성격의 이순신이 흥분해 저렇게 험악한 말을 쏟아내는 것을 본 적이 없기에, 병조 참의 이항복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이순신을 바라보았다.

“다 수용하겠소. 하지만 필리핀은 빼주시오. 필리핀은 아시아와의 무역을 위해 꼭 필요한 곳이오.”

산타크루즈 후작이 입을 열었다.

“흐음. 좋소. 필리핀은 빼주겠소.”

알바 공작, 산타크루즈 후작 등은 모두 화가 불같이 난 상태였지만, 주력함대를 잃었고 직접 붙어본 조선 육군의 전력도 만만치 않음을 확인하였기에 사실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게다가 네덜란드와 치열한 전쟁까지 벌이고 있으니, 스페인으로서는 전장을 더 확대했다가는 더 큰 것을 잃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하시오!”

알바 공작이 붉으락푸르락하며 협정서에 사인을 휘갈긴 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뒤이어 협상에 나선 스페인군부도 자리를 떠났다.

반면 막대한 은이 쏟아져 나오는 은광, 태평양 항로의 중요한 거점인 신대륙의 항구와 지중해 함대가 계속 유럽에 머무를 수 있는 기항인 나폴리까지 얻었으니, 이순신은 무척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이항복의 얼굴에도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스페인 함대가 조선의 지중해 함대에 패배하며 유럽의 제해권은 조선에 넘어오게 되었고, 이순신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포르투갈에서의 이순신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고, 이순신에 관한 책과 아조레스 제도 해전을 내용으로 하는 연극 등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리스본 광장 한복판에 커다란 이순신 동상을 세우자는 얘기까지 나왔으나, 이순신이 한사코 사양해 동상이 만들어지지 못할 정도였다.

이순신은 스페인에게서 얻은 나폴리 항을 지중해 함대의 기항으로 정하고, 함대의 일부는 리스본에 남겨 두었으나, 상당수의 함대를 나폴리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제해권을 유지하기 위해 나대용과 함께 갈레온선을 건조하여 함선을 보충했다.

이순신의 승전보와 스페인과의 성공적인 협상은 곧 비단길을 따라 퍼져 있는 정후청 요원들에 의해 이균이 있는 도성에 전달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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