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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기사로 살아가기-215화 (215/222)

215

혈투

아까 전 까지만 해도 상황은 분명 낙관적이었다. 화린의 압도적인 무력은 말 그대로 달려드는 악귀들을 분쇄시켜 버렸으니까. 하지만 녀석이 나타나자 상황이 급변했다.

바깥에 있던 악마 군단의 지배자. 이제는 둘 남은 지옥의 권좌 중의 하나. 신성 왕국의 대의회를 뒤에서 조종하고, 신실한 빛의 신도들과 주교, 교황, 그들의 군대를 뒤틀린 괴물들로 만들어버린 장본인.

베로니카는 힐끔 시선을 올렸다. 반파된 천장과 떨어지는 돌 부스러기 너머. 흉물의 모습이 달빛에 비치고 있었다.

장님처럼 안대를 낀 나신의 여자. 하지만 그 체구는 비정상적으로 컸다. 수십 미터는 되어 보였으니까. 게다가 가슴은 갈라져 심장을 바깥으로 드러내고 있었고, 머리통 역시 마찬가지였다. 구불거리는 뇌가 바깥으로 돌출되어 있는 괴물은 여섯 쌍의 검은 날개를 펼친 채, 화린과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덕분에 몰려드는 악귀들은 그녀와 데비안. 친위기사들만으로 막아내야 했다.

콰드득. 들려오는 소리에 베로니카의 고개가 흠칫 앞으로 돌아갔다. 잘 관리된 손톱이 툭 부러져 피와 땀으로 범벅되어 있었다. 고통스러웠다. 손끝에는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이를 악물며 이를 참아냈다.

캬아아악! 캭!

덧댄 판자 너머로 일그러진 얼굴의 악귀가 이빨을 들이대고 있었으니까.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붉은 눈. 한쪽이 깨져 뇌를 훤히 보이고 있는 머리통. 그럼에도 제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드는 저 증오까지. 베로니카는 저 흉물이 한 때는 자신과 같은 인간이었다는 사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다.

“끄으···”

그녀가 판자를 붙잡고 안간힘을 쓰고 있던 그 순간. 마침내 놈의 손아귀가 판자를 부서트렸다. 하지만 녀석의 손톱이 갑주를 찢고, 그 안의 연약한 심장을 뜯어내기 전. 베로니카가 움직였다. 그녀는 이미 이가 빠진 장검 대신, 벨트의 단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역수로 쥔 채, 놈의 미간에 퍽 꽂았다.

아무리 단련을 거쳤다 한들. 그녀는 일단 귀족 영애였다. 놈의 질긴 피부를 뚫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카라의 주문이 걸린 은도금 단검은 악귀의 면상을 가볍게 꿰뚫고, 연기를 피워올리게 만들었다.

“후우, 후우. 틈새를 다시 메꿔야···.”

베로니카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데비안은 부서진 벽의 틈새를 제 방패와 검, 그리고 몸뚱이로 밀어붙이며 악귀들을 막아내고 있었다. 방패와 갑주는 이미 금이 가 있었고, 잘생긴 얼굴 역시 자상으로 가득했다.

“커어억!”

그때 한 사내의 절규가 들려왔다. 부서진 책장 사이로 날아온 혓바닥이 그의 목을 조른 것이다. 그 틈은 곧 그의 손을 멈추게 했고, 목표를 잃은 칼날은 제 주인의 목숨을 지켜주지 못했다.

기사는 양팔을 허우적거리다가 온몸에서 피를 뿜으며 절명했다. 베로니카나 다른 기사들이 미처 손을 쓸 틈도 없었다.

이제 남은 친위기사는 둘이었다. 비도술을 기가막히게 다루고 날렵한 몸놀림을 자랑하는 기사. 카멜. 2m남짓한 체구에 거대한 전투 망치를 다루는 과묵한 기사. 마일즈. 여기에 데비안과 베로니카. 부서진 천장을 혼자서 틀어막으며 악마들의 파도를 밀어내고, 대악마까지 상대하고 화린과 쓰러져 있는 네 사람까지.

아홉은 첨탑을 기어오르며 덤벼드는 악귀들, 몰려오는 죽음의 해일에 대항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에 친위기사 하나가 죽음으로써 균형이 깨져버렸다.

틀어막았던 책장이 산산이 조각나며, 갈라진 돌벽 사이로 놈들이 속속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허리가 꼽추처럼 굽은 채, 긴 혓바닥을 날름거리는 대머리 괴물, 거미의 하체에 여인의 상체. 수십 개의 눈동자가 박힌 괴물. 올라오는 길에 질리도록 봤던 나병환자 같은 모습의 악귀병들까지. 녀석들의 발길이 첨탑 안까지 차오른 것이다.

키아아아악!

놈들은 붉은 눈동자는 다른 사람들을 보고 있지 않았다. 오직 마법진의 정중앙에 누워있는 흑발의 미남자. 벨로크만을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기괴하게 몸을 까닥거리던 녀석들은 곧 개처럼 기어가며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마, 막··· 콜록. 콜록.”

베로니카는 늘 그랬던 대로, 지배자의 자세로 명령을 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혹사당한 폐부는 그녀의 기대를 배신했다. 게다가 그 말을 따를 사람들도 없었다. 결국 베로니카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움직여 덤벼드는 악귀들의 틈으로 제 몸뚱이를 밀어 넣었다.

갑옷이 조각나며 그녀의 연약한 속살이 바깥으로 돌출되었다. 쏘아진 촉수는 배를 관통했고, 단검 같은 손톱을 어깨를, 이빨은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바다처럼 푸른 머리칼이 힘없이 나풀거렸다. 이와 잘 어울리던 새하얀 피부의 여인은 털썩 자리에 쓰러졌다.

짓누르는 무게감과 치미는 격통. 그리고 괴물들의 더러운 숨결까지. 지독시리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베로니카는 피 흘리면서도 웃었다. 제 내장과 피, 살점을 먹기 위해 악귀들이 그녀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으니까. 시간을 벌었으니까.

“벨로크··· 어서, 이제는 시간이 없··· 흐윽.”

베로니카는 쓰러진 상태에서 그를 바라보다가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와의 거리는 너무도 멀었다. 그녀는 그것에 조금이나마 더 안심하다가 두 눈을 감았다. 여인의 흐릿한 시야가 캄캄한 어둠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그 순간까지도 미소 짓고 있었다.

#

“커억.”

이방인 신은 바닥을 나뒹굴었다. 어둠을 머금은 듯한 흑갑주는 흙먼지로 가득해 그 빛을 잃은 상태였고, 쓰고 있던 로브는 진작에 벗겨져 이국적인 생김새를 자랑하고 있었다.

벨로크는 장검을 든 채,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 자식 뭐야? 지금 저 실력으로 이 난리를 피운 거야?”

카라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기술은 흠잡을 데가 없이 완벽하다. 하지만···”

“힘이 턱없이 딸리는군요. 제대로 칼을 맞대지도 못하니 뭘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아델의 말을 이자벨이 받았다. 세 사람도 처음에는 두 사람의 싸움에 가세하려고 했다. 노르드에게 들었던 대로라면 놈은 한 세상을 풍미했던 절대자이자 신이니까. 하지만 상황이 너무도 압도적이었다.

벨로크는 그에게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압도하고 있었다. 놈은 쥐새끼처럼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도망만 다니는 것이 고작이었다. 도저히 처음 봤을 때의 그 위엄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쉽게 끝나지 않을까?”

카라는 이방인 신이 하늘에서 떨어지던 때를 생각했다. 그건··· 마치 태양이 떨어지는 듯한 위압감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저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리감을 선사했고, 벨로크의 굳은 표정에서 역시나 위화감을 느꼈기에 이런 말을 꺼냈다.

“아뇨, 무언가 이상해요. 우리도 가세하...”

이자벨이 쌍검을 꺼내든 순간.

“하하하하. 역시 이 상태로는 안 되겠군. 돌려받아야겠어.”

웃음을 터트린 이방인 신이 벨로크의 가슴을 가리켰다. 그 순간. 그의 몸이 우뚝 멈췄다. 주문의 전조도 없었고, 무슨 특별한 도구를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놈은 손짓 하나만으로 대악마 살해자이자 고대신의 계약자의 사지를 결박했다.

그것은 한세상의 주인이 내리는 강제적인 질서의 힘이었다. 이방인 신의 심상 세계이기도 한 이 회색 도시 안에서, 그는 무적의 절대자나 다름없었다.

“이 개새끼가!”

그 때. 꾀꼬리 같은 미성에 어울리지 않는 욕설이 들려왔다. 새하얀 건틀릿이 파양 무늬의 장창을 꽉 쥐었다. 곧 그것은 불길에 휩싸여 날개를 펄럭였고, 하나의 선이 되어 뻗어나갔다. 그 옆에는 뱀의 독니처럼 보이는 두 개의 날붙이도 있었다. 화염과 벼락, 얼음, 비전이 혼잡하게 뒤섞인 파괴적인 원소들도 있었다.

“멈춰라.”

하지만 이방인 신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세 사람에게 향한 순간. 역시나 그녀들 모두 돌처럼 굳어버렸다.

“아델. 촌부의 딸로 태어나 헬레나의 종이 된 여자.”

검은 불꽃의 광망이 아델을 주시했다.

“카라. 귀족의 사생아로 태어나 제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한 마법사”

그다음에는 카라.

“이자벨,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했으나 끝끝내 그것을 극복해낸 요정이자 악마.”

마지막으로 이자벨이었다. 그는 세 사람을 보며 웃었다. 부드럽게 호선을 그린 입가와 살짝 드러난 치아. 실로 아름다운 미소였다.

“너희들의 여정을 기억한다. 짧았지만 강렬했으며 그렇기에 아름다웠지. 나도 그랬다. 내가 대륙을 주무르던 그 세 괴물을 처단할 때. 내 옆에 목숨과도 맞바꿀 수 있을 만한 동료들이 존재할 때. 나 역시도 지금 너희들과 같은 모습이었지. 하지만.”

그의 입가가 다시 비틀리며 분노어린 목소리를 뱉어냈다.

“그건 하찮은 유대일 뿐이었지. 그 더러운 년놈들은 내 사지를 절단하고, 심장마저 도려냈으니까. 그러니 너희들의 그 얄팍한 인연도 내가 끊어주···”

쾅. 그 순간. 그의 눈앞으로 또 다른 선 하나가 날아들었다. 푸른빛이 넘실거리는 칼날. 그 반대편에 있는 이글거리는 눈동자의 전사. 벨로크였다.

“오. 그걸 벌써 풀었어? 신성을 이용한 거로군. 잠깐 새에 습득한 것 치고는 쓸만한데.”

능글맞게 웃은 녀석이 다시금 벨로크를 가리켰다. 그러자 벨로크의 몸이 또다시 멈췄다. 하지만 그가 마냥 당하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날아든 칼날은 기어코 이방인 신의 얼굴에 생채기를 냈고, 몸에서 피어오르는 신성 역시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다. 이 세상의 주인인 자신의 의지를 거부하고, 밀어 내려 하고 있었다.

“···”

그는 건틀릿 낀 손으로 얼굴을 훔쳤다. 그리고는 장갑에 묻은 피를 슬쩍 핥으며 말했다.

“넌 지금도 계속 성장하고 있구나. 버러지란 말은 취소하지. 미리 준비해두지 않았다면 그 짐승만큼이나 큰 변수가 될 수도 있었겠어.”

벨로크가 결박을 풀기 전. 이방인 신의 손이 그를 향했다. 존재는 손바닥을 확 펼쳐 보이며 능글맞게 말했다.

“돌려받겠다. 내가 너한테 주었던 힘들. 그로 인해 네가 쌓아온 업들. 나의 손바닥 안에서 춤춰온, 너의 그 모든 발악들을 말이다.”

“큭.”

그 순간. 강력한 인력이 느껴졌다. 벨로크의 몸에서 희미한 빛들이 밖으로 빠져나와 이방인 신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벨로크는 제 몸속에 있던 무언가가 뜯겨 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가 이 세상에 빙의해서 쌓아온 모든 것들. 거인 수십은 합친 것 같은 초월적인 힘, 사흘 밤낮을 내리 싸워도 지치지 않는 체력, 흑룡으로부터 강탈한 벼락의 힘, 한 서린 마녀로부터 뺏어온 저주어린 칼날, 불의 거인의 초월적인 재생력, 인간을 초월한 오감과, 그 어떤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투지까지.

마치 영혼이 깎여나가는 것 같은 고통이 엄습했다.

“하아아. 그래, 이제야 좀 살만하군. 내 본래 육체가 가졌던 힘보다는 못하지만 말이야.”

양팔을 벌린 채, 하늘을 응시하던 초월자가 고개를 내렸다.

“잊진 않았겠지? 네놈이 그동안 사용했었던 상태창. 스탯. 스킬. 혼란과 악의로 똘똘뭉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네놈이 부렸던 그 모든 힘들! 그것들 전부가 다 나한테서 비롯되었단 걸! 나는 돌려받았을 뿐이다.”

그는 쓰러진 인간을 내려다보며 비틀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 그럼. 받을 것도 다 받았으니. 이제 끝내볼까?”

거무틔틔한 흑검이 흐릿한 태양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네 육체는 내가 잘 써주마. 혼란, 고통, 그리고 악의밖에 없는 이 엿 같은 세상을 불태우고, 너와 나의 고향으로 되돌아가 주지. 그리고 나는···”

초월자의 이글거리는 광망이 잠시 사그라들었다. 그 안에는 아련함과 그리움이 넘실거렸다. 하지만 그의 내면속 울렁임과는 달리 내려 찍히는 칼날은 비정하기만 했다.

“으으읍!”

세 사람이 눈을 부릅떴다. 칼날이 무릎 꿇은 벨로크의 목에 닿은 그 순간. 벨로크의 목에 걸려있던 펜던트가 요란한 빛을 내뿜었다. 이윽고 그 빛더미들은 하나의 형체를 이뤄냈는데. 나타난 것은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 푸른 머리칼을 자랑하는 여인이었다.

챙. 뻗어나간 삼지창이 흑검을 가로막고 불똥을 튀겼다. 수만 년 전. 초월자의 손에 의해 봉인 당한 고대신. 그리고 강대했던 그 존재의 화신체. 노르드가 입을 열었다.

“네놈은 어째 옛날과 달라진 것이 없구나. 늘 남으로부터 빼앗고, 강탈하고, 제 것으로 일삼기만 하는군. 종래에는 그것들마저도 파괴할 셈이냐?”

“그래, 드디어 나타나셨군. 기다렸다. 수 천 개의 머리가 달린 뱀이여. 놈이 남긴 부스러기 같은 부산물이여.”

이방인 신은 흑검을 밀어붙여서 노르드를 튕겨냈다. 이윽고 뒤로 훌쩍 도약하고는 손가락을 튀겼다.

“네년이 내 계획의 가장 큰 변수였지. 이제는 성력과 마력이 되어 흩어져 버린 두 짐승들의 힘 대신. 너는 아직도 섭리를 뒤틀어버릴 수 있는 태초의 힘과 지식을 간직하고 있으니까.”

그 순간. 이방인 신을 중심으로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이 휘몰아쳤다. 그가 흑검을 바닥에 꽂았다. 그것은 곧 도시를 울리는 지진을 일으켰고,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가득한 바닥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고 바닥을 뚫으며 무언가들이 불쑥 튀어나왔다.

인간, 요정, 난쟁이, 거인, 괴물과 악마, 벨로크가 지금껏 상대했던, 이방인 신이 인간이던 시절에 상대했던, 이곳 아드리아 대륙에 존재했던 모든 생명체들.

크아아아아!

되살아난 흑룡이 날개를 펼쳤다. 꽈르르릉. 떨어진 벼락이 온 사방을 진동시켰다.

우어어어어!

불의 거인 또한 흉성을 내지르며 땅을 후려쳤다. 한 서린 마녀는 허탈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신으로부터 힘을 탈취했던, 신목을 타락시켰던 요정 또한 마찬가지였다.

힘을 뺏긴 것으로도 모자라 끝내는 제 영혼마저 탈취당한 가련한 존재들. 한 순간에 나타난 수만 명의 군세가 다섯을 둘러쌓다.

“내 세상에 들어온 것은 너희들이다. 그렇다면 대가를 치러야지.”

그들의 중심에 있던 이방인 신이 비릿한 미소를 흘렸다. 노르드는 신성을 불어넣어 아델과 카라, 이자벨, 벨로크의 결박을 풀어주고는 팔짱을 턱 꼈다. 이윽고 주변을 둘러싼 군대를 슬쩍 둘러보고는 마주 웃어 보였다.

“내가 말 하지 않았던가? 준비를 한 것은 너뿐만이 아니다.”

그녀가 손가락을 튀긴 순간. 회색 도시의 흐릿한 하늘이 유리창마냥 깨져나갔다.

쿠우우우우.

그 사이로 깊고 음울한 심해의 파도가 마치 해일처럼 들이닥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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