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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치는
느닷없이 벨로크의 목걸이에서 빛이 번쩍였고, 느닷없이 여인이 튀어나왔다.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벨로크 역시 그랬으니까. 네가 갑자기 왜 나와?
“이건 또 무슨···”
이자벨과 화린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을 크게 뜬 아낙스는 선실의 벽 쪽으로 주춤 물러났다. 경계 어린 몸짓이었다.
“이 기운은··· 설마!”
“그래, 스스로를 오래 살았다고 자부하는 꼬맹아. 네가 생각하는 그 설마다. 쇄도하는 재앙. 수천 개의 머리를 가진 뱀. 바다의 지배자가 강림했노라.”
아낙스의 대처는 빨랐다. 그녀의 어깻죽지가 쩍 갈라지더니, 한 쌍의 피막 날개가 돋아났다. 선실 벽이 쿠르르 부서져 나갔고, 몰아친 바람이 일행의 머리칼을 흩날리게 했다. 이대로 날아서 도망칠 생각인 듯 했다. 노르드가 손을 뻗었다.
“바다는 내 영역이라는 것을 잊었느냐?”
노르드의 의지에 따라 물줄기가 움직였다. 이윽고 그것들은 수천 겹의 채찍이 되어, 빠르게 그리고 빈틈없게 용의 몸을 붙들었다.
아낙스는 다급히 주문을 끌어올렸다. 그녀의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빛나고, 수천 년 동안 쌓아온 지식과 힘. 세상을 속이는 비전이 주문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그러나 공간이동이 발현되기 전. 벨로크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죽이면 안 된다!”
노르드의 외침에 벨로크는 힘을 슬쩍 뺐다. 그럼에도 태산도 부술듯한 파괴적인 힘은 용의 두개골에 쩍 금을 가게 하고, 그녀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컥.”
용은 수 천 년 만에 기절이라는 값진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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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
세로로 갈라진 동공이 끔뻑거렸다. 아낙스는 다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럴 수가 없었다. 고개가 돌아가지 않았다. 호흡도 불편했다. 몇 번 손을 꼼지락거린 그녀는 곧 자신의 상태를 자각했다. 창고를 받치는 기둥에 등을 기댄 상태로 온몸이 묶여있었다. 입에는 천 조각이 물려있었다.
물론 요정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는 하나. 그녀는 용이었다. 이까짓 밧줄 따위 얼마든지 끊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로프에 서려 있는 미증유의 힘. 신성이 그녀의 자유를 구속하고, 용의 힘과 주문의 힘을 끌어올리지 못하게 방해했다.
한 마디로 아낙스는 지금 숨이 턱 막힌 느낌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무방비한 상태로 놓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공포를 느꼈다. 그리고 고대신이 부활했다는 사실에서 더한 공포를 느꼈다.
“일어났느냐?”
그녀의 동공이 흔들릴 때. 창고의 문이 열리며 노르드가 들어왔다. 그 뒤를 따라 벨로크와 이자벨, 화린 역시 모습을 드러냈다. 좁은 창고가 금방 꽉찼다. 그리고 이것은 굳어 있는 일행의 표정과 합쳐져 또 다른 압박감이 되었다.
노르드는 드레스 자락을 걷은 후. 아낙스의 앞에 쪼그려 앉으며 그녀를 지그시 주시했다. 짙은 남색의 눈동자에 일순 분노가 일렁거렸다. 하지만 그것은 곧 허무하다는 듯이 스르르 사라져버렸다. 무언가를 털어버린 듯했다.
“이제보니 너도 나이를 꽤나 먹었구나. 셀레네 옆에 있던 작은 용이 어느새. 고룡이 되었군. 지나간 세월이 실감 나는걸...”
노르드의 얼굴은 주름 하나 없었지만, 어째선지 늙어 보였다.
범인은 인지할 수 없을 정도의 세월을 살아온 고대신, 수천 년 시간을 건너뛰어서 다시 이 세계에 발을 디딘 존재의 삶.
벨로크는 그런 노르드의 어깨를 툭 쳤다. 그만 감상에서 벗어나 할 일을 하라는 뜻이었다.
헛기침을 한 그녀는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아낙스의 입을 막고 있던 천조각을 뺐다. 아낙스는 입가를 오물거린 후. 애써 동요를 가라앉히며 물었다.
“뭐 하자는 것인가? 고문이라도 하려고?
노르드는 이자벨 쪽으로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랬다면 더 편한 방법을 사용했을 것이다. 굳이 번거롭게 너와 입씨름할 이유가 없지.”
“아스타로트의 마력···”
중얼거린 아낙스는 이자벨과 눈을 마주쳤다가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찰랑거린 머리칼과 부르르 떨리는 턱. 그 모습이 마치 겁박당하는 귀족 아가씨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녀를 구속하고 있는 일행은 무슨 해적집단처럼 보였다. 그녀가 말했다.
“그렇다면 뭐 하자는 것이냐. 나를 농락하려고 그러는 것인가? 원수를 비웃고 침을 뱉은 후. 나를 노예처럼 부리려고? 비겁하다. 정녕 명예롭지 못한 짓이구나. 네년이 그러고도 잊혀진 전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느-윽!”
짝 소리와 함께 아낙스의 고개가 돌아갔다. 입가가 찢어지고, 피가 주르륵 흘렀다. 노르드는 무표정한 표정으로 그녀의 반대쪽 뺨도 후려쳤다. 짝.
“흐으으···”
아낙스가 고통으로 신음했다. 풀어진 동공이 이를 증명하는 듯 보였다.
이것이 바로 격의 차이. 생태계의 정점에 있는 포식자가 아래에 있는 녀석을 짓밟듯. 고대신의 행동 자체가 용의 육체는 물론, 정신, 영혼에까지 그 상흔을 남긴 것이다.
하지만 수천 살 먹은 용이자 위대한 마도사는 이를 뿌득 물었다. 그녀는 굴종의 의지에 강렬히 저항하며 핏발 선 눈으로 말했다.
“이런 저급한 짓은 그만둬라. 그냥 죽여라. 달의 여신과 다른 천상신들이 나의 복수를 해주리라.”
그 적의를 흘려넘긴 노르드는 손을 휙 털었다.
“천상신? 그들하고 교감은 되고? 태양과 달, 죽음이 작금의 사태에 침묵하고 있다는 것은 어린아이들도 알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미쳐 날뛰고 있는 대악마들, 제 사리사욕을 위해 움직이고 있음에도 천벌 하나 받지 않는 교회의 행보는 설명이 불가능하니까.”
정곡을 찌른 것인지 아낙스의 입이 헙 다물어졌다.
“게다가··· 무언가 착각을 하는 것 같구나. 이건 조금 전 나의 계약자를 괴롭힌 대가일 뿐이다. 네가 별들의 움직임을 읽어내리고, 운명을 조금 볼 줄 안다고 거들먹거리길래. 그리고 그것을 무기 삼아. 내 계약자를 휘두르려 하길래. 따끔한 맛을 보여준 것일 뿐이지.”
“계약···자라고? 주종의 관계가 아니라. 서로 간의 운명을 공유했단 말인가? 그것도 인간이랑?”
아낙스의 눈동자가 확 뜨였다. 어지간히 놀란 듯했다. 노르드는 후후 웃었다.
“그래, 내 옆에 있는 이 사내는 충분히 이 노르드의 계약자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느니라. 그 꺾이지 않는 의지와 강철같은 영혼은 나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윽.”
벨로크가 노르드의 머리를 툭 쳤다.
“왜 이야기가 계속 딴 길로 새는 거냐? 네가 이 녀석을 설득하겠다면서?”
“그, 미안하구나. 오랜만에 아는 얼굴을 보았더니··· 나도 모르게 그만···”
용과 대화할 때는 위압감을 펄펄 뿜어내던 그녀가 벨로크 앞에서는 쩔쩔맸다.
그 극명한 온도 차에서 아낙스는 노르드가 했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잠깐, 그보다···
“설득이라고?”
노르드는 금방 표정을 갈무리한 채, 근엄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설득. 너는 우리들을 위해서 일 해줘야겠다. 넌 주문이라는 것에 제법 성취를 이뤘다지? 그렇다면 여기 있는 우리들을 아드리아 왕국의 최남단에 있는 항구도시 로벤으로 이동시키거라. 그리고 벨로크에게는 네가 줄 수 있는 모든 힘을 짜내 용의 가호를 내리거라.”
이건 설득이 아니라 요구였다. 그것도 강압에 가까웠다. 당연히 아낙스의 입에서는 좋은 말이 나가지 않았다.
“봉인되어 있던 그 긴 세월 동안. 정신도 함께 나가 버린 것이냐? 설득이라는 것은 자신과 반대대는 의견을 가진 사람을 제 의견에 동조하게 만드는 것을 말한다. 내가 저들에게 잘못을 저지른 것도 사실이고, 빚을 진 것도 사실이나. 그 모든 것을 뒤덮을 만큼. 너라는 존재는 위험하다. 대체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거냐?”
“그야 이 세상을 지키기 위해. 수호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면 우리들을 돕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일 테니까.”
“무슨 개소···”
노르드는 아낙스의 얼굴을 턱 잡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이마와 자신의 이마를 맞대었다. 무언가 교감을 나누는 듯한 행동이었다. 화린은 얼굴을 붉혔고, 벨로크는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봤다.
그 잠깐의 시간 동안 아낙스의 얼굴 근육은 쉴 틈 없이 움직였다. 당황은 충격이 되었고, 이는 곧 경악이 되었다. 갈라진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세상에··· 위대한 의지께서··· 그분들께서 어찌 이런···”
노르드는 맞대고 있던 이마를 땠다. 이윽고 혼란스러워하는 용을 내려다보며 오만하게 말했다.
“우물 안 개구리야. 이제 알겠느냐? 네가 바라본 세상만이 진리는 아니다. 단면을 뒤집어보면 그 안에 감춰져 있던 은밀한 비밀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지. 그래서 답은?”
아낙스는 아직 충격을 벗어나지 못한 듯 멍한 얼굴로 말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다오.”
“얼마든지.”
싱글 웃은 노르드가 바닦에 떨어져 있던 천을 주워 들었다. 그리고는 아낙스의 입에 가차 없이 밀어 넣었다.
“우읍.”
마치 이런 식은 아니었다고. 꿈틀거리는 용을 뒤로한 채, 네 사람은 창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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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뭘 한 거냐? 어떻게 저 뻣뻣한 년이 고분고분해졌지?”
벨로크가 갑판에 기댄 채, 말했다.
마찬가지로 갑판에 기댄 노르드는 눈을 감은 채, 양팔을 벌리고 있었다. 끼이익 거리며 흔들리는 배의 소음, 정체 모를 새의 울음소리, 얼굴로 와닿는 짠 내 나는 바람 등. 이 모든 것들을 온몸으로 느끼는 듯한 몸짓이었다.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자유를 누리고 있다가 답했다.
“간단하다. 내가 알고 있던 진실들, 절대신과 천상신들간의 비밀을 녀석에게 공유했다. 그 과정에서 내 존재 자체를 걸고 이 기억들이 사실이라는 맹세 역시 했으니. 저런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설마하니 대악마들 만들어 낸 것이 절대신이라는 것. 천상신들이 그를 토막 내 봉인시켜 버렸다는 것. 그것이 벨로크의 몸속에 있다는 것. 그리고 다시금 이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려 한다는 사실을. 저 용이 알게 되었다는 뜻이었다.
충격받을 만도 하군. 믿음의 근간이 흔들렸으니까. 하지만 그건 이쪽도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옆을 보자 이자벨이 한참이나 망설이다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저 노르드···님?”
“편하게 노르드라 부르거라. 계약자의 애인아. 나는 실로 위대하며 두려운 존재이지만, 그것이 지인들에게도 통용되는 것은 아니니라.”
이자벨은 입이 조금 벌어졌다. 여러 가지 의미로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곧 그녀는 감정을 추스르고 말했다.
“아까 전에 들었던 대로라면 영혼만 남은 당신이 이 세계에 실체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성 덕분이죠?”
“그렇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벨로크가 그간 쌓아온 신성. 이계의 틈에서 빠져나올 때. 내가 본체에게서 가져온 신성. 그 두 가지의 힘을 합치고, 이 펜던트의 형상을 본떠서 내 존재 자체를 이 세계에 각인시킨 것이다. 덕택에 임시로나마 이렇게 너희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고, 주변의 모든 것들을 느낄 수도 있지.”
“대단한 일이란 건 알겠어요. 제가 궁금한 것은···”
노르드는 이자벨의 말을 끊으며 웃었다.
“내가 지금 이렇게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일이. 네 애인의 몸에 부담이 될까 봐 걱정되느냐?”
“···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는 이자벨을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다가. 벨로크의 팔뚝을 쳤다. 이게?
“너는 참으로 복 받은 사내다. 저런 아리따운 여인들의 걱정들을 한 몸에 받는다니 말이다. 항상 고마워하며 살거라.”
뭐라 할 말을 찾지 못한 벨로크는 침묵했고, 노르드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
“여인아. 걱정하지 말거라. 물론 내가 지금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이 상당한 양의 신성을 소모하는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얻어낼 결과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감내할 만한 일이지.”
“앞으로 얻어낼 결과라면··· 저 용. 아낙스에게 하셨던 요구들을 말하시는 건가요? 용의 가호와 공간이동?”
역시나 용기를 내서 다가온 화린의 말에 노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벨로크와 심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그가 봤던 미래 역시 보았다. 참으로 끔찍한 광경이더군. 지금 대륙의 정세와 공작이라는 놈과의 악연으로 볼 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그녀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하지만 미래라는 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충분히 바뀔 수 있다는 말이지. 그리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주문이라면 대륙의 정세를 뒤바꾸기에도 충분하지.”
인어들의 도움을 받아 로벤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최소 3주가 걸린다. 하지만 아낙스의 도움을 받아 공간이동을 펼친다면?
그 시간 자체를 단축시킬 수 있다. 이는 어쩌면 로벤에 들이닥칠 화마를 막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자벨과 벨로크는 단신으로 수천의 병사들을 도살하고, 왕의 목을 딸 수도 있었으니까. 화린 역시도 어지간한 악마나 괴물 등은 콧방귀를 뀌며 처리할 수 있었고.
“하지만 텔레포트 주문은 성공 확률이 8할이고, 나머지 2할이···”
이자벨이 걱정된다는 듯이 말하자. 노르드가 다시금 웃었다.
“어린 요정아. 옛날에는 지금과 같이 체계화된 법과 문명, 군대란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자연히 개인의 용력이 더 중요했었지. 이로인해 희대의 천재라 일컬어지는 용사들이 많이 나왔고, 그 중에는 텔레포트 주문의 부작용을 극복해낸 마법사들도 있었다. 그리고 저 용은 충분히 그럴 역량을 갖춘 녀석이지.”
노르드의 호언장담에 이자벨은 안심한 듯 가슴을 쓸었다. 과거 일행과 떨어져 자신 혼자만 사막에 떨어진 기억이 떠오른 모양이다.
그래, 지금으로서는 그게 최선이군.
첨벙. 벨로크는 포물을 그리며 날아오르는 물고기를 보다가 말했다.
“용의 가호란 것은··· 요정왕이 사용하던 그 힘을 말하는 건가? 눈동자가 갑자기 금색으로 변하던 거?”
“그래, 그 꼬맹이가 사용하던 힘이다. 거짓을 간파하며 잠깐의 미래를 읽을 수도 있는, 일종의 예지능력에 가까운 권능이지. 하지만 내가 녀석에게 요청한 것은 용족의 끝을 모르는 생명력과 그 단단함, 강력한 완력을 취하기 위함이다. 그래야 네가 지금껏 휘둘러왔던 이 초월적인 힘에 그나마 저항이라도 할 수 있을 테니까.”
노르드의 손이 그의 두툼한 주먹을 감쌌다. 안에 담긴 힘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보는 듯했다.
“뭔 말이야?”
벨로크가 어리둥절해했다. 노르드는 그의 주먹을 쥐고 있던 손을 올려 가슴을 툭툭 쳤다. 그리고는 갑옷을 벗어보라고 말했다.
그는 당황했지만 입고 있던 미스릴 갑주를 벗었다. 손만 대면 자석처럼 착 모여들기에 아주 손쉬웠다. 판금 갑주가 종자의 도움을 받아 한 부위 한 부위씩 입어야 된다는 걸 감안하면, 가히 갑옷계의 혁명이라고 부를 법 했다. 존나 편하네.
“벨로크. 내 분명 너에게 말했을 터이다. 절대신. 위대한 의지와의 격전을 치르기 전. 너만의 힘을 쌓으라고. 능력치나 스킬의 도움을 받는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닌, 벨로크 하이네로서의 업적과 능력을 쌓으라고.”
“그랬지.”
그래서 화린에게서 동방의 비전을 배우고자 했고, 일부러 가진 힘을 억제한 채, 괴물과의 대련도 했었지.
노르드는 갑옷을 벗은 그의 맨몸. 셔츠 자락에 손을 댔다. 웃던 표정을 갈무리 한. 잔뜩 굳은 얼굴이었다. 그녀는 이윽고 셔츠를 쭈욱 집어당기며 아예 셔츠 자체를 찢어발겼다.
“이제 내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려주마. 너한테는 앞으로 진정 험난한 가시밭길이 기다리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