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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기사로 살아가기-143화 (14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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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비린내

빠져나갈 수 있다고? 네 사람의 시선이 집중됐다. 피에 절어있는 모습들이 굉장히 꺼림칙했지만 베릭트는 주눅 들지 않은 채 말했다.

“비린내 나는 괴물들이 이 섬을 습격했을 때. 나는 제일 먼저 도망쳤고 덕분에 그 끔찍한 사태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아, 비겁하다고 욕하셔도 좋습니다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죠. 그러니까··· 저는 많은 것을 봐 왔다는 겁니다. 녀석들이 기괴한 우상을 세우고 이를 숭배하는 것, 사람들을 죽이고 잡아먹은 것,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사람들을 섬 내에 있는 해저 동굴로 끌고 간 것.”

듣고있던 바트릭이 역정을 냈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 더러 놈들의 본거지로 쳐들어가라는 얘기인가? 살아있는지 확신도 못 하는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해, 수 백 혹은 수천 마리의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곳으로? 자네 미쳤나?”

베릭트는 어깨를 으쓱였다.

“저는 쉽다고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방법이 있다고만 말씀드렸죠.”

“집어치워! 어이! 친구들! 설마하니 지금 이 개소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 게다가 이 녀석 존나게 의심스럽다고! 어인과 내통하는 놈일수도 있어! 이상하잖아! 아무리 잘 숨어 있었다고 해도 지금까지 혼자 살아 있었다는게!”

누가 네 친구냐. 이 반토막아. 벨로크는 이 입담더러운 난쟁이의 머리통을 쥐어박을까 생각하다가 화린과 리쿠를 바라봤다. 고민이 많은 모양새였다.

그 때 베릭트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이윽고 그는 상처투성이가 된 제 팔을 들어올렸다.

“이곳까지 오시면서 어인들과 마주하셨으면 알 텐데요? 놈들은 인간들을 철저한 먹잇감이나 제물, 번식 도구로만 생각합니다. 내통이라니! 이 섬에서 녀석들이 그런 짓을 왜 한단 말입니까! 이곳은 이미 놈들이 쫙 깔렸는데요. 하하하··· 난, 난 그저 벌레처럼 꿈틀거렸기에 살아남았을 뿐입니다.”

그가 자조적으로 웃을 때. 화린이 턱을 쓰다듬었다. 그녀는 베릭트의 두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분명 의심스러운 동시에 위험한 일이에요. 하지만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기도 해요. 우리들은 배를 몰 수 있는 기술이 없으니까요. 게다가···”

말끝을 흐린 그녀가 주먹을 꾸욱 쥐었다.

“사람들이 잡혀있다면 구해야지요.”

그녀의 눈동자가 결의로 빛났다. 벨로크는 저 눈동자를 본 적이 있었다. 스스로의 마음속에 나름의 정의를 세워두고 이를 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가지는 눈빛이었다. 어젯밤부터 느낀 거긴 한데. 저 아가씨도 오래는 못 살겠군.

“음.”

화린의 뜻에 동의한다는 듯 리쿠 역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쟁이가 황당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이봐. 저 착해빠진 아가씨는 그렇다 쳐도 자네는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뭐가, 말인가?”

“거, 뭐시기. 자네 여동생이 배에 타고 있던 놈들한테 지독한 꼴을 당한 게 엊그제잖나? 녀석들만 아니었어도 그 아가씨는 탈출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아니면 애초에 휘말리지를 않았거나. 그러니까··· 이쯤 되면 같은 인간에 대한 혐오감이 생기지 않냐는 얘기지.”

난쟁이는 리쿠와 시선을 마주하지 못한 채 바닥을 툭툭 찼다. 자기가 말해 놓고도 못 할 말을 했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었다.

“이봐요! 바트릭씨! 당신 진짜!”

화린이 소리칠 때. 리쿠는 허리춤의 도끼를 만지작거렸다. 그는 그걸 뽑아 들어 난쟁이의 머리통을 찍는 대신 후 한숨을 내쉬었다.

“처음에는 그런 생각,했다. 만약 불잡힌 사람 중, 베릭우드, 사람 있으면 복수할 거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 아니다. 무고한 자들은 도와줘야 한다. 그렇게 배웠고, 그렇게 살았다.”

말은 어눌해도 그가 전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히 전달되었다. 게다가··· 그의 눈동자 한편에는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여동생이 실은 죽지 않고 놈들한테 붙잡혀있을 거라는 막연한 희망이었다. 시발. 그래, 나만 나쁜 놈이지. 중얼거린 바트릭이 미간을 와락 찌푸린 채, 벨로크를 바라봤다.

“형씨. 형씨도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저 수상쩍은 얼치기의 말을 믿고 사지로 찾아가겠다는 게야? 물론 형씨의 무력은 인정하네. 정말이지 내 살면서 자네 같은 전사는 처음 봤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자네가 무적은 아니잖나? 전장이나 전투란 게 으레 그래. 까딱 잘못하면 눈먼 칼에도 죽을 수가 있다고! 하물며 상대는 괴이한 짓거리를 일삼는 심연의 족속들이야!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이것도 싫어. 저것도 싫어. 벨로크는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대는 난쟁이를 내려다보았다. 복슬한 수염이 나 있는 그의 눈동자에는 두려움, 의심, 고뇌가 한가득 담겨있었다.

요근래에는 보지 못했던 타입의 인간. 자신이 가자면 가고, 끝없는 믿음을 보내주던 아델과 카라 이자벨과 여행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다. 하지만 벨로크는 짜증보다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난쟁이가 내비치는 반응이 아주 인간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래, 저게 정상적인 사람의 사고방식이지. 그리고 상식 외의 인간이자 전사인 벨로크는 이런 난쟁이의 의견에 동조해줄 수 없었다.

만약 베릭트라는 저 양반이 실은 어인의 내통자고 함정을 파둔 거라면? 함정 채로 부수면 그만 이었다. 그가 말했다.

“바트릭. 다시 한번 말하지. 두렵다면 따라오지 않아도 좋소. 강요할 생각은 없으니까.”

난쟁이가 중얼거렸다.

“이런 시발··· 이 좆같은 섬에 나 혼자만 남겨두고 간다는 게 강요가 아니라면 뭐란 말인가! 염병. 젠장할. 하나같이 미치광이들뿐이군!”

난쟁이는 근처에 있던 나무 밑동을 거세게 차면서 소리쳤다.

“알았어! 간다고! 가면 될 거 아니야! 내가 죽는다면 거기 너! 이 비겁한 도망자 새끼! 네놈을 일단 저주하고, 두 번째로는 당신들이야! 알겠어?!”

“따라오지 않아도 된다니까요···”

화린이 고개를 저을 때. 베릭트가 나섰다. 그는 바트릭에게 욕설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의견이 모이신 것 같군요. 그렇다면 놈들의 서식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그가 움직일 기세는 보이지 않고 그저 손가락만 움직이자 화린이 물었다.

“당신이 안내를 맡는 것 아니었나요?”

베릭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는 칼 한 번 휘둘러 본 적 없는 약골입니다. 가봤자 놈들의 배나 채워줄 뿐이죠. 이런 제 사정을 조금만 이해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위치만 알려준 채, 여기서 기다리겠다는 뜻이었다. 만약에 일행이 죽으면 또다시 숨어들어서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리겠지. 이해를 못 하는 건 아닌데···

“뭐, 그러시다면야···”

화린이 사내로부터 조금 얄미움을 느낄 때. 베릭트가 다시금 말했다.

“지금 이 산으로부터 북쪽으로 세 시간가량을 걸으면 암석 지대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주변에 삼지창 모양으로 솟아있는 또 다른 바위가 하나 있죠. 그곳에서 아래로 내려가면 거대한 동굴이 하나 있습니다. 그곳이 어인들의 서식처입니다.”

장비를 꾸린 네 사람이 곧바로 움직이려 하자. 베릭트가 그들을 불러세웠다.

“자, 잠깐만요. 바로 떠나실 생각이십니까?”

“그렇소만?”

벨로크가 쳐다보자 베릭트는 허허 웃었다.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강행군이 될 겁니다. 하다못해 몇 시간 정도는 휴식을 취하시고 떠나시는 게 어떻습니까? 작전도 세우고 배도 좀 채우시고 말입니다.”

그의 시선이 일행이 매고 있는 배낭으로 향하는 걸 본 벨로크는 피식 웃었다. 그래, 기껏 괴물들을 피해서 도망 온 건 좋은데. 식량은 못 챙겼나 보군. 벨로크가 말했다.

“배가 고프시오?”

정곡을 찔렸는지 베릭트의 얼굴이 붉어졌다.

“···네. 요 며칠째. 나무뿌리나 도토리로만 연명해서··· 그. 괜찮으시다면 혹시 먹을 걸 좀 주고 가주시면···”

“이보시오.”

“네?”

“너무 염치가 없다고 생각되지 않소?”

“···”

벨로크가 툭 내뱉자 칼 든 전사들 앞에서도 여유로움을 잃지 않던 그의 표정이 깨졌다. 벨로크는 여기에 쐐기를 박았다.

“당신이 해준 얘기는 분명 우리에게 도움이 되었소. 이에 맞춰 우리는 그 괴물 놈들을 토벌하러 갈 예정이니 서로 쌤쌤이라고 칩시다. 하지만 식량까지 바라는 건 조금 다른 문제요. 만약의 일이란 게 생길 수도 있는 법이니까.”

“그, 그렇다면 어찌하면···”

“앞장서서 길 안내를 해주시겠소? 그렇다면 지금 당장 식량을 내어드리지.”

베릭트의 얼굴은 이제 하얗게 질려있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으며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살만한 모양이지? 벨로크는 그 모습을 보면서 웃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시오. 일이 잘 풀린다면 살아나갈 수 있겠지.”

벨로크는 손을 흔들었고 베릭트는 멍하니 네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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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보면 자네도 좀 냉정한 구석이 있군. 적어도 빵 한 쪼가리쯤은 던져줄 줄 알았는데.”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도중 난쟁이가 말했다. 벨로크는 어깨를 으쓱였다.

“얄미워서 말이오. 하다못해 안내하는 시늉이라도 했었다면 식량을 좀 주고 돌려 보냈을 것이오. 하지만 저 자는 그것 조차 하지 않았지. 뭐, 그 덕분에 의심이 좀 풀리기는 했지만..."

“우하하하. 거 간만에 마음에 드는 말이로군. 역시 자네는 저 물러터진 아가씨보다는 백 배 나아.”

“거기서 왜 또 나를 물고 넘어지는 거예요?! 나도 저 사람은 싫었다구요. 행동만 정중했지 귀족처럼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 같았으니까요! 아! 그렇다고 벨로크 씨가 그런 귀족이라는 건 아니에요!”

거참...

또다시 땍땍거리기 시작하는 두 사람을 뒤로한 채, 벨로크가 한쪽 손을 들어 올렸다. 두 사람이 입을 다물었다. 앞을 보자 삼지창 모양을 한 암석이 보였다.

저 아래에 놈들의 서식처가 있다 이거지? 벨로크를 위시로 한 네 사람은 바위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길을 타고 넘어가려는데 눈에 뭔가가 띄었다. 암석에 글귀가 적혀있었다. 이건?

벨로크는 혹시나 싶어 글귀를 살폈다. 하지만 바위 자체가 풍화되어 글귀가 흐릿해진 것은 둘째치고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었다. 다가온 일행 또한 글귀를 보더니 말했다.

“음. 룬어인가?”

“룬어는 좀 더 지렁이처럼 꼬부라졌죠. 이건 룬어가 아니에요.”

“그럼 뭔데?”

“글쎄요?”

화린과 바트릭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 답은 엉뚱한 곳에서 나왔다.

“이거 고대어. 최초의 인간들 흔적이다.”

리쿠가 말하자 난쟁이가 눈을 크게 떴다.

“자네가 이 언어를 해석할 줄 안다고?”

“으엥?”

생긴 것과는 달리 박학다식한 야만인의 의외성에 화린 역시 경악했다.

“옳다. 우리 부족, 옛 문화. 잘 보존하고 있다. 나, 열심히 배웠다. 고대어. 위대한 전사, 기본소양이니까.”

리쿠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내려 글귀를 자세히 살폈다. 이윽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수 천개의 팔, 심연 속 빛나는 눈. 아득한 공포. 이 끔찍한 흉물, 여기 봉한다. 후손들 조심하라. 해신이 깨어나면 남는 것. 모래벌판뿐일지니.”

고작해야 특이하게 생긴 바위에 적혀있는 글귀일 뿐이었다. 어른들이 으레 아이들을 겁줄려고 써논 말 처럼 현실성이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현재 섬 안을 둘러싸고 있는 불길한 기운과 울부짖고 있는 괴물들이 더해지자 썩 어울리는 문구이기도 했다.

게다가 리쿠가 거짓을 말할 자도 아니었기에 세 사람은 그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해신? 잠깐만··· 그렇다면 저 물고기 인간들이 숭배하고 모신다는 존재가 신이라 이 말인가? 그리고 저 동굴 속에 그... 신이란 게 봉인되어 있고?”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했는지 난쟁이가 말했다. 얼굴이 잔뜩 굳은 채였다. 벨로크 역시 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고대인이 남긴 경고, 바다 괴물들이 숭배하는 신. 베로니카의 서재에서 봤던 글귀. 깊은 심연속에 잠들어 있는 자. 이 세 가지를 조합하자 답이 나왔다. 그가 중얼거렸다.

“고대신인가···”

어쩌면 시스템 창에 대한 정체를 이곳에서 풀 수도 있겠는데···? 검은 머리칼의 기사는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공포와 경외심을 느끼기 보다는 호기심을 드러냈다.

“뭐? 그냥 신도 아니고, 고, 고대신? 오래전 대륙을 지배했다던 존재들 말인가? 몸짓 한 번으로 땅을 무너트리고 하늘을 부순다는 그 괴물들?”

“인어에 거인에 신이라니. 이건 너무 갑작스럽게 커졌잖아요!”

“Deus···”

세 사람이 경악할 때. 벨로크는 구부리고 앉았던 자세를 바로 폈다. 이윽고 길을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가 동굴의 입구로 향하자 난쟁이가 얼른 따라붙었다.

“이, 이봐. 자네는 겁도 없나?! 신이라고 신! 잘못하면 신을 상대할 수도 있다는 말이야!”

너무도 태연한 그 걸음걸이에 난쟁이가 당황해서 물었다.

“다들 생각을 좀 해보시오.”

“응?”

난쟁이의 말을 뒤로한 채, 우선 바윗길을 내려간 벨로크는 동굴을 살폈다.

마치 네모난 고목들을 이리저리 붙여놓은 것 같은 암석 동굴의 입구는 범선 몇 개는 족히 들어갈 만한 크기를 자랑했다. 아래에는 세차게 파도가 치고 있었고 드문드문 보이는 얕게 고인 물에는 작은 송사리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그는 길옆에 난 암석 뒤에 숨은 채, 허리춤을 뒤적거렸다. 날카로운 단검 두 개가 손에 잡혔다. 그의 시선은 동굴 앞에 서 있는 두 마리의 물고기 인간을 향해있었다.

“그 고대신이란 존재가 깨어났다면 이 섬이 이렇게 평화로웠겠소? 그럴 리가. 녀석이 깨어났다면 이 섬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을 거요. 갇혀있던 동물이 철창과 그 사육사에게 분노를 느끼듯이 말이오. 게다가···”

지금도 평화롭지는 않은 것 같은데요... 중얼거린 화린을 뒤로한 채, 벨로크가 말을 이었다.

“물고기 인간들은 아직도 의식을 치르고 있다고 하지 않았소? 이는 필시 자신들의 신을 부활시키기 위한 의식이겠지. 그러니까 의식이 계속되고 있는 한 녀석들의 신은 여전히 봉인되어 있단 뜻이오.”

듣고 보니 그럴듯했다. 정신을 차린 화린이 입구의 보초들을 보며 속삭이듯 말했다.

“그렇다면 녀석들이 해신을 부활시키기 전. 놈들의 의식을 저지해야겠군요.”

"옳다. 악신 부활. 많은 사람 죽을거다. 막아야 한다."

“시, 시발. 어이, 이것 봐. 난 그저 고대 난쟁이 유물을 찾고 싶었을 뿐이라고. 그런데 갑자기 대륙의 명운이 걸린 일을 내 어깨에 짊어놓으면 어떡하란 거야···”

“바트릭. 다시 한번 말하겠소.”

벨로크가 손에 들린 단검을 들어 올렸다. 난쟁이는 체념한 듯 중얼거렸다.

“쫄았으면 빠지라고?”

벨로크는 두 자루의 단검을 휙 던졌다. 입구의 보초 두 마리의 미간에 구멍이 퍽퍽 뚫렸다. 붉은 갑옷을 입은 전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굴 입구로 향했다.

“그렇소. 난 언제나 강요하지 않았소.”

그의 뒤를 따라 묶음 머리의 격투가, 야만인이 묵묵히 뒤를 따랐다.

“이런 시부럴··· 내 팔자가 언제 이렇게···”

투덜거린 난쟁이는 뒤뚱뒤뚱 세 사람의 뒤를 따랐다. 설마하니 정말로 고대신 이라는 존재와 마주하지는 않을 것이다. 봉인이 풀리기 전에 이 모든 일이 해결될 것이다. 난쟁이는 속으로 굳건히 믿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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