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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기사로 살아가기-137화 (137/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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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성기사, 마녀, 악마

탑 내부는 단조로웠다. 의례, 규모가 큰 길드마다 하나씩은 있는 접수대도 없었고 그저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있는 상아 색깔의 벽면이 다였다.

물론, 몇 개 나있는 창문에서 햇살이 조금 들어왔고, 나선형의 계단이 드높게 나 있기는 했다. 허나 그 뿐이었다. 어디에도 방은 안 보였다.

조금 이상하기는 했지만 어찌됐든 카라에게는 익숙한 공간이었다. 허나 그녀는 집에 돌아왔다느니 이제 좀 쉴 수 있겠다느니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그냥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아델 역시 마찬가지였다. 눈동자만 힐끔 움직여 주변을 살필 뿐. 그녀의 입술은 일자를 그렸다.

그들을 맞이하고 있는 로브 쓴 자 또한 이 불편한 기색을 눈치챈 게 틀림없었다. 그가 애써 웃어 보이며 말했다.

“카라. 오랜만에 돌아와 놓고서는 이게 무슨 죽상이야? 갔던 일이 잘 안 풀렸나 봐? 그럴 때에 좋은 게 있지. 내가 이번에 새롭게 만들어낸 발명품인데. 먹으면 지렁이 맛이 나는 사탕을···”

“오랜만이야 포터. 그리고 정말 미안한데. 바로 마탑주를 만나러 가도 될까? 한시가 급해서 그래.”

“어···음. 못 본 사이에 좀 차가워졌구나? 차가워, 차갑다고··· 무섭잖아!”

포터라 불린 안경 쓴 청년은 멋쩍게 미소짓다가 갑자기 와락 소리 질렀다.

“이런 미친놈이!”

얼굴에 침이 튀자 분노한 아델이 앞으로 나서려 했다. 허나 카라가 그걸 막았다. 그녀는 익숙하다는 듯 포터를 향해 다시금 말했다.

“포터. 내가 대형 사고를 하나 치고 오는 길이거든? 당장 마탑주께 안내하지 않으면 쥐꼬리만 한 네 연구자금마저 사라져 버릴 수도 있어. 어쩌면 네 목숨마저도. 자. 어떻게 할래?”

“뭐? 뭐? 내 돈을 뺏어간다고? 모, 목숨도? 야 이, 미친년아. 내가 그걸로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나, 나는 또 다른 사탕을 만들어야 해. 지렁이맛 다음에는 썩은 달걀 맛을 연구 중이란 말이야. 게다가 내가 죽으면, 내 귀여운 토드는 누가 돌봐준단 말이야?!”

포터는 제 손톱을 딱딱 깨물다가 어깨 위에 앉아있는 두꺼비를 쓰다듬었다. 직후 그는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다가 두 사람에게 손짓했다.

이걸 가야 해? 말아야 해? 사내를 미친놈처럼 쳐다보던 아델이 꾸물거릴 때. 피곤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린 카라가 아델의 손을 잡고 그의 뒤를 따랐다. 카라가 말했다.

“저놈은 원래 저런 놈이니까 신경꺼. 그보다 아델. 많이 경험해봤지? 놀라지 마.”

그녀의 말이 끝나는 즉시. 포터가 손가락을 튕겼다. 세 사람의 몸이 두둥실 떠올랐다. 부유 마법이었다. 카라 덕분에 아델 역시 이를 몇 번 경험했기에 알 수 있었다.

세 사람은 계속해서 솟구쳐 올라갔다. 이대로 가다가는 마탑의 꼭대기. 천장에 부딪힐 것 같았다. 허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벽에 몸이 닿는 순간. 상아색 벽이 사라지고 그들은 지면에 발을 디디고 서 있었다.

“시발··· 이건 또 뭐야.”

마치 막을 뚫는 듯한 느낌에 아델이 제 팔을 쓰다듬었다. 건틀릿을 벗자 손등에 닭살이 돋아있었다. 마법이라는 이 기괴한 힘은 언제 겪어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카라는 아델의 어깨를 툭 치며 다시금 걷고 있는 포터의 뒤를 따랐다. 거대한 홀 너머 폭이 좁은 복도 쪽이었다. 걸어가는 와중 카라가 말했다.

“우리가 방금 지나온 건 환상의 벽 이란 거야. 만약 허가받지 않은 침입자가 탑 내로 들어온다면 제대로 된 길을 찾는 것도 힘들뿐더러. 여기 놓여 있는 흉기들이 아래로 폭풍처럼 쏟아지지.”

아델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대한 발리스타나 기이한 빛을 뿜어내고 있는 수정들이 바닥 곳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방향은 중앙에 뚫려있는 거대한 홈 너머로 향하고 있었다. 마탑의 입구가 있는 곳이었다.

이 정도면 거의 요새 수준인데. 그녀가 중얼거렸다.

“무시무시하군.”

“뭐, 두꺼비 독을 먹고 뇌가 녹아버린 내 동기만 하겠어?”

카라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안내를 맡고 있는 포터를 가리켰다. 그는 시종일관 두꺼비를 쓰다듬거나 제 머리를 벅벅 긁으며 혼잣말을 하고 있었다. 진짜 미친 것 같았다.

어찌됐든 일행은 걸었다. 과연 이곳이 마탑의 인원들이 실질적으로 상주하는 곳인지 복도에서 로브 쓴 자들을 몇 지나쳤다. 몇 몇은 카라에게 인사하고 몇 몇은 적대적인 시선을 보내왔다.

제대로 가는 것 맞아? 아델이 걱정할 때. 앞서가던 포터가 걸음을 멈췄다. 통로마다 수없이 나 있는 나무문 중에 하나였다.

“마스터 아틸리오. 누가 왔는지 좀 보십시오. 우리의 아름다운 카라. 마탑의 유망주. 기대를 배신하고 도망친 쌍년이 돌아왔습니다! 얼굴은 더 이뻐진 것 같아요!”

혼자서 킬킬거린 포터가 노크 후 문을 열었다. 그러자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고깔모자를 쓰고 마찬가지로 비슷한 문양의 로브를 입은 노인 하나가 그들을 맞이했다.

“카라. 이 괘씸한 녀석아. 어떻게 돌아오자마자 그딴 사고를 칠 수 있느냐? 그리고 그 악마랑 이 성기사는 이번에 새로 사귄 친구들이냐? 내 누누이 말하지 않았느냐. 친구는 골라 사귀라고.”

“마스터 아틸리오. 수정구로 남들을 엿보는 취미는 여전하시네요. 그리고··· 제가 누굴 사귀든 이 정신 나간 포터보다는 나을 거에요.”

“정신? 내가 미쳤다고? 키킥. 그래, 맞아. 나. 미쳤다. 너한테 미쳤다. 하하하.”

아틸리오는 낄낄거리고 있는 포터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그가 손짓 한 번 했을 뿐인데. 포터는 어느 순간 방 안에서 사라져 있었다. 마탑주라고 불리더니 정말 대단한 힘을 가진 노인인 것 같았다. 아니면 이것도 뭔가 수작질을 해두었거나. 카라는 후 한숨을 내쉬다가 그를 향해 말했다.

“아틸리오. 주변을 둘러보셨다면 저희가 무슨 일에 휘말리신 줄도 알겠죠? 그리고 시간이 없다는 것도요.”

“그래, 이 쌍년아. 느닷없이 영주가 되겠다며 마탑을 뛰쳐나갈 때는 언제고 이제는 루텐베르크의 미치광이들도 잡아 죽였지. 그런 주제에 또 이곳까지 기어들어 와? 이런 씹어먹을 년.”

미간을 구긴 노인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딱딱거렸다. 그가 말을 이었다.

“카라. 내가 아무리 널 아끼고 너의 재능을 존중한다고 해도 보살핌에는 정도가 있는 법이다. 나는 신성 왕국의 병사들이 찾아와 너를 내놓으라 겁박한다면 마땅히 그리 할 것이다. 제자 하나와 탑의 존망을 저울질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러니까 나의 사랑스러운 제자야. 더러운 꼴 보기 전에 어서 여기까지 온 용건을 말하도록 해라.”

이제 보니 아까 전 안경 쓴 마법사의 말투는 저 노인네를 닮은 것 같았다. 거, 입 한 번··· 아델은 미간을 찌푸리려다가 곧 그들이 부탁을 해야 하는 입장이란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표정을 관리했다. 카라 역시 그의 거친 말투에도 무던한 표정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로자리스의 서가 필요해요. 그리고 질문 하나만 할게요.”

“질문은 둘째 치고··· 그 귀한 걸 냅다 달라고 하는군. 넌 염치도 없냐?”

그가 힐끔거렸음에도 불구하고 카라는 당당했다.

“어차피 창고 구석에서 몇 장 썩어가고 있는거 내가 모를 줄 알아요? 게다가 당신 정도의 실력이면 필요도 없는 물건이잖아요. 그냥 좀 내어줘요!"

아틸리오는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주름진 눈동자가 마치 상인의 그것처럼 빛났다.

"안 되지. 안 돼. 자고로 물품의 가치라는 것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따라서 달리 매겨지는 법이고, 너는 지금 무척이나 절박해 보이는구나. 나는 탑을 이끄는 자로서의 본분을 다해야겠다. 옛 제자와의 정을 되새기기 보다는 좀 더 건실한 곳에 나의 재산을 사용하겠다는 얘기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그냥은 못 내어준다는 얘기였다. 아틸리오의 냉정한 말에 카라는 후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잠깐 제 허리춤의 마도서를 매만졌다가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눈을 빛내며 말했다.

"맞아! 거래! 거래를 하죠. 10년 전에 나와 했었던 약조. 기억나요? 내가 원할 때 도움을 한 번 주기로 했었잖아요. 그 소원권 지금 여기에 쓰죠!"

아틸리오가 와락 인상을 찌푸렸다. 그걸 아직까지 기억한다고? 누가 마법사 아니랄까봐 기억력도 좋군. 혼자서 중얼거린 그가 애써 얼굴을 펴보이며 말했다.

"음... 그래. 맹세는 신성한 것이지. 나를 억압하고 있는 그 굴레를 벗길 수 있다면야... 괜찮은 거래로군. 알았다."

말과는 달리 노인은 내키지 않는 듯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구석에 있는 상자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툭 던져주었다. 일시적으로 주문력을 증폭시켜준다는 마도구로 보였다. 카라는 그것을 잽싸게 주워들더니 얼른 품에 넣었다. 그리고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물었다.

“마스터 아틸리오. 이제 질문이에요. 당신 말마따나 이건 거래니까. 바른대로 답해야 할 거예요. 알겠어요?”

“그래, 물어봐라.”

“본래 인간이었으나 악마의 마력에 의해 타락해버린 존재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이 세상에 존재하나요?”

“그 요정년을 말하는 게로군. 그렇게 소중하냐? 그거 완전 괴물이던데.”

“답이나 해요!”

아틸리오는 수염을 쓰다듬었다.

“세상에는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한낱 필멸자가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이 세상을 아우르는 거대한 섭리 그 자체를 완전히 뒤바꿀 수는 없다는 말이지. 쉽게 말해주랴? 물에 오렌지즙을 짜내고 설탕을 좀 넣으면 오렌지 주스가 되지. 하지만 완성되어버린 오렌지 주스는 아무리 끓이고 걸러내 봐도 본래의 형태로는 돌아가지 않아.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아틸리오가 킬킬거렸다. 아델의 얼굴이 돌처럼 굳었다. 카라 역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마탑주를 향해 뭐라 말을 하려다가 홱 몸을 돌렸다.

“볼일은 끝났어. 어서 나가자.”

“···그러지.”

“카라! 신성 왕국의 군대가 이곳을 찾아온다면 나는 네 위치를 일러다 바칠 게다. 그러니까 부리나케 뛰어야 할게야. 하하하하.”

노인네의 광소를 뒤로한 채, 두 사람은 마탑을 빠져나왔다. 아델이 상아색 첨탑을 힐끔 살피고는 말했다.

“조금 이상해 보이기는 했지만 대단한 힘을 가진 마도사로 보였다. 헌대 그자의 소원권을 이렇게 사용해도 되는 거냐?"

걱정스런 아델의 말에 카라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는 마탑의 시선이 닿지 않는 장소까지 걸음을 옮기고는 허리춤의 마도서. 갈드라보크를 치며 말했다.

"나한테는 저 노인네보다 훨씬 더 위대한 마도사가 남긴 유산이 있어. 이 책의 도움이랑 제대로 된 연구시설, 그리고 충분한 시간만 있다면 난 금방이고 저 노인네의 경지를 넘어설 수 있다는 얘기지. 거기다가..."

카라가 웃으며 말했다.

"내 소원권의 희생은 벨로크로부터 받아내면 돼. 마탑의 지배자보다 대악마를 사냥한 위대한 전사의 소원권이 아마 더 값질거야. 나는 그렇게 계산했고 행동에 나섰을 뿐이야. 그러니 괜히 네가 죄책감 같은 거 가질 필요 없어. 아델. 너한테 어울리지도 않고."

아델은 어째선지 아까 전 노인네로부터 받았던 느낌을 카라에게서 그대로 받았다. 역시 그 스승에 그 제자라는 건가? 그녀가 생각할 때. 카라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품을 뒤지고 있었다.

"아틸리오가 한 말 역시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아무리 오래 살고 주문을 많이 알고 있는 자라고 해도 세상 모든 일을 다 알 수는 없는 법이니까. 오렌지 주스를 분해할 수 없다고? 내가 해보이지. 반드시 이자벨을 원래대로 되돌려놓겠어. 그게 안 된다면 적어도 그녀가 제정신을 차릴 수 있게, 자신을 제어할 수 있게끔 도와주겠어."

카라는 품에서 룬어가 새겨진 얇은 양피지 한 장을 꺼내들었다.

“어서 빨리 벨로크를 찾고 이자벨도 찾아보자. 가만 보면 손이 참 많이 가는 애들이라니깐?”

다시금 웃은 카라가 주문서를 찢었다. 시퍼런 빛이 그녀의 몸에 스며들었다. 이윽고 지팡이를 들어올린 카라가 눈을 감으며 추적마법을 발동시켰다.

두 눈이 어둠에 잠겨있던 것도 잠시. 곧 그녀의 눈동자에 온갖 색체가 가득 찼다. 빨주노초파남보. 무지개였다, 곧 그 색채들이 이리저리 섞이며 하나의 세상을 만들어냈다.

마치 하늘 아래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는 듯 카라의 시선이 온 대륙을 샅샅이 살폈다. 강화된 주문력 덕분에 머리는 좀 아팠지만 더 광범위하게 더 빠르게 살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곧 자신의 목표를 찾아낼 수 있었다.

높게 솟아있는 등대와 출항하는 배들. 울고 있는 푸른 머리칼의 여인과 갈색 머리의 기사. 마지막으로··· 갑판 위에 드러누워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무심한 표정의 전사.

“찾았어!”

“무사하신가? 어디냐?! 어디?!”

“무사해보여! 위치는... 배가 많고 등대가 있는 걸로 봐서 항구도시야. 로벤? 이라고 적혀있는 것 같은데? 잠깐! 그런데 벨로크가 배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데?”

“로벤이라고?!”

“왜? 아는 곳이야?”

경악하는 아델을 보며 카라가 물었다. 아델은 제 얼굴을 쓰다듬으며 후 한숨을 쉬었다. 처음부터 완전히 방향을 잘못짚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곧 고개를 저으며 눈동자를 굳혔다.

후회해바야 이미 늦었다. 게다가 지금은 벨로크를 찾아낸 것이 중요했다. 파티의 구심점이 돌아온 이상. 이 어긋난 관계 역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언제나 주변에 산재해 있던 문제들을 손쉽게 해결했었으니까. 아델이 다짐하듯 말했다.

“지금 가겠습니다.”

아델과 카라는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두 사람은 달라붙던 신성 왕국의 추격자들을 물리치고, 굶주린 도적들과 악귀. 탈영병들 역시 상대했다.

실로 험난한 여정이었다. 허나 헬레나의 성기사와 붉은 머리의 마녀는 끝내 아드리아 왕국의 남쪽. 항구도시 로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다스리고 있던 지배자. 피에 굶주린 여백작이라고 불리우던 푸른 머리칼의 여인을 마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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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와 성기사 마녀와 요정이 고군분투하던 그 시각.

배 위에 있던 벨로크는 갑판에 턱 하니 누운 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생각도 할겸. 지금의 상황을 정리해보기 위함이다. 그 순간. 그의 얼굴에 음영이 졌다. 그가 눈을 굴렸다. 얼굴에 문신이 나 있고 머리는 빡빡민 근육질의 사내가 그럴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벨로크는 사내의 이름이 무엇인지 그가 무슨 내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몰랐다. 허나 사내의 출신성분은 알 수가 있었다. 그의 외양이 너무나도 특이했기 때문이다.

사시사철 눈보라가 몰아치는 매서운 한파의 땅.

그곳의 원주민이자 날 때부터 전사로 길러진다는 거친 무법자들.

속된 말로 북부 야만인이라 불리우는 하이랜드인 이었다.

뭘 봐? 그가 사내를 노려보자 야만인이 제 팔을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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