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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기사로 살아가기-130화 (1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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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내의 일이 해결되었다고 해서 모든 사태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아직도 왕국은 전란으로 인해 혼란스러웠으며 바깥에서는 베이츠와 칸티오가 시시각각 로벤을 노리고 있었다.

벨로크는 요 몇 주간 베로니카를 도와 영지를 안정화 시키는 것에 주력했다. 데비안과 그녀의 검술을 좀 봐주고 새로 모집한 병사들을 훈련시켰다. 두 영지가 공격해온다면 성벽으로 올라가 싸우기도 했다.

한 번 휘둘러 한 놈을 베어내는 그의 무위 덕분인지. 아니면 높고 견고한 로벤의 성벽 덕분인지. 두 영지는 산발적인 공격만 조금 하다가 물러날 뿐이었다.

무언가 다른 수를 써내기 위해 일단 후퇴한 것 같았다. 저번처럼 병사들을 도적으로 위장 시켜 육로로 오가는 물자들을 끊을 작정인가? 벨로크는 잠깐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가 신이 아닌 이상, 상대의 생각까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그렇게 베로니카를 계속해서 도왔다. 거창한 이유는 없었다. 자신에게 산재되어 있는 문제들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내면에 있는 정체불명의 신. 상태창에 대한 저항법 이라든지, 혹여 흩어진 동료들이 이곳으로 찾아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 등이었다. 하지만 베로니카는 자신의 꾸물거림을 조금 다르게 생각한 것 같았다.

“벨로크. 이것도 조금 먹어보거라. 아주 맛이 좋다. 자, 아.”

싱글싱글 웃은 베로니카가 포크에 찍힌 고깃덩이를 내밀었다. 벨로크는 눈 밑 점이 매력적인 그녀의 얼굴을 한 번, 새로 들여온 요리사가 심혈을 기울여 구워낸 스테이크를 한 번 보고는 입을 벌렸다. 항구도시의 특성상 향신료가 팍팍 쳐진 고깃덩이의 맛은 썩 훌륭했다.

겉은 바삭하게 구워내고 속은 육즙이 가득한 것이 적어도 인스턴트 햄보다는 그의 입을 호강 시켜 주었다. 그 후로도 생선을 저며서 튀겨낸 것. 오징어와 조개를 넣은 스튜, 새우와 라임을 넣고 무쳐낸 샐러드까지.

한 지방의 영주인 베로니카는 마치 시중을 들듯 벨로크의 옆에 떡하니 앉아 그의 식사를 도왔다. 하녀와 하인이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는 그것을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아리따운 미녀의 보살핌을 받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었다. 그간 아델의 행동으로 인해 이미 익숙해져 있기도 했었다.

눌러앉고 싶어지는군. 위장에 기름이 끼겠어. 한참이나 음식을 먹던 벨로크는 제 배를 두드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쯤 먹었으면 충분한 것 같소.”

“에?”

베로니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는 막 포크에 파스타를 돌돌 말아 그의 입으로 가져다 대고 있었다.

“더 먹지 않고? 모름지기 사내에게 중요한 것은 체력이 아니더냐.”

그건 여자도 마찬가지 아니야? 벨로크는 고개를 뒤로 빼면서 말했다.

“날 배 터지게 해서 죽일 셈이오? 이건 또 신박한 암살법인데.”

“아, 아니다! 내가 그럴 리가 없지 않느냐! 그냥 난 네가 잘 먹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베로니카는 조금 풀이 죽은 얼굴로 파스타 면을 제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벨로크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누가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보고 피에 굶주린 여백작이라 칭하겠는가?

피에 굶주린 여백작.

사형식이 일어난 후. 그녀에게 붙은 별명이었다. 그녀에게 앙심을 품은 교단의 생존자들이 퍼트린 소문인지, 혹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을 처형했기에 저절로 붙은 별칭인지는 아무도 몰랐다. 다만 데비안을 위시로 새롭게 자리를 채운 로벤의 가신들은 그녀의 별명을 썩 만족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지금 같은 전란의 시대에서 상대에게 공포감 혹은 꺼림칙함을 줄 수 있는 호칭은 또 다른 무기라 불리기에 충분했으니까. 물론, 이는 그녀의 사정을 아는 자들의 생각일 뿐이었다.

베로니카는 실제로 데비안이나 벨로크가 아니면 지배자로서의 면목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냉정하면서도 거만하게 또한 가차 없이 아랫사람들을 다루는 것이다.

두 사람이 웃으면서 떠들고 있어도 돌처럼 굳어있는 시종인들의 얼굴이 이를 증명했다. 베로니카는 식사를 하면서도 한참을 조잘대다가 꿀을 탄 포도주를 한 모금 마신 후 물었다.

“벨로크. 오늘은 무얼 할 셈이냐? 데비안에게 듣기로 병사들을 훈련시키는 것도 빼달라고 했다던데.”

“음. 그것과 관련해서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었소.”

“네가? 나한테 말이더냐?”

베로니카는 놀랍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가 이윽고 호선을 그리며 눈동자를 접었다. 벨로크의 말이 기쁜 모양이었다. 그녀는 손짓으로 시종들을 물러가게 한 후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부탁이라니 당치도 않다. 나의 모든 것은 이제 네 것이 아니더냐. 말만 하거라.”

낯간지러운 말을 잘도 하는군. 가신들이 들으면 기겁하겠는데? 아까 마셨던 포도주 덕분일까. 그녀의 입에서는 단내가 났다. 게다가 쭉 뻗어내린 푸른 머리칼 역시 상체를 간질였다.

벨로크는 푸른 바다처럼 반짝이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그 안에는 참을 수 없는 열기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러자 그녀 또한 뚫어져라 그를 주시했다. 그녀의 심장 고동 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입술 역시 점점 가까워져 오고 있었다. 이건 좀 위험하군.

“아···”

베로니카가 턱을 들어 올리기 전에 벨로크는 그녀의 얼굴을 조심히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알기로는 당신의 서재에 옛 고서들이 있다고 들었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들을 좀 살펴보고 싶어서 말이오.”

지금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그가 찾아낸 해답은 단순했다. 일단 정보의 수집이었다.

자신의 내면 속에 있는 신 비스무리한 것은 강대한 힘을 가진 존재다. 이 세계의 주신인 헬레나조차 한 수 접어줄 정도로 격이 높은 존재처럼 보였다. 그렇다면 필시 놈에 대한 정보들이 세상에는 남겨져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이 지나 그 사실이 와전되거나 왜곡되었다고 해도 말이다. 그래서 벨로크는 데비안의 훈련을 봐줄 때나 그와 함께 순찰을 돌 때. 그것들에 대해서 물어봤었다. 그리고 꽤나 괜찮은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

-음. 대단한 힘을 가진··· 신. 혹은 그에 준하는 존재 말이죠? 대악마는 아니고, 헬레나와 셀레네, 샤트라같은 주신들도 아니고··· 거기다가 위대한 의지? 라고 불린다고요? 그렇다면 지금은 잊혀진 고대신이 아닐까요?

-고대신?

들어본 말이었다. 동료들이 자신이 가진 힘에 대해서 의문을 품을 때. 변명 삼아 제힘의 근원은 고대신 이라고 툭 던졌던 말이었으니까. 허나 놈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한 말은 아니었다. 막연하게 그러한 놈들이 존재한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시발. 진짜 그놈들인가?

-네. 경. 저도 아가씨의 서재에 있던 책을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인데. 아주 오래전. 이 땅에는 강대한 생명체들이 몇 존재 했었다고 하더군요. 그 힘이 어찌나 강력했는지.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지진과 해일을 불러일으키고 하늘을 무너트릴 정도였다고 합니다.

-무시무시한 놈들이군.

-이 땅의 패권을 두고 대악마와 천상신들간에 전쟁이 벌어지기도 전. 난쟁이나 요정, 인간 같은 지적 생명체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세상을 지배했었던 존재들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죠.

-지금은 그렇게 알려져 있지 않는 거로 봐서 쇠락하거나 잊혀진 것 같은데.

-저도 책을 자세히 살펴본 것이 아니라서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네요. 관심이 있으시다면 아가씨에게 아니, 영주님에게 한 번 물어보시는 게 어떨까요?

벨로크의 부탁에 베로니카는 기다란 속눈썹을 끔뻑 감았다 떴다. 이윽고 아쉽다는 듯이 고개를 슬쩍 내리며 말했다.

“교양을 쌓고 싶은 모양이로구나? 물론 가능하다. 우리 가문의 서재에는 재미난 책들이 많지. 바다 사나이들의 도시답게 선조들 대부분이 이야깃거리들을 좋아하셨거든. 데비안 그놈은 조금 보다가 잠들기는 했지만···”

그녀는 제 머리칼을 묶어 올리고는 흐트러진 드레스의 매무새를 가다듬었다. 프릴이 이리저리 달려있고 쇄골을 노출시키고 있는 꽤나 파격적인 양식이었다. 이윽고 베로니카는 구두 굽을 또각거리며 앞장섰다.

“나를 따라오거라.”

벨로크는 그녀의 뒤를 따라 복도를 걸으며 말했다.

“업무 때문에 바쁘지 않소? 이런 것은 하녀를 시켜도 될 텐데.”

그녀는 새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나중에 해도 된다. 아니면 데비안을 시키면 되는 일이야. 나도 오랜만에 서재를 구경하고 싶구나.”

데비안 그놈은 근무를 마치자마자 밤새 서류 작업을 해야 되겠군. 벨로크는 불쌍한 청년 기사를 도와줘야 하나 잠깐 고민했지만, 그 역시 서류는 싫었다. 그래서 그냥 속으로 애도만 해주었다. 미안하다. 그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또각거리는 구두 굽 소리가 멈췄다.

베로니카는 품에서 꺼낸 열쇠를 이용해 문을 열었다. 그러자 수많은 책들과 그것들이 꽂혀있는 책장들. 오래된 도서 특유의 종이 냄새가 가득한 공간이 그들을 반겼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둥둥 떠다니는 먼지들을 여과 없이 비추었다.

꽤나 신비롭게 보일 수도 광경이었다. 하지만 벨로크가 보기에 저건 괸리가 안 되었기에 나오는 부산물들일 뿐이었다. 아마 베로니카가 외부인의 출입을 꺼려했기에 청소조차 맡기지 않았던 탓이겠지. 뭐 보물이라도 숨겨뒀나? 아니, 오래된 역사를 가진 책들은 그 하나로도 충분한 값어치를 지닌 물건들이니. 그럴 만도 했다.

“콜록. 콜록. 여기도 간만이구나. 요 몇 달간 정신이 없어 오지 못하였는데.”

손을 휘휘 젓던 그녀는 먼지 때문에 기침을 하면서도 아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과거의 추억들을 되새기는 듯했다. 이걸 언제 다 뒤져보지? 벨로크가 생각할 때. 다시금 발걸음을 옮긴 베로니카가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짠내음이 가득 섞인 바람이 휘몰아치며 방안을 환기시켰다. 일단 하나씩 읽어볼까?

벨로크가 책장의 앞에 다가가서 책들을 살폈다. [요정 검사 시나스의 일대기] [바다의 악몽] [고대 난쟁이의 기상천외한 발명품] 등. 꽤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들이 많았다. 그는 우선 ‘바다의 악몽’이라 적힌 책을 한 권 뽑아 들어서 살폈다. 꽤나 오래된 책인지 색이 바래 누런빛을 띠고 있는 종이 위에 잉크로 적은 글씨가 흐릿하게 나 있었다.

-인간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형태의 장신구들, 물속에 잠겨있던 해저의 사원들.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광란의 의식들까지. 물비린내? 생선 비린내? 나는 내가 본 광경들은 아마 평생이 가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곳에 사는 그 기괴한 생물체들 역시. 게다가··· 더 충격적인 것은 놈들에게 붙잡혀 바닷속으로 끌려갔던 제임스의 생사였다. 그는 살아 있었다. 허나 더 이상 나의 친우라 부를 수는 없는 자였다. 유리알처럼 번뜩이는 눈동자와 몸에 돋아난 비늘들. 숨 쉴 때마다 끄르륵거리던 아가미까지. 그는··· 아니, 녀석은 수면 위에 둥둥 떠다니며 내 이름을 부르짖었었다. 그건 더 이상 인간의 음성이 아니었다. 그냥 흉물의 울부짖음일 뿐이었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나는 아직도 그때의 끔찍했던 광경을 되새기고는 한다.

벨로크는 책을 덮었다. 소설책인가? 아니면 바닷사람의 일기장 같은 것일까? 그때. 마찬가지로 책장을 살펴보던 베로니카가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이윽고 그가 들고 있던 책을 힐끔 살피고는 말했다.

“꽤나 재밌는 책을 골랐구나. 벨로크.”

“내용이 조금 기괴한데.”

“우리 가문의 선조 중 한 사람이 남긴 회고록이다. 뭐, 사실상 소설이라고 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워낙 황당한 내용들이 가득 차 있거든. 바다 사나이들의 허풍이야 알아주지 않느냐?”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다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그 책의 저자인 내 선조께서는 방랑벽이 있으셨는지 꽤나 많은 곳을 돌아다니시며 책을 집필하셨다고 들었다. 표지로 봐서 그건 초승달 섬에 관한 내용이구나.”

“초승달 섬?”

“나스 밀림과 로벤 사이에 있는 작은 섬이다. 요정왕국으로 향하는 무역선들이 배의 정비를 위해 이따금 들리고는 하는 작은 항구가 있는 섬이지. 그곳을 다스리는 영주가 이 책을 본다면 자신의 가문을 모욕했다며 결투를 신청할지도 모르겠구나.”

베로니카는 후후 웃었다. 벨로크는 그 후로도 여러 가지 책들을 살폈다. 방대한 서적의 양만큼이나 그 내용들도 천차만별이었다. 흥미로운 것도 많았고 도움이 되는 것도 많았다. 허나 그가 찾던 고대신이나 위대한 의지에 대한 단서는 안 보였다. 이대로 살핀다면 몇 주는 더 걸릴 것 같았다.

물어볼까? 그가 베로니카를 쳐다볼 때. 그녀 또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이제 보니 아까부터 계속 바라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녀는 시선을 슬쩍 돌리며 딴청을 피우다가 물었다.

“그냥 교양을 쌓고 싶어서 온 것이 아닌 것 같은데··· 혹시 찾고 싶은 책이라도 있느냐?”

“고대신 혹은 위대한 의지라는 것에 관하여 적혀있는 책들이 있소? ”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쇠락한, 이제는 낡아빠진 존재들 말이구나. 위대한 의지? 그건··· 잘 모르겠다만, 일단 고대신에 관해 적힌 책들부터 가져다주마. 비록 사람들의 입으로 전해지던 내용을 글로 옮겨놓은 것이 대부분이지만 말이야. 잠깐만 기다리거라.”

그녀는 서재에 존재하고 있는 책들을 다 꿰고 있기라도 한 것인지. 어딘가로 분주하게 움직이며 서적들을 가지고 왔다. 벨로크는 그 책들을 살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만이 가득 적혀 있는 책들이 있는 반면. 사람들의 상상력으로 그려낸듯한 삽화들과 함께 각주 같은 것을 달아놓은 도감 같은 책도 있었다.

깊은 심연 속에 잠들어 있는 자. 천공성의 지배자. 몸 하나로 세계를 지탱하고 있는자. 듣기만 해도 뭔가 있어보이는 듯한 괴물들이 책 속에는 즐비했다. 음. 이게 맞는건가? 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 베로니카가 말했다.

“네가 어째서 고대신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이 책들은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확실히 허무맹랑한 내용들 뿐이군. 그리고 책마다 적혀있는 내용들도 제각각 틀리고, 말이오.”

베로니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일부 진실도 섞여 있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거짓일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고대신들이 이 땅에서 사라진 지 너무나도 아득한 세월이 흘렀지 않느냐? 유한한 생명체인 우리들로서는 진실에 다가서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벨로크는 살피고 있던 책을 내려놓으며 후 한숨을 쉬었다. 결국 또 원점이었다. 어디 저명한 고고학자라도 찾아가 봐야 하나? 이 전쟁통에?

그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자 옆에 있던 베로니카 역시 침울한 기색이었다. 자신이 별 도움이 못 되었다 생각해서였다. 그녀는 제 손을 매만지며 벨로크의 눈치를 힐끔 살피다가 이내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손뼉을 짝 쳤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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