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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기사로 살아가기-107화 (107/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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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

오늘따라 아델의 고양이 같은 눈매가 더 사나워 보였다. 진한 이목구비를 가진 카라 역시 잔뜩 표정을 굳히고 있으니 무슨 마녀처럼 보였다. 벨로크는 슬쩍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의 눈을 피하기 위한 것도 있었지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보기 위험이다.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얌전히 앉아있는 괴조 두 마리가 보였다. 자신이 두고 온 짐가방도. 아. 걱정돼서 따라왔구나. 그것도 모르고 나는 동굴에서··· 화날만하군.

“그러니까 이게요···”

벨로크를 힐큼 쳐다본 이자벨이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벨로크 역시 흥분한 아델이 도끼를 휘두를까 염려해 몇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설명하겠다. 어떻게 된 거냐면···”

두 사람이 막 변명을 내뱉으려던 순간. 아델의 치켜떠진 눈매가 바뀌었다.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뭐지? 못 본 건가? 그가 당황하고 있을 때. 아델이 다시금 말했다.

“무얼 설명하신다는 겁니까? 아니, 잠깐··· 맞춰보겠습니다. 역시··· 한 마리가 아니었던 게지요?? 매복해 있던 놈들을 마저 처리하시느라 조금 늦으신 것 아닙니까? 놈들이 동굴에 숨어 있었나 보군요.”

벨로크는 아델을 자세히 바라봤다. 이제 보니 그녀의 표정은 똑같았다. 워낙 강한 인상이기에 혹은 자신이 찔리는 것이 있기에 괜히 그렇게 보였을 뿐이었다. 문제는··· 카라였다. 평소 같았으면 옆에서 호들갑을 떨 거나 뭐라 입을 열었을 그녀가 석상처럼 표정을 굳히고 있었다. 그는 깨달았다. 알고 있는 건 카라뿐이구나.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 순간. 아델이 비명을 내질렀다.

“세상에··· 벨로크님! 이게 대체 어떻게 되신 겁니까?!”

들켰나? 그가 움찔 놀랐을 때. 재빨리 다가온 아델이 그의 손목을 탁 잡았다. 이윽고 피딱지가 굳어 아물어가는 손바닥을 보면서 울상을 지었다.

“상처를 입으셨지 않습니까? 어쩌다가 이렇게 되신 겁니까? 헬레나여! 당신의 힘을!”

아델은 곧바로 치료의 기도문을 외웠다.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고 새살이 돋아났다. 이건 또 뭐라고 얘기한다? 기습 때문에 당했다고 해야 하나? 벨로크가 입을 열려던 순간. 옆에 있던 이자벨이 나섰다.

“벨로크의 그 상처. 저 때문에 낸 거에요.”

아델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이자벨. 그게 무슨 소리냐? 똑바로 얘기해야 할 것이다.”

“여기까지 오느라. 그리고 지난 이주 동안의 여정 때문에 제 힘이 많이 고갈되었어요. 그러니까··· 사람의 피와 살점을 먹어서 보충을 해야 했는데. 그게 안돼서··· 벨로크가 희생한 거예요. 저 때문이에요. 미안해요.”

눈을 부리부리하게 뜬 아델이 그녀에게 뭐라고 한마디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내 후 한숨을 내쉬며 입을 꾹 닫았다.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그녀가 무리를 한 것도 사실이었고, 저런 신체가 된 것은 그녀의 의지가 아니었으니까. 아델은 한층 누그러진 어조로 말했다.

“다음부터 배가 고프면 나한테 말하도록 해라. 내 피와 살점을 줄 테니까. 알겠나?”

“명심할게요. 고마워요. 아델.”

아델은 그 후로 마을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며 배상을 위해 그가 준 돈주머니를 써버렸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슬쩍 시선을 돌렸다. 아까 전부터 카라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추적마법을 사용할 때부터 그랬지. 그녀가 말했다.

“카라. 어디 아픈 데라도 있나?”

카라는 고개를 저었다. 눈동자는 시리다 못해 차가울 지경이었다.

“아니, 전혀. 아주 멀쩡해. 어디 계신 힘 좋은 두 사람처럼 말이야.”

아델의 표정이 요상해지고 이자벨은 고개를 팍 숙였다. 벨로크는 카라의 시선을 피하며 괴조에 올라탔다. 그가 말했다.

“일단 자리를 옮기는 게 어떨까 싶은데. 괴물의 피와 사체가 있는 곳에서 밤을 지새우는 건 좀 아닌 것 같으니까.”

“그래, 그러시겠지. 동굴은 좀 그렇지?”

카라의 비아냥과 함께 일행은 발걸음을 옮겼다.

#

일행이 이 낯선 땅에서 머무른 지도 두 달은 되어갔다. 그동안 아델은 모닥불을 좀 더 잘 피우게 되었다. 어떻게 하면 거친 사막의 기후에 맞서 불씨를 지켜낼 수 있는지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끓이고 있는 스튜에 모래가 섞여 들어가지 않게 하는 법도 배웠다. 전부 다 사소한 것처럼 보여도 귀중한 경험이었다. 소녀와 처녀의 중간에 있던 그녀가 점점 성장해나가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물론 성기사인 아델에게는 이런 일상적인 것들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었다. 그녀는 다 떠먹은 스튜 그릇을 내려놓으며 품속에 있던 성서를 꺼내 들었다. 이윽고 의도적으로 헛기침을 해서 자신에게로 주의를 돌렸다.

“흠흠. 그러고 보니 아까전에는 경황이 없어서 말씀을 못 드렸는데. 저 새로운 기도문을 배웠습니다.”

아델이 눈동자를 빛냈다. 새로운 장난감을 얻은 아이 같은 모습이었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카라와 눈을 마주하고 있던 벨로크가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는 평소보다 더 길게 말했다.

“분명 그 성서. 악마들을 죽일 때마다 강해진다고 했지. 마을에서 데몬들을 죽였을 때. 얻은 것이냐? 어떤 기도문이지? 효능은?”

그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기쁜지 아델은 흐뭇하게 웃었다. 이윽고 성서를 펼쳐서 뭐라 설명을 하려다가 그냥 자리에서 슬쩍 일어나 그에게 다가왔다. 아델은 벨로크의 머리 위에 한쪽 손을 올리며 말했다.

“직접 보여드리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그녀는 슬쩍 눈을 감으며 기도문을 외웠다.

“나를 오롯이 비추는 여신이시여. 여기 당신의 검들이 있사오니. 부디 그 빛을 내려주소서. 우리의 무뎌진 칼날이 다시금 광명을 찾을 수 있게 인도하여 주소서.”

아델의 손끝에서 샛노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윽고 그 빛은 그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그의 육감이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신체의 변화에 경고성을 울렸다. 쇠심줄 같던 근육이 한층 더 강해지고, 돌 같던 피부 역시 좀 더 두터워지는 것에서 온 신호였다. 하지만 곧 별다른 해가 없다고 느낀 것인지 감각들은 잠잠해졌다.

벨로크는 주먹을 꽈악 쥐었다. 안 그래도 강력하던 힘이 한층 더 강해졌다. 이제는 거인과 비교하는 것이 민망한 수준이었다. 그가 아델을 보며 말했다.

“축복이군?”

아델은 싱글싱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신체적인 능력을 상승시켜줄 겁니다.”

여신으로부터 직접 성력을 받았기 때문일까. 그녀의 축복은 다른 사제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벨로크는 내부에서 들끓고 있는 힘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이건 정말··· 굉장하군. 뭐, 이런 사기캐가···”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고맙다. 아델. 이걸로 한층 더 편하게 싸울 수 있겠어. 너는··· 언제나 날 든든하게 받쳐주는구나.”

그는 잠깐 말을 멈췄다가 슬그머니 아델을 바라봤다. 그가 이 육체로 들어오기 전. 벨로크의 기억 속에 있던 그녀는 늘 어린 소녀였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도 컸다. 그는 약간의 괴리감과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말했다.

“그래, 너는··· 옛날부터 그랬지. 어릴 때부터 아주 야무졌어.”

벨로크의 극찬에 아델의 입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그녀는 어깨를 들썩이며 히죽거리다가 슬그머니 그의 옆에 앉았다. 이윽고 양발을 흔들면서 그에게 조잘거리기 시작했다.

“뭐, 별것 아닙니다! 벨로크님을 위해서라면 저는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참. 이번에 끓인 스튜 맛은 어떠셨는지요? 입이 텁텁하지는 않으십니까? 남은 술이 조금 있는데 가지고 올까요? 아··· 내일 날이 밝자마자 놈들의 본거지에 쳐들어가야 하니 그건 안 되겠군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지은 죄가 있는 이자벨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카라는 아델을 불쌍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동시에 벨로크를 흘겨보았다.

불씨를 타닥대며 은은하게 피어오르고 있는 모닥불 안. 네 명의 사람이 모여 두 사람만 떠들고 있는 기묘한 풍경은 한참 동안 계속되었다. 이윽고 그 광경은 하품을 한 아델이 모포 속으로 들어가며 끝이 났다. 그는 코를 골며 자고있는 아델을 잠깐 바라 보다가 그녀의 이불을 정리해주었다. 이윽고 잔가지를 꺾어서 모닥불에 몇 개 집어넣은 순간.

“벨로크. 잠깐 나랑 얘기 좀 할까?”

이자벨의 귀가 쫑긋거렸다. 벨로크는 슬쩍 자리에서 일어나며 카라를 쳐다보았다. 그래, 올 것이 왔군.

“아. 저도···”

이자벨 역시 따라나서려고 했지만 그러면 자고 있는 아델을 지킬 사람이 없었다. 결국 두 사람만이 슬그머니 발걸음을 옮기며 어둠이 깔린 사막의 한복판을 걸었다. 저 멀리 주황색으로 빛나고 있는 불빛이 희미해질 때쯤. 카라가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야?”

“루탄카에 있던 여관.”

카라는 후 한숨을 내쉬었다.

“나와 아델이 술에 취해 곯아떨어졌을 때부터 붙어먹고 있었다는 말이네.”

그녀의 거친 말에 벨로크는 잠깐 변명 아닌 변명, 혹은 반박을 해보려다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카라의 눈매가 무서운 것도 있었지만 자신도 딱히 잘 한 것은 없었으니까.

반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나라도 기분이 나쁠 것 같았거든. 뒤통수를 맞은 기분도 들고 말이야. 덩치는 산만 한 사내가 조용히 있자 치켜 올라가 있던 카라의 눈매가 슬쩍 가라앉았다. 그녀가 후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이런 말 하는 게 우습다는 거 나도 알아. 네가 어떤 여인을 안든 그건 네 자유지. 나나 아델이 네 애인도 아닌데.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도 웃기고 말이야. 게다가 이자벨은··· 많은 상처를 받았으니까. 위로해주고 싶었겠지. 위로받고 싶었을 테고.”

카라는 제 얼굴을 매만지며 가만히 그를 바라봤다.

“내가 진정 화나는 건 너희 두 사람이 그 사실을 숨겼다는 거야. 둘만이 공유하는 비밀이 생기기 시작한다면 파티의 결속에도 문제가 돼. 죄를 지은 것도 아니잖아?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줬다면... 이해해줬을 거야. 사람의 마음 이란 게 제멋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걸 아니까. 고서에 나오는 영웅이나 일국의 왕마저도 그걸 피해 가지는 못하니까.”

“미안하다.”

벨로크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가만히 있자 카라는 슬그머니 발걸음을 옮겼다. 이윽고 그의 팔뚝을 매만지며 침울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나까지는 그렇다고 쳐. 그래도 아델한테만은 말했어야 하는거 아니야? 내가 알기로 아델이 어렸을 때부터 네가 거두어서 데리고 다녔다면서? 그렇다면 너도 아델의 마음은 짐작하고 있을 거 아니야?”

그래, 모르면 등신이지. 그렇게 티를 내는데. 그가 말했다.

“바로 그게 문제다.”

“응?”

“이 육체. 아니, 난 그 애가 어렸을 때부터 돌보아왔다. 무거워서 검도 못 드는 코딱지만 한 소녀에게 검술을 가르치고 전략과 전술. 예법. 살인에 대한 마음가짐 등 모든 것을 가르쳤지. 그 애가 어엿한 숙녀가 될 때까지 말이다.”

일그러진 표정의 그를 보면서 카라가 말했다.

“고작 그것 때문에 말을 못 했다고···? 그러니까··· 아델이 꼭 딸이나 동생처럼 보여서?”

벨로크가 쓰게 웃었다. 그는 아델이 한 번씩 보여주던 씩씩한, 이제는 아찔하게 보이는 미소를 떠올렸다.

“옛날에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란 게 문제지.”

“그게 왜 문제야? 피가 이어진 것도 아니라면서?”

멀뚱하게 되묻는 카라를 보며 벨로크는 당황했다.

“문제가 되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어릴 때부터 돌봐왔던 아이에게 욕정을 품는다는 건 인도적으로 좀···”

어이가 없다는 듯 카라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듯했다.

“그건 대체 어디서 나온 사고방식이지? 하다못해 사제나 성기사 어디 깊은 곳에서 수행하는 수행자라 해도 너 같은 생각을 하지는 않아. 너 혹시 무슨 종교 믿는 것 있어? 이것도 그 고대신 이라는 자의 가르침이야?”

그녀의 반응을 보면서 벨로크는 생각했다. 이곳 중세랜드를 모방한 게임 속의 가치관은 자신이 살던 곳과 많이 다른 것 같다고.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차피 이런 세계라면··· 살인을 밥 먹듯이 하며. 능력만 있으면 수십 명의 여인들을 첩으로 거느릴 수 있는 세계라면,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조금은 바꿔도 되지 않을까? 그가 깊은 생각에 빠져있자 카라가 그를 툭 치면서 말했다.

“옛날부터 느낀 거긴 한데. 너는 참 이상해. 레벨업이니 경험치니, 영문 모를 말을 하는 것도 그렇고, 기사면서 지배계급 답지 않은 행동과 생각을 내비치는 것도 그렇고 말이야. 뭐, 그래서 좋은 거긴 한데··· 아무튼.”

카라는 그의 앞에서 검지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내가 추적마법을 써서 너희 둘의 행각을 봤을 때.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 이자벨의 뿔은 또 왜 잡고 하는 거야? 그러다가 뽑히면 어떡하려고? 그 자리에서 아델에게 일러바치려다가 겨우 참았다고. 알아들어?”

약간 웃음기가 섞여 있는 그녀의 말에 벨로크 역시 슬그머니 웃었다. 이윽고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화는 좀 풀렸나?”

카라가 한 손으로 그의 팔뚝을 쳐댔다.

“뭐야?! 안 놔? 나 아직 안 풀렸다니까?”

갑옷 아래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손길을 느끼며 벨로크는 아예 카라를 들쳐업었다.. 그녀는 짧은 비명을 질렀다가 이윽고 와락 웃음을 터트렸다. 카라가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내가 너무 간섭했지? 미안. 미안해. 나도 그러려던게 아닌데... 순간 열이 확 뻗쳐서 그만..."

그녀는 벨로크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면서 중얼거렸다.

"휴. 나도 참 중증이다. 혹시... 화난거 아니지? 이런 말 했다고, 나 두고 가면 안 돼?"

"내가 그렇게 좀생이 같은 이미지였나?"

카라의 몸에서 풍기는 진한 장미 냄새를 뒤로한 채, 벨로크는 피식 웃었다. 발소리가 들렸다. 침울한 얼굴로 모닥불을 뒤적거리던 이자벨이 고개를 들었다. 이윽고 웃고 있던 두 사람을 보고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가 그녀 역시 슬그머니 웃었다.

“내일은 긴 하루가 될 테니 다들 한숨 자두도록 해라. 불침번은 내가 서도록 하지.”

그는 늘 하던 대로 두 사람을 재우고 날이 밝을 때까지 불침번을 섰다. 그리고 다음 날. 일행은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야영지를 정리했다. 이윽고 괴조를 타고 사막 왕국에 자리 잡은 악의 근원. 두 번째 대악마가 거주한다는 마녀들의 요람으로 출발했다.

떨어지는 태양 아래 바람과 구름을 가르며 한참을 이동했을까? 다른 사람보다 시력이 월등하게 좋은 벨로크의 눈에 곧 거대한 건축물 하나가 보이기 시작했다.

네모난 바위를 쌓아서 만들어낸,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사각뿔 모양의 구조물. 남들의 눈에는 특이하게 보일지 몰라도 그에게는 퍽 익숙한 모양이었다. 시발. 저게 여기서 나오네. 그는 이 게임을 만든 개발자들을 속으로 욕했다. 그냥 막 갖다 붙이면 그만이냐?

“피라미드라니. 이거 귀찮게 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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