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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험한 자들
보통 물건이 아니라고? 벨로크의 얼굴에 기대감이 떠올랐다. 옆에 있던 아델 또한 눈을 빛내고 있었다. 카라는 흠 콧소리를 내며 반지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그에게 건넸다.
“화염 낙인의 반지. 꽤나 유서 깊은 물건이야. 기록에서 본 적이 있어.”
“화염? 무슨 불덩이라도 소환하는 건가?”
벨로크의 말에 카라는 피식 웃었다. 그녀는 식탁에 내려두었던 음료를 다시 마시면서 말했다.
“오히려 그 반대야. 너를 불꽃으로부터 보호해준다고 할 수 있지. 용의 숨결이라도 몇 번은 막아낼걸?”
그러니까 화염 저항력이 달린 반지라 이거지? 괴물 잡을 때 쓸만하겠는데? 벨로크가 입을 오 벌리고, 아델이 축하의 말을 건넬 때도 카라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녀는 기록에서 읽었다는 반지에 얽힌 비화를 얘기했다.
“불과 수 백 년 전. 세상에 아룡족들이 넘쳐흐르던 때가 있었어. 아룡족이란 용이 되다만 존재. 드레이크들을 말하는 거야.”
그가 알기로 이곳에서의 드레이크란 날개 없는 용가리였다. 그러니까 공룡. 녀석들이 용이 된다고? 승천하는 이무기 같은 거냐? 꽤나 흥미 있는 얘기였기에 벨로크와 아델이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 카라가 말을 이었다.
“드레이크들은 강해. 그리고 오래 살지. 녀석들은 그 긴 세월 동안 끊임없이 자신에 대해 탐구하며 여러 가지 생물을 잡아먹어. 용이 되기 위해서 업을 쌓는 거야.”
“내가 경험치를 모아서 레벨업을 하는 것처럼?”
그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자 카라가 눈을 멀뚱하게 떴다.
“얘는 또 뭔 소리야? 한동안 멀쩡한가 싶더니 또 저러네? 뭐, 아무튼··· 세상사란 게 다 그렇잖아? 모두가 탈피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야. 아주 극소수의 드레이크만이 용이 되는 영광을 거머쥘 수 있지. 되지 못한 나머지는··· 그냥 미쳐버려. 정신줄 놓고 입에서 불 뿜는 괴물이 되어버리는 거지. 이게 수십 마리 정도면 인간과 난쟁이 요정. 이 셋이서 힘을 합쳐 때려잡겠는데. 드레이크들의 개체 수가 너무 늘어난 게 문제였지.”
카라는 어깨를 으쓱였다.
“수백 마리의 되다만 용이 내뿜는 분노는 무시무시했지. 대지를 불태우고 하늘을 붉게 물들일 정도였으니까. 이때 나타난 게 네가 들고 있는 그 반지들이야. 인간이 재료를 모으고 난쟁이가 제조했지. 마지막으로 요정이 거기에 주문을 새겼어. 그 반지는 그렇게 만들어진 거야. 그 어떤 불길에도 굳건히 저항할 수 있는 수호부. 화염 낙인의 반지. 다르게 말하면 용 사냥꾼의 반지. 결국 그 반지의 힘 덕택에 세 종족은 아룡들을 몰아냈고 쇠락한 그들은 어딘가의 깊은 계곡이나 숲속, 사막의 황무지를 떠돌게 되었다는 얘기지.”
글쎄. 이거 하나만 믿고 용한테 덤볐다가는 밟혀 죽지 않을까? 뭐, 이 엿 같은 세상도 옛날이 더 살기 팍팍했던 건 확실하군.
“괜찮은 물건이군.”
“축하드립니다. 벨로크님!”
아델이 싱글싱글 웃으며 그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려다가 멈칫했다.
“어, 음···”
단순한 이유였다. 그는 기사다. 반지를 끼고 어떻게 검을 휘두를 수 있겠는가? 하물며 건틀릿도 끼고 있으니 들어가지도 않을 텐데? 맞네. 이거 어떡하지? 벨로크 역시 고민할 때. 카라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녀가 음료를 탁 내려놓으며 혀를 찼다.
“으이그. 이 무식한 칼잡이들아. 얇은 사슬이나 줄에 매달아서 목에다 걸면 되잖아. 줘봐. 내가 해줄게.”
“꼭 손에다 끼지 않아도 되나 보군.”
궁색한 변명을 뱉은 벨로크가 반지를 건네줬다. 작은 손가방에서 얇은 사슬 한 줄을 꺼낸 카라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반지를 엮어 목걸이로 만들었다. 이윽고 까치발을 한 채, 그의 목에 단단히 걸어주었다. 그녀가 벨로크의 가슴을 탁 치며 말했다.
“자. 됐지? 넌 이제 주문에 대한 내성과 불덩이에 대한 내성 두 가지를 겸비한 전사야. 이거 정말 든든한데. 당해낼 자가 없겠어.”
깔깔거리는 그녀를 뒤로한 채, 벨로크는 갑옷을 벗었다. 반지에 대한 감정도 끝났으니 씻고 올 생각이었다. 부디 그때 까지는 여관주인이 돌아왔으면 좋겠는데. 아니면 그냥 우리끼리 꺼내먹어야 할 테니까. 그와 아델이 우물가로 향했고 카라는 의자에 앉은 채 손을 흔들었다.
“두 사람. 나 없는 사이에 무슨 응큼한 짓 같은 거 하면 안 돼. 늦으면 엿보러 갈 거니까!”
그건 다른 애랑 이미 했는데? 그가 바가지를 들어 올린 순간. 옆에 있던 아델이 그를 제지했다.
“씻겨드리겠습니다. 벨로크님.”
“부탁한다.”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는 아델의 굳은살 박힌 손길을 느끼며 벨로크는 슬며시 눈을 감았다. 레벨업을 했으니 내면속 세계로 들어가기 위함이다.
힘, 체력, 정신력, 신성력 등 네 개의 스탯들이 보였다. 그는 늘 하던 대로 힘과 체력 둘 중에 하나를 찍을까 고민하다 곧 벼락의 힘을 떠올렸다. 보통 게임에서 정신력을 찍으면 마나가 늘어나지 않나? 그러면 고갈된 이 힘도 다시금 차오르지 않을까?
약간의 호기심을 느낀 그는 정신력을 찍었다. 그러자 머리가 맑아졌다. 과부하 때문에 힘을 잃었던 벼락 역시 파지직 스파크를 흘려대며 그의 내면에서 넘실댔다. 이거 참 신기하네. 대체 어떻게 되먹은 시스템이야? 그는 잠깐 상념에 빠져들었지만 뭐 할 수 있는 게 없었기에 시선을 돌렸다. 이윽고 남은 스킬 포인트를 사용해 육감의 레벨을 4로 올렸다.
안 그래도 예민하던 감각이 한층 더 강해졌다. 우물물에 담겨있는 석회 가루의 냄새와 두근거리는 아델의 심장 소리마저 감지해낼 정도였다. 뭔 박쥐 새끼도 아니고, 점점 인간이 아니게 되는 기분인데.
“벨로크님. 뒤돌아 주십시오. 앞을··· 씻겨드리겠습니다.”
묘하게 긴장한 듯한 아델의 목소리와 함께 그는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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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셔어!
-죽자! 죽어!
밖은 시끌벅적했다. 그간의 고통을 잊기 위해 혹은 이를 발판 삼아 앞으로의 미래를 기약하기 위해 주민들이 술판을 벌이고 있었다. 돌아오지 않던 여관주인 역시 저기에 있는 듯했다. 창가에 앉아있던 벨로크는 그들의 욕설 섞인 아우성, 혹은 기쁨의 춤사위를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뉘엿뉘엿 떨어져 가던 해가 순식간에 가라앉고 있었다. 한쪽은 시퍼렇게 한쪽은 뻘겋게 보이던 마을의 광경 또한 진한 남색으로 물들었다. 이리저리 꾸불거리던 구름들을 잠시 보고 있자니 무슨 상한 내장들을 보는 것 같았다. 젓갈인가?
“추운데. 문 좀 닫아주면 안 돼?”
들려오는 말소리에 벨로크는 창문을 닫았다. 걸쇠까지 잠갔다. 시선을 돌리자 차려져 있는 술과 음식들 사이로 아델과 카라 이자벨이 앉아있었다. 주문을 부려 냉기가 올라오는 맥주잔을 들고 있던 카라는 추위를 느끼는 것 같지 않았다. 그냥 바깥이 시끄러워서 혹은 그들이 지금부터 나눌 대화가 유출될까 봐 걱정하는 듯했다. 그녀가 맥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드디어 내일이야. 데몬들의 왕. 두 번째 대악마라는 그 괴물의 소굴로 쳐들어가는 날이.”
“이렇게 빨리 마주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아델이 식탁 위에 턱을 괴며 말할 때. 이자벨 역시 거들었다.
“왕이라··· 분명 대단한 군대들이 밑에 즐비하겠죠? 이걸 네 명이서 쳐들어간다니. 미친 짓이에요. 다들 정신이 나갔다구요.”
내뱉는 말과는 달리 타락 요정의 눈은 시퍼렇게 빛났다. 탁한 눈동자 안에 두려움은 없었다. 그녀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다들 준비는 끝마쳤어요?”
“물량전이 될 거라 생각해서 내 나름의 비전을 준비했어.”
술잔을 탁 내려놓은 카라가 가방을 뒤적거려 무언가를 우르르 쏟아냈다. 손바닥에 착 잡힐듯한 크기를 가진 조각상이었다. 인간을 본떠 만들었는지 양팔과 다리를 벌리고 있는 대머리 석상이었는데. 그것들의 중간에는 기이한 룬 문자들이 새겨져 있었다. 일행이 의아하게 쳐다보자 카라는 그중 한 개를 집어서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골렘이야.”
“돌로 만들어진 인형으로 마법사의 시종이나 조수 역할을 한다는 그거?”
벨로크의 말에 카라는 조금 눈을 크게 떴다. 기사인 그가 이런 쪽에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놀라운 모양이었다. 뭘, 판타지 게임 몇 번 하다 보면 다 아는 거지. 그가 어깨를 으쓱이자 카라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맞아. 네가 알고 있는 그 골렘이야. 다만 이건 대마법사의 비전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골렘이지.”
그녀를 열 개는 넘어 보이는 조각상을 만지작거리며 눈을 빛냈다. 벨로크는 저걸 알고 있었다. 마도사로서의 교만심이 나타날 때 그녀의 버릇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시약과 촉매를 이용해서 출력을 강화시켰어. 외피와 공격력 역시 비교도 할 수 없지. 성문을 부술 것을 가정하고 만든 거니까. 말 그대로 전쟁 병기라고 할 수 있지.”
“맙소사···”
“정말 대단하네요···”
아델과 이자벨이 입을 떡 벌렸다. 성문을 부술 수 있는 괴물 열 마리가 그들의 편이라는 뜻이니까. 앞으로의 전투에 큰 도움이 되겠군. 그나저나··· 역시 기사 말고 마법사를 했어야 했다. 그렇다면 난 지금쯤 얼마나 강해졌을까? 무슨 신비로운 요술을 부릴 수 있었을까? 운석소환? 그가 헛웃음을 지을 때. 카라는 가방을 뒤적거리며 웬 병 하나를 또 꺼내 들었다. 벨로크가 물었다.
“그건 또 뭐지?”
“맹독이야.”
“독?”
“옛날에 사람으로 수프를 끓여 먹던 마녀 기억나? 그년의 집에 있던 독초로 만든 거야. 독성이 아주 강해. 대형괴물조차도 한순간 비틀거릴걸?”
카라는 키득거리며 웃더니 독약을 이자벨에게 건넸다. 그녀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이걸 왜 저한테···?”
“도구란 건 모름지기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가야 하는 법이지. 화살에 묻혀서 쓰면 효과가 아주 좋을 거야.”
아델은 어차피 성력의 불꽃을 입혀서 싸운다. 벨로크는 그냥 몸뚱이 채로 갈라버린다. 결국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이자벨 밖에 없었다. 그녀는 독병을 만지작거리다가 조심히 품에 갈무리했다.
“잘 쓸게요.”
“그럼, 그럼.”
로브 아래 호선을 그리고 있는 이자벨의 눈을 본 카라가 피식 웃었다. 그녀가 기지개를 켜며 탁자에 드러누웠다..
“난 끝이야. 너희들은 뭐 없어?”
아델과 벨로크는 서로 눈치를 보다가 말했다.
““사자 모피와 반지?””
칼잡이들의 대답에 카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마법사인 자신이 참아야지. 그래, 쟤네들이 뭘 하겠어? 칼만 잘 휘두르고 괴물 머리통만 잘 날려주면 되지. 듣고 있던 이자벨이 카라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너무 걱정 말아요. 물량전이라면 나도 자신 있으니까. 전에 내가 하던 거 봤죠?”
사자 부활의 주문을 말하는 것이었다.
“이자벨.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반색한 카라가 이자벨의 품에 안겨서 칭얼거렸다. 아델은 배가 고픈지 빵을 집어 먹었다. 결전을 앞둔 모습치고는 나름 평화적인 광경이었다. 하지만 이건 그들 나름대로의 긴장 해소법이었다. 카라의 과장된 행동, 이자벨의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 아델의 조금 굳은 얼굴 등이 이 모든 정황을 말해주었다.
파티의 리더인 벨로크는 맥주잔을 만지작거리며 고민했다. 이거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하나? 꼭 살아남자. 우린 해낼 수 있을 거야. 같은 상투적인 말들? 그 순간. 그는 들고 있던 잔을 탁 놓았다. 그 대신 벽에 기대어놓았던 대검 손잡이를 꾹 쥐었다.
“불청객인가.”
세 사람은 잠깐 멍을 때리다가 그의 명확한 행동거지를 보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또 뭔데. 어떤 놈이야?”
“쉴만하면 이 꼴이네요. 그나저나 내가 모습을 드러내도 되려나···”
포크와 나이프를 놓은 아델이 도낏자루를 잡았다. 카라는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이자벨 역시 로브 자락을 젖히며 허리 뒤로 손을 가져다 댔다. 잠시 후. 낡은 경첩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모습을 드러낸 건 겐파였다. 그 역시 술을 마셨는지 조금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걸어왔다. 하지만 어째선지 얼굴은 창백하게 굳어 있었다. 그 심상찮은 기세에 아델이 물었다.
“촌장? 무슨 일인가?”
“저··· 그것이.”
촌장은 손을 매만지며 침을 꿀꺽 삼킨 순간. 또 다른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비켜라. 늙은이. 우리가 얘기하겠다.”
“어이쿠.”
우르르 들려오는 발소리와 함께 확 밀쳐진 촌장이 엉덩방아를 찧었다. 끙끙대는 노인을 뒤로한 채, 갈색 피부의 사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급소는 징 박힌 가죽으로 보강하고 나머지 부분은 하늘 한 천으로 된 갑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에는 때가 탄 누런 두건 허리춤에는 휘어진 칼과 쇠뇌를 차고 있었다. 병사들이었다. 그것도 복장이 고급스럽고 통일된 걸로 봐서 꽤나 지체 높은 자의 아랫사람들 같았다.
그중 하나가 앞으로 나왔다. 그는 곧바로 입을 열려다가 잠깐 벨로크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의 핏줄선 눈동자와 벨로크의 서커먼 두 눈이 마주쳤다. 핏줄선 눈이 움찔거렸다. 놀란 듯했다. 뭘봐? 아니, 잠깐 이 새끼들 뭔가 이상한데? 사내는 잠깐 헛기침을 하며 일행의 면면을 확인하다가 말했다.
“이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던 괴물 사자를 잡은 자들이 당신들인가?”
벨로크는 이자들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지금 이 시기에 이만한 규모의 전사 무리가 올 이유는 하나밖에 없었으니까. 촌장과 여관주인이 입에 불이 나게 말하던 그 친구들. 왕자의 부하들이었다. 이 새끼들 참 빨리도 오는군. 그가 말했다.
“그렇소. 무슨 문제라도 있나?”
사내는 씨익 웃었다. 얼굴이 까매서 누런색 이빨도 상대적으로 하얗게 보이는 미소였다. 그가 말했다.
“문제? 많지. 자네들이 주제넘게도 그 괴물을 먼저 사냥한 바람에 우리의 주인이신 알라하바크 무하메드님의 명예가 손상되었다는 것이 제일 큰 이유고 이것으로 인해 무하메드님의 왕위 계승권이 한층 더 멀어지게 되었다는 것이 두 번째 이유일세. 무슨 뜻인지 알겠나?”
“늦장이나 부리다 온 새끼들이 입만 살았구나. 하는 행동거지도 꼭 군대가 아니라. 뒷골목 양아치 같군!”
“그러는 네년은 성기사처럼 보이는데. 입에 걸레를 물었군. 그래서 어떤 남자들이 좋아할까?”
아델이 으르렁 거렸음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의 웃음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들이 가진 뒷배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한 듯했다. 하긴 왕자정도면 그럴만도 했다. 아델이 더 다양한 욕을 내뱉으려고 했다. 사내 역시 이제 지지 않고 입을 열려고 했다. 그 순간. 벨로크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그는 아까 전부터 느껴지던 이 위화감의 정체가 뭔지 알 것 같았다. 한층 높아진 감각 수치가 그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우리 조금 솔직해져도 될 것 같은데.”
“하?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요?”
터번 쓴 사내가 콧방귀를 낄 때. 벨로크가 조소를 흘렸다.
“다 알고 있으니 그만 정체를 드러내란 말이다. 이 괴물 새끼들아. 아니, 데몬이라고 불러줘야 하나?”
웃고 있던 병사들의 얼굴이 돌처럼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