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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기사로 살아가기-102화 (102/222)

102

대사막

일행은 원래 아리안의 수도로 향하려고 했다. 대악마의 본거지는 수도를 지나쳐 룽겐 대사막의 끝자락에 있었으니. 보급을 위해서든 상황을 살피기 위해서든 그곳을 한 번 둘러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자벨이 합류하게 되면서 그 계획이 바뀌었다. 그녀가 소환해낸 악귀의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는 것과 정체에 대한 노출이 그 이유였다.

-하르모아를 포함한 십여 명의 마녀들이 우리 손에 떼죽음을 당했지. 그녀들과의 연락이 갑작스럽게 끊겼으니 그들 역시 우리들에 대해서 알게 됐을 가능성이 커.

-게다가 이 날아다니는 악귀. 무시무시하게 빨라. 아델. 이 정도 속도라면 목적지까지 얼마가 걸릴까?

-이 기세라면··· 3주도 안 걸리겠다. 잘하면 2주 안에 도착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차라리 수도에 들르지 말고 넘어가는 것은 어때? 가봤자 우리들의 능력에 대해서 까발리기나 당하고 습격이나 더 당하겠어? 어차피 놈들은 이 왕국을 뒤집는다는 계획을 위해 전력들을 대부분 밖으로 빼냈어. 그렇다면 녀석들의 본거지는 상대적으로 경계가 심하지 않을 거야. 바로 가서 대악마든 마탑주든 놈들의 대가리를 날려버리자.

맞는 말이었다.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데. 구태여 돌아갈 필요가 뭐가 있단 말인가? 카라의 제안에 일행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것이 곧 아나리크라는 마을에 그들이 도착한 이유였다. 상념을 끝낸 벨로크가 물었다.

“여기서 놈들의 마탑까지 거리가 얼마나 된다고 했지?”

“녀석들을 타고 간다면 반나절도 안 걸릴 겁니다.”

아델이 지도를 꺼내며 답했다. 카라는 앓는 소리를 내며 기지개를 켰다. 그러는 와중에도 여관주인은 부지런히 움직이며 소시지와 맥주를 가져다주었고, 나중에 가서는 수프까지 끓여서 대령했다. 벨로크가 튕겨준 금화가 그의 마음에 불을 지핀 것이 틀림없었다.

이자벨을 제외한 세 사람은 대화를 나누는 것도 멈추고 곧바로 수저부터 들었다. 지치지도 않는 시체를 타고 다니며 딱딱한 빵과 육포만 얼마나 뜯었던가? 세 사람이 멀건 수프를 열심히 떠먹는 동안. 이자벨은 맥주잔만 입에다 댄 후 홀짝거렸다. 그렇게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어느 정도 배가 차자 카라가 물었다.

“벨로크. 벼락을 불러일으키는 네 힘. 어느 정도로 회복된 것 같아?”

술잔을 놓은 그가 슬쩍 눈을 감으며 자신의 내면속을 관조했다. 정확히 수치화할 수 없는 미증유의 힘이었지만 어째선지 그는 알 수 있었다. 음. 한 50% 정도? 벨로크가 말하자 카라가 골치 아프게 되었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기껏 제시간에 맞춰서 여기까지 온 건 좋은데. 우리의 제일 큰 전력이 약해진 건 조금 뼈 아프네. 네가 완전한 컨디션을 되찾으려면 못해도 2주는 필요하다는 말인데···”

수백 마리의 괴물을 불태운 것 치고는 싸게 먹힌 거지. 언제는 최상의 상태에서 싸웠나? 없으면 없는 대로 싸울 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그는 놓아두었던 잔을 들어 다시금 술을 마셨다. 하지만 카라는 아니었다. 그녀는 입가에 묻은 맥주 거품을 뗄 생각도 못 한 채, 고민하다가 말했다.

“이 마을에서 오래 머무를 수는 없어.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여도 어찌 됐든 적의 본거지와 제일 가까운 장소니까. 놈들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단 거지...”

카라는 잠깐 말끝을 흐렸다가 매고 있는 룬북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하루. 딱 하루 정도만 여기서 머무르자. 그리고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바로 출발하는 거야. 나도 준비가 필요해.”

카라는 정말 바쁜 것인지 그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갔다. 곧이어 벨로크의 귓가로 우당탕거리며 뭔가를 만들어내는 소음과 요상한 주문의 구절이 들려왔다.

음식 솜씨만큼이나 방음 한 번 구리군. 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 이자벨 역시 다 마신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도 올라가 볼게요. 괜히 이곳에 있다가 의심이라도 사면 안 되니까요.”

그녀는 몸을 감싸고 있는 붕대와 후드가 갑갑한지 인상을 찌푸리며 방으로 올라갔다. 결국 남은 것은 한 손에 성서를 든 채, 포크로 소시지를 찍어 먹는 아델과 연거푸 술잔을 들이키는 벨로크뿐이었다. 그는 슬쩍 시선을 돌려서 그녀를 바라봤다. 얼굴에 옅은 흉터 몇 개가 더 생겨났다. 키 역시 조금 더 큰 듯 보였다. 성장기였지. 얘와 이렇게 단둘이 있는 것은 또 오랜만이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아델이 묻자 피식 웃은 벨로크는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의 두 눈은 과거를 돌아보고 있었다. 이 엿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녀와 둘이서 발버둥 치던 그때를. 언제 여기까지 왔냐? 그 순간. 아련하게 빛나던 시커먼 두 눈이 그 빛을 빨아들였다. 이윽고 무표정한 전사의 얼굴을 한 그가 스윽 고개를 돌렸다.

여관의 문이 끼이익 열렸다. 모습을 드러낸 건 웬 노인이었다. 사막의 열기를 막기 위해 치마처럼 펑퍼짐한 옷을 갖춰 입고 수염도 짧게 깎은 사내였다. 그가 여관을 두리번거리자 의자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던 여관주인이 슬그머니 눈을 떴다. 여관주인이 노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촌장님. 여기는 어쩐 일이십니까?”

“여기 이방인이 왔다던데.”

촌장의 말에 여관주인은 벨로크와 아델을 힐끔 바라보고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제가 살펴봤지만, 수상한 분들은 아닙니다. 난동을 부리지도 않으셨구요. 아주 신사적인 분들인데···”

촌장은 여관주인의 손에 들린 금화를 바라보고는 쯧 혀를 찼다. 그가 여관주인을 거세게 밀쳤다.

“자네. 이 마을을 그렇게 떠나고 싶나!? 이제는 자네가 나고 자란 곳의 사정 따위 관심도 없는 모양이군! 됐네! 비켜보게! 저분들하고 할 얘기가 있으니.”

어이쿠. 소리를 내며 뒷걸음질을 치는 여관주인을 뒤로한 채, 촌장이 다가왔다. 노인은 벨로크에게 다가와 고개를 까딱거리며 말했다.

“낯선 땅에서 온 이들에게 샤트라의 축복이 함께하길. 안녕하시오. 나는 이곳 아나리크의 촌장. 겐파라고 하오.”

“벨로크요.”

“아델이다. 무슨 일이냐.”

자기 딸만 한 여인의 건방진 말투에도 촌장은 눈썹 하나 꿈틀거리지 않았다. 대신에 그는 때 탄 로브 아래 받쳐입은 두 사람의 갑옷과 벽에 세워둔 이가 조금 나간 도끼, 벨로크가 매고 있는 대검을 지그시 바라봤다. 노인이 말했다.

“실례지만 두 분은 이 룽겐 대사막을 횡단할 만큼 대단한 실력을 갖춘 전사 혹은 모험가로 보이는데. 내 말이 맞소?”

시종일관 정중한 촌장의 어투에서 벨로크는 익숙한 기분을 느꼈다. 꼭 누군가가 일을 맡기고자 할 때면 이렇게 행동하고는 했는데. 뭘 부탁하려는 걸까? 뭐, 딱히 이 마을에서 그들에게 해코지한 것도 없으니 얘기 정도는 들어봐도 괜찮겠지. 그가 입을 열기 전 아델이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대단한 실력을 갖춘 전사··· 음.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래서 무슨 일이라고?”

얘 좀 봐라. 점점 뻔뻔해지네. 말할 타이밍을 놓친 벨로크는 얌전히 손을 올려서 맥주를 시켰다. 촌장은 아델의 거만한 행동과 그의 묵묵함에 오히려 강한 믿음을 느낀 건지 한층 밝아진 얼굴로 말했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군.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소. 두 분께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이오.”

“괴물인가?”

일말의 긴장이나 고저도 없이 툭 내뱉은 벨로크의 말에 촌장의 눈동자가 조금 커졌다. 하지만 그는 곧 헛기침을 하며 당황을 수습하고는 입을 열었다.

“익숙하신가 보군. 하긴 지금 바깥은 괴물들 천지니까 말이오. 그렇소. 괴물 사냥이오. 아주 음습하고 교활한 짐승이지. 혹시 놈을 처리해주실 수 있겠소? 물론 공짜로 해달라는 것은 아니오. 마을 사람들 전부가 피땀 흘려서 모은 돈주머니가 있소. 그걸 다 내어...”

“잠깐! 잠깐만요. 촌장님. 그 괴물 사자는 왕께서 보내주신 군대가 처리해주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벨로크의 앞에 맥주잔을 내려놓던 여관주인이 기겁하며 끼어들었다. 그는 벨로크에게 맛있게 드시라는 영업용 멘트를 날리는 동시에 촌장의 팔을 잡았다.

“일왕자인가. 삼왕자인가. 아무튼 무슨 왕자님이 보내주신 군대가 놈을 처리해주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그 소식이 들려온 게 한 달 전이니. 이제 그들이 곧 이곳에 도착할 겁니다.”

촌장은 여관주인의 팔을 휙 뿌리쳤다. 그러고는 느닷없이 악을 써가며 소리쳤다.

“그 말을 어떻게 믿나? 형제들끼리 죽고 죽이느라 정신없는 그 머저리들을 어떻게 믿냐는 말일세? 벌써 스물도 넘게 잡아먹혔네. 그것도 다 죽어가는 노인네가 아닌, 한창 새파란 젊은이들로만 말이야. 그중에는 내가 주례를 서준 아이들도 있었어. 자네! 봤나?! 한순간에 남편이 잡아먹히고 미망인이 되어버린 어린 신부의 표정을 자네가 봤냐는 말이야!”

마을의 사정이 적나라하게 까발려지자 여관주인은 벨로크와 아델을 힐끔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다시금 촌장을 만류했다.

“하지만 촌장님. 만약 왕자님의 군대가 왔을 때. 그들을 제대로 맞이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보수금을 내지 못한다면 이 마을은 그들의 칼날 아래 무너질 겁니다. 마을 사람들 전부가 반역죄로 목이 매달릴 거라구요.”

“그건···”

촌장은 잠깐 말끝을 흐렸다가 이내 다시금 눈동자를 불태웠다. 그가 여관주인의 팔을 꽈악 잡으며 말했다.

“그 때에 가서는 우리 집 세간살이라도 다 팔아서 그들에게 쥐여주면 그만이지. 암. 그렇고말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당장 눈앞의 괴물을 베어낼 수 있는 잘 벼려진 칼날이니까!”

“···”

여관주인은 입을 떠듬거리며 뭐라 말을 하려다가 슬며시 그의 팔을 놓았다. 촌장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그의 기개에 감화되었을 수도 있었고, 모든 책임은 촌장이 진다기에 그냥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재산을 챙겨서 이 마을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 뭐가 됐든 촌장은 마음을 굳혔고 이제 남은 것은 벨로크의 선택이었다.

“이거 못난 꼴을 보여서 미안하오. 어떻게··· 우리를 좀 도와주시겠소?”

촌장은 십 년은 더 늙은 것 같은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여전히 허리는 꼿꼿했으며 두 눈은 부리부리했다. 눈동자 안에는 숨기지 못한 분노와 슬픔이 가득했다. 이를 잠깐 바라보던 아델이 고개를 돌려서 물었다. 그녀 역시 조금 망설이는 듯한 어조였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벨로크는 맥주잔만 매만지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세월의 풍파를 그대로 맞은 노인의 절박한 눈도 바라보지 않았다.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마을을 지키려고 하는 그의 책임감. 아니, 사명감인가? 그것도 아니면 이웃을 지키기 위한 어른의 발버둥인가?

이 세계에서는 보기 드문 성격이군. 물론 저 모든 게 연기일 수도 있겠지. 사실은 다른 꿍꿍이가 있을 수도 있다. 고민하던 벨로크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따지고 보면 보수금도 그에게는 필요가 없다. 이 마을을 다 팔아도 얻기 힘든 금화가 그의 수중에는 가득했으니까. 그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 레벨업까지의 경험치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 괴물 사자라는 놈을 잡는다면 대악마를 상대하기 전. 몸을 최상의 상태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생각을 마친 그가 맥주잔을 들어 올렸다. 목울대가 꿀꺽거리고 약간의 취기조차 느껴지지 않는 또렷한 정신으로 말했다.

“그 괴물 사자에 대해서 아는 대로 말해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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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뇌의 화살로는 흠집도 나지 않는 가죽에 무쇠 갑옷을 종이 가르듯 찢어발기는 손톱과 이빨. 거기다가 야밤에 담을 뛰어넘어서 사람을 입에 물고 도망칠 정도의 지능이라니. 이쯤 되면 짐승이라고 부르기가 미안한 수준이군요. 말 그대로 괴물입니다.”

“두렵나?”

“그럴 리가요.”

아델은 싱글싱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윽고 양날 도끼를 어깨에 기댄 채, 콧노래마저 불렀다. 벨로크와 단둘이서 걸어가는 것이 어지간히 기분 좋은 듯했다.

얘가 가면 갈수록 긴장을 안 하네. 한번 말을 해줘야 하나? 그는 잠깐 고민했지만, 곧 자신 역시도 아무런 마음의 동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아델이 서툰 손짓으로 팔짱을 껴오는 게 더 긴장될 수준이었다.

나란히 붙은 검은 그림자 두 개가 마을 외곽의 메마른 땅을 한참이나 걸었다. 바람에 휘날리는 로브를 몇 번인가 다시 쓰고 마른기침을 조금 내뱉었을까? 그들은 곧 시뻘건 암석들이 가득 쌓여 웬 동굴처럼 형성된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인가?”

벨로크와 아델은 무질서하게 쌓인 바위들의 무덤을 바라보았다. 중간중간 날카로운 손톱자국이 움푹 새겨진 바위 몇 개가 보였다. 그가 보기에 저건 영역표시였다. 들어오면 뒤진다는 뜻을 나타내는 경고등이었다. 그는 슬쩍 시선을 돌렸다. 떨어지는 햇빛 때문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바위들의 틈 사이로 시커먼 굴 같은 게 하나 보였다. 새카만 음영이 가득 진 것이 아주 시원해 보였다. 그가 동물이라면 사냥을 나가기 전까지 저 속에서 낮잠을 자고 있을 것 같았다. 녀석한테는 저게 침대겠지? 도끼를 꾹 쥔 아델이 속삭였다.

“저 안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가볼까.”

두 사람은 입구를 향해 다가갔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뿌드득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가 아래를 바라보자 햇빛에 풍화되어 누렇게 뜬 희생자들의 유골이 모래 곳곳에 박혀 있었다.

집 청소할 줄은 모르는군. 짐승은 짐승이다. 이거지? 그들이 토굴의 입구에 다가간 순간. 역겨운 노린내가 진동했다. 이윽고 뭔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샛노란 눈동자가 부릅떠졌다.

크르르르-르

“불을 밝히겠습니다.”

기도문을 외운 아델이 성력의 불꽃을 밝힌 순간. 동굴 속에 숨어 있던 짐승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윤기가 절절 흐르는 갈기털과 황금색으로 번들거리는 거죽. 그리고 6미터가 넘어가는 덩치는 말 그대로 괴물이라고 부름직했다. 사람 정도는 한입에 씹어 삼킬 것 같았으니까. 녀석도 그걸 알고 있는 것인지 하품을 쩌억하며 느릿느릿 입구로 걸어왔다. 벨로크가 가만히 있자 도끼를 붕붕 돌리고 있던 아델이 물었다.

“제가 먼저 갈까요?”

그는 곧바로 답하지 않고, 눈동자를 굴리며 사자를 유심히 지켜봤다. 하마처럼 거대한 송곳니와 비수 같은 손톱보다도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바로 번쩍이고 있는 놈의 가죽이었다. 그의 눈에 작은 기대감이 떠올랐다.

이거 완전 그쪽 동네의 신화에 나오는 괴물이 아닌가? 힘만 센 그 바보 캐릭터가 벗겨서 입고 다닌다는 가죽 갑옷. 벨로크는 잠깐 옛 고향에 대한 향수를 느끼면서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다 댔다. 그가 중얼거렸다.

“제발 튼튼했으면 좋겠군.”

장창이 빛살처럼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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