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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기사로 살아가기-100화 (100/222)

100

구원

“그게 무슨 소리야? 넌 마법사가··· 설마?”

영문모를 표정을 짓던 카라가 돌연 얼굴을 굳혔다. 이자벨은 자조적으로 웃으면서 제 몸을 쓰다듬었다. 창백한 피부에 새겨진 시커먼 룬문자들이 흉흉하게 빛났다. 그녀가 말했다.

“다들 제 몸속에 지하의 마력이 흐르고 있다는 거 알고 있죠? 주로 사악하고 음습한 일에 사용되는 그 힘이요. 나를 사로잡았던 마녀들은 그 힘을 다루는 법 역시 가르쳐 주었어요. 뭐, 사실상 내 몸뚱이에 칼을 들이대고 머리통을 열어 강제로 주입시킨거지만···”

세 사람이 뭐라 입을 열기 전에 이자벨이 말을 이었다.

“시체를 되살리거나 키메라를 만들거나··· 상대의 살점과 영혼, 피를 흡수해서 더 강해지거나··· 이런 거죠.”

그때 보여줬던 힘들이 전부가 아니라 이거지? 성기사와 마법사에 이어 이제는 사령술사라 가면 갈수록 다양한 조합이 되어가는군. 그나저나 시체를 어디서 구한다? 카라가 떨떠름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시체로 된 괴물을 타고 가자 이거지?”

“네. 날개 달린 악귀를 부활시켜서 날아간다면 목적지까지 걸리는 시간이 훨씬 더 단축될 거에요. 토사가 발목을 잡을 일도 없을 테고 짐승들을 다루듯 밥을 먹이거나 잠을 재울 필요도 없죠. 타고 있는 우리들의 체력과 제 마력만 충분하다면 하루종일 이동할 수 있을 거예요.”

고개를 끄덕인 이자벨은 양손을 매만지며 아델을 슬쩍 바라보았다. 아무리 대의를 위해서라고 한들 그녀가 행하고자 하는 건 사악한 술법이다. 성기사인 아델의 눈치를 보는 듯했다. 물론 그건 아델을 잘 몰라서 한 행동이었다. 그녀는 오히려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훌륭한 생각이다. 이자벨. 덕분에 한시름 놓겠군.”

“설마 타고 있던 우리를 갑자기 잡아먹거나 그런 일은 없겠지? 뭐, 이자벨이 잘 조종해주겠지. 나도 찬성이야. 하지만 정말 괜찮겠어?”

카라는 여전히 찝찝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자벨을 바라봤다. 그녀가 걱정스레 말했다.

“이자벨. 네가 아무리 지하의··· 음, 마력을 다루는 존재가 되었다고 해도 사악한 주문이나 비술이란 건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네 정신을 갉아먹을 거야. 과도하게 사용하다 보면 네가 네가 아니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지. 그때 이성을 잃은 괴물이 됐을 때처럼 말이야.”

“뭐? 그렇다면 역시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게 낫겠다.”

아델이 기겁하고 벨로크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 확실히 애를 희생시키면서까지는 좀 그런데. 일행의 만류에도 이자벨은 베시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윽고 세 사람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고는 제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난 말이에요. 이미 한 번 죽었다고 생각해요. 정신 나간 마녀들의 실험실에서 말이죠. 그래서 그런가? 지금의 삶은 덤으로 사는 거라는 느낌이 강해요. 이런 내가 뭘 해야 할까요?”

이자벨의 시퍼런 눈이 탁한 안광을 흩뿌렸다. 하지만 그 속에는 결의가 가득했다. 그녀가 말했다.

“바로 나의 친구들에게 받은 은혜를 갚을 때가 온 거죠. 부디 이런 내 각오와 결심을 짓밟지 말아줘요.”

“이자벨···”

카라의 시뻘건 얼굴이 또 그렁그렁 해졌다. 아델 또한 코를 훌쩍거렸다. 두 사람 다 얼큰하게 취한 상태라 감정의 동요가 더 큰 듯했다. 지금 울면 감당이 안 될 텐데. 이를 막기 위해 벨로크가 나섰다. 그는 이자벨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너만 믿고 있겠다.”

“맡겨주세요.”

그녀는 피식 웃으며 벨로크의 손등을 쓰다듬다가 말을 이었다.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하르모아의 연구실이 있어요. 그곳에는 다양한 악귀들의 시체와 흑마술에 필요한 재료 등이 구비되어 있지요. 그것들을 이용하면 될 거예요.”

“오늘 밤은 푹 쉬고 내일 날이 밝으면 떠나면 되겠군.”

“간만에 쇠침대가 아니라 푹신한 짚이 깔린 이불보에서 자겠군요. 상상만으로도 너무 행복한데? 이제 슬슬 일어날까요?”

배도 채웠고 계획의 수립도 끝났다. 이자벨이 하품을 하면서 기지개를 켜자, 듣고 있던 카라 역시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떡이 된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물을 좀 데워서 씻고 자야겠어. 찝찝해.”

“목욕물을 준비하겠습니다. 벨로크님.”

“나도 도울게요.”

세 사람이 우르르 움직이며 여관의 욕탕으로 향했다. 서로 팔짱을 낀 채, 꺄르르 웃다가 비틀비틀 걸어가는 여인들을 보면서 벨로크는 조금 웃었다. 그는 잔에 남은 나머지 벌꿀주를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식도가 화끈하게 달아올랐다가 뱃속이 부글거렸다. 시야 역시 살짝 흔들렸다. 하지만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취기가 사르르 가라앉았다. 높은 체력 수치 때문이었다.

그는 잠깐 음주에 대한 즐거움을 위해 더 이상 체력 스탯을 찍지 않는 건 어떨까 고민했다. 그리고 남은 이 음식들과 술, 테이블 등을 어떻게 치울까 역시 고민했다. 부질없는 고민들이었다. 술은 더 독한 거로 구하면 된다. 주인이 사라진 여관 또한 쥐새끼들이나 날벌레들이 청소부 역할을 해 줄 것이다.

‘씻고 잠이나 자자.’

그는 꽐라가 된 용병처럼 술병을 바닥에 휙 던지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와 오물에 젖은 셔츠와 바지를 벗어 던지고 욕탕 근처로 가니 들려오던 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그래서 말이야~ 그때 영주가 벨로크를 앞에 두고 고개를 숙였잖아. 오냐오냐 키웠던 자기 아들에게 손찌검을 할 정도로 말이야.

-벨로크 답네요.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하수구의 괴물들과 마녀를 족치고 황금과 보석이 가득 채워진 보물상자 두 개를 받았지! 한순간에 부자가 되어버린 거야! 뭘 사달라고 할까? 예쁜 드레스? 장신구? 아니면 마법 물품?

-나는··· 주문 걸린 도끼가 필요하다. 지금 것들은 너무 금방 망가져 버리거든.

-다 같이 벨로크한테 말해보자. 설마하니 우리들을 위해 그 정도도 못 써주겠어?

벨로크는 남성의 심볼이 그려져 있는 문을 열어젖히면서 생각했다. 수도에 가면 살 거나 먹을 것들이 많이 있을 거다. 그냥 궤짝 두 상자를 통째로 줘버리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마음껏 쇼핑하라지. 돈이야 다시 벌면 그만이니까. 당장에 이 도시의 영주성에 가서 금고만 뒤져도 이와 비슷한 상자가 몇 개는 나올 텐데··· 그는 잠깐 속물적인 생각을 하다가 둥둥 떠다니는 두레박으로 물을 퍼서(아델이 데워둔 걸로 보였다.) 몸에 끼얹었다.

쩍 갈라진 근육과 핏줄. 통나무 같은 허벅지 아래 새하얀 물줄기가 스르르 흘러내렸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 사이로 흉흉한 흉터들이 한가득 드러났다. 칼자국이나 이빨 자국 같은 것이 셀 수 없이 보였다. 전부 다 그가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았었다는 괴물들과의 사투를 증명해주는 흔적들이었다.

옛날이었다면 이쯤에서 난 왜 여기에 있는 걸까? 난 왜 살아가는 거지? 하는 철학적인 고민을 했을 터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여인들의 웃음과 물장구 소리 때문일까? 벨로크는 별 감흥 없는 표정으로 물을 계속 끼얹었다. 이윽고 상쾌한 향이 나는 초록색 잎 같은 거로 양치도 하고, 오일과 재를 섞어서 만든 비누로 머리도 감았다.

새 천 옷으로 갈아입은 그가 머리를 털면서 침대에 누워있을 때였다. 느닷없이 방문이 열리더니 얼굴에 홍조가 떠 있는 여인 한 명이 들어왔다. 타올 사이로 가려져 있는 회색 피부와 문신. 이자벨이었다. 얘는 또 왜 여기로 들어와? 그의 생각이 표정으로 드러났던 걸까? 이자벨이 말했다. 그녀 역시 황당하다는 얼굴이었다.

“까먹었어요? 벨로크?”

“네가 이런 신호를 보낸 줄은 몰랐는데. 아님, 내가 신호를 보냈던가?”

그녀가 입가를 가리면서 깔깔거렸다. 그러자 가슴골에 걸려 있던 타올이 슬그머니 내려갔다. 그녀는 그것을 끌어올릴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말했다.

“기억을 좀 더듬어봐요. 몇 시간 전. 당신이 나한테 얘기했었잖아.”

내가? 벨로크는 머리를 굴리는 와중에도 두 눈은 이자벨의 나신을 바라봤다. 풍만하게 솟은 두 개의 가슴과 매끈하게 뻗은 종아리와 허벅지. 그녀의 일자 복근과 배꼽, 널따란 골반과 그 아래까지. 물기가 남아있어서 그런가? 한층 더 육감적으로 보이는 몸매였다. 그가 입을 열기 전에 이자벨이 손을 움직였다. 나무문의 걸쇠가 철컥 잠기는 소리였다.

어? 그녀는 문에 머리를 대고 한참 동안 귀를 쫑긋거리더니 빙그레 웃었다. 이윽고 맨발로 융단을 밟으며 슬금슬금 침대를 향해 다가왔다.

“뭐야? 진짜 잊었어요? 우리 같은 방을 쓰기로 했잖아요. 내가 이상한 짓거리를 할 것 같은 낌새가 보인다면 당신이 막아준다면서요. 미쳐버린 내가 자는 동료들을 찌르면 안 되니까···”

누워있던 벨로크의 몸 위에 이자벨이 슬며시 몸을 겹쳐왔다. 차가웠다. 동시에 뜨겁기도 했다. 그녀가 그의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베시시 웃자. 벨로크 역시 웃었다. 그가 이자벨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너를 찌르겠다는 소리는 아니었는데.”

이자벨의 웃음이 더 진해졌다. 그녀는 입술을 혀로 핥으면서 중얼거렸다.

“그래서··· 싫어요?”

자신을 오롯이 내려다보고 있는 탁한 눈동자를 보면서 벨로크는 상체를 세웠다. 그러고는 떨리고 있는 그녀의 목덜미를 어루만졌다.

“그럴 리가. 그냥··· 네가 너무 다급해 보여서 그랬지. 뭐에 쫓기는 것 마냥 보였거든.”

그녀의 떨림이 더 커졌다. 요사스럽던 미소 역시 팍 식어버렸다. 그녀는 입을 떠듬거리며 뭐라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숙였다. 이윽고 벨로크의 어깨에 살며시 머리를 기대며 웅얼거렸다.

“불안해서 그래요.”

“뭐가 불안한데?”

“당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지만··· 세상에 절대란 건 없잖아요. 사람 마음은 또 모르는 거잖아요. 나 같은 괴물 같은 거 언제든지 버림받을 수 있으니까···”

어깻죽지가 뜨거웠다. 벨로크는 이자벨의 여린 등을 감싸 안으며 말없이 토닥거렸다. 한참 후에 또다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한테 남은 거라고는 이제 당신들뿐인데. 또 혼자 남아버리면 나···”

이 아가씨를 어떡한다··· 벨로크는 잠깐 고민하다가 그녀의 뺨을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이자벨. 고개 좀 들어봐라.”

“싫어요!”

그녀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벨로크는 옅게 웃으면서 그녀를 달랬다. 귓불을 매만지거나 오똑한 콧날을 그녀의 상체에 비볐다. 양손 역시 쉴 틈 없이 움직이며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 그가 말했다.

“부탁한다. 응?”

그의 피나는 노력 덕분일까. 이자벨은 조금 주저하더니 파묻고 있던 고개를 슬쩍 들었다. 시뻘게진 눈두덩이 옆으로 물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남색의 눈동자가 보였다. 어이구 못생겼다. 이쁜 얼굴이 엉망이 됐네. 벨로크는 한쪽 손으로 그녀의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카라한테 말해서 주문 같은 거라도 찾아볼까? 널 절대 버리지 않겠다는 맹세의 주문 같은 거 말이야. 아니면 내 얼굴을 도장처럼 만들어서 네 몸에 찍는 건 어때? 내꺼라는 표식을 남기는 거지. 그 반대로 해도 좋고.”

얼핏 장난스럽게 들리는 말투였지만 그의 시커먼 두 눈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표식을 남기자고 하면 당장에 칼이라도 빼 들 기세였다. 이자벨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단단한 팔뚝과 굳은살 박힌 손. 그 아래에 솟아있는 무언가를 느끼며 슬며시 눈을 감았다. 이윽고 벨로크의 얼굴에 입술을 가까이하며 말했다.

“나중에··· 이 긴 여정이 끝난다면 그렇게 해줘요.”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곳의 방음이 훌륭한 편이어서 다행이다. 2층으로 올라간 카라와 아델이 술에 취해있어서 더더욱 다행이었다.

#

쑥대밭이 된 마을에서의 밤은 무사히 지나갔다. 늘어지게 늦잠을 자며 널찍한 침대에서 피로를 푼 아델과 카라는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벨로크 역시 그랬다. 오직 이자벨만이 타고 있는 낙타가 흔들거릴 때마다 옅게 신음을 흘릴 뿐이었다. 그녀의 앞에 타고 있던 카라가 물었다.

“이자벨. 어디 안 좋아? 그러고 보니 눈 밑이 꺼먼 것 같기도 하고···”

이자벨은 슬쩍 눈을 굴려서 벨로크를 째려보고는 태연하게 웃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제 웬 짐승이···”

“응?”

“어젯밤 전투의 여파가 조금은 남아있는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 낫겠죠. 제 몸뚱이. 잘 알잖아요?”

확실히 보통은 아니었지. 벨로크가 고개를 끄덕일 때. 카라와 아델이 걱정스런 기색으로 한 마디씩 내뱉었다.

“너무 무리하지 마. 몸 상태가 안 좋으면 며칠 더 쉬어도 되니까. 알겠지?”

“카라 말이 맞다. 지금 우리들의 계획은 네가 부리는 술법에만 기대야 하는 처지니까.”

“명심할게요.”

이자벨은 조금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얼마간 이동했을까. 일행은 그녀의 인도 아래 하르모아가 거주했던 연구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기 혼자 불쑥 솟아난 바위의 틈사이에 있는 쿰쿰한 석굴이었다. 주문을 부린 카라가 지팡이의 불빛을 밝혔다. 일행은 이미 죽어버린 마녀들의 소굴을 돌아다니며 이자벨이 말했던 악귀들의 시신과 주술에 필요한 여러 가지 도구들을 챙겼다.

염병. 이딴 걸 쓴다고? 정신 나간 놈들. 안면괴조처럼 보이는 괴물의 시체를 짊어지고 있던 벨로크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이자벨이 챙긴 도구들. 사람의 두개골이나 비명을 지르는 얼굴을 하고있는 식물, 수상한 녹색 액체가 담긴 플라스크 등이 주는 기괴함 때문이었다.

“아직도 더 챙길 게 남았어?”

카라가 묻자. 이자벨은 몸을 돌렸다. 그녀는 벨로크에 의해 찢겨나간 갑옷 대신 주인 잃은 대장간에서 주워온 가죽갑옷을 입고 있었다. 그와 싸울 때 썼던 쌍검 역시 어느 틈엔가 주워왔는지 허리춤에 차고 있었다. 그래, 좋아 보이던 물건인데 챙겨야지. 그녀가 말했다.

“잠깐만요. 아직··· 하나를 못 찾았어요. 나한테는 소중한 거라. 꼭 찾아야 하는데···”

이자벨은 잠시 안절부절하다가 또각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뒤를 따라 일행이 걸어갔다. 다른 곳은 다 들렀던 방들이다. 이제 남은 곳은 시커먼 피가 잔뜩 튀어있는 거대한 철문밖에 없었다. 비릿한 냄새를 한가득 풍기는 문을 보며 이자벨이 얼굴을 조금 굳혔다.

“여기만은··· 다시 오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는 조금 몸을 떨어대다가 고개를 돌렸다. 시커먼 눈을 한 전사가 거기에 있었다. 새하얀 갑옷과 붉은 머리칼을 한 마법사 역시 그곳에 있었다. 이자벨은 어째선지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끼며 강하게 발길질을 했다. 문이 쿵 열리며 피비린내가 한층 더 진해졌다. 그녀가 소리쳤다.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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