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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아델과 카라 이자벨이 한창을 부둥켜안고 울어 재끼는 동안. 기다리지 못한 벨로크가 먼저 식탁에 앉았다. 동료들끼리의 유대감. 이자벨의 상태에 대한 공감과 한탄 등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저기에 끼어들어서 넷이 끌어안고 있는 광경은 도저히 상상이 가지를 않았다. 눈물을 흘리는 광경 역시 떠오르지 않았다.
‘나중에 가면 두고두고 놀림당하지 않았을까?’
벨로크는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꽃은 꽃끼리 부둥켜안고 있으라지. 악귀들과의 전투를 마친 전사에게는 에너지가 필요했다. 적들의 피를 뒤집어쓴 육신을 술과 고기로 위로해주어야 했다. 그는 숟가락을 들었다.
이자벨이 끓인 건지 아니면 여관주인이나 요리사가 죽기 전에 끓인 건지 생선을 넣은 스튜가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그가 막 스튜를 한 입 퍼서 입에 넣기 전. 울고 있던 카라의 고개가 홱 돌아갔다. 그녀는 시뻘게진 눈을 샐쭉 뜬 채 말했다.
“지금 치사하게 혼자 먹으려는 거 아니지? 응? 우리 다 같이 고생했잖아? 물론, 대부분의 적들은 네가 다 죽이긴 했지만···”
벨로크는 수저를 멈췄다. 그는 속으로 카라의 말을 무시함으로써 얻게 될 당장의 행복감과 후에 듣게 될 잔소리에 대한 고통. 두 가지를 저울질했다. 그가 고민하자 카라는 주문을 외우듯 아주 빠른 어조로 말을 이었다.
“벨로크경. 명예로운 나의 기사님. 다시 한번 더 물을게요. 설마하니 당신의 여자들이 쫄쫄 굶고 있는데 먼저 수저를 드는 그런 파렴치한 짓을 하지는 않겠지요?”
여자들? 이자벨과의 입맞춤을 봤나? 괜히 찔끔한 그가 움찔 놀랐을 때.
“벨로크님···?”
아델마저 조금 서운한 기색으로 고개를 돌렸다. 염병. 못 이기겠군. 그래, 내가 잘못했다. 벨로크는 결국 수저를 내렸다. 그 순간.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두 사람을 안고 있던 이자벨이 낸 소리였다. 그녀는 등이 파인 드레스를 한껏 뽐내며, 어깨를 씰룩거리다가 말했다.
“우리 재회에 대한 인사는 이쯤 하기로 할까요? 식기 전에 어서 먹어요. 아. 독 같은 건 안 탔지만, 혹시나 걱정된다면···”
“서운한 소리 하지 마! 세뇌도 풀렸겠다. 네가 그럴 리가 없잖아? 거기다가···”
카라는 이자벨의 어깨를 쓰다듬다가 벨로크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가 말했다.
“저기 훌륭한 독 감별사께서 계시거든. 아주 개코가 따로 없어. 먹으면서 말해줄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이야.”
세 사람은 식탁에 둘러앉았다. 아델은 곧바로 수저를 들었고, 카라와 이자벨은 머리끈을 이용해 자신들의 긴 머리를 뒤로 묶은 후에 수저를 들었다. 벨로크 역시 마침내 원하던 스프를 맛볼 수 있었다. 아드리아 왕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줄어들지 않는 꿀꿀이 죽과는 다른 맑은 국 같은 형식의 스프였다.
시발. 이거지. 이 정도는 돼야 국이라 할 수 있지. 그는 수저를 놀리면서 슬쩍 웃었다. 비린내를 잡기 위해서일까. 온갖 향신료를 가득 쳤는지. 국물은 요상한 향이 나면서도 매콤했다. 거기다가 흰살생선 특유의 단단한 식감과 야채 같은 건더기가 어우러져 입안에서 춤을 췄다. 무슨 매운탕을 먹는 기분이었다.
“와. 이거 뭐야? 맵긴 한데··· 뭔가 계속 먹게 되네? 뭐지?”
얼굴이 뻘게진 카라가 혀를 날름거리면서도 계속 수저를 놀렸다.
“이자벨. 네가 끓인 건가?”
아델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감탄하다가 물었다. 식탁에 팔을 괸 채, 웃으면서 세 사람을 지켜보고 있던 이자벨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정식 해물 스튜에요. 여관이 커서 그런가? 다행히 제 고향에서 쓰던 향신료들이 있길래. 한 번 만들어봤죠. 다들 입맛에 맞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벨로크는 진작에 제 몫의 스프를 다 비우고, 양념한 닭고기를 뜯으면서 이자벨을 바라봤다. 그녀는 음식에 손 하나 대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 식을 것 같았다. 그가 물었다.
“이자벨. 넌 안 먹나?”
“아··· 저는...”
이자벨은 조금 애매한 미소를 지으며 말끝을 흐리다가 카라와 아델 역시 자신을 바라보자. 조심스레 수저를 들었다. 이윽고 수프를 몇 입 뜨고는 빵도 찢어서 스프에 찍어 먹었다. 벨로크처럼 고기도 몇 조각 뜯어먹었다. 그녀는 아주 빠르게 그 동작들을 반복했다. 씹지도 않고 삼키는 것 같았다.
설마... 그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졌을 때. 이자벨은 수저를 내려놓았다. 가득했던 그녀의 앞접시는 아주 깔끔하게 비워져 있었다. 그녀가 손수건으로 손과 입을 닦으며 말했다.
“내가 끓였지만 정말 맛있네요.”
이자벨의 과장된 행동에 일행은 입가를 조금 굳히다가 그냥 웃었다. 아델이 빈 잔에 술을 따르면서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다.
“전투의 피로를 풀기에는 이만한 것이 없죠.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맞아. 이번에 하르모아를 심문했을 때 얻은 정보들도 있고. 이자벨한테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얘기도 해줘야지.”
카라가 테이블을 쿵 치면서 호들갑을 떨었고, 세 사람은 곧 그들이 이 사막의 왕국에 떨어진 후 무슨 일들을 겪었는지 말했다. 알타니스, 하수구의 마녀와 데몬, 그들에게 독을 먹여 제물로 바치려 했던 도적 마을. 그들을 다스리던 만티코어를 사육하던 마녀와 이곳에서 있었던 일까지. 고개를 끄덕이던 이자벨은 만티코어의 얘기가 나오자 몸을 조금 떨었다.
“만티코어··· 본 적 있어요. 내가 하르모아님··· 아니, 그 여자한테 사로잡혔을 때. 녀석을 타고 날아갔었거든요.”
안쓰러운 눈으로 악마가 된 동료를 보고 있던 카라가 허리를 숙였다. 이윽고 바닥을 굴러다니던 유리병 하나를 들어 올렸다. 표면에는 이상한 문자가 새겨져 있고 안에는 시커먼 액체 같은 것이 담겨있는 병이었다. 그녀가 그걸 이자벨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이자벨. 이걸 봐. 이게 뭐게?”
“뭐에요? 이게?”
카라의 입가 미소가 짙어졌다. 적을 불태울 때 짖고는 하던 잔인한 마법사의 웃음이었다. 그녀가 말했다.
“너를 괴롭혔던 하르모아라는 년의 영혼이야. 내가 알고 있는 갖은 비법으로 아주 엉망으로 만들어주었지. 스스로가 누구인지도 기억 못 할 정도로··· 자의식이 붕괴될 정도로 말이야.”
이자벨은 물끄러미 그 유리병을 바라보았다. 손으로 만지작거리거나 이리저리 흔들기도 했다. 복잡미묘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벨로크는 생각했다. 아직 두려움이 채 가시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끔찍했던 마녀들의 실험은 그녀의 영혼과 육체에 크나큰 상처를 남겼을 테니까. 이윽고 그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흔들리던 이자벨의 눈동자가 제 자리를 되찾고, 곧 그녀의 입가가 쭈욱 찢어지면서 예의 그 흉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한동안 미친년처럼 웃다가 손에 들린 유리병을 홱 집어 던졌다. 병이 콰장창 깨지고 검은 색깔의 액체가 융단을 주르륵 물들였다. 이자벨은 하르모아의 영혼이었던 것을 거세게 짓밟으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개 같은 년! 시발 년! 쓰레기 같은 년! 내가··· 내가 얼마나···”
나중에 가서는 눈물을 비죽 흘리는 그녀에게 카라와 아델이 다가갔다.
“이자벨···”
“괜찮나?”
이자벨은 비수처럼 돋은 손톱으로 제 눈을 한 번 훔치고는 코를 흥 풀었다. 이윽고 세 사람을 향해서 고개를 꾸벅 숙였다.
“난 괜찮아요. 그보다 다시 한 번 더 말할게요. 다들··· 날 구해줘서 고마워요. 이 꼬라지가 된 나를 포기하지 않아 줘서 더 고맙구요. 당신들은 내 생명의 은인이에요.”
“뭘, 너도 그때 성에서 빠져나올 때. 내 생명을 구해줬었잖아.”
“동료끼리는 그런 말 하는 게 아니다.”
카라는 머리칼을 베베 꼬면서 웃었고 아델은 삐딱하게 선 채, 팔짱을 끼면서 답했다. 벨로크는 가만히 식탁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주석잔 위에 샛노란 빛이 둥둥 떠다니는 거로 봐서 벌꿀주였다. 그는 독한 술을 연거푸 들이키며 말했다.
“이제 좀 풀렸나?”
“네. 덕분에요.”
이자벨이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리에 앉자. 벨로크가 그녀의 빈 잔에 술을 채워주며 말했다.
“그렇게 강한 척할 필요 없다. 힘들면 소리도 지르고 욕도 하고 뭘 때려 부수기도 하는 거지. 괜히 마음속에 담아두지 말고 다 쏟아내도록 해. 이자벨. 너. 많이 힘들었잖나.”
주인 잃은 이 도시에서는 뭘 때려 부순다고 해도 출동할 병사들도 없고 말이지. 뒷말을 숨긴 벨로크가 피식 웃자 이자벨 역시 웃었다. 하지만 입술은 혀를 핥았으며 눈은 뱀처럼 번뜩이는 것이 어쩐지 조금 위험해 보이는 미소였다. 그녀가 말했다.
“네, 네. 벨로크. 알겠어요.”
“자. 그러면 이자벨도 돌아가는 상황을 얼추 알게 된 것 같으니까.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들을 얘기해야겠지?”
카라가 의자에 턱 걸쳐 앉으며 한쪽 잔을 내밀었다. 술을 달라는 듯했다. 얘가 점점 뻔뻔해지네? 벨로크는 고개를 돌렸지만, 아델은 그녀를 제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 역시 흠흠 헛기침을 하며 잔을 내밀었다.
얼씨구. 다들 친해졌다 이거냐? 세 명이서 날 하인처럼 부려먹겠다. 이거야? 그는 잠깐 뚱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윽고 아무렴 어떤가 싶었다. 뭐가 힘들다고. 기사의 명예와 권위? 파티의 리더로서의 무게? 그딴 게 다 무슨 소용이야. 다 내 사람들인데. 내 친구들. 그리고··· 그는 끝말을 삼키며 술병을 기울였다. 카라는 실실 웃으며 벌꿀주를 받아들고는 조금 홀짝거렸다. 그녀가 말했다.
“다들 알다시피 우리의 목적은 이 사막의 왕국. 아리안에 있다는 두 번째 대악마. 데몬들의 왕의 저지야. 이 미치광이 괴물이 이 나라를 넘어 세상을 파괴시키려 하니까.”
듣고 있던 이자벨이 말했다.
“실험을 받을 때. 얼핏 들은 기억이 나요. 마녀들 또한 한패라면서요? 그렇다면 우리는 악마의 군대와 마법사 집단 둘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거네요.”
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벨로크를 보며 말했다.
“솔직한 마음 같아서는 난 왕이니 귀족이니 거들먹거리는 권력자 놈들한테 이 일을 맡겨두고 도망치고 싶어. 하지만 우리 영웅 나리께서는 직접 자기 손으로 그 대악마를 족치고 싶나봐. 그래서 다시금 파티가 결성된 거야.”
카라가 피식 웃으며 장난스레 말하자 벨로크는 어깨를 으쓱였다. 녀석과 그 따까리들을 잡는다면 경험치를 많이 줄 것이다. 그리고 아스타로트놈을 잡았을 때처럼 새로운 스킬을 줄지도 모른다. 용살자의 벼락에 버금가는 더욱더 강력한 힘을 얻음으로써 그는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의 생존을 한층 더 보장받는 것이다.
‘여신을 다시금 만날 수도 있겠지. 이번에는 무슨 변명을 할까? 다른 놈도 잡으라고 하려나? 내가 더 강해진다면 신에게도 이 칼날이 닿지 않을까?’
그가 그렇게 생각할 때. 아델 역시 술잔을 원샷하고는 닭다리를 한 웅큼 뜯어먹었다. 그녀가 웅얼거리며 말했다. 세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지만 모르고 있을 이자벨을 위한 정보였다.
“데몬들의 왕은 룽겐 대사막에 있다는 마녀들의 탑 지하에 있다. 두 집단은 그곳을 중심으로 이 아리안 전역에 휘하의 마녀와 악마들을 내보내서 모종의 음모를 꾸미고 있지.”
“이 도시에서 일어난 것처럼 사람들을 죽이고··· 그들의 피와 살점으로 기괴한 의식들을 준비하는 건가요?”
이자벨의 말에 카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르모아에게 듣기로 중앙의 통제력이 약한 외곽에서부터 차례차례 인간들의 세력을 약화시킬 생각이었나 봐. 사람들을 죽여서 망자로 일으키거나 그들을 제물 삼아 괴물을 만들어내는 거지. 그렇게 수천수만의 괴물 군대를 만들어서 아리안 왕국의 중앙으로 진격해 단번에 수도를 박살 낸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라는군.”
이자벨이 의문을 나타냈다.
“아무리 거리가 떨어져 있고 통제가 잘 닿지 않는 외곽지역에서부터 벌이는 일이라고 해도 이 정도 규모의 소동이 일어난다면 중앙에서 모를 리가 없을 텐데요? 사람들의 눈과 입이란 건 언제나 열려있기 마련이고 윗대가리들이 바보만 있는 것도 아닐 텐데···”
그녀의 의문은 타당했다. 떠돌이 전사나 마법사, 용병, 혹은 정체를 숨긴 채 세상을 방랑하는 은둔자나 타국의 정보원들까지. 이 넓은 왕국에는 보이지 않는 눈들이 아주 많았다. 카라가 말했다.
“그 눈과 입이란 걸 막기 위해 놈들이 괴물을 풀었어. 소식을 전해줄 정보원과 전서구가 사막을 횡단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말이야. 게다가··· 현재 아리안 왕국의 수도는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모양이야.”
“뭔가요?”
카라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녀의 손이 다시금 빈잔을 내밀었고, 벨로크가 그 잔을 채워주었다.
“침상에 누워 다 죽어가는 왕관 쓴 늙은이가 자식들을 많이도 싸질렀나 봐. 수십 명의 고귀한 혈통들이 다음 제왕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는군. 그리고 그들의 틈바구니로 마녀들 역시 한 숟가락 거들고 있고 말이야. 대충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이자벨은 고개를 까닥거리며 생각했다.
아리안의 수도에서는 현재 내전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왕이 되기 위해서 그리고 형제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그 순간. 음습한 마력과 비법을 가진 마녀들, 혹은 인간의 탈을 쓴 강력한 전사인 악마들이 접근해와서 힘을 빌려준다면?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닌 왕위 계승권자 수십 명한테? 흐르는 피는 더 많아질 것이고 혼란은 더 가중될 것이다. 그리고 권력자의 비호 아래 각각 한 자리씩 꿰찬 괴물들이 손을 쓴다면외곽에서 보내오는 정보 따위 묵살되겠지. 이자벨이 말했다.
“확실한 증거를 잡아서 사람들한테 알린다고 해도 소용없겠죠?”
카라는 어깨를 으쓱였다.
“이곳은 교회들이 넘쳐흐르는 신성 왕국이 아니야. 휘어진 칼을 휘두르는 전사들의 쉼터. 메마르고 거친 사막의 땅이지. 내가 그들이라면··· 고귀한 사막의 별들이라면 왕좌를 위해서 혹은 살기 위해서 괴물들의 힘이라도 기꺼이 빌릴 거야. 그리고 이렇게만 흘러간다면 이 나라는 한 줌 모래처럼 흩어지겠지. 악귀들은 더 득실거릴테고.”
“하. 권력자들이란···”
이자벨이 비죽 한숨을 쉴 때. 탁 소리가 났다. 벨로크가 술병을 내려놓는 소음이었다. 그가 말했다.
“사실상 제일 큰 문제는··· 우리가 그곳에 제때 도착할 수 있을까다.”
“이곳에서 수도까지의 거리가 그렇게 먼가요?”
눈을 뜨자마자 마녀에게 잡혀갔기에 정확한 지리를 모르는 이자벨이 멀뚱한 표정을 지었다. 벨로크가 말을 이었다.
“낙타를 타고 가도 네 달은 걸린다는군. 그 정도 시간이면 놈들의 계획이 완성되기에 충분한 시점이지.”
“벨로크의 말마따나 그게 제일 문제야. 우리의 이동속도··· 그렇다고 포탈주문을 쓸 수는 없으니···”
카라가 한숨을 쉬고, 아델은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그 순간. 이자벨이 흐음. 콧소리를 냈다. 그녀가 자신의 뿔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그 문제라면 내가 해결해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주 빠르면서도 영원히 지치지 않는 탈것. 내가 만들어 낼 수 있거든요.”
뭐? 세 사람이 눈을 크게 뜰 때. 이자벨은 문신이 가득 새겨진 목을 쓰다듬으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