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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기사로 살아가기-76화 (76/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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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착

차가우면서도 단단한 무언가가 피부 위로 느껴졌다. 발을 슥슥 움직이니 철커덩 소리가 들린다. 이번에는 손가락을 쥐었다 폈다 해보았다. 푹신한 가죽 너머로 단단한 그립감이 느껴졌다.

이걸 입고 이걸 휘두름으로써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겪어왔던가. 뭐, 대부분은 무언가를 막아내거나 부수는데 사용했을 뿐이지만··· 벨로크는 괜스레 손에 들린 검을 휙휙 휘둘렀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녀석이 거친 파공성을 일으켰다.

“아무리 봐도 이 장소에 어울리는 녀석은 아니란 말이지. 뭐, 그건 너도 마찬가지지만.”

벨로크는 고개를 몇 번 까딱거리고는 자신의 발톱을 들어 올렸다.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졌다. 이윽고 귀를 찢을 듯한 바람 소리가 들리더니 땅이 쿠웅 울렸다. 새끼. 이게 본 모습이다. 이거지? 그러면서 그딴 차림으로 그런 행동을 해? 금이 쩍 가는 것을 넘어 깊은 고랑이 파인 보도블록 위로 거대한 기둥 두 개가 보였다. 시커먼 비늘에 휩싸인 기둥이었다. 그것이 말했다.

“다시 한번 묻겠다. 넌 대체 누구냐? 내 수 백 년을 살아왔건만, 이런 세상은 본 적도 들어 본 적도 없다. 그리고 내가 본 그것은···”

변신하면 말투도 달라지나? 좀 거칠어진 것 같은데. 벨로크는 짧게 답했다.

“네 목을 자를 사람.”

크르르 하는 숨소리가 더욱 커졌다. 사람들의 비명이나 사이렌 소리 정도는 가뿐히 잡아먹을 정도였다.

“건방 떨지 마라. 네놈이 아무리 규격 외의 존재라고 해도 그것이 네 목숨을 지켜주지는 않는다. 나는 지하 밑바닥 다섯 권좌 중 하나니까. 천상의 버러지들이 정한 운명을 뒤흔드는 존재란 말이다!”

세로로 갈라진 노란 눈이 흉악하게 빛났다. 꽉 다물린 톱니 이빨 또한 으드득거리면서 먹잇감을 씹을 준비를 했다. 하지만, 벨로크는 놈이 겁먹었다고 생각했다.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는 미약하나마 떨리고 있었고, 안광을 뿜어내는 눈동자 저편에도 떨쳐내지 못한 불안감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공포심을 숨기기 위해 괜히 더 위협적이고 과장되게 행동하는 것 같았다. 쫄았냐? 왜? 네가 모니터 속 데이터 쪼가리라는 사실을 깨달아서? 아니면 도시 내에 가득한 매연과 미세먼지 덕분에 숨을 못 쉬겠어서?

벨로크는 입을 열어서 저 괴물을 한껏 조롱할 수도 있었다. 혹은, 수백 년을 살아온 괴물에게 정체 모를 비의나 놈이 알고 있는 정보 같은 것을 캐물을 수도 있었다. 예를 들어, 이 공간에 대한 것이라던가.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으니까.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벨로크는 손에 들린 검을 꾸욱 쥐며 자신의 스킬을 발동시켰다.

파지지직

대검의 룬 문자가 화악 번쩍였다. 이윽고 샛노란 벼락이 검신을 타고 흘렀다. 뜻하는 바는 명확했다. 벨로크가 냅다 달려들자, 아스타로트는 날개를 휘익 펼치며 뒷걸음질 쳤다.

빌딩만 한 덩치 덕분인지. 둘 사이의 거리가 순식간에 벌려졌다. 이 새끼가. 용의 거체에 부딪친 아파트 몇 채가 쿠르릉 무너져내렸다. 놈은 날개를 휘익 털고는 말했다.

“기어이 피를 보자는 거로군. 그래, 좋다. 기사와 용이 만나면 하는 일이라고는 그것뿐이겠지. 하지만, 난 다른 용들과는 다르다. 고고함과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그런 멍청이들이 아니란 얘기지. 정정당당히 싸워주지 않겠다. 실컷 농락하다가 태워주마!”

아스타로트는 피막 날개를 스윽 접더니 다시금 강하게 뻗어냈다. 천둥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용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벨로크의 눈이 돌아갔다. 위쪽이었다. 그의 눈동자는 작은 점이 되었다가 점점 커지고 있는 용의 모습을 포착했다. 녀석의 길게 빠진 주둥이에서 튀어나오는 불꽃까지. 엿됐네. 이걸 어떻게 잡는다. 벨로크는 재빨리 땅을 박찼다.

몰아치는 화염의 파도에 그가 방금 전 까지 서 있던 자리가 쑥대밭이 되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달려야 했다. 아스타로트가 그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며 계속해서 브레스를 내뿜었기 때문이다.

보도블럭과 아스팔트가 지글거리며 녹아버렸다. 집 안에 숨어서 둘을 힐끔거리던 시민들 또한 한 줌 재가 되어버렸다. 시발. 진짜 어떻게 해야 하지? 쏟아지는 열기에 등이 뜨뜻한 걸 넘어서 뜨거울 정도였다. 이대로 가다가는 저 화염에 휩쓸리고 말 것이다. 그런 벨로크의 눈에 거대한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까 전 용이 부수고 남긴 아파트였다. 몇 채는 멀쩡해 보였기에 그는 재빨리 건물 안으로 몸을 숨겼다. 좋은 생각이 있었다.

“두더지처럼 도망만 다니는 꼴이라. 한심하군. 어쩌면 내가 본 광경들은 그저 환상에 지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구나. 주문이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고 불가사의한 힘이니까.”

용은 안심한 듯이 크르르 한 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한 번 흔들어 재낀 후, 다시금 주둥이를 열었다. 지하세계의 지옥 불이 또다시 뿜어져 나왔다. 건물 채로 태워버릴 셈이었다.

불꽃은 끝도 없이 그리고 맹렬한 기세로 뿜어져 나왔고, 종래에는 콘크리트로 된 건물 하나를 폭삭 무너뜨려 버렸다.

아스타로트는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불길을 몇 번 더 뱉어내고는 거대한 발로 건물의 잔해를 짓밟기 시작했다. 건물주가 본다면 피를 토할 광경이었다. 조각이 사방으로 비산하고, 흙먼지가 나풀거렸다. 용은 그렇게 화풀이하듯 바닥을 즈려밟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벨로크라는 기사의 심상 세계이자, 돌무덤처럼 보이는 회색 도시는 현재 쑥대밭이 되어 타오르고 있었다. 전부 다 그녀의 작품이었다. 하지만, 이 강대한 생명체는 까닭 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괴수입니다! 아니, 그러니까! 진짜 괴수라고요! 현재, 저희로서는 진압이 불가능합니다! 군대가 필요합니다!

-모두 이쪽으로! 저희 지시를 따라서 침착하게 대피해 주십시오!

-미친. 내가 뭘 본 거야··· 저거··· 용 아닙니까? 미사일 정도는 쏴야 먹힐 것 같은데요.

시커먼 장벽 같은 것을 쳐놓은 채, 작은 쇠붙이를 자신에게 들이밀고 있는 인간들. 연기를 내뿜으며 움직이는 관, 곤충의 날개 같은 것을 윙윙 돌리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이상한 물체들까지.

오래 산 괴물인 그녀로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이 사방에 널려있었다. 주문을 사용한 것도 그녀이고, 여기까지 들어온 것도 그녀이건만 모르는 것이 너무도 많았다.

이 세계는 대체 뭐란 말인가. 게임, 모니터, 장기말···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그 외의 모든 것은 이해가 불가능했다. 용이 혼자서 중얼거렸다.

“마음 같아서는 네 친구들처럼 끝도 없는 고문을 선사해 노예로 만들어버리고 싶지만··· 여기는 무언가 이상해. 빨리 빠져나가야겠어.”

아스타로트는 두 눈을 슬쩍 감았다. 그러고는 입술을 달싹이며 뭐라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찢고 들어왔던 심상 세계를 빠져나와 다시 그녀가 있던 원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함이다. 잠시 후, 용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이윽고 당황한 어조로 말했다.

“뭐야···? 왜 주문이 먹혀들지 않는 거지?”

그녀는 다시금 눈을 감고, 주문을 외웠다. 이번에는 이 요상한 세계를 자신의 마음대로 주무르고 재창조하는 마법이었다. 소용없었다. 여전히 이곳은 회색빛의 돌무덤이었고, 매연과 유독가스가 넘쳐나는 공간이었다.

“시발! 이게 뭐야-아-아!”

긴 세월에 걸쳐 쌓아왔던 주문, 비술. 그녀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능력들이 이 공간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더불어 영혼마저 묶여버렸다는 사실에 타락용은 그만 겁에 질려버렸다. 그녀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발을 쿵쿵 찍었다.

“그 인간 놈을 다시 찾아야 해! 아직 영혼이 완전히 찢겨나가지는 않았을 테니···”

그 순간. 화끈거리는 감각에 용은 화들짝 앞발을 들어 올렸다. 시커먼 검 한 자루가 자신의 비늘을 뚫고 몸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 밑에는 같은 색의 갑주를 입은 전사가 눈을 빛내고 있었다. 아스타로트가 으르렁거렸다.

“네놈···!”

“이곳 지하실은 내진설계가 잘 되어 있어 다행이군. 부실 공사는 아닌 모양이야.”

그는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는 쥐고 있는 검에 한층 더 힘을 주었다. 비늘과 살이 쩍 갈라지며 한층 더 깊은 상흔을 남겼다.

끄아아악!

용은 재빨리 다리를 움직여 벨로크를 깔아뭉개려고 했다. 하지만, 검신에 타고 흐르는 벼락이 상처 사이로 파고들자 한 발 느리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벨로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녀석이 헛발질을 할 때. 그는 이미 자리를 벗어나, 동산을 기어오르고 있었다.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또다시 하늘로 도망칠 테니까. 꼬리를 지나, 등에서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감각에 아스타로트가 소리를 질러댔다.

“떨어져라! 떨어지란 말이다!”

그녀가 몸을 뒤로 기울였다. 등채로 부딪쳐 곤죽으로 만들어버릴 셈이었다. 이를 감지해낸 벨로크는 검을 역수로 쥐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몸에 퍽퍽 찍으며 암벽을 타듯 위치를 바꾸었다. 대검이 비수처럼 날아오고, 그 뒤를 따라 벼락이 반짝거렸다. 노련한 사냥꾼은 교묘하게도 용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만 골라서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알고서 행동한 것은 아니었다. 사선을 넘어온 전사로서의 본능이 점지해준 결과였다.

몸을 빈틈없이 감싸고 있던 비늘들이 흉하게 떨어져 나갔다. 그 사이로 시커먼 선혈이 꿀렁꿀렁 흘렀다. 피를 흘리는 산을 보는 것 같았다. 용이 괴성을 질렀다. 이윽고 다시금 입술을 중얼거리며 주문을 외웠다. 하지만, 무언가에 틀어 막히기라도 한 것처럼 주문은 나오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의지 같은 것이 자신의 힘을 틀어막고 죽음을 강요하는 것 같았다. 웃기지 마라··· 내가 그 밑바닥에서 어떻게 살아왔는데. 풍요로운 땅과 하늘, 강과 바다를 빼앗긴 채, 그 토굴에서 썩어가야 했는데! 악마용은 이를 악물었다. 그러고는 피막 날개를 활짝 폈다.

“나는 장기말이 아니야! 네놈들이 멋대로 정한 운명 따위에 순응해야 하는 그런, 인형이 아니란 말이다!”

발악하듯이 외친 용이 바닥을 강하게 찼다. 우레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악마와 인간은 하늘로 치솟았다. 벨로크는 먹먹한 귀를 부여잡지도 못한 채, 검을 꾸욱 쥐고 버텼다.

어두컴컴하던 주위 광경이 쏜살같이 지나가고, 차갑고 건조한 공기가 그의 얼굴을 강타했다. 완연한 겨울 날씨였다. 한숨을 한 번 내쉬자, 폐부가 시릴 것 같은 냉기와 함께 새하얀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잠시 이 낯선 감각을 즐겼다.

철판으로 둘러싸인 기물 속에서 하늘을 유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기분이었으니까. 평범했던 20대 청년이 겪기에는 너무나도 신비롭고 두려운 광경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감상에 사로잡혀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지는 않았다. 바로, 이 악마를 죽이는 것이었다. 그는 잠깐 상념에 빠져들었다.

내가 진짜 벨로크였다면 왕국에 드리운 암운을 걷어내기 위해 그리고 기사로서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이 녀석을 죽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진짜 벨로크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이 녀석을 죽이려고 하는 거지?

여신의 계시 때문인가? 대악마를 죽이면 집으로 돌아갈 실마리를 준다고 말했으니까? 곰곰이 생각하던 20대의 청년 역시 고개를 저었다. 그래, 분명 처음에 여기 떨어졌을 때는 그런 생각도 했었다. 엿 같은 세계였으니까. 돌아가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나는···

난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서 있는 거였다.

입은 거칠지만, 나를 생각하는 마음은 진심인 검은 머리 성기사, 약속과 신의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나를 따라나선 붉은머리 마법사, 그리고··· 정신이 조금 이상한 금발머리 요정까지. 가짜기사는 눈을 슬쩍 감았다 떴다.

휙휙 지나가는 구름 아래, 끝도 없는 야경들이 가득 펼쳐져 있었다. 화려하게 빛나는 네온사인이 쉴 틈 없이 반짝였고, 아스팔트가 깔린 도로 위에는 형광펜 같은 선들이 휙휙 지나갔다. 이를 가로지르는 기다란 다리와 더불어 수면에 비치는 광원들까지. 이제는 익숙함과 동시에 낯선 풍경들. 그토록 그리워했던 다시 돌아오고 싶었던 고향의 광경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찝찝해.”

나는 손에 들린 검을 퍽퍽 박으며 점점 위로 향했다. 쭈욱 흘러나온 피가 마치, 물감처럼 하늘을 수놓았다. 악마용은 중간중간 날개를 젖혀 나를 떨어트리려고 하거나,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 소용없었다.

나는 바싹 숨을 죽은 채, 손에 들린 검을 벗 삼아 계속해서 기어갔다. 널찍한 등판을 지나고, 두근거리는 심장 고동소리마저 지나치자, 다른 것들에 비해 얇은 기둥하나가 보였다. 그래, 아무리 괴물이라도 이걸 자르면 죽겠지.

나는 손에 들린 검에 힘을 꾸욱 주었다. 그러자, 검신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칼날을 타고 흐르는 벼락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손톱으로 놈의 살갗을 거세게 헤집어서 몸을 고정시켰다. 남은 한쪽 손은 하늘 높이 치켜 올렸다. 아래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 그만, 그마아아안! 이곳이 아무리 네 심상 세계라고 해도 큰 충격을 받는다면 너 역시 무사하지 못할거다! 영혼마저 갈가리 찢겨나가 본래의 육체로 되돌아갈 수 없단 말이다!”

나는 잠깐, 망설였다. 심상 세계라는 말이 흥미를 준 것도 있었지만, 무슨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그것도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시발. 이게 뭐지? 이를 다르게 해석했는지. 아스타로트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벨로크! 살려다오! 나를 여기서 놓아준다면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다! 네 동료들을 구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보물, 지하의 진귀한 보물들도 주마! 물론, 다시는 이 세계를 탐내지도 않겠다! 어떠냐!”

손에 들린 검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 굳건히 그 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나는 망설이지 않았다.

“유언은 그걸로 끝이냐?”

그냥 한 마디 중얼거리고는 검을 내려찍었다. 콰르릉 천둥이 쳤다. 스파크가 격렬하게 튀며 사방이 요란하게 반짝거렸다. 목이 잘려나간 용이 단말마를 내지르는 순간. 재빠른 선 두 개가 이쪽을 향해 쇄도해오고 있었다.

꽁지에 달린 제트분사기와 요란하게 뻗어 나가는 연기가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여긴 분명, 내 마음속 세계라고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나한테 피해가 오는 일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저걸 맞으면 난 어떻게 되지? 이런 시발. 내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는 순간. 미사일이 폭발했다.

[기사 벨로크가 타락한 악마용. 아스타로트를 무찔렀습니다.]

[경험치가 100500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긴급퀘스트 : 게오르그 공작의 배신이 시작됩니다.]

컴컴해진 방 안 모니터 속 화면들이 요란하게 점멸했다. 그 앞에는 먹다 남은 치킨만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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