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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기사로 살아가기-59화 (59/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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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성

목청 한번 좋군. 괴물이라 그런가? 벨로크의 두 눈이 어둠 속을 다시 꿰뚫어 보았다.

2미터는 될법한 덩치의 쭈구렁 할망구가 한쪽 눈을 부여잡은 채, 뭐라 소리치고 있었다. 일행의 귓가에 다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였다.

“끄으으윽! 이 내장을 꺼내 죽일 새끼야아! 돌멩이? 돌멩이를 지금 나한테 던졌다고?!”

안구가 터진 노파가 진물을 뚝뚝 흘리며 악다구니를 썼다. 육체적인 고통과 더불어 정신적인 충격도 큰 모양이었다.

자신의 보호막을 꿰뚫은 것이 특별한 유물이나 마법사의 주문도 아닌, 한낱 돌이라는 사실이 말이다.

벨로크는 노파의 욕설에 대한 답례로 손을 한 번 더 까딱거렸다. 빛살과 함께 파공성이 울렸지만, 타이밍 좋게 앞을 가로막은 원정대 병사가 이를 대신 맞았다. 아깝네.

퍼억

머리가 깨진 병사의 시신 위로 예의 그 거미 다리가 삐죽 튀어나왔다.

노파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걸걸거리는 음성으로 기괴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원정대원들의 머리가 부르르 떨리고, 하나같이 퍽퍽 깨졌다. 어떤 이들은 배나 등이 쩌적 갈라지기도 했다.

괴물에게 기생당하고 있던 사람들은 비명을 질렀다. 이윽고 그 비명은 괴물의 괴성으로 바뀌었다. 더 이상 껍데기를 뒤집어쓴 채, 모습을 숨기지 않을 생각이니까.

끄에에에

수십 명의 거미 인간들이 달밤 아래에서 모습들 드러냈다. 이를 본 카라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지팡이를 휙휙 휘둘렀다.

“오지 마! 오지 말라고!”

“멍청아! 주문을 외워라!”

아델이 카라의 팔뚝을 짝 쳤다. 이번에도 역시 악. 소리를 낸 그녀가 찔끔 눈물을 흘렸다. 이윽고 정신을 차린 것인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주문을 외웠다.

그런 그녀의 앞을 아델이 막아섰다. 날아오던 검은 선 하나가 방패에 튕겨 나갔다. 거미 인간이 쏘아낸 석궁의 볼트였다.

“무기까지 쓴다고?”

아델이 이를 악무는 것과 동시에 녀석들이 사방에서 몰아쳤다.

제일 선두에 있던 녀석이 거미 다리를 이용해서 기어 왔다. 위에 매달린 인간시체가 버둥거리면서 무기를 휘둘러왔다. 신박한 놈이네.

보고 있던 벨로크가 검을 내려찍었다. 녀석은 다리를 용수철처럼 튕기며 피하려 했다. 하지만 그의 검이 더 빨랐다. 빛이 반짝였고 괴물은 두동강이 났다.

치솟는 흙과 나뭇잎을 뒤로한 채, 벨로크는 괴물의 사체를 살폈다.

토막 난 인간의 몸뚱이 아래 사람 머리통만 한 거미의 시체도 같이 들어있었다. 그 속에는 시뻘겋게 물든 하얀색의 알들도 보였다. 시발. 벨로크는 간만에 비위가 상하는 것을 느끼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대검을 휘두를 공간을 벌기 위함이다. 일단 주위를 둘러싼 놈들을 처리해야 숲속에 숨어있는 마귀할멈 같은 저 괴물을 끝장낼 수 있었으니까.

끄에에에

거미 인간들은 그런 벨로크를 향해서 우선적으로 몰려들었다. 무리에서 홀로 떨어진 사냥감부터 잡을 생각이었다. 거미 인간 넷이 달려들었다. 한 놈은 뛰어왔고, 세 놈은 기어 왔다. 뛰어오던 놈이 입을 오물거리더니 실을 촤악 내뿜었다.

쏘아지는 기세와 끈적한 점성으로 볼 때 맞으면 좋은 꼴은 못 볼 것 같았다.

벨로크는 피할까 생각하다가 뒤편에서 싸우고 있는 동료들을 떠올리고는 검날을 회전 시켜 검면으로 실을 막았다. 거미 대가리의 네 쌍 눈동자가 호선을 그렸다. 비웃는 듯했다.

“웃어?”

마주 웃어준 벨로크가 실이 칭칭 감긴 검을 그대로 내려찍었다. 괴물은 웃던 얼굴 그대로 조각나버렸다. 검날이 예리하든 뭉툭하든 상관없었다. 손에 들린 이 검은 무게 자체로 이미 하나의 흉기였으니까.

건방진 괴물의 입을 다물어버린 벨로크는 자세를 한껏 낮춘 후 몸을 회전시켰다. 폭풍이 휘몰아치고, 화살이 튕겨 나갔다. 달려들던 거미 인간들 또한 퍽 뭉개졌다.

시체들이 후두둑 떨어지고, 살아남은 거미 몇이 꿈틀거리면서 숙주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녀석들이 달려들려는 찰나. 거대한 음영이 졌다.

키익?

네 쌍의 눈동자가 위로 향했다. 붉은 달빛 아래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강철 부츠가 떨어지고 있었다. 콰직 소리와 함께 체액이 쭉 흘렀고, 괴물의 생각이 끊겼다.

벨로크는 흙바닥에 부츠를 벅벅 문지른 후 검을 휙 털었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괴물들은 더 이상 그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대신에 쏘아지는 불나방들처럼 화염을 향해서 덤벼들고 있었다.

“헬레나여!”

검을 바닥에 꽂은 아델이 성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불꽃의 보호막이었다. 매캐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불똥이 이리저리 튀었다.

그녀의 옆에 선 카라가 한쪽 손을 뻗은 채, 주문을 사용했다. 번개가 쏘아지더니 숲속에서 나온 녹색깔의 연기와 맞부딪쳤다.

스파크가 파지지직 일었고, 녹색 연기 또한 폭발하듯 뭉글거렸다. 주문 대결이었다. 손에서 벼락을 뿜어대던 카라의 시선이 벨로크에게 향했다. 쏘아지는 빛 때문에 새하얀 얼굴이 된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숲속을 눈짓했다.

저 연기를 따라가면 주문의 사출자인 마녀가 있을 거라는 얘기일 수도 있고, 멀뚱히 보고만 있지 말고 뭔가 좀 해보라는 뜻일 수도 있다. 벨로크가 생각하기에 명백히 후자였다. 인상이 구겨져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는 검을 꾹 움켜쥔 채, 재빨리 달려 나갔다.

숲속으로 들어가기 전, 괴물 하나가 앞을 가로막았다. 예의 그 버섯 괴물이었다.

일행의 화려한 불놀이에 시선이 팔려서 온 게 틀림없었다. 그가 검을 휘두르기도 전에 바람 가르는 소리가 울렸다.

쐐애액

퍼억 구멍이 뚫린 녀석이 나무 등지에 틀어박혀서 버둥거렸다. 벨로크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의 오감이 뒤편에 서서 석궁을 쏘아낸 요정 궁수를 그려냈으니까.

저건 또 어디서 났대? 주웠나. 싱긋 웃은 이자벨이 손을 흔들었고, 벨로크는 어둠 속으로 잠겨 들어갔다.

쿵쿵쿵

강철 부츠에 밟힌 잔가지들이 툭 부러졌다. 나무와 수풀이 거칠게 흔들렸다. 흑기사는 굳이 기척을 숨기지 않고 우직하게 달려 나갔다. 철그럭 거리면서 요란스러운 소리가 울려 퍼지자, 파티의 주최자 또한 이를 알아차린 모양이다.

숲속에서 쏘아지던 연기가 푸식 꺼졌다. 이윽고 걸걸한 주문 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다. 벨로크는 이를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달려가는 기세 그대로 바닥을 한 번 쓸고는 휙 던졌다.

여러 개의 빗살이 쏜살같이 날아갔다. 주문 소리가 멈췄다. 퍽퍽 거리며 살점이 짓뭉개지는 소리도 들려왔다. 하지만, 벨로크는 혀를 찼다. 투석은 노파의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괴물들의 몸에 구멍을 뚫었을 뿐이었다.

그래, 고기 방패들을 준비하셨군. 주문을 멈춘 걸로 만족해야 하나? 원래 비밀병기란 것은 상대방이 모를 때. 그 효과가 크게 발휘되는 법이니까. 이에 동조하듯 그의 문장 갑옷 또한 희미하게 빛났다.

뛰어가던 그가 돌연 걸음을 멈췄다. 널따란 공터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피워놓은 모닥불과 보글거리는 솥, 한쪽 눈이 터진 마귀할멈과 괴물들도 있었다. 노파가 으르렁 거렸다. 몇 개 남지도 않은 이빨이 황망하게 박혀있었다.

“그래, 이 씹어먹을 기사놈아. 네 동료들은 어디다 팔아먹고 온 거냐? 설마하니 혼자 온 건가?”

“그렇다면, 어쩌려고?”

늙은이의 외눈이 홀로 서 있는 벨로크와 불꽃이 치솟고 있는 숲을 주시했다. 분노로 일그러져 있던 그녀가 돌연 미소를 지었다.

“힘 좀 세고, 칼솜씨 좀 있다고 하늘 높은 줄 모르는구나. 그 오만이 너의 목을 조를 것이다.”

글쎄, 누가 멍청한지 모르겠군. 벨로크는 피식 웃고는 양발을 벌리며 검을 추켜세웠다. 허벅지 또한 팽팽하게 당기며 당장에라도 튀어 나갈 자세를 취했다. 그가 말했다.

“나 혼자서도 충분할 것 같은데.”

“킬킬킬. 미친놈 같으니.”

비웃음을 머금은 노파가 손짓했다. 수십 마리의 괴물들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윽고 주문을 외우기 전에 한 마디 덧붙였다.

“성기사도 마법사도 아닌 네놈이 악마들의 주문을 상대로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팔 다리를 잘라서 씹어먹어주지!”

구불거리는 지팡이를 치켜든 노파가 크고 낭랑한 목소리로 주문을 외웠다. 그것을 기점으로 노파의 주위에 있던 괴물들 또한 인간기사에게 달려들었다. 바닥이 둥둥 울리고 끔찍한 괴성이 사방에서 몰아쳤다.

벨로크는 고개를 까딱거리고는 냅다 달려 나갔다. 이윽고 오감을 집중시켰다. 세상이 느려지고, 어김없이 그의 검이 번뜩였다.

사람 몇 개를 합쳐놓은 크기의 거대거미가 쩍 토막 났다. 쏟아지는 내장과 피를 뒤로한 채, 녀석의 시체를 밟은 벨로크가 훌쩍 점프했다.

예의 그 악령 나무가 가지를 휘둘렀다. 거대한 바람이 부는 듯했다. 그는 허공에서 검을 휘둘렀다. 말도 안 되는 기예였지만 괴물은 순식간에 갈려 나갔다. 후두둑 떨어지는 장작더미와 함께 벨로크는 바닥에 쿵 착지했다. 고랑이 깊게 파였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몸으로 깔아뭉개려는 괴물을 한 발짝 피하고 검을 내려찍었다. 짓쳐 드는 괴물의 이빨을 검 면으로 막고 그대로 후려쳤다.

불똥과 살점이 비산하고 흐릿한 궤적이 끝없이 몰아쳤다.

불길한 달빛 아래에서 흑기사는 계속 그렇게 싸웠다. 피하고, 막고, 반격하고, 찌르고 베어냈다. 허공에서 피보라가 일며 수십 마리나 되는 괴물들이 쓰러지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뭐, 이런···

노파가 하나밖에 없는 눈을 꿈틀거렸다. 눈앞에 있는 사내의 무력이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탓이다. 두려움이 일 정도였다. 하지만··· 노파는 씩 미소 지었다. 주문이 완성되었으니까. 그것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 중 제일 강력한 주문이. 그녀가 지팡이를 치켜 올리며 소리쳤다.

“그분의 이름으로 명한다! 내리쳐라아!

지팡이가 바닥을 내려찍듯 휘둘러졌다. 검붉은 하늘이 쿠르릉 울었고,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윽고 시위가 반짝거리며 거대한 벼락이 내리쳤다. 목표는 물론 괴물의 가슴에 검을 박아 넣고 있던 기사였다.

삐이이 하는 이명과 함께 새하얀 잔상이 노파의 시야를 가렸다. 그녀는 입가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지금의 소란을 즐겼다. 조금 있으면 새까만 잿더미 하나만 앞에 있을 테니까.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보인 광경에 노파의 외눈이 부릅떠졌다.

“뭐, 뭐냐? 대체 어떻게···?”

사내는 멀쩡했다. 그것도 상처하나 입지 않았다. 그럴 리가··· 주문은 분명, 그 순간. 노파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있었다. 사내가 입고 있는 갑옷이었다. 기이한 문양이 번쩍거리며 알 수 없는 힘을 뿜어내고 있었다. 마법사인 노파는 이를 단번에 알아챘다. 주문을 흡수한다고? 말도 안 돼.

“이게 무··· 억.”

노파가 무언가를 말하려 했다. 목울대가 움직이며 흉측한 이를 다시 드러냈다. 그 꼴을 보기 싫었던 벨로크는 검을 내려찍었다. 실선을 남긴 채, 쩍 갈라진 노파가 바닥을 굴렀다. 대악마의 정원사이자 사람 잡아먹는 식인 괴물, 악귀들을 길들여서 원정대를 우롱하던 마귀할멈이 그렇게 죽었다.

벨로크는 검을 휙 털어서 피와 살점을 털어내고는 바닥에 턱 꽂았다. 그러고는 등을 기대며 생각에 빠졌다.

그 역시 놀란 것은 마찬가지였다. 느닷없이 번개가 떨어지던 주문의 위력에, 그리고 그것을 막아낸 이 갑옷의 성능에 말이다. 그가 손을 툭툭 털고는 갑옷을 조심스레 매만졌다. 존나 사기네 이거.

이번 일이 끝나면 카라에게 단단히 보상해야 할 듯싶다. 뭘 줘야 하지? 마법사니까 마도구를 좋아할까? 아니면 그녀도 여자니까··· 보석 박힌 장신구나 옷가지도 괜찮을 것이다.

벨로크는 피식 웃었다. 괴물들의 시체 바구니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자신이 낯설어서였다. 이제 이곳 사람이 다 되었군.

짧은 상념을 끝낸 그가 내면 속으로 들어갔다. 노파와 괴물들을 잡고 레벨업을 했기 때문이었다. 이윽고 깜짝 놀랐다. 모든 능력치가 하나씩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스킬레벨들 또한 한 단계씩 오른 것이다. 대체 이게 뭐지?

육체는 한층 더 강력해졌고, 감각 역시 송곳처럼 예리해졌다.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벨로크는 떨떠름했다. 그가 이 세상에 빠지기 전, 모니터로만 접했을 때는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이를테면 미지에 대한 공포였다.

난이도를 높이면 주는 것도 많은 건가? 아니, 애초에 내가 알던 게임이 이게 맞나? 여신이 점지했던 대로 대악마를 죽이기만 하면 집으로 돌아가는 실마리가 열리긴 할까?

나는 정녕 현대인이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불안감들이 계속되었다. 이 육체에 들어오고 나서 그 어떤 괴물이나 악마를 상대할 때도 느껴본 적이 없던 감정이었다. 그 순간. 뒤에서 목소리들이 들렸다.

“벨로크님!”

“왜 멍 때리고 있어?”

“괜찮아요?”

벨로크는 고개를 돌렸다. 헬레나의 성기사, 붉은 머리 마녀, 거짓말쟁이 요정이 다가오고 있었다. 하나같이 피에 푹 젖은 섬뜩한 모양새였지만, 벨로크는 마음속에 일던 동요가 슬며시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왜 그럴까? 저들이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들이라서? 폴리곤 덩어리가 아니라 진짜 살아있는 사람들처럼 느껴져서? 그렇다면 이 세계도 어쩌면··· 아니, 결국은 내가 강해졌다는 게 중요하지. 생존의 확실성을 보장받았으니까.

벨로크는 생각을 멈췄다. 손을 슬쩍 움직여 면갑을 철컥 올렸다. 잠시, 동료들을 처다본 그가 말했다. 여느 때처럼 무미건조한 음성이었다.

“다들 고생했다.”

“어디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아델이 다가와서 조심스런 손길로 그의 몸을 살폈고, 카라는 바짝 타버린 괴물들의 시신과 경악한 노파의 눈을 보면서 피식 웃었다.

“어때? 대단하지? 그 갑옷. 진짜 마법사들의 천적 같은 물품이라니까. 운석소환 주문 같은 것만 아니면 뭐든 막아낼걸?”

벨로크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에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해라. 내 손이 닿는 한에서 구해주겠다.”

“정말?”

카라가 눈을 빛냈고, 아델이 부럽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카라는 거만하게 웃으며, 그 시선을 즐기다가 아델의 눈꼬리가 점점 사나워지자 눈을 찔끔 깔았다. 그 순간. 이자벨이 말했다.

“다들 와서 이것 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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