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 정치 스릴러
“네? 지우 씨는 그냥 배우 아닙니까? 연기 잘하는 거야 알지만···”
최영준 대표는 이지우라는 말에 반응하는 제작사 직원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의아한 얼굴로 되묻는 최영준 대표를 향해 윤경수 제작 1팀장이 타이르듯 설명했다.
“아, 최 대표는 모를 수 이겠네요. 수한이 형 대표작이, 뭐 그래 봐야 아직 영화는 2편밖에 안 찍었지만··· 그 두 편이 전부 지우가 손댄 각본이에요. 원래도 수한이형이 잘하긴 했었지만 지금 활동하는 기성 감독님들 다 제치고 감독상 받을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잘하는 건 잘하는 거고, 일단 경험이 없잖아요.”
“그렇긴 하죠···”
생각해보면 그랬다. 영화를 두 번 찍었고, 첫 번째 영화로 백룡 영화제 신인상, 두 번째 영화로 감독상과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단 두 편만으로 한국영화계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
“[폭력의 사슬] 봤어요?”
“네.”
“보면요, [폭력의 사슬] 초반부랑 중후반부 연출이 확 차이가 나요. 그때가··· 아마 범이가 삽질해서, 수한이 형이랑 지우가 분식집에서 알바 하면서 각본 쓸 때였지? 그러고 보니 [폭력의 사슬] 옴니버스 구성 제안한 것도 지우네. 하여튼, 그때 수한이 형이 지우한테 영화적으로 조언을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이후로 수한이 형 연출 기법이 세련돼 졌다고 하나, 진보적이게 되었다고 하나. 진짜 좋아졌지.”
“그럼 [악의 기록]도 지우 씨가 손댄 각본이라는 건 무슨 말인가요?”
“[악의 기록]은 지우가 다했죠.”
“[악의 기록]을요?”
최영준 대표는 진심으로 놀랐다.
[악의 기록]이 어떤 영화인가. 영화인들은 영화를 보는 시각 자체가 일반인들과 다르다. 좀 더 구조적으로 영화를 뜯어보고 미장센 하나하나의 의미를 부여해가며 보니까. 그런 의미에서 [악의 기록]은 영화인들에게 더욱 특별한 작품이다.
감정선 하나, 대사 하나가 모두 액션으로 묶여 있는 영화니까.
기존 화려함에 치중한, 얼마나 멋지게 보이는가에 초점이 맞춰진 액션에서, 액션에 감정을 담아 연기와 연출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전 세계 액션 영화의 유행을 주도한 영화라 평가받는 영화다.
[본 아이덴티티] 이후로 전 세계 액션영화의 맨손 액션 연출이 변했듯, [악의 기록] 이후에 세계 영화판의 맨손 액션 연출 방식이 변했을 정도다.
“네, 스튜디오 나우 자체가 지우가 시작한 거예요. 나 영화 때려치우고 시골 내려는 거 지우가 뜯어말려 가면서 인수한 회사니까요. 그때 스튜디오 나우가 아니라 씨네 게이트였지만. 어쨌든 제작사도, [악의 기록]을 찍는 것도 모두 지우가 시작한 계획이에요.”
“그냥···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니군요.”
그동안 가만히 듣고 있던 김주하 실장이 입을 열었다.
“그냥 연기만 잘하는 배우였으면, 현주 씨 채용비리 스캔들이나, 병역비리 스캔들에 사라졌겠죠. 여러모로 신기한 배우, 아니 대단한 사람이에요. 나보다 한참 어리지만, 동생 같지 않은 사람이기도 하고요.”
“솔직히 나나 여기 김 본부장님도 지우한테 신세를 진 게 있기 때문에 이러는 것도 있지만, 지우는 그냥··· 잘해요.”
기다리던 제작 2팀장이 사무실로 들어오면서 이지우와 스튜디오 나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더 들을 수 없었다.
그리고 최영준 대표는 [벡터맨] TV판 2기를 준비하면서 더 기묘한 경험을 하게 된다.
처음 제작 2팀장이 가지고 온 스태프들 목록을 보고 실소를 흘렸다.
죄다 충무로 A급 스태프들과 감독들.
아니··· 이거 아동용 특촬물 아니었나···
명단에 있는 사람들로 영화 찍으면 바로 블록버스터 한편 뚝딱이었다.
이 정도 급이 되는 스태프들이면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최소 1년씩 스케줄이 꽉 잡혀 있는 사람들이라, 스태프들을 위해서 영화 전체의 일정을 조절해야 할 정도로 바쁜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람들 섭외를 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인맥도 필요한 일이었고.
[벡터맨]이 아무리 투자를 많이 받은 작품이라 할지라도, 돈으로 안되는 일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코리아 액션스쿨에서 연락이 먼저 연락이 왔다.
국내 최고의 액션스쿨이자 최고의 무술감독이 있는 곳.
“배우들은 [벡터맨] 1편 때처럼 갈 겁니다. 무술감독도 우리 회사 에이스가 갈 거 고요. 지우 씨가 전화 왔더라고요. 잘 부탁한다고.”
[벡터맨] TV판 2기의 무술감독 계약자리. 한국 액션의 역사라 불리는 최두호 감독 입에서 나온, 이지우라는 이름.
끝이 아니었다. 카메라 감독, 조명 감독, 미술 감독···
작업에 참여 못한 스태프들이 미안하다며, 다른 유능한 감독들을 섭외해 주기도 했다.
이어서 TNN 예능국 국장, TNN사장이 전화가 왔다.
편성은 걱정하지 말고, 영상만 잘 뽑아 달라고 무려 ‘부탁’을 했다.
그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인사말 끝에 이지우를 입에 담았다.
제작 2팀장이 가지고 온 스태프 리스트가 현실화 되었을 때 처음 감독직을 맡은 최영준은, 프리 프로덕션이 원래 이렇게 쉽게 되는 건가 싶었다.
이수한 사단···인지 이지우 사단인지 헷갈리는 최영준 대표였다.
***
하기로 했으면 잘해야 한다.
이수한과 함께, [홍길동전 2077]에 함께 할 스태프들에게 전화를 다 돌린 참이다. 겸사겸사 [벡터맨] TV판 2기 스태프들도 부탁할 겸 말이다.
무술감독에는 코리아 액션스쿨의 최두호 무술감독 본인이 합류하기로 확정되었다.
미술감독에는 양찬호 미술감독에게 확답을 받았고.
추형섭 캐스팅 디랙터에게 우선순위를 짠 배우 리스트도 넘겼다.
[폭력의 사슬]부터 함께해온 SJ엔터테인먼트와 배급계약 진행 중이라 그랬고, 곧 파이낸싱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홍길동전 2077] 사실 각본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비주얼로 보여 줄 수 있는 기술력이 확보된 지금. 해볼 만 했다.
이미 SF라서 안된다는 그런 불안은 사라진 지 오래다.
현주의 각본이니까.
일단 각본이 오래 준비한 티가 났다.
현주의 말로는 아주 예전부터, 그러니까 이수한이 만화방을 차렸을 때쯤부터 다듬어 왔던 각본이라고 했다.
그 당시 각본을 처음 본 이수한이 다 좋은데, 한국의 기술력으로는 영상화하기 힘들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접었던 아이디어였다.
그러던 중, [D-CRAFT]이 보여준 영상의 충격. 한국 CG 기술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영상이었다. 그 영상을 만든 제로나인 스튜디오를 이수한이 인수했고.
[벡터맨]의 초대박으로 제로나인 스튜디오의 인력 충원도 많이 해 둔 상태였다. VFX 작업 자체가 인력이 곧 퀄리티가 되는 분야이다 보니, 중국 쪽 발주를 소화하기 위해서 충원된 인력이 상당했다.
최영준 대표, 당분간은 최영준 감독이라 불러야겠지. 아무튼. 최영준 감독이 보여준 자료를 보고 확신이 섰다.
[D-CRAFT]에서 한층 진보된 CG기술.
거기에 현주의 각본, 이수한의 연출이라면 이 프로젝트 성공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어쩌면··· 진짜 어쩌면, 이 영화 한 편으로 전 세계적인 한류의 열풍을 몇 년 더 일찍 불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몇 년 후에, 한국 가수가 빌보드 차트 1위를 하고, 한국 영상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아닌 광풍을 일으킨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있을까?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타고, 에이미상에서 12개 부문 노미네이트 된다고 말하면 내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현주도 ‘그건 좀···’ 이럴 거다.
하지만 분명 내가 개입하지 않아도 일어날 일이다. 그리고 몇 년 뒤나 지금이나 내가 봤을 때 지금의 한국 콘텐츠의 소프트웨어 파워는 절대로 약하지 않다.
우리나라 시청자들이 어디 보통 시청자들인가. 시어미보다 더 무서운 시청자들에게 단련된 영상제작자들의 노하우는 이미 충분하다고 본다.
지금 당장만 할리우드 배급사들이 한국 최초개봉을 선호하는 이유가 뭔데. 그만큼 까다롭고 정확한 반응을 보이는 관객이 한국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자본의 크기에서 판가름나는 하드웨어가 부족해서 경쟁이 힘들 뿐이지.
원래 역사에서 고사했어야 할 제로나인 스튜디오의 기술력이 그대로 남았고, 더욱 발전했다.
[벡터맨] TV판이 그 시그널이라고 판단했다.
제대로 된 영상을 만들면, 세계 어딜 가도 먹힌다는 것.
이거 진짜 해볼 만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현주가 뒤에서 와락 안으며 묻는다.
오랜만에 현주 나, 그리고 이수한이 뭉쳤다. 만만하게 모이기 좋은 이수한의 만화방. [홍길동전 2077] 시나리오 작업을 위해서 모였다.
“아··· 그냥. [홍길동전 2077] 잘하면 대박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
“하··· 진짜 그랬으면 좋겠다. 진짜 이번 작품은 자신 있는데, 그래서 더 겁나.”
“왜? 겁이나?”
“그냥. 진짜 열심히 했고 자신이 있는데 성적이 안 좋으면··· 내가 이것 밖에 안되나 그런 생각이 들 것 같아.”
“걱정하지 마. [홍길동전 2077] 망하면 다 수한이형 때문이지 니 잘못은 1도 없어.”
“이 새끼들아 나 여기 있다.”
“그렇지? 지우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안심이 되네.”
“이 새끼들아 나 여기 있다고, 연애질하려면 니들 집에 가서 하라고 좀!”
“지우야, 나 잠시 화장실 좀.”
“어어.”
“나쁜 새끼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홍길동전 2077]의 각본의 막바지 작업 중이다. 마치 4년 전의 분식집 한구석에서 같이 작업하던 것 처럼 말이다.
현주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서 완전히 만화방을 나가자(만화방 구조상 완전히 밖으로 나가야 화장실이 있다.) 이수한이 찡그리던 인상을 풀고 말했다.
“지우 열심히 해야겠네.”
“내가 언제는 열심히 안 했나.”
“너 존나 열심히 해야되. 크크크, 현주가 왜 [홍길동전 2077] 쓴 줄 아냐?”
“응? 왜?”
“[찬란하게 빛나는]은 솔직히 관객스코어에 신경 쓴 작품은 아니잖아.”
“그런 그렇지···”
사실이 그렇다. [찬란하게 빛나는]은 비주류 예술영화에 가깝다. 거기에다가 감독 또한 작가주의 감독인 진권호 감독 아닌가.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감독. 하지만 그런 진권호 감독이 찍은 영화라 하더라도 국내 개봉 성적은 크게 올라오지 않는다.
작품의 질과는 무관하다. 대중의 취향이랑 평론가들의 평가가 갈리는 것 처럼 말이다.
그렇기에 예기성 선생님도 어설프게 각본의 기획을 뒤틀어 신파 위주의 상업영화로 만든다면 작품을 해친다는 생각에 진권호 감독에게 부탁했을 것이다.
이왕 예술영화를 찍으려면 최고의 감독에게 찍으라는 배려가 아니었을까. 자신의 자존심을 죽여가면서 말이다.
어쩌면 나나 현주의 성장을 바랐을지 모른다. 아니면 3대 영화제의 경험을 시켜줄 생각이 있었을지도 모르고.
진권호 감독이 찍은 영화는 베니스나 칸은 기본으로 진출하니까.
“현시점 제일 잘 나가는 배우 데려다 놓고··· 관객 스코어 안 나오면, 또 그게 남자친구 작품이라면. 현주 심정이 어떻겠냐.”
“아···”
생각해 본적 없었다.
그저 현주의 각본이었고, 각본이 너무 좋았기에 무조건 밀어붙여 찍었으니까.
언제부턴가 [스타워즈]가 정통무협에 가깝다느니, 마블에서 나오는 영화를 집중 분석하면서 상업영화는 저런 식으로 만드는 게 맞는다며 말할 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말았었다.
으레 작가가 영화를 분석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수한한테 물든 게 아닌가 걱정했던 내가 부끄럽다.
이 작품 또한 나를 위한 작품이었는데.
그리고 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는 [홍길동전 2077].
이작품이 성공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참··· [찬란하게 빛나는]은 그런 작품이 아닌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 그렇게 심각해?”
어느새 현주가 돌아와, 이수한과 나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를 짚어낸다.
“어? 아무것도 아니야.”
“우쒸, 뭔데 그래?”
현주에게 뭐라 대답해야 할 지 살짝 난감할 때, 다행스럽게도 내 전화가 울렸다.
예기성 선생님.
의외였다. 자주 전화하시는 분이 아닐뿐더러, 얼마 전 [찬란하게 빛나는]의 촬영을 끝내고 함께 낚시를 다녀왔기 때문이다.
-지우야!
한껏 고양된 그의 목소리에서 뭔가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
-진권호가 해냈다! 축하한다!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후보로 정식 초청됐다!
***
나는 다툼을 싫어한다.
성격 자체가 예민하고, 의외로 내성적이라 웬만하면 좋게좋게 넘어가려고 한다.
김범, 류창진··· 관계의 시작이 좋진 않았어도 얼마든지 좋은 관계로 바꿀 수 있음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안 되는 경우가 있었다.
박정태.
아마 박정태가 채용비리로 현주를 걸고 넘어가지 않았다면 그런 식의 뒷공작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청 조사 성실하게 받고, 결백하다는 것을 입증하고 말았겠지.
그리고 현주의 첫 단독 작품을 망가뜨리려 했던 이윤태도 마찬가지.
약간 발작 버튼 같은 거다. 누르면 나도 모르게 미쳐 물어뜯어 버리는 발작버튼.
그게 현주다.
내 빛이자, 등대이자, 태양. 내가 지금의 삶을 살게 해주는 사람.
나의 현재.
나의 우울을 버티게 해주는 사람. 현주를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없었다면, 진작에 나는 이번 생도 포기했을 거다.
그런 현주가 내게 각본으로 말했다.
내가 부디 편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는 [찬란하게 빛나는].
주인공 ‘강우’가 마침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게 된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하며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작품.
그래서 좀 마음 편하게 연기하려고 한다.
오래 고민했지만 이게 맞는 것 같다.
경기도 외곽, 인터넷에서 보고 찾아가는 것 아니면, 절대 찾을 것 같지 않은 외진 한방 백숙집.
“어서 오세요 지 의원님. 멀리 오시라 해서 죄송합니다.”
“하하, 우리 지우가 오라는데 내가 와야지.”
크지 않은 가게. 오늘 저녁 통째로 전세를 냈다.
옆 방에 지일권 보좌관과 운전기사 두 사람을 위한 음식을 따로 준비해주고, 지일권 의원과 일대일로 만났다.
오늘 더는 이 가게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다.
“4선 축하합니다. 경황이 없어서 당선되셨을 때 연락도 못하고 죄송합니다.”
“아냐아냐, 바쁜 거 아는데, 뭘. 영화 잘 봤어. 캬··· [악의 기록] 내가 3번 본 거 알아? 진짜 옛날 생각도 나고, 형님 생각나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먹자, 먹고 이야기하자.”
그때 지창일 작가와 중식당에서 만난 뒤, 나를 아들처럼 생각한다고 말했던 지일권 의원.
아마도 내가 이 정도로 준비를 하리라고는 생각 못했던 모양이다.
곧 문이 열리고, 주인아주머니가 백숙이 담긴 백숙을 들고 들어왔다.
“맛있게 드세요.”
조리가 끝난 백숙이지만, 테이블 위의 가스버너로 계속 끓이면서 먹는 식이었다.
노골적인 침묵. 보골보골 백숙이 끓는 소리만 들렸다.
지일권 의원이 먹고 이야기 하자는 말에 내가 반응이 없자, 먼저 말을 꺼낸다.
“어떻게, 먹고 이야기할까. 아니면 이야기하고 먹을까.”
“이야기 먼저 하고 먹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빙긋 웃는 지일권 의원.
국회의원 4선을 거저 했겠나. 이 정도 세팅해놓고 만났으면 용건 자체가 보통 사안은 아니라는 것 정도는 충분히 예상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용건이라는 게 무조건 지일권에게 좋은 이야기니까. 말하는 나도 부담이 없다.
“하하, 지우 너랑 이렇게 세팅해놓고 밥 먹으니까 무슨 첩보 스릴러 영화라도 찍는 것 같다야.”
“첩보 스릴러 말고, 정치 스릴러는 어떨까요.”
“음···?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법’ 통칭 ‘기레기법’에 제가 힘을 실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식탁 옆으로 이지혜 리스트, 그러니까 이지혜가 죽음을 각오하고 썼던 유서의 복사본을 넘겼다.
그 리스트에는 고구려 일보의 후계자가 저지른 비리와 접대하며 오고 간 대화 내용이 적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