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녀를 위해 연기하라-68화 (69/121)

68. 와... 너 진짜

채시원 실장이 사장실로 올라온 후 이어진 마라톤 회의.

장인호 사장이 퇴근하기 전까지 같이 의견을 나누고, 이후에도 실무에 관해서 계속해서 회의가 이어졌다.

장인호 사장이 노렸던 건지, 아니면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건지 헷갈리기는 하는데, 장 사장은 채 실장을 불러 놓고 내가 생각했던 아동극 구상과 투자하려는 이유를 다시 설명하게 했다.

덕분에 나도 기획을 제시한 사람으로서 장 사장이 없는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회의를 주도하게 되었다.

내가 전생이든, 이번 생이든 서류작업을 해본 적이 있었겠는가.

때문에 내가 아는 현재 업계의 문제점과 미래의 지식을 이용한 극복 방법을 구두로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내용을 채 실장이 텍스트화하고 체계화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거기에 바뀐 기획에 맞춰 계획을 변경해야 했고, 추가로 투자된 나의 투자금의 성격과 용도를 정하고 사용처를 정해야 했다.

장 사장은 그런 디테일까지 일일이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까 퇴근하게 된 것이고. 막말로 마지막 서류 확인하고 사인만 하면 되니까.

자리를 옮겨 채 실장과 몇몇 팀원들만 남아 회의가 계속되었다.

"일단 지금 시점에서 아동극에 대한 심사제도나, 포상제도가 전혀 없어요. 정부지원금도 아동극에 대해서는 없다시피 하고요. 그렇기에 권위와 위상이 낮고 이게 연극인 중 재능있는 사람들이 유입되지 않는 게 가장 문제에요."

"맞아요. 지금 오디션 요강 올린 지 꽤 됐는데, 영 참여율이 안 나오네요. 눈에 띄는 경력자도 안 보이고요."

아동극이 사실 그렇다.

아이들이 직접 표를 구매해서 그 자리에 오는 경우는 잘 없다. 아니 아예 없지. 4살~13살 어린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성인은 저질 연극이라도 그것을 취사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아동은 그럴 능력이 없기 때문에, 무방비한 상태에서 저질 연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연극이 재미없으면 그 기억이 성인에서까지 이어질 것이고. 연극 = 재미없음이 돼버린다.

연극하는 사람들도 아동극을 저질이라 치부하고 기피한다. 그렇기에 아동극의 질은 더욱 떨어진다. 다시 아동극에는 인재가 유입되지 않는 악순환의 반복.

사실 현주의 극본을 봤을 때, 극본 자체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일단 재밌다. 몇 달간 세호랑 죽이 맞아 놀더니 아이들이 좋아하는 포인트가 잘 배치되어 있다.

다만 그 극본을 흥행시키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제반 사항들이 문제였다.

이건 나 혼자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야 했다.

"일단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권위가 없으면 돈을 뿌려보죠. 현실적으로 개인 연습비용까지 다 지급하면서 팀을 짜기에는 역부족이니까, 계약기간에 최소 개런티 보장하고 배우들 리허설이나 단체 연습 시에는 임금을 지급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중 '라일라 공주'를 캐스팅해서 메인으로 밀고 나가죠."

"근데 궁금한 게, 사장님도 아까 얼핏 하시고 가신 이야기인데, '라일라 공주'를 메인으로 밀고 간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아동극에는 스타가 필요해요. 관객들에게도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필요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아동극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성공의 아이콘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게 '라일라 공주'인거죠."

채 실장은 선뜻 이해가 안 간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한 번에 이해할 거라고는 생각 안 했다. 이해할 필요도 없고. 솔직한 말로 아동극 한 편 만들면서 거창하게 성공의 아이콘이니, 스타니 이런 소리를 하는 게 공감이 갈까.

실무자 입장에서는 뜬구름 잡는 소리지.

장인호 사장쯤 돼야, 장기적으로 연극이라는 분야에 스타가 나와야 된다는 내 말에 공감할 것이다. 그래서 내 설득이 먹혔던 것이었다.

일단 이번 연극을 준비하면서 청운 엔터테인먼트는 [벡터맨]에 대한 저작재산권을 통째로 사들였다.

해당 제작사가 다른 특촬물 몇 개를 말아먹어서 아주 싼 값에 말이다. [벡터맨 : 카오스의 비밀]이 성공하면 2편 3편까지 제작할 생각 할 수 있으니 현명한 판단이지.

이미 판은 다 깔려 있는 상황.

내가 이번 기획을 준비하면서 생각한 아이디어는 크게 두 개이다. 성인용 뮤지컬에 못지않은 특수효과. 엄마 아빠들도 애들 데리고 왔다가 깜짝 놀라 눈 돌아 갈 만큼 빵빵 터지는 그런 화려한 특수효과. 이거는 돈만 있으면 해결되니까 큰 문제가 아니다.

이미 인프라와 관련 기술을 빵빵하게 갖춘 일본이란 나라가 있으니까.

다른 하나의 아이디어는 지속 가능한 캐릭터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있던 20년 후까지 끊임없이 재생성 되며 생명력을 보여준 캐릭터들.

교육방송에서 만들어져 유튜브까지 진출했던 '팽수'.

지금 기준으로는 아기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지만, 20년 후쯤에는 브랜드가치가 4,000억이 넘는 '뽀로로'.

나중에는 극장판, 연극, 뮤지컬은 물론이고, 뽀로로만 틀어주는 케이블채널까지 생긴다.

그리고 아이들 전문 채널의 유투버들. 기업형 유튜브 제작자들이 기획하고 만들어진 각종 캐릭터. 그런 캐릭터는 진행하는 사람이 바뀐다고 해도 상관이 없다. 예를 들어 '유리의 토이월드'라는 채널의 '유리'가 계약기간이 끝나면? 새로 오디션 봐서 새로운 '유리'를 갈아 끼우면 된다. 2대 '유리', 3대 '유리'하면서 캐릭터를 이어가는 것이다.

내가 만들려는 '라일라 공주' 또한 마찬가지다. 지속할 수 있고 확대 재생성 되는 그런 캐릭터.

'라일라 공주'가 나오는 [벡터맨 : 카오스의 비밀].

현 시점에도 캐릭터를 활용할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라일라 공주의 종이접기 교실'

'라일라 공주의 댕댕댕 유치원'

'라일라 공주의 안전교실'

그런데 왜 '라일라 공주'인가 하면, 기본 베이스인 [벡터맨]은 원래 남아들을 위한 특촬물에 가깝다. 그리고 이 '벡터맨'들은 공주를 지키는 용사들이고. 남아들의 관심과 여아들을 모두 끌고 가기에 '라일라 공주'가 적격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벡터맨] 등장인물이기에 남아들의 관심을 끌기에 용이하다.

여아들 입장에서는 지구의 용사들이 떠받드는 공주? 이건 못참지.

필요하면 나중에 마법소녀물 '라일라 공주'를 따로 제작해도 되는 것이고.

그리고 이런 아동용 콘텐츠는 확장성이 좋다. 팬시, 문구, 캐릭터 상품 등등. 또 아는가. 훗날 '라일라 공주의 모험'같은 단독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질지.

그리고 캐릭터의 기반이 있는 상태에서 유튜브가 한국에 완전하게 자리 잡는다면?

게임 끝이다.

아기상어 유튜브 조회수가 100억이 넘는다.

저스틴 비버? 강남스타일? 아기상어 못 이긴다.

전 세계 유투브 재생 횟수가 내가 회귀하기 직전까지 부동의 1위를 유지했었다.

'라일라 공주'로 만들어 놓은 어린이 대상 콘텐츠를 올리기만 해도 선점 효과가 확실할 것이다.

당장에 스타를 만든다는 것은 돈을 쏟아붓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고 시간이 필요한 일. 그리고 이미지를 만들고 활용하는 것에 능한 엔터테인먼트이기에 영상 제작사보다는 청운 엔터테이먼트가 더 큰 시너지가 날 수 있다는게 내 계산이다.

그렇기에 나름 1대 '라일라 공주'의 캐스팅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데···

"이번 오디션 1차 통과 서류 한번 볼 수 있을까요?"

"잠시만요···"

채 실장이 건네준 두툼한 서류 뭉치를 받았다.

배역별로 정리된 지원서 중 '라일라 공주' 뭉치만 뽑아 첫 장을 열었다.

'배우 여이수'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프로필 사진을 확인했다.

역시나 내 기억 속에 있는 인물이었다.

여이수 선배가 아동극에도 지원을 했었었나?

이전 나와 비슷한 커리어를 가졌던 배우.

오랜 무명생활 후에 뮤지컬 한방으로 확 뜬 이후, 20년 후에는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이 되는 여배우.

내가 연극판을 떠나게 된 원인이자, 끝까지 나를 위로하고 응원해줬던 선배.

찾았다. 제2의 초통령.

***

여이수는 몇 년 만에 동창회에 왔다. 소규모 극단의 단장직과, 아르바이트를 겸하던 생활. 그나마 극단이 해체된 후 한가해 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야 너 하나도 안 변했다 얘!"

"너는 왜 이렇게 변했냐?"

반갑게 맞이해주는 친구들. 여이수는 어쩐지 어색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았다.

유난히 작은 키. 거기에 어려 보이는 얼굴. 동안이라 좋긴 하지만 배우로서 맡을 수 있는 배역이 한정된다는 콤플렉스. 거기에 단장이란 직책과, 항상 부족한 돈 때문에 복장이 특이하다.

카고팬츠에 깔창 깐 워커. 거기에 사파리 자켓 까지. 몇 날 며칠 입어도 티가 안 나는 그런 옷. 무대 한켠에서 사파리자켓을 덮고자도 충분한 옷이다.

여이수의 어려 보이는 얼굴과 작은 키가 남자 같은 옷과 만나 더욱 언밸런스해 보인다.

일을 끝내고 정장차림으로 오거나, 아니면 평범하게 입고 온 동창들 사이에서 여이수는 누가 봐도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차림이었다.

작은 호프집을 대여한 동창회.

삼삼오오 모여앉아 과거를 회상한다. 그런 이야기를 웃으며, 울상지으며 한창 했다.

술이 취하고 이야기가 길어진다.

"하··· 과장 개새끼 진짜 죽이고 싶다. 내가 돈 모으면 집 사는 것보다 우리 과장 살인 청부 먼저 넣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냐."

"우리 첫째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다쳤는데, 그거 보고 우리 시어머니가 뭐라고 하는 줄 아니? 나보고 애들 제대로 안 본다고, 가정교육 제대로 안 시킨다고 그때부터 잔소리하는데..."

곱씹을 추억이 동이 나자, 동창회는 어느덧 저마다 삶의 고단함을 토로하는 곳이 되어버린다. 더이상 듣기도 짜증 나고, 같이 씹어주는 것도 한계를 느낀 여이수는 이만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참이었다.

그때 별로 친하지 않았던 동창이 질문했다.

좋은 곳 취직해서 돈 잘 버는걸 그리 티 내더니, 또 회사 욕은 어찌나 하던지. 그럴 거면 회사 때려치우던가. 계속되는 불평불만 때문에 같이 자리하기 불편하던 친구였다.

"이수야 너 연극단 단장이라 그랬나? 우리 나이에 단장이라니. 엄청나게 대단한 거 아니야? 나중에 티비에서도 막 보고 그런 거 아냐?"

"극단 망했어··· 그리고 티비에 나올 일 있을까. 연극배우인데."

여이수는 갑작스런 질문에 일어날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극단이 망한 것을 자신의 입으로 하기가 부끄럽다.

그리고 연극은 영상매체의 연기와 카테고리가 다르다고, 연기가 다 똑같은 연기는 아니라고 말하려다, 말았다.

말이 길어질 것 같아서. 그리고 저 친구들에게 말해봐야 자신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도 아닌데.

"왜? 그럼 요새는 연극 안 해?"

"하긴 하지. 오디션도 보러 다니고. 다른 극단에 지원해봐야지."

"하··· 역시 꿈이 있는 사람은 다르구나. 그런데 너 진짜 부럽다. 너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살고. 행복하겠네."

여이수는 이상하게 불쾌했다. 힘든 거 다 똑같은데 뭐가 부러운 걸까.

휴대폰 요금도 제때 내지 못할 정도로 궁핍하고 하루에 두 끼 라면으로 때우는 인생이 부러워질게 뭐가 있을까. 꿈이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닌데.

꿈을 가지고 쫓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렇게 힘겹게 지켜온 꿈. 그 꿈도 이제 사라지기 직전인데 행복할 리 있나. 그동안 힘겹게 인내해왔던 고통이 아무 의미 없어질 판이다. 여이수는 어쩐지 자신이 참아왔던 시간을 부정당하는 것 같았다.

나도 너희 처럼 힘겹게 참고 있을 뿐인데, 그게 꿈이라는 이유로 행복해지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면 너는 꿈이 뭔데?"

"꿈? 뭐였더라··· 있었던 것 같은데."

"나는 꿈 하나만 선택하고 나머지 99개는 다 포기했어. 너는 뭘 포기했는데?"

여이수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섰다.

"간다. 다음에 보자."

여이수는 호프집을 나오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 씨발"

여이수는 자신이 자격지심에 급발진한 것을 알고 있었다. 사실 그렇게 날카롭게 굴 일은 아니었으니까. 아마 자신이 성공한 배우였다면 저런 말들이 불쾌하게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짜증과 후회를 섞어 깊게 담배 연기를 내쉬었다.

'띠링'

그때, 울리는 휴대폰.

'연락이 올 곳이 없는데···'

여이수는 부디 카드연체등록이나, 공과금 연체 관련된 연락이 아니기를 바라며 휴대폰을 열었다.

[축하합니다. [벡터맨 : 카오스의 비밀]서류전형 합격하셨습니다, 1차 오디션 예정 일자 안내···]

무슨 회사가 이 시간에 문자를 보내나 싶었다.

사실 대형 극단인 '창공'에서도 이미 서류전형은 합격했다. '창공'의 면접 날짜만 기다리는 중에 온 아동극 뮤지컬의 합격 메시지.

'아동극이라···'

솔직히 쪽팔린다.

그래서 이전 단원들한테도 뮤지컬이라 대충 말했고, 서류를 넣은 뮤지컬이 아동용 뮤지컬이라 말하지 못했었다.

혹시나 극단 '창공'에 떨어지면 갈생각으로 보험처럼 넣어둔 아동극 오디션.

이마저도 떨어진다면, 진짜 다른 직업을 찾을 생각이었다.

"씨발."

여이수는 담배를 비벼껐다.

***

"자, 읽어봐."

회사로 김범을 불렀다. [벡터맨 : 카오스의 비밀] 때문에 요새는 거의 회사로 출근에 야근까지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내가 하는 야근이 뭐 직장인들 하는 야근이랑 같겠나. 현주가 극본 작업 때문에 회사로 출근하는데, 함께하는 야근은 노동이 아니라 데이트지.

또 바빠져서 혼자 골골대기 전에 현주 보면서 힐링도 할 겸. 현주일 돕는다 생각하면 일이 일같이 느껴지지 않았다.

김범은 내가 던져주는 극본을 보고 머리를 갸웃한다.

"이게 뭔데?"

이미 연극 한 편을 끝낸 김범. 실력 좀 늘었으려나?

"뭐긴 뭐야 극본이지."

"이거 현주 씨가 작업한 그거잖아. 나 이거 알아. 어렸을 때 벡터맨 재밌게 봤지. 근데 이거 왜 나한테 주냐."

왜 주겠냐···

내가 말없이 웃고 있자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삐딱해진다.

"야, 설마 이게 그 범지구적인지 우주적인지 하는 그거야?"

"어."

"에이, 안돼 인마. 내가 이걸 어떻게 하냐. 니가 아직 연극판을 잘 몰라서 그런가 본데. 내가 연극 해보니까 말이야. 참 뭐라고 할까. 그 관객과의 호응과 감동 그런 게 있더라고. 그런데 아동극? 아이들 보는 연극이 연극이야? 관객과의 호흡이 없는데. 그리고 무슨 벡터맨이 범우주적 액션 스릴러냐. 어휴··· 아니다. 말을 말자. 연극을 모르는 너랑 내가 무슨 말을 하겠냐."

새끼 연극 한 편하더니 연극 뽕에 완전히 취했네.

"야."

"응? 왜?"

"백터맨이 지구 구하지?"

"어? 어."

"그럼 범지구적 스토리 맞지?"

"어···"

"벡터맨이 카오스 마왕과 졸라 싸우지?"

"어···"

"그럼 액션 맞지?"

"아씨 너 왜 그러냐 진짜."

"그리고 제목 '카오스의 비밀'이고, 벡터맨이 그 비밀 추적해서 카오스 마왕 비밀 밝혀 들어가는 과정에서 서스펜스 있지?"

"안 한다고 인마!"

답지않게 순박한 얼굴로 당황을 연출하지만, 나한테는 안 통한다.

"와, 씨 내가 이런 말 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너 수한이네 형 만화방 집들이 했을 때 현주 각본 나오면 무조건 한다고 했냐, 안했냐."

"했지."

"남자가 한 입으로 두말하기 있기 없기?"

"알았어, 일단 내가 채 실장님한테 물어보고 향후 스케줄 조정이 가능한지 한번 판단해볼께."

오, 이건 좀 놀라운데. 이제 진짜 연예인 태가 나는 김범이다. 무려 '스케줄'을 '조정'에 '판단' 씩이나.

하지만 어림없지.

"걱정하지 마. 채 실장님이랑은 이야기 끝났어. 우리 회사 배우 쓰면 제작비 절감 효과 있어서 좋다고 하시더라."

"와··· 너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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