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녀를 위해 연기하라-59화 (60/121)

59. 인플루언서

앞으로 20년 후.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거대해지고 다각화된다.

여러가지 수익모델도 생기고.

나는 미래에 대배우였다. 인기를 다루고 활용하는데 전문적인 스태프가 따로 붙었었다.

그중 하나가 SNS를 활용해 이미지를 메이킹하고 그 이미지를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인플루언서.

내가 세화에게 하려는 것도 비슷한 거다.

최대한 화려하게 포장해서 세화의 이미지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나는 세화의 부모가 될 수도 없고, 된다해도 잘할 자신은 더 없다. 이런 문제를 감정적으로 접근해서 해결할 자신도 없었고.

보고 배운 게 이런 거니, 세화의 문제를 이런 식으로 밖에 해결할 수 없었다.

약속 장소에 먼저 와 기다리고 있는 이정건에게 인사했다.

"어? 선배님 일찍 오셨네요."

"난 항상 일찍와. 연예인은 시간을 잘 지켜야 해. 인마. 아니지 연예인 아니라도 약속시각을 잘 지켜야··· 어? 세화도 왔네? 잘 지냈어?"

"안녕하세요."

"어어! 세화야 물 마실래? 아니면 쥬스? 저기요 여기 일단 오렌지 주스 먼저 빨리 한잔 가져다주세요."

이정건은 약속장소였던 브런치 카페에서 먼저와 기다리고 있었다.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세화와 정성스럽게 맞이하는 이정건.

이정건은 세화가 앉을 자리를 세팅하고, 의자를 당겨 앉기 편하게 만들어줬다.

이정건이 세화를 처음 본 날 아마··· 죽였지?

그 촬영이 있고 난 후, 처음 만나는 것이니, 이정건은 세화보기 좀 민망했을 것이다.

보통 배우끼리야 '니가 나 죽였자나!' 하면서 웃어넘길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세화가 어리다 보니 그런 점에서 신경 쓰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민망함을 정성으로 표시하는 중이었고.

세화도 트라우마 남을까 봐 촬영 후 따로 심리치료도 받았지만, 아역배우들이 촬영과 실제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조심하는 것이다.

"작가님은 아직 안 오셨나?"

"무슨 작가님?"

"아, 강진호 작가님. 선배님은 이번에 처음 보는구나. 우리 [악의 기록] 포스터 작가님이세요. 오늘 오시기로 했거든요. 일단 밥부터 시키죠?"

우리는 청담동 한 브런치 카페에 왔다.

샐러드 한 접시의 가격이 국밥 한 3~4그릇 정도 하는 가게였고, 고급스럽고 화려한 인테리어를 한 가게였다.

"그런데 오늘 보자고 한 이유가 뭐야?"

"네? 아 그냥 진짜 밥 한 끼 사드리려고요. 하하!"

풀쪼가리 몇 개에 소스 조금 묻히고 몇만 원씩 쓰는데 그냥 밥 한 끼 사주려고 만나자고 했을 리가 있나.

오늘의 이정건은 병풍으로 쓰려고 데려온 참이다. 탑스타 병풍 좋잖아.

그렇게 이정건이 먹을 샐러드와 빵 몇 개가 서빙됐다.

"어쨌든 뭐, 사준다니까 잘 먹을게."

"아! 잠시만 선배님! 강진호 작가 오면 먹죠?"

"왜? 작가님 오시면 새로 시키면 되지. 그리고 나 음식 나눠 먹는 거 싫어해."

"있어봐요 좀. 어! 저기 온다. 강 작가님 여기요!"

사진 찍어야 하는데, 음식 흐트러지면 안 되니까.

요즘 영화 스틸컷 촬영과, 포스터 촬영으로 가장 몸값 높은 사진가 강진호 작가.

영화 [폭력의 사슬]의 성공으로 배우와 감독만 수혜를 입은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감독과 배우를 제외한 사람 중 가장 몸값이 오른 사람은 역시 강진호 작가였고.

우연이든 실력이든, [폭력의 사슬]의 포스터는 여러 영화제에서도 극찬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를 지녔었고, 흥행의 큰 역할을 한 것은 부인 할 수 없다.

그런 강진호 작가 실력이 유명세를 탔다. [악의 기록] 포스터를 맡기기 위해 경수형이 무척 애썼다고 들었다.

촬영장을 따라다니면서 영감을 얻는 그의 스타일상 한번에 여러 작품을 맡아 작업할 수 없었다.

강진호도 지금의 자신이 있게끔 만들어준 이수한 감독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다른 작품들을 제치고 [악의 기록]을 선택했다고 했다.

상품 사진을 위주로 찍던 그가 영화판에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준 작품이 [폭력의 사슬]이었으니. 원래 강진호의 스케줄 상으로는 내년에나 같이 작업할 수 있었다고 하니, 그의 인기가 얼마나 높아졌는지 실감이 간다.

여전히 곰 같은 모습으로 다가온 강진호.

"두 분은 초면이시죠? 이쪽은 요즘 영화 포스터계에서 가장 핫하신 우리 강진호 작가님. 이쪽은 소개가 필요할까 싶은 이정건 선배님."

"안녕하세요, 강진호입니다."

"네네, 안녕하세요. 이정건입니다. 혹시 [폭력의 사슬] 작업하셨던···"

"네 맞습니다."

"아! 와, [폭력의 사슬] 포스터 정말 장난 아니었죠. 이번에 우리 영화 맡으셨구나. 벌써 부터 포스터가 기대되긴 처음이네요. 잘 부탁합니다."

"어휴, 뭘요. 이정건 씨 워낙 분위기가 좋아서 대충 찍어도 잘 나오시겠는데요. 저도 사실 이번 작업 기대 중입니다."

그렇게 인사말이 오가고, 자리에 앉은 강진호가 물었다.

"지우 씨, 그런데 무슨 일이에요? 어제 급한 일 있다면서 불러서 오긴 했는데."

"그러게. 나랑 강진호 작가님 소개해주려고 오라고 한 건 아닐 테고."

처음에는 그저 밥 먹으러 왔다고 믿은 이정건도 이 자리가 다른 목적이 있음을 깨달은 듯, 강진호가 오자 재차 물었다.

"아 그게요···"

음··· 불러놓고 보니 좀 그러네. 이정건을 병풍으로 사용하는 촬영 비용은 얼마가 나올까? 거기에 강진호를 촬영작가로 비용 계산했으면 얼마나 나왔을까?

갑자기 이 브런치 카페 가격이 저렴하게 느껴지는데.

"우리 세화 예쁘죠? 예쁘니까 사진 좀 찍죠. 여기 음식 사진도 좀 찍고."

"네?"

"뭐?"

어이없는 표정으로 반문하는 두 사람. 그러거나 말거나.

"아 그리고 세화에 포커스 맞추고, 정건 선배를 배경으로 잡고 사진 몇 장 찍어주시고요. 저랑 세화도 같이 좀 찍고. 어디 보자. 여기 가게 인테리어 예쁘네. 세화 중심으로 가게 좀 잘 나오게 몇 장 더 찍어주시고."

"이거 뭐냐."

"다 홍보에요. 우리 영화. 그 배우들끼리 어! 다 같이 예쁘게 밥도 먹고 사이도 좋아요! 이런 느낌으로 씨 월드 올려놓으면 좋잖아?"

그렇게 시작된 촬영. 아니, 식사.

'촥촥촥'

비싼 카메라여서 그런지 셔터 소리도 우렁차네.

그렇게 한참을 사진 찍고.

"자, 이제 드세요. 계산은 제가 해놓고 갈 테니까. 하하. 죄송한데 우리 세화랑 저는 스케줄이 있어서."

"뭐?"

"네? 진짜 이게 끝이라고요?"

"네! 강 작가님은 사진 보정하셔서 회사로 보내시면 됩니다. 두 분 좋은 시간 보내세요. 그럼···"

그렇게 빵 몇 개를 챙겨서 세화와 카페를 빠져나왔다.

오늘 스케줄이 많이 바쁘거든. 내일 부터 나도 촬영이 있기에 바쁘다. 그래서 오늘 구상해놓은 스케줄을 모두 소화 시켜야 했다.

청운 엔터테인먼트 소속 스타일리스트 데리고 백화점 가서 세화 세호 옷 종류별로 사고, 휴대폰 대리점 가서 세화 세호 휴대폰 최신형으로 바꿔주고. 마지막으로 근사한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밥먹는 거 사진 좀 찍고.

그렇게 하니 벌써 늦은 저녁이었다.

온종일 우리 데리고 다닌다고 고생한 로드매니저 이동수에게 감사하다 보너스 좀 챙겨주고, 집까지 올라가는 길.

"피곤하지? 오늘 어땠어?"

"잘 모르겠어요. 뭐 한 것인지."

그래 그럴 만하지. 많이 사고 맛있는 거 많이 먹었지만, 세화는 뭘 한 것인지는 모를 것이다. 며칠 뒤면 알겠지.

"그런데··· 좋았어요."

"다행이네. 좋았다니. 다음에 또 나가자. 아저씨가 괜찮은 식당 알아놓은 데가 있는데. 다음엔 세호도 같이 가고 현주도 불러서 다 같이 가자. 아저씨 촬영 끝나면···"

내가 약간 들뜬 듯이 말하자 늘 그렇듯 세화는 조용히 답했다.

"네··· 그런데 그렇게 돈 안 쓰셔도 되요. 저 진짜 괜찮아요. 그냥 아저씨가 좋아하는 모습이 좋았어요."

그랬나··· 좋아하는 게 티가 났나···

"아··· 그래 얼른 들어가. 아저씨는 화실 바로 갈게."

그렇게 세화를 집에 보내고 화실로 향했다.

어떻게 안 좋을 수 있겠니.

전생에 내가 못했고, 어쩌면 앞으로도 못 할 일인데···

나는 세화 세호의 아빠 노릇을 할 생각은 없다.

딱 후견인 정도가 좋다고 생각한다.

난 이미 누군가의 아빠였고, 나마저 내 딸을 잊는다면 이 세상 누구도 그녀를 기억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다른 누군가의 아빠가 될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오빠, 형 노릇을 하자니··· 그래도 딸뻘, 아들뻘 되는 아이들한테 그런 소리 듣는 게 영, 불편하다.

일적으로 얽히는 관계라면. 일이니까 하겠는데. 막상 애들한테 형, 오빠 소리는 못 듣겠더라.

아빠는 더 안 될 말이지.

그래도··· 어쩐지 오늘 하루는 아빠가 된 기분이었다.

***

씬# 144

현수는 개인적으로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경찰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 처음은 그저 증거를 수집하려는 의도였다. 다만 그게 합법과 비합법을 가리지 않는 조사라는 게 경찰과 차이점이었겠지만.

도청과, 미행 그 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조사 방법.

범인을 색출하고 추적하는 경찰의 수사와는 전혀 다른 방식이었다.

국정원 블랙, 해외공작부로 활동하면서 얻은 스킬들. 마킹한 사람의 모든 내력을 긁어낸다.

계좌, 동선, 루틴, 인맥, 취미, 특기, 버릇 등등···

조그마한 창고에 있는 화이트 보드에 사진이 하나둘씩 늘어간다.

조금씩 밝혀지는 진실들.

교통계 강 형사의 뒤를 조사하다가 발견한 거액의 차명계좌. 입금 날짜를 확인하고 입금자를 추적한다. 사고 발생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입금된 거액의 돈. 일개 형사에게 받기에는 지나치게 거액이다.

입금자를 추적해서 확인하면 사고의 전말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예감.

계좌를 추적하여 거슬러 올라가니 나오는 한 사람. 최태호의 비서였다.

최태호의 비자금 관리 하는 인물. 그리고 계좌의 돈이 현금으로 주기적으로 인출 될 때마다, 자리를 비우는 최태호의 비서.

현수는 최태호의 비서를 따라 차를 몰았다.

그렇게 한참을 미행해서 도착한 곳은, 항구 근처의 항만 창고였다.

현금이 든 가방을 건네고, 물건을 확인하고.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 현수.

저 거래가 어떤 거래인지 알지만 무시한다. 최태호의 비서가 혼자인 상황을 노리기 위해 슬며시 빠지려 했다.

그때 현수의 등 뒤에서 들리는 인기척.

현수는 곧바로 반응해 보지만 상대방이 소리치는 것이 빨랐다.

"너 씨발, 뭐야?"

그소리를 듣고 주춤거리며 다가오는 마약 유통 조직원.

거래도중 뭔가가 잘못됐음을 느꼈는지, 최태호의 비서는 도망가듯 차로 오른다.

최태호의 비서와 거래하던 조직원들도 현수에게 몰려온다. 현수는 마음을 정한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최대호의 비서가 몸을 숨기거나, 도망쳐 버리면 다시 잡을 두 번째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현수는 마약 유통 조직원들이 뿌리치고 최태호의 비서에게 달려간다.

카메라의 시점이 전환되고, 최태호 비서의 시점으로 보이는 현수의 모습.

달라붙는 몇몇 조직원을 너무나 손쉽게 무력화시키는 현수.

현수의 모습이 점점 가까워져 비정상적이게 커지고. 현수의 주먹이 카메라를 강타하듯이 때리면서 화면이 암전된다.

'촥'

물이 쏟아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화면이 밝아지며 한 남자가 보였다.

최태호의 비서는 몸을 움직여 보려 하지만, 의자에 온몸이 묶여있어 움직여지지 않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남자 뒤편 화이트 보드에는 잘 아는 사람들 사진이 있었다. 최태호의 비서인 자신이 관여해서 처리했기에 모를 수가없는 얼굴들.

거액을 받고 마약 검사를 하지 않고 음주 단속만 한 교통계 형사.

퇴직 후 백호그룹 법무팀 고문을 약속받은 판사.

차명 계좌로 거액을 송금받은 검사.

그 사진들 맨 위, 최태호의 사진까지.

그리고 그 아래. 최태호 자금관리인이라 써진, 비서인 자신의 사진.

저기 있는 사진은 모두 한 사건과 관련되 있었다.

최태호 빌어먹을 새끼가 약 하고 사고 친 그 교통사고.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한 남자.

목소리가 스산하게 깔린다.

"부탁인데, 빨리 불지 마라."

"아닙니다. 다 말하겠습니다. 뭐든지 물어만 봐주십시오. 이거 전부 최태호가··· 읍읍."

최태호의 비서는 눈물을 흘리며 애원해 보지만.

그 남자는 안 들리는 척, 무표정하게 최태호 비서의 입을 막을 뿐이었다.

카메라는 인적이 없는 허름한 창고를 비춘다. 간헐적으로 '윽윽'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씬#166

최 형사(예기성)는 최근 한 폭행사건을 조사하며 난감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항만 창고에서 벌어진 난투.

주민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이 마주한 건 반신불수가 된 6명의 마약 유통책이었다.

조직간의 항쟁을 예상하고 근처의 CCTV를 입수하여 틀었다.

한 남자가 차에 오르는 남자를 기절시키고 나머지 6명을 일방적으로 폭행한다.

뒤를 잡는 조직원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오금을 차 꺾어버린다.

눈을 찌르고 목젖을 짜부라뜨리고. 팔 관절을 역방향으로 꺾는다.

찌르는 칼날을 피하고, 칼을 뺐어. 주저하지 않고 허벅지를 찌른다.

나름 한 가닥 하는 무장한 조직원들 6명이 반병신이 되는 게 10초가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기절한 남자가 탄 차량을 끌고 유유히 현장을 벗어난다.

낮은 CCTV 해상도에도 선명하게 보이는 잔혹성. CCTV를 보니 사망자가 없는 게 다행일 정도였다.

이건 난투가 아니었다, 일방적인 폭행이라 불려도 될 듯싶었다.

"차 형사님(예기성) 실종자 신상 확인했습니다. 이름은 김기백. 백호그룹 최태호 이사 비서로 일하고 있네요. 도주차량은 CCTV 사각지대에서 발견했고요. 이거 어떻게 하죠?"

"하··· 이 형사. 이 CCTV 좀 봐봐. 이 사람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아?."

"네? 저는 처음 보는데요? 그나저나 차 형사님(예기성) 말년에 이상한 사건 맡아서 골 아프시겠네. 어쨌든 전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십시오. 충성!"

"어어··· 이 형사 수고하고."

CCTV를 보는 차 형사(예기성)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고. 차 형사(예기성)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데···"

***

'딸깍'

늦은 촬영이 끝나고, 바로 화실로 가기 싫어 회사에 들렀다.

회사에 온 김에 맞긴 일 잘 처리 됐는지 확인도 할 겸.

컴퓨터를 조작해서 씨 월드 미니홈피로 들어갔다.

건조한 내 미니홈피를 건너뛰고 들어간 세화의 미니홈피.

크···기가 막히게 꾸며놨구만.

이게 바로 20년 뒤 진보된 이미지 메이킹이다.

청운 엔터테인먼트의 홍보팀 일 잘하네.

처음에 내가 부탁을 했을때 왜 미친소리를 하냐 하던 홍보팀. 그런데 막상 결과물을 보니 만족스러웠다.

진짜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꾸몄을 법하게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 놨다.

갤러리에는 배우 이정건을 배경 삼아 찍은 세화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그리고 브런치 카페,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나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 올라와 있다.

특히 브런치 카페 사진은 완벽한 구도와 칼 같은 포커싱으로 화보로 써도 손색없는 사진들이었다.

그야··· 화보도 찍던 사진작가를 써서 그런 거 겠지만.

세화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들어갔다.

반 친구로 보이는 몇몇 글들.

[세화야 안녕? 근데 뒤에 있는 분 혹시 이정건 아니니? 우리 엄마가 사인 좀 부탁하는데 해줄 수 있을까?]

[세화야 내일 미술시간에 준비물 고무찰흙이랑 점토 칼 들고 오래. *^^*]

[우리 친하게 지내자.]

[정건이 아저씬데, 세화야 지우한테 전화 좀 받으라고 해줄래?]

ㄴ진짜 이정건임?

ㄴㅇㅇ 내가 파도타고 들어가봄 ㄹㅇ 이정건임

ㄴ오빠 팬이에요!

아 깜짝이야. 이 아저씨는 왜 여기서 주접이야.

메소드 연기를 위해서··· 나에 대한 증오를 키우도록 일부러 전화를 안 받는 중이다.

절대로 켕겨서 그런 거 아니다···

일일 방문자가 이제 막 12시를 넘어가는데 100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방명록 글 중에 일반인들의 댓글도 달려 있었지만, 아직 까지는 큰 문제 없었다.

하기사, 나랑 같이 찍은 사진이 태반인데, 고소 안 무서우면 악플 달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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