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검찰청 앞 런웨이
44.
이태환 감독과 통화를 끝마치고 나서, 공교롭게도 바로 울리는 휴대폰.
02로 시작하는 번호였다.
김주하 실장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고, 그 모니터에는 직전까지 내가 보고 있던 기사가 떠있었다.
[병역비리 브로커 박상필 검거]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김주하 실장과 울리는 내 휴대폰.
나는 뭔가 문제가 생겼음을 직감했다.
"네, 이지우입니다."
"서울지방검찰청 제 2··· 수사관입니다. 참고인 조사차 방문···"
"검찰이요?"
'검찰'이라는 단어에 반응해 주하 실장이 고개를 '홱'꺽어 나를 봤다.
시선은 김주하 실장에게 고정한 채 전화를 계속 받았다.
너무 많은 생각이 떠올라 통화내용에 집중되지 않았다. 결국, 요점은 병역비리 관련 참고인 조사를 받으러 검찰로 출두하라는 통보였다.
"네 알겠습니다."
'탁' 하는 소리와 함께 휴대폰을 닫았다.
김주하 실장은 내 통화내용을 다 안다는 듯, 체념한 표정으로 내 시선을 마주했다.
"실장님 방금 검찰에서 전화가 왔는데요. 도저히 이해가 안 가네요.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잠시 뜸을 들이는 김주하 실장. 이내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일단 사장실로 가시죠. 사장님도 아셔야 하니까요. 다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설명될지 모르겠지만요."
***
김주하 실장은 이 일이 좋았다. 스타를 원 없이 보는 것도 좋았고, 스타를 키우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만난 이지우라는 배우.
출연한 모든 영화를 다 봤다.
그리고 매일같이 회사로 출근해 연습하고, 영화보고 대본 분석하는 모습은 그로서는 충격이었다.
나이에 맞지 않았다. 실력도, 인성도, 성실함도.
김주하 실장은 이 일의 가장 큰 가치는 원석을 세공해 빛나는 스타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지우를 만나고 가치관이 변했다.
스타는 타고나는 거라고.
저런 사람이 뜨지 못한다면 모든 책임은 매니저인 자신에게 있다고 말이다.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했다.
매니저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진행되는 소속 연예인의 병역 비리. 많은 연예인이 박상필의 손에 면제받는 걸 봤기에 괜찮을 줄 알았다.
별 유명하지 않은 야구선수부터 탑배우까지, 너도나도 면제받는걸 보고 혹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돈 2000만 원에 2년을 버는 거다.
데뷔 1년도 되지 않아 독립영화에서 공중파 비중 있는 조연까지 단숨에 올라간 신인.
이지우 혼자서 쌓은 커리어다. 본격적으로 회사의 푸쉬를 받는다면 얼마든지 날아오를 수 있는 배우가 2년을 군대에 가는 게 너무도 아쉬웠다.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그는 양심을 저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박상필과의 관계는 자신 외에는 모르는 일이다.
김주하 실장은 이모든 걸 책임지고 검찰에 출두해 사실만 말할 예정이다.
저 별이 자신의 손으로 땅에 떨어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일이니.
내 독단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아직 돈이 오가지 않았으니 잘하면 기소유예나, 혐의없음이 뜨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지우를 데리고 사장실로 가기 전, 김주하 실장은 자신의 책상 서랍 속 사직서를 챙겨 품속에 넣었다.
***
사장실에 나와 김주하 실장, 그리고 장인호 사장 셋이 모였다.
"제가 방금 검찰에서 전화를 받았는데요. 이게 무슨 소린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네요. 제가 병역비리를 저질렀다네요. 신검도 안 받았는데 말이죠."
놀라는 장인호 사장과 담담히 내 말을 듣고 있는 김주하 실장.
이때, 김주하 실장이 독단으로 뭔가를 했다는 걸 느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김주하 실장이 입을 열었다.
"네. 아마 제가 벌린 일이 맞을 겁니다. 아니, 맞습니다. 지금 기사가 뜬 박상필이라는 사람과 접촉했으니까요."
가만히 김주하 실장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내가 몇 달간 봐왔던 김주하 실장은 절대 이유 없이 소속 배우에게 피해를 끼칠 사람이 아니다.
배우를 최우선 하는 장인호 사장의 의지를 가장 잘 실천 하는 사람이니까. 최소한 합리적인 변명을 듣고 싶었다. 그 합리라는 것에 나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지우 씨, 예전에 건강검진 결과랑, 수술 후 후유장애 관련한 서류 제출하셨죠. 그 서류를 가지고 박상필과 군 면제 관련해서 한 번 접촉한 적 있습니다. 가족관계증명이나, 건강 관련해서는 입대를 빠져나갈 구석이 없더라고요. 그나마 가능성 있는 게 후유장애로 인한 면제고요. 그래서 제가 처리하기 위해서 서류를 맡기고 검토만 해달라 요청했습니다."
"왜 저한테 미리 말하지 않으셨나요?"
아니 도대체 왜?
어쩔 수 없이 내 말투도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사실 이 문제는 큰 문제가 아니다. 검토만 해달라고 했다며, 대충 견적만 뽑아달라고 했을 터. 아직 금전 거래가 오고 가지 않았다면 법적으로는 걸릴게 없다.
신검을 받아야 면제 판정을 받을 텐데, 나는 작년에 바빠서 신검 자체를 못 봤다. 아직 내가 피의자 신분이 아니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하는 것 자체가 그 방증인 셈.
거기에 더해 내가 기자들 불러놓고 국가유공자의 병역특례자라 밝히면 큰 문제 없이 넘어갈 일이다. 이후 6개월 사회복무 한번 갔다 오면 될 일이고.
내가 심각했던 건 김주하 실장이 작심하고 나를 묻어버리기 위해 이런 장난을 쳤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생각은 김주하 실장의 이어지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수긍하게 돼버렸다.
"지우 씨는 몰라야 하니까요."
"네?"
"리스크를 생각 안 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비밀로 하고 제 독단으로 진행한 겁니다. 만약 걸린다 해도 제 독단으로 한 거라면, 집행유예? 음··· 아직 입금 전이기 때문에 기소유예나 무혐의가 뜰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지우 씨가 알고, 지우 씨가 관여했다가 걸리게 되면 그냥 연예계 생활 접는다는 수준이 아니니까요."
그는 앞에 있는 물로 목을 축인 다음 말했다.
"지우 씨의 재능은 군대에서 2년을 허비하기에 너무 아깝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저 하나 욕먹고 넘어갈 일이라면 시도해보는 것도 괜찮다 생각했습니다."
후··· 이 아저씨를 어떻게 해야 하나.
"저 면젠데요."
"네, 이해합니다. 화가 나시겠지만, 걱정 마십시오. 제가 다 알아··· 네?"
"저 군 면제라고요. 저희 아버지 작전 중 전사 하셔서, 국가유공자로 병역특례 대상자라고요."
벙 쪄서 아무 말도 못하는 장인호 사장과, 김주하 실장.
"완전히 면제되는 건 아니고 6개월 보충역 갔다 와야 되긴 한데, 어차피 공익으로 6개월이니 작품과 작품 휴식기에 갔다 올 생각이었습니다."
"네? 어··· 저··· 병역특례요?"
"뭐라고?"
죽을상을 하고 있던 장인호 사장도 벌떡 일어나 반색했다.
허탈한 표정의 김주하.
"하··· 참··· 미안합니다, 지우 씨. 내가 좀 더 신중하게 행동했어야 했는데··· 주민등록 등본이랑 진단서만 보고··· 방법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서··· 지우 씨도 알게 되면 공범이 되니까. 어떻게든 혼자서···"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어떻게 가족관계 증명서만 보고 국가유공자의 자녀라 상상하겠는가. 어찌 보면 일반인으로서 당연한 반응이지.
그리고 나를 위해 자신이 독박쓰려 한 저 마음이 진심이라면 그를 무작정 비난하기보다는 그의 미안한 마음을 이용하는 게 나을 테지.
"저 몰래 뭐 하지 마세요. 저에 관한 것이든 현주에 관한 것이든. 부탁합니다."
내용은 부탁하는 투였지만 말투는 부탁하는 투가 아니었다.
내가 미래를 아는데, 저런 통제 안 되는 변수가 튀어나오면 오히려 일이 꼬이니까.
그리고 내가 화나지 않았던 결정적인 이유. 이 일이 절대로 나에게 불리하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나는 박상필 리스트를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었다.
박상필 리스트에 누가 포함되어 있는지 알고 있고.
[단군삼신기] 주연인 박정태.
[겨울이었다] 조연인 이기욱.
둘 다 이번 박상필 리스트에 포함되고, 검찰 조사 때문에 드라마 촬영 자체에 참여조차 못한다.
조사 받고 바로 입대하거든.
SBC와 MBS의 드라마는 2주간 결방하고 특집편성, 이후 원래 배우 대신 다른 배우가 투입되지만, 시청률은 폭망하고 [저승카페]만 살아남는다.
그리고 나는 김주하 실장이 만든 실수를 기회로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승카페]를 띄워 줄 화제성.
드라마에 평소 관심도 없는 사람들을 티비 앞으로 끌고 올 강력한 이슈.
오전에 병역비리를 저질렀다 의심받는 사람이 사실은 아니었고, 9시 뉴스에 국가유공자 증서를 들고 나타난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 여자친구가 채용비리로 꽂은 '낙하산'이 아니라, 여러 영화를 작업한 '공수부대'라는 게 밝혀진다면?
껄끄러웠던 김주하 실장에 대한 의심이 걷히자, 오히려 지금 내가 가진 패를 어떻게 포장해서 터트려야 나에게 가장 유리할지 고민되었다.
"후,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이 일은 제가 책임지고 사-"
'띠리리리'
김주하 실장의 말을 끊어버리는 전화벨.
내 휴대폰이었다.
어차피 이 일은 같이 공유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기에 장인호 사장과, 김주하 실장 모두 들으라는 식으로 전화를 받았다.
"네, 이태환 감독님. 급한 대로 5명 모았다고요? 더 모아 주세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현주 일 때문에 전화했던 건데, 저도 좀 문제가 생길 것 같네요. 수임료 신경 쓰지 마시고 승소 패소 관계없이, 건바이건으로 수당 다 지급한다고 말하고 최대한 많이 모아주세요. 전화 끊고 제가 저희 실장님 번호 찍어 드릴 테니 앞으로 그쪽으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이태환 감독은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그 동기들은 이제 막 사법연수원을 나왔거나 변호사 활동을 시작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제 막 로펌에 들어가거나, 사무소 개업을 준비하는 초임 변호사들을 활용할 생각이다. 질보다 양이 필요하거든.
전화를 끊으려다 급하게 다시 들어 꼭 해야 하는 말을 전했다.
"아참! 반박기사. 수한이형이랑 연락하셔서 인터뷰 한번 같이 해주세요. 갓상기 기자, 아니 조상기 기자님이 따로 연락 할 겁니다. 현주에 관해서 짤막하게. 네네. 능력 위주로 말해주시면 됩니다. 각본가 박현주가 드라마 쪽에서 비리로 꽂아 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식으로··· 네네 감사합니다."
'탁!'
폴더폰을 경쾌하게 닫았다.
"김 실장님 일부터 하죠. 방금 들으셨죠?"
오해를 풀고, 감정정리 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당장 현주의 일과 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
오늘 오전에 박상필 리스트에 관한 기사와 이지우 여자친구 채용비리 기사가 동시에 떴다.
그 때문에 기사 직후 실시간 검색어 순위 1위는 박상필 리스트. 그 밑으로는 '이지우 병역비리' 혹은 '이지우 여자친구'등의 키워드가 줄 세우기가 된 상황이었다.
이미 관련 기사는 쏟아진다는 말이 무색할 지경으로 뜨고 있었다. 허위, 과장 기사뿐만 아니라 추측성 기사가 난무하고 있었다.
재밌는 건 원래라면 나보다 급이 높은 연예인도 박상필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기에, 자칫 묻힐 수 있었던 내 이름이 현주의 기사 때문에 계속 끌어올려 지는 중이었다.
오늘 저녁 9시 뉴스의 첫 보도는 아마도 박상필 리스트가 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뉴스는 지상파 3사 드라마 휴방이 보도된다. 박상필 리스트에 포함된 연예인과 운동선수 중 3사 드라마 모두 주·조연이 포함 돼 있기 때문이다.
전생에는 SBC와 MBS만 드라마 중지 기사가 떴지만, 내 이름이 박상필 리스트에 올라갔으니 [단군삼신기], [겨울이었다], [저승카페] 모두 휴방 한다고 보도될 것이다.
제한시간은 9시.
그전에 나의 결백을 밝혀야 한다.
9시 뉴스에 내 이름이 병역비리와 나란히 뜨는 순간 내가 뭔 짓을 해도 못 뒤집는다.
보도된 내용과 다르다고 수차례 해명을 해도, 결국 ‘병역비리를 저지른 배우’가 꼬리표처럼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마치 선풍기를 틀고 자면 죽는다는 해괴한 뉴스가 9시 뉴스에 보도된 이래로 아직도 진실처럼 받아들여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청운 엔터테인먼트의 스태프들이 경력이 좀 된다 해도 내 기준 20년 전의 회사. 끽해봐야 연애 스캔들이나 막아봤지 이런 사건을 마주해 봤겠는가.
뭔갈 바쁘게 움직이고 있긴 한데 실속이 없어 보였다.
그렇기에 상황 자체를 내가 주도 할 수밖에 없었다.
"동수형은 지금 우리 어머니한테 전화해 놓을 테니 국가유공자증서 좀 가져와 주세요, 김 실장님은 사실관계 틀린 기사 다 변호사들 넘겨주시고요. 그리고 저 검찰 출두 4시? 가능하려나? 5시 반? 준비 좀 해주세요."
"오늘 바로 간다고요? 참고인 조사는 좀 여유 있게 가도 될 텐데요?"
확실히 이런 부분에서 내가 20년으로 돌아왔다는 게 느껴진다. 미숙하고 안일하다.
"김 실장님. 이거 오늘 9시 뉴스에 제 이름 뜨는 순간 제가 무슨 짓을 해도 이거 못 뒤집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이미지 쌓는 건 힘들어도 박살 나면, 다시 못 되돌려요. 김 실장님이 나중에 따로 검찰 출두하셔서 해명하는 건 하는 거고, 그전에 제가 무조건 9시 뉴스에 나와서 나와 관련 없음을 보여주거나, 제 이름이 리스트에서 빠지거나 둘 중 하나는 돼야 합니다."
"아!"
그리고 나는 저 두 가지를 모두 성공 시킬 거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정신없이 해야 할 일, 내가 할 말을 구상했다.
변호사들이 속속 사무실에 찾아오고, 동수형이 국가유공자 증서를 받아오는 등, 준비가 착착 진행되어, 3시 반.
나도 가벼운 복장에서 정장으로 갈아입고, 거기에 더해 헤어와 메이크업까지 마쳤다.
김주하 실장은 검찰 출두하는데 무슨 스타일링을 받냐 의아해했지만, 내가 필요한 일이라 말하자 두번 묻지 않고 준비해 줬다.
나는 죄가 없다. 카메라 수십 대가 오는데 멋져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검찰청 앞에 도착했다.
이미 수십 명의 기자들이 서울중앙지검 앞에 진을 치고 있었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게 될 병역비리를 저지른 연예인들과 운동선수들이 검찰청 출두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서다.
먼저 나가 상황을 파악한 김 실장이 짤막하게 상황을 말해줬다.
"어우··· 모인 기자만, 50명 넘는다네요. 먼저 들어간 박정태는 들어가다가 옷 다 찢어지고 머리카락 뽑히고 난리 났다는데 괜찮으시겠어요?"
박정태? 기자들이 없을 시기를 노려 기사가 뜨자마자 조사받으러 갔나 본데, 운도 없네 나랑 겹치고.
문득 현주를 걸고넘어진 녀석들이 생각났다.
아마 그 녀석들은 내가 많은 기자 사이에서 수모를 당하며 사죄하는 그림을 상상했겠지.
그런데 어쩌냐. 난 그럴 생각이 없는데.
이동수가 벤의 문을 열자마자 무수히 터지는 플래시 세례.
그리고 내가 내려섰다.
처음에 달려들듯이 카메라와 마이크를 들이대던 기자들이 생각과 다른 그림에 살짝 멈칫했다.
마치 중요한 회의에 미팅이라도 하러 가는 차림새.
혹은 화보 촬영이라도 나온듯한 내 모습에 당황한 듯 더 다가오지 않았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다른 유명인들은 모자와 마스크를 하고 쥐새끼처럼 들어갔을 테지.
내가 가장 우려했던 상황은 막았다.
도떼기시장처럼 우르르 몰려와 아수라장이 되는 상황 말이다.
이내 수십의 기자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 해명을 요구했다.
"이지우 씨 브로커와 접촉한 게 사실입니까?"
"이지우 씨 군대 가실 겁니까? 가신다면 언제 가실 예정입니까?"
"저승카페 캐스팅을 조건으로 현주 씨를 KBC 위장취업 시킨 게 사실입니까?"
기자들의 물음에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기자와의 대치가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의 시간이 지나 조용해진 기자들.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저는 박상필이라는 사람은 모릅니다. 본적도 없고. 연락해 본 적도 없습니다. 오늘 조사로 제 결백을 증명하러 왔고, 저는 가장 명예로운 방법으로 군 복무를 성실히 이행할 것을 이 자리에서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 번 더, 질문세례가 이어졌다.
대답해줘야 할 이유가 없었다.
조용해지기 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한 묶음의 A4용지를 들었다. 현주의 채용비리에 관한 기사들이었다.
"일반인인 제 여자친구에 대한 근거 없는 억측에 관한 기사 잘 봤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필요한 조치를 하겠습니다. 검찰 조사 성실히 임하겠습니다."
손에 든 자료를 '툭'하고 옆에 있는 이동수에게 건넸다.
그리고 기자들의 사이를 지나갔다.
고개 숙이지 않았고, 시선을 피하지도 않았다.
나는 잘못한 게 없다. 그렇기에 당당하게 걸었다.
사방에서 터지는 플래시 세례.
"아니 저게 무슨 조사 받으러 가는 거야, 런 웨이 하는 거야?"
풉
한 기자의 말에 나도 모르게 웃어 버렸다.
그리고 내일 아침 조간신문 1면은 방금 웃는 사진이 차지할 거라 확신했다.
헤드라인은 '검찰청 앞 런웨이' 쯤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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