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인터뷰 하나 잡혔어요."
대기실 문을 조심스레 열고 미안한 듯 말하는 로드 매니저.
"시간이 되나?"
"음··· 리포터한테 미리 말해놨어요.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딱 30분만 가능하다고요."
해외 촬영 중, 백룡 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짧게 귀국한 일정이었다. 오전에 입국하여, 새벽에 다시 출국하는 짧은 스케줄.
그리고 그 공항으로 출발하기 전 짧은 시간까지 잡힌 인터뷰다.
비행기 놓치면 계약사항 불이행으로 위너 브라더스한테 천문학적인 위약금 물어줘야 할 텐데, 저 리포터는 그 사실을 알까?
피식 웃었다.
아마 늦는다 해도, 위너 브라더스는 원만하게 조율하려 할 테고, 배상금 요구하는 대신 전용기를 보내 주겠지.
매니저와 자잘한 합의사항을 나누고 내 앞자리에 앉는 리포터.
준비한 질문이 많은지 간단한 인사가 끝나기가 무섭게 질문한다.
"먼저 득녀 축하드립니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바로 질문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이지우의 10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시는데요."
"아이고. 흠, 과찬이십니다."
약간 부끄러운 듯 헛기침하고 옷매무세를 가다듬었다.
'이지우의 10년' 이라니···
아무리 나라도 면상에다 저런 소리를 들으면 겸연쩍기 마련이다.
"최근 데뷔 때 조연으로 출연하신 작품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그 영상을 본 영화 팬들 사이에서 연기 천재라고 불리시는 걸 알고 계시나요?"
"아뇨. 몰랐습니다. 음··· 그전에 저는 연기에 천재라는 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네? 호호호, 이지우 배우님이 하실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아주 겸손한 발언인데요. 이유를 들을 수 있을까요?"
시차 적응이 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많은 활동을 해서였을까.
평소 생각했던 영화관(觀)이 나와 버렸다
"연기란 게 결국 삶과 죽음. 그 사이를 표현 하는 것이지 않겠습니까."
이런 대답이 나올 줄은 몰랐던 듯, 약간 당황한 리포터의 얼굴.
너무 진지한 답변이긴 하지. 이제 30대 초반의 배우가 할 법한 답변은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겠나. 나는 10년 차의 배우가 아니라, 속 알맹이는 30년 경력이 넘는 배우인 것을.
에라, 모르겠다. 빠듯한 출국 일정이다. 인터뷰를 빨리 끝내고 싶기도 했고. 평소 생각하던 배우에 관한 생각을 말했다.
"배우는 타고나는 게 아닙니다. 삶의 희로애락을 겪으며 쌓은 감정적 자산으로 만들어지는 거죠."
어떠한 삶을 살았고, 또 그 삶에서 어떠한 감정을 느꼈는가?
삶이 중요하다면 같은 무거움으로 죽음 또한 대했는가?
죽음이 있기에 삶이 빛 남을 진실로 이해하는가?
죽음을 마주한 배우는 없기에 연기 천재는 없다.
배우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평소 내 지론이다.
살짝 뜸을 들인 후 말했다.
"그래서 연기 천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10년 전, 한 번 죽은 나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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