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직 상무가 너무 잘함-193화 (193/196)

여신들

34살의 나이에 대진증권 임원이 된 남창진.

[ 대진증권 남창진 상무. 10대 증권사 최연소 임원 진급 성공! ]

[ 탁월한 수익률! 넘볼수 없는 고객기반! 지난 10년 연평균 수익률 30% 상회! ]

[ 대진증권 남창진 상무의 성공신화는 계속된다! ]

2011년 연초 경제신문과 일간지 경제면은 34살의 나이로, 상무에 진급한 창진이에 대한 소개기사로 넘쳐났다.

대진증권 설립 이래 최초의 30대 임원이었고, 30대 후반도 아닌 34살의 나이는 파격 자체였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창진과의 연초 포트폴리오 전략회의.

2010년에도 윤재는 투자로 수천억을 벌었다.

중견 기업의 1년 영업이익에 맞먹는 금액을 매년 벌어들이는 기염을 토했다.

“비즈니스 얘기는 이 정도면 됐고, 다시 한 번 창진이 너 상무 승진한 것 축하한다.”

“윤재 형! 매번 얘기해서 식상하지만 정말 고마워! 형 때문에 신문에 내 기사가 쫙 깔렸어! 아빠가 가문의 영광이라고 난리야!

“그래? 광주 아버님 댁 근처에 현수막이라도 하나 달아주랴?”

“우하하. 사법고시 합격한 것도 아닌데, 놔 둬! 창피하게 그런걸 왜 해?”

“아버님께 전화해 봐. 아마 집 앞에 현수막 걸려 있을 거다.”

실제로 창진의 부모님 댁 주변에 현수막이 2개 걸려있을 것이었다.

이런 일은 혜진이가 전담으로 처리하곤 했다.

연애시절과 결혼초기 윤재는 친구들과 모인 자리에서 이런 농담을 한 적이 있었다.

“집안 경조사! 월급관리! 주택 구입! 애들 교육 같은 작은 일들은 여자들이 하는 거고, 남자는 큰일을 해야지!”

“대체 오빠가 말하는 큰일이란 게 뭐야?”

“남자라면 모름지기, 지구온난화 해결, 남북화해, 우주인 침공 대비 같은 일을 해야 대장부라고 할 수 있어!”

“깔깔깔! 오빠 농담은 참 스케일이 커! 지구 온난화?”

당시만 해도 다들 말도 안 되는 농담이라 웃었지만, 10년 정도 지나서 생각해보니 윤재 집안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었다.

집안 경조사. 친구들 기념일 관리 같은 일들은 혜진이 알아서 처리했다.

창진이 임원진급 축하 현수막과, 창진이 부모님 댁에 축하화한을 보내는 일도 모두 혜진의 몫이었다.

때마침 창진에게 문자가 날아왔다.

창진이 아버지가 집 앞에 걸린 현수막과 화한 사진을 문자로 보낸 것이다.

[ 축! 월산동의 아들 남창진. 대진증권 최연소 상무 진급! - 남창진 팬클럽 일동 - ]

혜진이의 현무막 문구였다.

“형! 형수랑 진짜 결혼 잘 한 것 같아. 세상에 형수 같은 여자도 흔치 않을 거야.”

“하하하. 나 같은 남편도 흔치는 않아.”

“물론 그렇지. 하지만 혜진이.. 아니 형수를 봐. 미모면 미모. 지성이면 지성. 마음씨면 마음씨! 어느 것 하나 부족한 게 없잖아. 현수막이랑 축하화분 보내준 것 고맙다고 전해 줘!”

“알았다.”

윤재는 내심 기분이 좋았다.

가족을 칭찬해 환심을 사는 것은 윤재의 주특기 중의 하나.

자신의 주특기를 창진이 발휘하는 것이 윤재를 기쁘게 만든 것이다.

‘다들 전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구나!’

남창진의 랩어카운트 사업부는 무려 3천명의 우량고객을 관리하는 조직이었다.

3천 명 중 절반이 넘는 인원은 VVIP 조건을 충족했으니, 대진증권을 떠나 국내 증권사 중 최대의 규모와 투자액수를 자랑했다.

그리고 그 중 절반 가까운 사람은 윤재가 창진에게 연결시켜준 고객들이었다.

“너도 그렇고 장식이형도 그렇고 다들 잘 돼서 다행이다. 우리 직원들이 뭐라고 하는 줄 알아?”

“무슨 얘기?”

“남창진 상무를 통해 계좌를 불리고, 그렇게 본 돈으로 신장식 대표를 통해 해외여행 간다!”

“크하하. 말 되네.”

신장식이 대표가 된 Tour1st!.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여행 플랫폼으로 성장해 있었다.

52 Corp의 전 사업장은 하계휴가와 리프레시 휴가를 결합해 10일을 이용할 수 있었다.

직원들 중 상당수가 창진을 통해 재테크에 성공했고, 매년 장식의 투어리스트를 통해 여행을 즐겼다.

윤재와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은 모두 잘 풀렸다.

고속 승진. 돈 걱정 하지 않아도 되는 재산 등.

남부럽지 않은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          ◈          ◈

2011년 2월 9일.

서울 잠실에 있는 김선희의 집에 4명의 여신들이 모여서 토크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조혜진. 김선희. 안수애. 이지은이 그 주인공!

“지은 프로! 우리 채널이 한국 유튜브 채널 중 최초로 1백만 구독자 돌파한 것 아시죠?”

“정말요? 몰랐어요! 축하해요! 언니들~”

2010년 6월. 안수애는 잘 나가던 방송국을 퇴사하고 프리선언을 했다.

프리랜서가 된 안수애의 일거리 중 하나는, 혜진 선희가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에 합류한 것이었다.

[ 경국지색 Show! ]

조혜진, 김선희, 안수애 3명이 운영하는 채널의 이름이었다.

“그런데 수애 언니! 잘 나가던 아나운서 그만두고, 유튜브 해서 벌이는 괜찮은가요?”

“호호. 지은 프로가 몰라서 그래. 우리 지난달 정산만 3천만 원 가까이 받았어.”

“3천만 원이요? 정말? 대박이다!”

안수애는 경국지색 쇼에 합류하며, 촬영과 편집을 담당할 스탭을 데리고 왔다.

스텝들을 고려해도 인당 5백만 원 이상 벌이는 됐다.

안수애는 방송도 여러 개 출연하고 있으니, 부업치고는 꽤 괜찮은 수입이었다.

“이게 앞으로 더 좋아질 거에요. 컨텐츠가 쌓일수록 앉아서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니까!”

원래도 혜진과 선희의 미모 덕에 팬이 많았지만, 안수애와 스텝이 합류하며 방송이 질적으로 훨씬 좋아졌고, 그 혜택을 톡톡히 보고 있었다.

“지은 프로 입장에서 인당 5백만 원은 별 거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겠네.”

“아니에요. 저야 임시직이라... 성적 못 내면 재미가 없어요.”

“에이~ 지은프로. 왜 그래? 작년 상금만 40억 받았잖아. 스폰서. 광고. 이런 거 빼고 상금만!”

윤재를 만난 이후 이지은의 골프 인생은 말 그대로 꽃길만 걷는 것이었다.

LPGA 데뷔 후 5년 동안 누적 승수는 17승.

이대로 가면 명예의 전당 입성은 따 놓은 당상이었다.

“그런데 혜진 언니는 유튜브 안하셔도 되는 거 아네요?”

윤재가 천문학적 재산가가 됐는데, 굳이 이런 일을 하느냐는 질문이었다.

“호호호. 아니에요. 오빠가 놀면 뭐하냐고 난리에요. 젊어서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고!”

물론 윤재의 얘기는 농담이었다.

아들과 딸이 더 어렸을 때부터 윤재는 혜진의 경제활동을 독려해왔다.

육아의 어려움에 대한 일종의 배려임과 동시에, 장인 장모를 집으로 모시는 구실을 제공해 준 것이었다.

또 하나의 결정적 이유는 선희의 존재였다.

선희는 타고난 끼 때문에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을 좋아했고, 혜진은 친 언니 같은 선희와 함께 뭔가를 하고 싶어 했다.

그 마음을 알고 있는 윤재의 배려였고, 혜진 역시 항상 윤재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경국지색 쇼가 인기를 끌며, 혜진과 선희에 대한 방송계의 러브콜도 쇄도하고 있었다.

특히 몸을 사리지 않은 선희의 먹방 투혼을, 영화제작자나 방송국 PD들이 높이 평가한다는 소문이었다.

오진탁 사태로 중단됐던 연예활동에 서광이 비추기 시작한 것이다.

4명의 여자들은 근황토크를 마치고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했다.

“자! 그럼 우리 본격적으로 오늘 방송 시작해 볼까요?”

“좋아요. 너무 기대되네요.”

주 3회 분량의 영상을 올리고 있는 경국지색 쇼.

주요 컨텐츠는 먹방이었다.

먹방을 주요 테마로 진행하라는 것이 윤재의 조언이었다.

혜진이 미모와 요리를 담당했고, 선희가 먹방과 오버 액션을, 안수애가 진행을 담당했다.

세명의 케미가 환상적이었다.

특히 선희는 먹방에 최적화 돼 있었는데, 아무리 먹어도 50kg의 체중을 유지하는 특이 체질의 소유자였던 것이다.

중간중간 게스트를 초청했고, 이번 방송은 LPGA의 여신 이지은이 초청된 것이었다.

“오늘은 2010년 LPGA에서 6승을 챙긴 이지은 프로 모시고 먹방을 진행해 보겠습니다.”

“와아아아~”

“수애님! 오늘의 요리는 뭔가요?”

“오늘의 먹방은 바로 대왕문어 15kg 짜리입니다. 매운 찜으로 먹고, 라면도 끓여 먹고, 숙회로도 먹고.... 누가 이기는지 한번 가 보시죠!”

살아있는 15kg 대왕문어가 선희의 부엌을 기어 다니는 장면.

“꺄악! 어떻게 해!”

“엄마야. 이 빨판 힘 좀 봐~”

혜진과 선희가 호들갑을 떨며, 문어와 씨름하는 장면 등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겼다.

“언니들! 이거 진짜 너무 맛있다. 하나도 질기지 않고, 부드러워! 완전 짱 맛있어요.”

“으으음~ 이 맛이지! 쩝쩝쩝! 지은 프로 맛있지? 이거 먹으면 몸보신 제대로 될 거야. LPGA투어 뛰는데 힘이 될 거야!”

“라면 맛! 환상이다! 국물이 너무 개운한 거 있지?”

주먹만 한 크기로 쌈을 싸 먹기도 했고, 고운 얼굴에 소스를 묻혀가며 먹방에 열중했다.

미녀3인방과 초대 게스트의 몸을 사리지 않는 먹방!

인기 채널이 될 수밖에 없었다.

350만 뷰를 찍은 52 F&B의 핵불닭라면 20봉지 먹방에 이어, 이번 영상도 대박이 예고돼 있었다.

◈          ◈          ◈

촬영장 뒷정리를 하면서도 여신들의 토크는 계속됐다.

“혜진씨! 윤재 사장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결혼 잘 했어.”

“새삼스럽게?”

“유튜브가 컨텐츠가 쌓일수록 돈이 될 거라 했는데, 갈수록 수입이 늘어나고 있잖아.”

프리 선언을 한 안수애를 혜진 팀에 붙여준 사람이 윤재였다.

안수애를 스카웃하며 윤재가 했던 얘기는 불과 6개월 만에 현실이 돼 가는 중이었다.

“맞아요. 수애언니! 이 페이스면 올해 안에 월수입 5천만 원 돌파하겠어요!”

“게스트 문제도 잘 해결될 것 같아요.”

“와! 언니들 또 뭔가 추진하고 있어요?”

이지은이 맑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지금까지 경국지색 쇼에 초대된 게스트는 남창진. 신장식. 5명의 트로트 누님들. 안수애가 섭외한 방송국 사람들이 전부였다.

“일단 에밀리 캠벨이 다음 달에 우리와 합방을 하기로 했거든.”

“정말이요? 에밀리 캠벨이 언니들 유튜브에 출연한다구요?”

“그래요. 지은씨!”

“그럼 에밀리 캠벨 출연 분은 1천만 조회수 넘기는 거 아네요?”

“에밀리 캠벨과 페레레 로쉐 많이 먹기 기네스북 챌린지 하기로 했거든.”

“우와! 진짜 대박이겠다. 다음 달 스케줄 되면 저도 구경 와도 되요?”

“당연하지.”

빌보드 1등 곡을 6곡이나 보유한 세계적인 디바! 에밀리 캠벨.

유튜브 세계에서도 그녀는 인기절정이었다.

특히 그녀가 세계를 돌며 버스커들과 촬영한 다시 부르기 시리즈는, 원곡 유튜브를 압도하는 조회 수를 찍고 있었다.

셀럽이나 유튜브 스타들과 합방을 하면 인기를 끌 수 있다는 것도 윤재의 아이디어였다.

툭툭 건네주는 생각이 대박으로 이어지는 것이 윤재의 패턴이었다.

전생의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인 만큼, 틀릴 수가 없기도 했다.

“게스트 출연 문제도 순풍에 돛 단 듯 흘러갈 거에요.”

“호호호. 맞아요. 수애 언니 얘기처럼 인기 게스트들 출연을 확보했어요.”

윤재가 발 벗고 나서 오하루와 접촉했던 것이다.

오진탁 대신 O2 그룹을 이끌고 있는 오하루의 전공은 O2 엔터테인먼트.

O2 엔터의 소속 연예인이나, 케이블 채널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을 ‘경국지색 쇼’에 연결시켜 준 것이었다.

O2 엔터 입장에서는 방송과 연예인을 홍보할 수 있어 좋고, 혜진네 입장에서는 조회 수를 끌어 올릴 수 있었다.

말 그대로 Win Win인 것이다.

오진탁이라는 장애물이 사라지자, 윤재의 52 Corp와 오하루가 이끄는 O2 그룹의 협업이 본격화 됐다.

혜진의 유튜브 채널은 52와 O2 협업의 양념에 불과했고, 메인 요리는 따로 있었다.

그것도 아주 풍성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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