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직 상무가 너무 잘함-192화 (192/196)

52 Rewards

2010년 12월.

친구들. 연인. 동문회. 입사동기. 기타 각종 친목단체들의 송년회가 한창 벌어지는 연말.

52 F&B 정기인사에서 과장으로 진급한 민태홍은 입사동기들과 송년회를 가졌다.

전생에서는 윤재가 팀장일 때 팀원으로 함께 근무했고, 임원이 된 이후로는 팀장이 돼 윤재를 보필했던 직원이 바로 민태홍이다.

회귀 이후에는 미래전략실에 들어가 윤재를 위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 존재이기도 했다.

현재는 경영기획실 과장이 돼, 윤재의 최측근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사회생활 만 6년차인 민태홍의 동기들.

그들 중에는 오진탁 사태가 한창일 때, 이직한 동기들도 모임에 참석해 있었다.

사내외 인맥을 형성하기 위해서였다.

“야! 어떻게 회사가 1년 만에 180도 달라져 버리냐? 요즘 52 F&B 주가 완전 장난 아니야!”

“그러게 말이야. 유상증자를 했는데도 오히려 주식이 올라 버려. 이럴 줄 알았으면 이직 안하는 건데. 푸드에 붙어 있던 애들이 승자지 뭐!”

“컨설팅 회사 좋다고 해서 갔더니, 돈은 많이 주는데 너무 힘들어. 이건 뭐 월화수목금금금이니.... O2 푸드에 있을 때가 좋았어.”

“태홍아! 니가 함 얘기 해 봐~ 네가 지금 김윤재 실장님 최측근이라며? 어떻게 유상증자를 했는데 주가가 폭등해서, 시총 10조를 가뿐히 넘을 수 있지?”

2~3년 전 오진탁 때문에 푸드가 찬밥 대우를 받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O2 그룹 전체가 태우건설 바이아웃 때문에 휘청거린 적이 있다.

그때 살길을 찾아 타사로 이직한 친구들이었다.

“하하핫. 간단해! 없고 있고의 차이야.”

민태홍은 뭐가 그리 좋은지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다.

치아 28개가 모두 보일 정도로 활짝 웃고 있었다.

“없고 있고?”

“하하핫! 그래. 오진탁 그 미친 새끼가 없고, 김윤재 실장님이 있는 차이지.”

아주 심플한 얘기였는데 다들 확실하게 이해했다.

마이너스 효과가 사라지고, 50제곱 효과가 있는 사람이 왔으니 잘 나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요즘 한국 금융권 뿐 아니라, 월가에서도 52 F&B의 성장성을 주목하고 있어.”

“식품 회사로 국내 1위고 내수 기반이라 경기 방어주 성격이 강했는데, 어떻게 성장주로 평가 받는 거니?”

“모두 오너이자 전문 경영자로서 합류한 김윤재 실장님 덕이라니까! 올해에만 미국 동부, 중부, 서부, 남부에 만두공장 착공에 들어갔어. ‘달라 트리’라는 미국 유통업체와 제휴를 이끌어 낸 것도 모두 김실장님 역량이었다고!”

“아무리 미국시장이 크다지만 만두 하나 때문에 시총이 3배 넘게 올라? 말도 안 돼!”

앤더슨 컨설팅에 뽑기로 취직한 건 아닌지, 제법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친구였다.

“하하핫! 물론 만두 하나 때문은 아니야. 러시아 케첩, 마요네즈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 뿐 아냐. 러시아에 진출한 꼬끼오 라면과 핵불닭라면이 선풍적 인기거든.”

“나도 그 기사 봤는데, 신기하긴 신기하더라. 그저 쏘련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러시아에서 한국이 그렇게 인기 있을 줄이야.”

“옐친 시절 모라토리엄을 선언했을 때, 다국적 기업들이 모두 러시아를 떠났지만, 한국 기업들은 끝까지 남아 있었대. 그래서 한국회사를 좋아한다더라.”

“블라디보스톡 선원들이 부산에 자주 입항하는데, 그 사람들이 한국 음식을 많이 먹었고, 팬이 됐대. 러시아 애들이 의외로 매운 맛을 좋아 한다는 거야.”

윤재의 히트작이었던 꼬끼오면에 이어 출시한 핵불닭라면!

한국 여성들은 물론, 러시아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한 탓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러시아 젊은이들 사이에 핵불닭라면 매운맛 참기 대회가 유행이래!”

“태홍아! 그 얘기 실화냐?”

“진짜라니까!”

통합 52 F&B가 잘 나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해외시장 진출이었다.

외국환 은행 차태영 회장과의 친분 덕에, 52 F&B는 1조원을 차입하는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2010년 9월 무려 시가총액의 150%에 달하는 6조원을 자본시장에서 조달했다.

워렌 버핀. 올리버. 국내외 기관투자자가 참여한 유상증자가 대박을 터뜨린 것이다.

천문학적 자금 조달에 성공한 윤재의 첫 번째 작품은 해외시장 공략이었다.

미국에서는 ‘달라 트리’와 손을 잡았고, 러시아 시장 역시 현지 유통업체와 제휴해 진출했다.

“그러니까 52 F&B를 월가의 투자자들이 수출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거네.”

“그렇지. 그게 첫 번째 이유지!”

52 F&B 동기들은 말없이 빙그레 웃었고, 이직한 친구들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첫 번째 이유가 충분히 납득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신제품들의 영향이야.”

“신제품? 핵불닭라면 말고 또 있어?”

“응. 가정간편식(HMR) 공장에 대한 투자가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거든.”

“생각난다. 그거 김윤재 실장과 장동석 상무님이 몇 년 전에 거품물고 강조했던 거 아냐?”

“맞아. 오진탁 그 멍청이 때문에 중단됐던 걸, 김실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그런데 그것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거지.”

“시장의 트렌드를 미리 읽고, 재빠르게 대응한 거네.”

이직한 친구들은 두 번째 이유 역시 찰떡같이 알아 들었다.

“세 번째 이유는 52 Corp와 시너지 효과야. 나도 김윤재 실장님과 도킹하기 전에는, 52Corp를 과소평가한 측면이 있었거든. 그런데 막상 합쳐지고 보니까, 52 Corp가 O2 그룹보다 훨씬 큰 회사더라구.”

“정말? 그게 가능해?”

“응. 유상증자 추진할 때 국내외 투자자들 초대해서, 김윤재 실장이 직접 브리핑을 했거든.”

“소문을 듣긴 했지. 프레젠테이션과 IR의 교과서였다고 칭찬이 자자했다고?”

“그래. 그래서 주가가 떡상한 거야. 52 소프트가 오이 메신저로 국내와 미국 메신저 시장에서 압도적 1위잖아.”

“그렇지. 나도 오이 메신저 쓰니까!”

“52 소프트가 오이 퀵이라는 서비스를 출시했거든. 이게 배달 앱인데 게임체인저가 될 거라는 전망이야.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핀이 기립박수를 보낸 서비스가 바로 오이퀵이야!”

O2 푸드 시절부터 보유하고 있던 히트 상품들.

핵붉닥라면 등 신제품.

페레레의 초콜릿과 과자류, 그리고 조인트 벤처인 FMM의 제품들이 있었다.

거기에 새참만두 시리즈와 어묵이 있었고, 52 Farm이 생산하는 다양한 재료들이 넘쳐났다.

“이게 다가 아니라니까. 52 Corp는 52 피자와 52 커피라는 확실한 시장지배 상품을 갖고 있잖아.”

“그러니까 그걸 모두 오이 메신저와 오이 퀵을 통해, 집 앞까지 배달해 주겠다는 거네.”

“빙고! 그리고 나도 IR 때 처음 안건데, 52 메카닉이라는 회사가 있어.”

“어? 나 그 회사 아는데. 올해 상장해서 엄청 잘 나가는 회사야. 나도 투자해서 40% 가까이 수익 냈거든.”

“하하핫! 그래? 잘 됐네. 그 회사가 밸류 체인이 기막히더라고. 특히 드론 사업에 올인하고 있는데, 오이 퀵의 비전이 드론을 통한 배송서비스 구축이라는 거야.”

“헐... 미쳤다! 드론을 통해 배송을 하겠다고? 그게 가능해? 김윤재 실장 완전 저세상 마인드 아니냐?”

민태홍은 52 메카닉의 3가지 밸류체인에 대해 한참 동안이나 설명해야 했다.

어느새 송년회가 세미나 장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스마트 팩토리 사업부가 계열사의 공장자동화 사업을 영위하고, 배터리 사업부가 만든 배터리를 장착한 드론이 하늘을 날게 된다는 거잖아?”

민태홍의 설명을 들은 컨설팅 회사 동기가 물었다.

“그렇지. 김윤재 실장님 말씀으로는 52 메카닉의 드론으로, 중국업체들을 물량과 가격 측면에서 압도할 생각이래.”

“대박!”

“이만하면 왜 52 Corp가 O2 그룹보다 훨씬 큰 회사인지 알겠지?”

“인정.... O2 정도가 아니라 김윤재 실장님 비전에 가까워지면 오성. KS. 형제차그룹. NC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 같은데?”

“김실장님은 그 보다 더 높은 곳을 보고 계신다!”

앤더슨 컨설팅으로 이직한 친구.

오성 생명으로 이직한 친구.

포탈 회사로 이직한 친구.

민태홍의 친구 3명은 모두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아무래도 이직한 게 실수라는 후회가 밀려오는 표정이었다.

“야! 태홍아! 너는 송년회 와서 업무 얘기만 하고 있냐. 좋은 얘기를 해야지.”

민태홍과 함께 과장을 승진하게 된, 박중안이 민태홍의 옆구리를 찔렀다.

“뭐야? 중안아! 이거 말고 더 좋은 얘기가 있었어?”

“응. 우리 연말에 52 F&B 주식 받는다. 임원은 더 받는다는데 정확히는 모르겠고, 사원들은 52주 받기로 했어.”

이직한 친구들이 그 자리에서 증권 앱을 열어 52 F&B의 주가를 확인했다.

“주당 49만원이니까.... 인당 2천 5백만 원이 넘네?”

“씨발. 괜히 회사 옮겼어. 괜히 옮겼어!”

“맞아. 태홍이 말대로라면 52F&B 주가는 더 오를 것 같은데!”

“야! 우리 다시 52 F&B로 복직 안 시켜준다니?”

민태홍의 친구들이 이직한 회사도 물론 엄청 좋은 회사였다.

문제는 O2 F&B에 비하면 근무강도가 훨씬 빡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김윤재 실장님이 괴상한 선물을 줬어.”

“괴상한 선물?”

“응. USB를 52 F&B 직원들은 물론이고, 52 Corp 전 직원들에게 나눠준 것 같더라.”

“USB? 중안아! 그거 4~5만원 밖에 안 하잖아.”

“그렇지. 그런데 USB안에 비트코인인가 뭔가 하는 게 들어 있다는 거야.”

“비트코인? 그게 뭐냐?”

“나도 잘 몰라. 태홍이 너는 아냐? 네가 김윤재 실장님 최측근이잖아.”

민태홍도 비트코인에 대해 설명을 듣긴 했지만, 그게 뭔지 정확히는 몰랐다.

그래도 박중안 보다는 더 잘 알고 있었기에, 민태홍이 설명을 이어갔다.

“하여튼 52F&B와 52 계열사 직원들이 6,000명 조금 넘거든. 그 직원들 전원에게 52 비트코인이 담긴 USB를 선물했어.”

“52 비트코인? 그걸로 껌이나 하나 사 먹겠니?”

“몰라. 올해 5월에 비트코인으로 피자를 거래했다는 얘기가 있긴 하더라고.”

“피자? 52 피자 사 먹으라는 얘긴가 보네.”

“유치하게 뭘 해도 52냐? 회사 이름도 52. 주식도 52주. 비트코인도 52개?”

다른 회사로 이직한 동기들이 배꼽을 잡고 웃었다.

이직한 친구들은 물론, 민태홍 역시 비트코인의 가치를 전혀 몰랐다.

2010년은 비트코인 광풍이 시작되기 한참 전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김윤재 실장님께서 전 직원에게 메일을 보냈거든. 절대 USB를 잃어버리지 마라. 앞으로 10년 동안 소중하게 간직해라. 혹시 잃어버린 사람은 10년 뒤에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뭐 그런 조건이었어.”

“의외네. 주식 52주는 졸라 부러운데, USB가 뭐냐? 돈 좀 써서 LCD TV나, 양문형 냉장고를 사주던지 할 것이지 말이야.”

“욕심도 많다. 나는 주식 52주 준다고 하면, F&B로 당장 옮기겠다.”

“누가 다시 받아주기는 한 대?”

민태홍과 동기들의 송년회는 그렇게 밤이 깊어갔다.

술잔이 오가는 사이 윤재의 엄청난 역량과, 합병 1주년 기념으로 받은 주식에 대한 얘기가 계속 되풀이됐다.

이 때만 해도 아무도 몰랐다.

윤재가 1비트코인 당 300원 정도의 가격에 사들이거나, 채굴한 비트코인이 10년 뒤에는 인당 20억이 넘는 거액이 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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