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2009년 5월 15일.
아산 신정호수 앞에 위치한 52 카페 Rural!
한국 최고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경제 주간지와 인터뷰가 진행중이었다.
“이곳은 브런치 카페 52를 입점시키셨군요.”
“네. 아무래도 도심에서 조금 비껴 있기 때문에 피쩨리아 브란디나, 52 피자는 적합하지 않다 생각했죠.”
52 카페는 2008년부터 2가지 일을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하나는 드라이브 스루 형 매장의 개점이었고, 다른 하나는 Rural 매장 3층이나 4층에 브런치 카페를 입점 시키는 일이었다.
“여기 신정호 점 브런치 카페가, 벌써 전국 12호점이 됐군요.”
윤재의 얘기에 기자가 브런치 카페 이곳저곳을 신기한 표정으로 둘러봤다.
“정말 놀랍습니다. 제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으나, 52 카페만큼 단기간에 급성장한 커피 체인점이 세계적으로 몇이나 될지 의문이긴 합니다.”
“하하하. 기자님께서 한번 찾아서 알려주세요.”
미국 같은 큰 시장이 아닌 한국에서, 7년 만에 시가총액 3조를 넘긴 커피 체인점은 52 카페가 유일했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매장을 10개나 오픈했는데, Rural점 브런치 카페도 벌써 12호점이라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 엄청난 성장과 확장의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글쎄요. CEO인 고도윤 사장의 비전과 추진력 아닐까 싶습니다만.”
고도윤은 현재 이탈리아에 있었다.
7년 동안 죽어라 일만 한 그에게, 14박 15일의 유럽 여행을 선물했다.
고도윤과 송진영.
그리고 그들의 5살 먹은 아들이 함께, 커피 투어를 즐기고 있을 것 같았다.
비즈니스를 겸한 여행으로, 고도윤의 해결할 숙제도 있었다.
“미시족들 같은데 브런치 카페 52에 대한 평판이 아주 좋군요.”
위클리 비즈니스의 이태용 기자의 얘기에 뒤를 돌아봤다.
30대 중반으로 모이는 3명의 여성이 말 그대로 브런치를 즐기고 있었다.
“어머! 여기 치커리랑 프릴레튜스 정말 신선하지 않니?”
“이것 봐! 대추 토마토가 입 안에서 탱글탱글 터진다야!”
“여기가 52 Farm이라는 계열 농장을 직접 운영한대. 그래서 샐러드에 들어가는 채소가 신선한 것으로 유명해. 게다가 유기농 친환경으로 재배했다더라 애.”
아줌마들의 얘기는 사실이었다.
52 Farm은 직영 농장과 회원사들이 꾸준히 늘어났고, 덕분에 아산 정도의 시에는 52 Farm의 원료들을 직접 납품할 정도로 성장해 있었다.
“닭 가슴살과 달 갈비 살이 너무 맛있다. 드레싱과 조화가 환상적이네.”
“이 닭도 모두 52 Farm의 농장에서 친환경으로 키운 거래. 놓아 키우다 보니 닭이 일단 사이즈부터 다르더라구! 닭이 아니라 거의 칠면조 크기래!”
“어머 애는 뻥이 너무 심한 거 아냐?”
아줌마들의 호들갑이 기분 좋았다.
주간지 기자는 현장 분위기를 열심히 노트북에 새기고 있었다.
“이태용 기자님! 오신 김에 점심까지 드시고 가세요. 인터뷰가 좀 길어지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그럴 것 같네요.”
“점심으로 돈가스 어떻습니까? 저희 브런치 카페의 안심 돈가스 맛이 기가 막힙니다.”
“인터뷰 준비하면서 인터넷 서핑 했더니, 평이 아주 좋더군요. 안심 돈가스가 입에서 사르르 녹아내린다는 얘기와, 육즙이 살아 있다는 댓글이 많이 보였습니다.”
“돈가스 역시 52 Farm의 최고등급 안심과 등심으로 만들고 있어요. 브런치 카페의 최고 인기 품목이죠.”
곧 있으면 점심시간.
이태용 기자는 배가 고파서인지, 안심 돈가스를 생각해서 인지 침을 꼴깍 삼켰다.
“52 메카닉의 정밀기계 사업부에서, 냉장 탑차의 트레이를 개발했습니다. 덕분에 돼지나 닭, 채소에 특화된 배송이 가능하게 됐죠.”
신선한 재료의 배송 비결에 52 메카닉이 있었다.
이제 52 Corp는 계열사 전반적으로 확실한 성숙기에 진입에 성공했다.
52 카페의 도심 매장에는 브란디나, 52 피자가 입점하는 형태로 계열사 간 콜라보가 이뤄졌다.
52 소프트가 홈페이지나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제공했으며, 52 메카닉의 정밀기계 사업부는 식당용 리프트나, 컨베이어 벨트를 납품하는 식으로 협업이 진행됐다.
계열사간 유기적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저기 벽에 걸려 있는 그림 옆에 바코드 같은 건 뭔가요?”
“저건 QR(Quick Response)코드라고 합니다. 한 번 보시겠어요?”
윤재를 따라 이태용 기자가 그림 옆으로 따라왔다.
“저도 이 작품은 오늘 처음 보는데, 천안을 거점을 활동하는 박영준이라는 작가분이시군요. 그럼 QR코드 한 번 찍어볼까요?”
윤재는 52 소프트에서 만든 스캐너 앱으로 QR코드를 찍었다.
“와! 신기하네요. 하이폰은 이런 것도 되나요?”
“저희 52 소프트에서 만든 스캐너 앱입니다. 바코드나 QR코드를 카메라로 촬영하면, 관련되는 사이트로 이동하거나 정보를 볼 수 있어요.”
“허헛! 제가 명색이 경제지 기자인데, 저도 당장 스마트폰으로 바꿔야 겠네요.”
“하하하. 그러시는 게 좋겠네요. 보시다시피 저희 52 카페 루랄 점포는, 전국에서 지역의 아티스트들과 콜라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림, 조각, 공예품들에 공간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아! 전시와 판매 공간이 부족한 아티스트들에게 공간을 제공하시는 거군요.”
“하하하. 그렇습니다. 아티스트들은 전시와 판매 공간을 확보하고, 저희는 손님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서로 윈윈(win win)하는 것이죠.”
실제 판매로 이어지는 비율은 높지 않았지만, 지역사회의 무명 아티스트들은 52 카페가 공간을 제공해주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잠시 1층에 한 번 내려가 보시겠습니까?”
“1층이요?”
“그렇습니다. Rural점은 200평이 넘는 매장이 많습니다. 1층에는 대부분 소품매장이 입점해 있거든요.”
“아! 저도 들어오면서 봤습니다. 신발, 모자, 면티 등을 판매하고 있더군요?”
“네. 그것도 역시 콜라보의 일환이에요.”
“52 카페는 정말 콜라보 맛집이네요.”
2년 만에 52 Corp의 콜라보 제휴사는 10개 회사를 훌쩍 넘어섰다.
NC패션의 면티와 등산용품.
휠라 코리아와 협업한 운동화.
NC생활건강과 협업한 핸드크림, 선크림 셋트.
미국 엔트리 명품 브랜드 Koach와 협업해 선그라스, 가방을 출시하기도 했다.
기타 악세사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판매중이었다.
그리고 52 Cafe Rural 점포 1층에는, 콜라보한 제품들을 판매하는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다.
“소품 매장, 피쩨리아 브란디나 52 피자 입점, 브런치 카페, 미술품 전시와 판매, 드라이브 스루 매장, 애견 카페, 셀프세차장 복합점, 게다가 해운대에 있는 Vast Eye까지! 마치 52 카페가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하하.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을 정확히 읽으셨네요. 역시 대기자님은 다르십니다.”
“콜라보 회사 중 코치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최근 덩킨 도넛 본사와 코스타 커피, 일본 조지아 커피에서 사장님을 찾아 왔다구요?”
“하하하. 그건 또 어떻게 아셨나요?”
“한동안 화제였잖습니까? 명색이 한국 최고의 경제전문지인데, 제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이태용 기자의 얘기처럼 2009년이 되자 위의 회사들은 물론, 스위스의 네슬레까지 윤재를 찾아왔었다.
“찾아온 이유가 혹시....?”
“52 Cafe를 인수하고 싶다는 의견이 절반, 52 카페와 손을 잡고 해외 시장에 진출하자는 사람들이 절반이었습니다.”
“정말요? 진짜 놀라움에 끝이 없네요. 스타빈스와 조금 다른 의미에서, 코스타 커피나 네슬레 등은 이미 커피 명가 아닙니까? 그런데 그들이 52 카페에 손을 내밀 줄이야!”
네슬레는 가정용 커피시장의 절대강자였고, 코스타나 덩킨 도넛도 글로벌 커피 시장의 강자였다.
몰론 윤재는 다국적 기업들의 제안을 모두 거절했다.
덩킨 도넛의 경우 52 카페를 4조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현재 시가총액에 프리미엄을 5천억 정도 붙인 금액이었다.
“4....4....4조요? 그런데 그걸 거절하셨다구요?”
“하하하. 돈 욕심 때문이 아니라, 52 Cafe는 52 Corp의 한 축입니다. 그래서 거절한 거에요.”
물론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지만 4조원이라는 금액에 윤재가 속으로 코웃음을 친 것도 사실이다.
Urban, Suburban, Rural의 3개 타입으로 설계한 52 카페 매장들.
소유, 임차 매장이 조화를 이뤘고, 도심과 외곽의 매장이 역시 조화를 이뤘다.
그리고 매장에 어울리는 부대사업을 갖춤으로서, 국내 최고 수준의 이익률을 시현했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 브런치 카페 입점 등.
아직 52 카페가 보여줄 게 너무나 많았고,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다.
4조는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라는 것이 윤재의 생각이었다.
게다가 해외 시장 진출의 파트너도 이미 점찍어 놓은 상태였다.
고도윤이 이태리 여행 중에 해결할 과제로, 페레레 그룹의 올리버와 회동이 예정돼 있었다.
윤재의 상념을 뚫고 이태용 기자가 물었다.
“김 사장님! 제가 조사해 보니 스타빈스가 아직 국내 300호점이 채 안 되더라 구요. 그런데 벌써 52 카페는 전국 600호점을 넘겼습니다.”
“전국에 저희 커피를 서비스 하자는 취지니까요.”
신정호수 같은 호수나, 강이 바라다 보이는 곳 등.
뷰가 좋은 곳은 전국 어디를 가나 52 카페 매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게다가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대도시 중심으로 초고속 성장을 보이는 중이었다.
“왜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대란 속에서도, 52 카페의 주가가 계속 우상향했는지 알 것 같습니다.”
“하하하. 과찬의 말씀입니다. 매장에 제가 돈가스 주문해 놨는데, 식사 나오기 전까지 야외 산책 한번 하실까요?”
“산책이요?”
“예. 52카페 Rural점은 모두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는 카페를 지향합니다. 사실 이런 곳에 건물을 짓는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저희가 산책로에 공을 들이고 있거든요.”
호수. 강. 명승지 주변에 빠지지 않고 자리 잡은 52 카페.
물론 52 카페만 그런 곳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52 카페는 주변 경관과 최대한 어우러지도록 건물을 디자인 했고, Rural 점포 같은 경우에는 이용객과 관광객을 위한 산책로 조성에 꽤 많은 돈을 투자했다.
“지역과 자연경관에 일종의 환원활동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그런 뜻이 있으셨군요.”
“한 여름이나 겨울철이 아니면, 저희 소비자들이 커피 한잔씩 들고 산책로나 강가를 걸으시거든요. 그 것도 커피 마시는 재미 아니겠습니까?”
신정호 Rural 점포 산책길은 누가 봐도 조경에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했다.
50m 정도 되는 산책길은 하나의 정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
제천 도담삼봉 매장은 산책길만 100m가 넘기도 했다.
“석축. 잔디. 나무. 꽃길. 블록. 조경석 등 제법 비용이 들어갔을 것 같은데요?”
“일부 지자체의 지원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최소 3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까지 들어간 매장도 있습니다.”
이태용은 다시 한 번 깜작 놀랐다.
한국을 넘어 실리콘 밸리의 명사들을 줄 세우는 테크 기업의 CEO.
커피. 피자. 만두. 어묵에 이르는 식품사업의 개선과 혁신.
수조원의 재산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진 윤재가 단순한 돈의 화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주주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의 52 Cafe가 있는 것이구나! 52 카페 벽에 걸려 있는 그림이 아니라, 김윤재 사장의 경영이야말로 예술의 경지에 올랐어! 대단하다!’
이태용의 눈에 신정호수와 어우러진 산책길과, 52 카페의 건물이 하나의 작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자 남은 얘기는 들어가서 점심 식사를 하면서 나누실까요?”
“알겠습니다.”
창립 20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52 Corp의 김윤재 특집 인터뷰.
이태용 기자는 다시 브런치 카페로 들어가며 깨달았다.
‘52 카페 얘기로만 이정도인데, 피자나 소프트 등의 다른 회사들 얘기까지 내보내려면 한 달 로도 부족하겠어!’
그는 52 Corp의 특집을 장기 시리즈로 엮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