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직 상무가 너무 잘함-162화 (162/196)

콩고와 짐바브웨(2)

콩고 대통령과 만찬을 가진 일행은 콩고의 서남부에 위치한 시골 마을 카나카로 이동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1970년대 초반 정도의 경제상태에 있는 마을이었다.

이 마을은 52 소프트 나란희 팀이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지역 중 하나였다.

“윤재 자네는 인맥 스펙트럼이 장난 아니군? 에밀리 캠벨은 또 어떻게 알고 있는 건가?”

카타르에서 에밀리와 조인했고, 콩고의 수도 킨샤사로 함께 넘어왔다.

그리고 콩고에서 준비해 준 버스를 타고 4시간을 달려 카나카에 도착했던 것이다.

“빌. 워렌! 스위스 상페 호수에 저와 당신들, 그리고 에밀리 캠벨이 함께 있었다는 것 모르시죠?”

윤재는 2001년도의 인연을 얘기해줬다.

빌, 워렌, 크랙은 물론 나란희와 홍도현도 윤재의 얘기에 푹 빠져 들었다.

가장 놀란 사람은 역시 홍도현 부부.

워렌 버핀. 빌 게이트에 이어 세계적인 인기 가수 에밀리 캠벨까지 알고 지내다니.

말 그대로 저 세상 레벨의 인맥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콩고의 아이들이 내 노래를 알고 있을 확률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생각해요. 하지만 이 곳의 아이들에게,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선물해 주자는 윤재의 의견에 흔쾌히 동의했어요.”

2006년 말까지는 휴식기간을 갖고 있는 에밀리.

그녀에게 윤재는 좋은 일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다.

대부분이 기독교를 믿는 킨샤사 콩고의 아이들에게,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선물 하자는 것이었다.

카나카의 아이들과 주민들 300명 정도가 모인 가운데, 에밀리의 미니 콘서트가 열렸다.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몇 곡의 캐럴이, 에밀리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실려 흘러 나왔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눈발이 날렸다.

10월에도 평균 기온이 25도를 넘는 콩고.

비록 가짜 눈이지만 카나카의 주민들과 아이들이 평생 처음 보는 눈이었다.

에밀리의 노래를 들으며, 아이들이 행복한 표정으로 눈 구경을 했다.

빌 게이트와 워렌 버핀 역시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윤재! 제설기에서 뿌려지는 눈이, 왜 녹지 않는 거지?”

“알아보니까 비눗물을 섞으면 인공눈이 잘 녹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자네는 진짜 예술 감독을 해도 될 친구로구만!”

“하하하. 이게 모두 2,000 억짜리 프로젝트를 추진해 준 당신 덕분에 가능한 일 아니겠습니까?”

잠정 은퇴 후 숱한 봉사활동을 진행한 빌 게이트.

그런 빌 게이트도 난생 처음 보는 이벤트였다.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그가 물었다.

“상금 500만 불을 좋은 곳에 쓰겠다고 하더니, 이걸 뜻하는 것이었나?”

“그 큰돈을 전부 썼겠어요? 일부만 이용했습니다. 저도 먹고 살아야 지요.”

“허허헛! 어련 하시겠어?”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가운데, 에밀리가 부르는 ‘징글 벨’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홍도현, 나란희 부부도 어깨를 기댄 채 이 광경을 감상했다.

윤재와 크랙 아담스, 빌과 워렌 까지.

4명의 남자들도 박수를 치며, 에밀리의 캐럴을 따라 불렀다.

“빌! 무서운 경쟁자를 만났군!”

“무슨 말씀입니까?”

워렌 버핀과 빌 게이트가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에밀리 캠벨과 2006년 노벨 평화상에 관한 것이다.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움직이는 자선단체를 설립한 빌 게이트.

그는 2006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라 있었다.

그리고 음반활동과 세계인들과 함께 부르기 활동을 진행하며 보폭을 넓혀왔던 에밀리.

그녀 역시 2006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라 있었다.

2006년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의 평화투쟁 선언까지 이어지며, 에밀리 캠밸의 수상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었다.

“하하핫! 저는 노벨 평화상 같은 것 바라지 않습니다.”

빌 게이트가 손 사레를 쳤다.

“그건 저 처녀도 마찬가지 아닐까?”

윤재는 빌과 워렌의 얘기를 듣고 있었다.

그는 전생의 기억으로, 누가 2006년 노벨 평화상의 주인공인지 알고 있다.

‘두 명 모두 수상할 만한 사람들. 하지만 상이 뭐가 중요한가? 노벨 평화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거물인 사람들이 내 편이란 사실이 중요하지!’

◈          ◈          ◈

“음식이 너무 거칠죠?”

“괜찮네. 반평생을 잘 먹고 살았는데, 이 정도 어려움은 감수해야지.”

세계 1~2위를 다투는 부자임에도, 곤란한 내색을 하지 않는 2명의 노인이 고마웠다.

윤재 일행은 카나카 공연을 마치고, 마을 회관 같은 곳에서 하루 밤을 지냈다.

다음 날 수도 킨샤샤로 넘어가 다시 카타르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카나카에서의 이벤트를 복기했다.

“지금은 컴퓨터뿐이지만, 재단에서 인터넷 후원까지 진행하게 될 걸세! 그 때가 되면 에밀리 캠벨이 얼마나 유명한 가수인지, 이 곳 아이들이 깨닫게 되겠지.”

3장의 앨범의 메가 히트로 2000년대를 빛낼 팝 가수가 된 에밀리.

일당으로 따지면 족히 수억원은 되고도 남을 스타였다.

다시 한 번 어려운 걸음을 해준 에밀리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세계적인 유명 인사들의 칭찬이 부끄럽다는 얼굴을 붉히고 있던 에밀리.

그녀가 말했다.

“매번 윤재와 함께 하면서 느끼는 게 많습니다. 유럽으로 돌아가면 저도 올리버와 함께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 상의해 보겠습니다.”

빌 게이트. 그리고 나란희 부부까지.

에밀리가 얘기한 올리버라는 인물이 페레레 그룹의 3세라는 사실에 또 다시 경악했다.

베트남 합작 법인에 투자한 워렌 버핀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올리버 페레레의 피앙세가 에밀리라는 사실은 그도 모르는 일이었다.

또 다시 윤재와 올리버 커플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아라비안 나이트가 따로 없었다.

“그나저나 조셉 카바니 대통령이 왜 자네를 이토록 신뢰 하는 건가? 빌 게이트 보다 자네를 더 좋아하는 눈치던데?”

“하하하. 영업 비밀입니다.”

카나카에 오기 전, 조셉 카바니 콩고 민주 공화국 대통령을 접견한 윤재 일행.

워렌 버핀은 조셉 대통령이 왜 그토록 윤재에게 친절했는지 이유가 궁금했다.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 사업을 진행한 것도 모자라, 무료 공연까지 준비해 줬잖아요. 좋아하지 않으면 이상한 것 아닙니까?”

“물론 그렇긴 한데, 금액으로 따지면 빌 게이트도 만만치 않거든. 세계적 유명세로 봐도 빌이 훨씬 유명하고, 나이도 많잖아. 그런데 내 눈에 조셉 대통령은 마치 자네를 친척이라도 되는 것처럼 대하더군!”

워렌 버핀의 눈썰미는 정확한 것이었다.

킨샤사 콩고의 대통령이 윤재를 각별히 대하는 이유가 있었다.

52 소프트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윤재는 콩고를 2번 찾아온 경험이 있다.

조셉 대통령의 측근과 한번, 그리고 대통령과 한번 이미 만난 이력이 있었다.

그리고 2번의 만남에서 윤재는 전생의 기억을 최대한 이용했다.

콩고의 수도 킨샤샤는 넓은 대륙의 서쪽에 치우쳐 있었다.

그리고 동쪽 끝은 조셉 대통령에 대항하는, 반군의 거점이었다.

모두 풍부한 콩고의 자원을 둘러싼 투쟁이었다.

윤재는 대통령에게 동부의 반군세력에 동조하는, 킨샤샤의 주요 정적에 대한 정보를 흘려줬던 것이다.

쿠데타로 조셉 카바니를 내쫒으려 했던, 몇 명의 정치인이 바로 그의 코앞에 있었던 것이다.

내전의 불씨가 남아 있는 콩고의 대통령 입장에서, 그보다 좋은 정보는 드물었다.

그렇다면 교육사업 지원, 무료 콘서트를 위해 20억이 넘는 돈을 써 가면서 윤재가 하려는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콩고와 짐바브웨에 있는 코발트와 리튬 광산에 투자하는 일이었다.

그 비즈니스를 위해 워렌 버핀이 이 먼 곳까지 날아온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 MP3, 셀룰러 폰 같은 모바일 기기는 물론이고, 랩탑 같은 제품에 공통적으로 리튬이온 전지가 들어갑니다.”

“그렇지. 앞으로 관련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고.”

“아직은 먼 훗날의 얘기지만, 배터리를 에너지원으로 이용하는 모빌리티들도 생길 겁니다.”

“전기 차 같은 것을 말하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윤재의 끈질긴 설득으로 현지까지 날아온 워렌과 크랙 아담스.

52 소프트의 프로젝트 우승을 목격하고, 에밀리의 기능 재부에 감동 받았다.

설득은 이미 다 된 밥이나 마찬가지였다.

“예전 오일쇼크 당시 OPEC 회원국들이 자원을 무기화 했던 적이 있죠.”

“자넨 나이에 비해 참 많은 것을 아는 군.”

“하하하. 칭찬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앞으로 희토류나 니켈, 코발트, 망간 같은 자원도 무기화를 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될 거에요.”

이미 전화와 이메일로 의견을 주고받은 내용을 다시 한 번 상기 시켰다.

워렌 버핀은 다시 한 번 윤재의 인사이트에 놀랐다.

처음 홍도현 부부의 교육 프로젝트 의견을 들었을 때, 윤재는 아프리카 또는 인도네시아를 떠 올렸다.

사회적인 활동을 하면서,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취할 방법이 있다고 봤던 것이다.

그리고 윤재의 선택은 이번에도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올해 저는 금속 제품 위주로 구성된 ETF와, NYMEX 직거래를 통해 제법 괜찮은 수익을 올렸습니다.”

“허헛! 투자의 귀재가 여기 있었군!”

“전부 워렌 당신의 책과 방송을 들으며 익힌 겁니다.”

“허허헛! 이 친구 말 하는 것 좀 보게!”

윤재는 2006년 니켈 값 급등에 베팅했고, 원자재 ETF 거래까지 성공해 1,000억이 넘는 수익을 실현한 바 있다.

이미 대진증권 최고의 전문가로 거듭난 남창진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윤재가 전생의 기억을 바탕으로 소스를 제공하면, 남창진과 그의 팀이 부합하는 데이터를 제공해 왔다.

환상적인 팀웤이었다.

“리튬 이온 전지의 중요도는 갈수록 부각될 겁니다. 그 때가 되면 자원 무기화나 자원 민족주의는 필연적으로 부각될 겁니다.”

“그래서 자네가 콩고와 짐바브웨에 이토록 공을 들였던 것이군?”

윤재의 계획은 심플했다.

세계 최대의 금속기업인 글렌코어와 손을 잡고, 콩고와 짐바브웨의 광산에 대한 지분 투자를 하자는 것이었다.

크랙 아담스가 이미 글렌코어와 접촉하고 있었다.

“저도 그렇고, 버크셔 해서웨이도 마찬가지로 광산투자 같은 현물 투자에는 경험이 전무하다 시피 하죠. 하지만 글렌코어와 손을 잡으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확실한 수요처 확보가 가능하고, Risk도 분산하는 효과가 있겠지.”

“그렇습니다.”

조셉 카바니 대통령이 윤재에게 매우 호의적이었기 때문에, 지분 인수는 이미 9부 능선을 넘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미 킨샤샤에서 카나카로 이동하며 코발트 광산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2차 전지의 폭발적인 성장은 이미 예견된 일.

버크셔 해서웨이는 링키드 인 투자 이후, 윤재와 지속적으로 접촉해 왔다.

워렌은 이번에도 제법 괜찮은 투자처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가 흡족한 미소로 윤재를 응시하고 있었다.

윤재 역시 워렌과의 회동에 만족했다.

‘됐다! 푸드 테크의 한 축인, 모빌리티의 핵심 역량을 조기에 확보했다.’

엄청나게 공을 들여온 아프리카 프로젝트가 그렇게 결실을 맺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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