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직 상무가 너무 잘함-155화 (155/196)

알리멘타리아 박람회

“이야! 타임지 올해의 인물! 축하해! 에밀리!”

“호호호. 고마워. 모두 윤재 네 덕분이야.”

“직접 만나서 축하해 줘야 하는데....”

“아냐. 윤재! 화상채팅으로 얼굴 볼 수 있게 된 것도 놀라워. 호호호. 실물이나 화상이나 잘 생긴 얼굴은 변함없네.”

“너도!”

2005년 12월. 에밀리에 캠벨은 MS의 빌게이트 부부와 함께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공동 선정됐다.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의 갈등을 다룬 Farewell to Arms 의 히트가 영향을 미쳤다.

결정적으로 세계를 누비며 버스커들과 함께 부른 리메이크 앨범의 히트 덕분에 올해의 인물로 선정될 수 있었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세간의 관심을 받은 것이다.

“세계 평화와 갈등해결을 예술적으로 승화했다. 비틀즈에 이어 에밀리에 캠벨이 전 세계에 British Invasion 바람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윤재는 타임지의 기사의 한 대목을 읽어줬다.

대중 가수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였다.

“윤재! 네 은혜는 평생 잊지 못할 거야.”

“그래. 에밀리! 너와 나, 그리고 올리버와의 우정, 변치 말자.”

윤재는 채팅을 종료했다.

그들의 통화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장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윤재와 에밀리가 52 소프트의 메신저 ‘오이 메신저’ 화상채팅 기능을 이용했다는 것이었다.

이미 국내시장에서는 메이트온, MSN과 함께 강력한 3강 체제를 구축한 오이 메신저.

해외 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해외 유저들 사이에서도 오이 메신저는 입소문을 타고 있었다.

“군더더기 없는 기능과, 안정적인 서비스!”

“이모티콘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

오이 메신저는 해외에서 52, OE 또는 ACAC(as cool as a cucumber) 메신저로 불리며 저변을 넓혀가는 중이었다.

에밀리 캠벨이 타임지 올해의 인물로 2005년을 장식했다면, 윤재 역시 2005년을 풍성하게 마무리했다.

페레레와 조인트 벤처, 대관람차 Vast Eye의 착공 등 눈에 띄는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다.

2년 넘게 투자해 온 ETF를 정리해 차액만 700억을 넘게 남겼는데, 올리버와의 합작법인에 전액을 재투자하기도 했다.

미소천사은행을 통한 엔젤투자 역시 활발하게 진행했다.

개인명의와 엔젤투자 본부를 통해 셀트리온의 주식을 대거 매집하기도 했다.

윤재 혼자 20억원을 투자했고, 미소천사 은행 엔젤투자 본부를 통해 30억을 투자했는데, 평균단가는 10,000원 언저리였다.

창진과 그의 고객들.

그리고 회사 관련자들 역시 창진을 통해 투자에 동참했다.

“15년을 들고 있자고?”

“응. 길게 들고 있는 투자도 해 봐야지. 길게 들고 가야 하니까, 여유 돈으로 투자하라고 권유하고.”

“나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잘 하는 게 장점이지. 윤재천국! 불신지옥!”

15년이 지나면 윤재의 말을 듣고 투자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그 외에도 코스닥 신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을 포함해, 비상장기업에도 엔젤투자를 단행했다.

총 5개의 회사였다.

“형! 비상장 회사에 투자하자고?”

“응. 엔젤 투자가 원래 그런 거잖아. 회사가 안 된다면 개인적으로 투자 해!”

“그런데 메디칼톡스라는 회사는 대체 뭐하는 회사야?”

“한국을 대표하는 실리콘 밸리 기업이지!”

“한국에 실리콘 밸리에 입성한 회사가 있어?”

“하하하. 조크야! 우리나라도 이제 먹고 사는 걱정은 덜게 됐다고 했지?”

“먹고 살만 해지면 그에 맞춰 뜨는 산업들이 있다는 얘기! 형의 지론이잖아?”

“한국은 곧 성형 강국이 된다. 강남일대에서 실리콘과 보톡스를 엄청 주입하게 돼! 그러니까 실리콘밸리지.”

“우하하. 말 되네...”

윤재의 농담에 창진은 배꼽을 잡고 웃었다.

“블랙유머긴 하지만, 메디칼톡스에 투자해.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에 역대급 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을 거다.”

메디칼톡스는 당시만 해도 비상장회사였다.

액면가는 500원.

윤재와 창진은 액면가의 10배인 5,000원에 지분투자를 단행했다.

창진의 걱정과 달리 메디칼톡스는 2018년 85만원으로 최고가를 찍는다.

10년 넘게 들고 버티면 무려 160배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다.

메디칼 톡스에 윤재가 투자한 금액은 20억.

창진은 10분의 1인 2억을 투자했고, 장식, 선희도 투자 대열에 동참했다.

그런 투자 활동 덕에 윤재는 2년 만에 한국벤처캐피탈과 엔젤투자 업계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52 소프트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었고, 실리콘 밸리에 지사를 론칭하기도 했다.

그리고 셀트리온, 메디칼톡스를 포함한 IT와 바이오 기업에 거액을 투자했기 때문이었다.

“분당과 테헤란 로에서 김윤재를 통하면, 스타트 업의 모든 인적 네트워크에 연결된다. 그리고 사업성만 검증 받으면 투자까지 받을 수 있다!”

한국 스타트 업 종사자들 사이에 떠도는 풍문이었다.

윤재의 위상이 그만큼 막강해졌음을 알 수 있는 소문이었다.

◈          ◈          ◈

조직과 관련회사들의 덩치가 갈수록 커졌다.

연말을 맞이해 윤재는 52 소프트의 최동진 인사실장과 얘기를 나눴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지사의 모든 직원들에게 체질검사를 받도록 할 생각입니다.”

“건강검진은 매년 실시하고 있습니다만.”

“건강검진이 아니라 체질검사를 할까 해요.”

“그건 어디에 쓰시려고 그러십니까?”

“사람마다 체질이 조금씩 다르잖습니까? 한약이 잘 받는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 각양각색이겠죠.”

“그렇긴 하죠.”

“직원들 건강이 회사 최고의 자산입니다. 체질을 종합적으로 검사해 그에 맞는 건강보조 식품을 지급할 생각입니다. 홍삼이 잘 맞는 사람도 있을 테고, 비타민이나 오메가3 같은 제품이 맞는 직원들도 있을 겁니다.”

“아..... 제가 먼저 생각해서 건의했어야 하는데 죄송합니다. 사장님!”

“아니에요. 실장님! 우리 회사가 빠르게 안정을 찾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실장님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직원들의 건강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는 홍도현과 나란희 부부의 영향이 컸다.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홍도현도 그랬지만, 나란희 이사는 최근 몸이 버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일에 매달렸다.

그녀의 팀은 MS에서 주최하는 Software for Children의 입상에 목숨을 걸고 있었다.

날 밤 새는 일을 밥 먹듯 하고 있다는 보고가 자주 올라왔던 것이다.

“헬스장. 요가. 필라테스 등 운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십시오.”

“정말 좋은 생각이십니다. 사장님.”

“건강증진 경진대회 같은 것도 열어 보시자구요.”

“경진대회요?”

“네. 예를 들어 전년대비 체지방을 개선한 사람이나, 근육 량을 키운 사람 등을 선별해서 포상하는 겁니다.”

“아하!”

“인사실 직원들과 상의해서, 준비되는 대로 시작하시죠.”

“알겠습니다.”

최동진은 윤재에게 인사를 하고 사장실을 나왔다.

뿌듯한 마음이 울려 퍼졌다.

‘회사가 자칫 사장님 원 맨 회사가 될 수도 있는데, 직원들을 이렇게 챙기고 있으니. 정말 대단한 분이야. 인품 좋고, 아이디어도 풍부하시고, 사업수완도 대단하시고...’

오성그룹에서 헤드헌터까지 20년 넘게 사회생활을 해온 최동진.

윤재와 얘기할 때마다 52 소프트에 입사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재는 직원 건강증진 활동을 확대할 생각이었다.

52 카페. 피쩨리아. 미소천사 은행과 태화정밀. 내일식품 등 윤재가 지분을 갖고 있는 모든 회사들에 비슷한 프로그램을 제안할 생각이었다.

◈          ◈          ◈

2006년 4월 KBN의 인기방송 ‘비디오 특공대’는 52 Farm 특집 편을 방송했다.

방송에는 52 Farm의 대표이사이자, 윤재의 사촌동생인 김남재가 출연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저는 전국에 영농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52 Farm의 김남재라고 합니다.”

“회사 이름이 독특한데요. 왜 52 Farm인가요?”

사실 O2 기업을 숫자화 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름이 52였다.

윤재는 52의 의미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이렇게 답변했다.

“실질적인 기업 활동이 중요하지, 이름이 뭐가 중요하니? 그럴싸한 명분이야 만들면 되는 거야. 다시 강조하지만 실질적인 활동이 중요해!”

그래서일까?

남재는 진행자의 질문에 막힘없이 술술 대답했다.

“1년은 약 52주입니다. 1년 365일 건강한 식자재를 공급하자는 의미이기도 하고, 52 Farm 이 최소 52가지의 건강한 농산물을 만들어야 겠다는 의지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가 있었군요?”

여자 아나운서는 만족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재작년에 이어 지난달에 또 조류독감으로 전국이 홍역을 치렀습니다. 그런데 52 Farm의 농장들은 이번에도 조류독감을 피해 갔어요?”

“네. 대규모 농장에서 닭들을 방목해 키우니까 면역력 자체가 좋습니다. 방역도 어느 농장 못지않게 철저히 실시하고 있구요. 닭뿐만 아니라 52 Farm의 돼지 농장 역시 친환경과 철저한 방역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전국에서 수백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살 처분 했지만, 이번에도 52 Farm은 단 한 마리의 닭도 폐사시키지 않고 넘어갔다.

“돼지 말씀 잘 하셨습니다. 지난주에 스페인 바르셀로나 알리멘따리아 박람회에 다녀오셨다 구요?”

“네. 스페인 음식(Alimentaria) 박람회 참가는, 저희 52 Farm에 아주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출품도 하셨나요?”

“네. 하몽으로 참가했는데 현지의 반응이 생각보다 뜨거웠습니다.”

“저도 보도자료 받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종합 5위를 하셨다 구요?”

“네. 생산국과 브랜드 등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테스트라, 공정한 테스트였다 자부합니다. 저희가 스페인이나 포루투칼의 회사들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거죠.”

약 40개의 업체들이 참가한 하몽 맛 테스트에서, 한국의 업체로 유일하게 출전해 종합 5위를 한 것이다.

남재는 대학시절 농과대학을 다니며, 된장과 간장 등 발효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해왔다.

52 Farm 설립 이후에도 스페인을 4번이나 오가며, 연구와 테스트를 진행하며 발효에 대해 심혈을 기울여 왔었다.

“스페인은 하몽의 종주국으로 유명한데, 2년 조금 넘은 52 Farm이 성과를 낸 것 자체가 놀랍군요. 비결이 뭘까요?”

“아무래도 건강한 돼지 자체가 경쟁력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역시 원재료가 중요하군요.”

“네 맛있는 재료가 있어야 맛있는 음식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52 Farm은 돼지의 건강한 소비를 위해, 연구를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하몽 종주국 스페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군요?”

“스페인 취재진들과 업체들이 호들갑을 떨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충격적이다는 뉴스가 많이 나왔죠. 그만큼 놀랄만한 사건이었나 봅니다.”

구제역과 살 처분.

삼겹살 중심의 소비문화 덕분에 버려지는 뒷다리 살.

52 Farm의 바르셀로나 음식 박람회 수상은 엄청난 쾌거였다.

전국적으로 52 Farm의 쾌거가 방송을 타자, 남재와 52 Farm에 문의전화가 폭증했다.

그린 팜 시스템의 도입을 희망하는 농가.

52 Farm의 가족이 되고 싶다는 영농조합 등의 전화가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52 Farm이 생산하는 하몽의 소비를 원하는 유통 점들의 문의도 폭증했다.

더욱 고무적인 것은 한국 양돈농가들이 친환경 농장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는 점이다.

한국 양계농장과 양돈농장에 변화의 기운이 싹틀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변화의 기운은 해외에서도 감지됐다.

4월 남재와 함께 스페인 박람회를 같이 갔던 윤재.

녹화방송을 모두 보고난 뒤, 윤재는 전화를 걸었다.

“남재야. 방송 출연하느라 고생했다.”

“하하. 방송하면서 어찌나 떨었는지.... 형과 미리 연습해 보길 잘했어.”

“아냐. 프로 방송인 같더라. 그런데 일본 업체들 찾아 왔었다고?”

“응. 52 Farm의 등심과 뒷다리 살을 수입하고 싶대.”

“잘 됐네. 걔네들이 과거에는 구제역 문제로 우리나라를 돼지고기 청정국에서 배제했었는데. 긍정적 변화네.”

“응. 일본 업체들이 나주와 안동의 그린 팜을 둘러보고 갔거든.”

“KBN 방송 일어로 번역에서, 업체들에 제공해라. 분명 도움이 될 거다.”

“알았어. 그리고 한국 유통업체들에서 하몽에 대해 문의하고 있어. 예감이 좋아.”

일본 등 해외시장으로 한국 돼지고기 수출길이 열릴 가능성이 보였다.

그리고 뒷다리 살을 가장 효과적이고, 맛있게 소비할 수 있는 하몽 소비도 희망적이었다.

“남재야. 우리 52 Farm 아직은 할 일이 많다. 그린 팜을 넘어 스마트 팜까지. 갈 길이 멀다. 지치지 말고 가자.”

“알았어. 형! 고마워!”

푸드 테크로 한국을 석권하고 세계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52 Corp.

여전히 52 Farm은 수익보다는 투자를 지속해야 하는 사업이긴 했다.

하지만 푸드 테크는 단순 기술력 과시가 전부여서는 안됐다.

‘건강하고 맛 좋은 농산물과 식자재의 공급원이 필요해. 52 Farm은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바르셀로나 박람회 참석을 통해 52 Farm은, 본격적인 성장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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