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직 상무가 너무 잘함-145화 (145/196)

품절남

2004년 11월 13일.

윤재는 품절남이 됐고, 조혜진은 품절녀가 됐다.

결혼식은 창진의 사회와 차태영 외국환은행장의 주례로 진행됐다.

“세상에 신부가 완전 선녀네. 선녀야!”

“신부가 영화도 찍고, 광고에도 출현한 연예인이었대.”

“어쩐지!”

“고모! 나도 저런 신부랑 결혼하고 싶어!”

신랑 측 하객들의 주요 반응.

“신랑은 어떻고. 누가 연예인인지 헷갈리게 잘 생겼네.”

“대기업 다니다가 퇴사하고 벤처회산가 차렸는데, 완전 자수성가한 젊은이라고 그러대?”

“어머! 신랑 늠름한 것 좀 봐!”

신부 측에서 나온 반응들이었다.

“답례품이 텀블러라던데. 그게 뭐니?”

“엄마는 텀블러도 몰라? 요새 52 Cafe 텀블러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완전 힙 하다니까!”

“아따! 가시내. 너는 젊어서 좋겄다.”

“그나저나 이 텀블러라는 게, 꼭 신랑신부처럼 이쁘다!”

텀블러와 콜드부르 선물 세트가 답례품이었다.

전반적인 예식장의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윤재의 결혼식은 전남 함평군에 있는 52 Cafe 2호점에서 진행됐다.

주유소를 개조해, 야외 카페로 바꾼 2호점.

누구도 그곳이 과거에 주유소였다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멋지게 변신해 있었다.

1층과 2층의 카페 공간은 물론, 야외까지 하객들로 가득 찼다.

안수애. 한송이. 신미나. 이세영 등 한때 윤재를 남자로 생각했던 많은 여자들.

아쉬움과 후련함이 섞여 있는 표정으로 결혼식을 지켜봤다.

공통점은 모두 윤재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있다는 점.

52 Corp 관계자들도 많이 보였다.

또한 최근 52 Cafe와 Farm 등 윤재의 사업장에서 일하게 된 군대 시절 동료들도 많이 보였다.

[ 한 번 특전은, 영원한 특전! ]

군대시절 동료들은 가슴 띠를 둘렀는데, 하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그리고 O2 푸드 시절 직원들과 고객들까지!

참석자가 1,000 명도 더 되는 것 같았다.

성대한 결혼식 중 눈에 띄는 장면은 3가지였다.

첫 번째 O2 그룹 총수 오재준이 화환을 보내왔다.

“한 때 동료였고, 회사를 위해 기여한 바 큰 친구야. 눈치 보지 말고, 참석해서 축하해 주는 게 맞지!”

윤재의 결혼 소식을 들은 오재준의 일성이었다.

덕분에 O2 푸드 관계자들이, 눈치 보지 않고 결혼식에 올 수 있었다.

어쩌다 오진탁이 아들로 태어났는지, 애석할 정도로 배포가 있는 사람이었다.

두 번째는 태화정밀기계의 김민기와 그의 부인이 결혼식장에 참석한 것이다.

“형수님! 혈색이 많이 좋아지셨네요.”

“호호호. 다 윤재씨 덕분이죠. 나는 아직도 윤재씨가 써준 편지를 읽으면서 힘을 내곤 해요.”

“여보! 윤재씨가 뭐야? 김사장이라고 불러.”

“나는 윤재씨가 더 좋아. 동생 같기도 하고.”

김민기의 부인은 건강을 많이 되찾았다.

살도 제법 올랐고, 후덕하고 푸근한 표정도 살아났다.

윤재도 그녀의 부활이 자신의 일처럼 기뻤다.

이런 섬세한 마음씨 덕분에, 오늘의 성공이 있는 것이다.

“윤재씨! 신혼여행 갔다 오면, 혜진씨랑 꼭 우리 집에 놀러 와요. 내가 맛있는 밥 해줄 테니까!”

“하하하. 형수님! 벌써부터 침이 고이네요. 꼭 놀러 갈게요.”

좋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의 성공을 지켜보는 것만큼 기쁜 일이 있을까?

나이가 50이 넘었는데 다정하게 손을 잡고, 예식을 지켜보는 김민기 사장 내외.

어쩌면 윤재, 혜진 부부가 따라 가야할 미래 모습인지도 몰랐다.

세 번째 특징은 결혼식 축가였다.

결혼식 사회를 맡은 남창진이 축가를 소개했다.

“아직 여러분들께서 잘 모르시겠지만, 조만간 한국 트로트 시장을 제패할 팀을 소개합니다. 전남 진도가 낳은 최고의 트로트 밴드. 펜타 시스터즈 입니다.”

소공례 여사님의 제자들인 5명의 누님들.

그녀들은 윤재의 제안을 받아들여, 트로트 가수를 준비하고 있었다.

5명의 누님들이 동물원의 ‘널 사랑하겠어!’ 를 열창했다.

“와따! 가수들이라더니 노래를 엄청나게 잘 하구만.”

“저 분들 알아요. 광주 NBC에 가끔 출연하던 분들이에요. 진도에서 창 하신다고 했는데, 가수됐나 보네요.”

한명 한명이 무림 고수의 경지에 오른 5명의 누님들.

결혼식 축가가 아니라, 한 편의 공연을 관람하는 기분이었다.

“앵콜! 앵콜! 앵콜!”

보통 결혼식 축가와는 조금 색다른 분위기였다.

어느새 하객들이 펜타 시스터즈 누님들의 노래에 빠져들었고, 마치 콘서트라도 온 것처럼 앵콜을 연호했다.

“그럴 줄 알고, 앵콜 곡을 준비해 왔습니다.”

큰 누님의 멘트에 사람들이 왁자지껄 웃어댔다.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OST인 Wayback into Love입니다.”

그 곡을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이미 분위기에 취해 있었다.

사람들의 박수를 들으며, 앵콜 곡이 흘러 나왔다.

“All I wanna do is find a wayback into Love!”

5명이 함께, 때로는 따로 부르는 1절이 끝나갈 무렵.

MR 간주가 흐르는 중에 큰누님이 또 멘트를 했다.

“2절부터 함께할 가수를 소개합니다. 세계적인 팝스타 에밀리 캠벨입니다.”

신부가 입장했던 레드카펫 위에 에밀리 캠벨이 등장했다.

말 그대로 깜작 등장이었다.

“유명한 가수야?”

“엄마는 저 여자 몰라? 요즘 세계적으로 완전 뜬 가수라니까!”

“진짜?”

“응. 빌보드 차트 1위 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완전 인기 짱이야.”

하객들이 놀라서 웅성거렸다.

세계적인 스타가 시골 결혼식장에 등장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더 놀란 사람은 윤재와 혜진이었다.

외국에 있는 친구들에게는 연락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에밀리가 등장해 축가를 부르는 것이었다.

저 멀리서 올리버가 손을 흔드는 모습도 보였다.

두 번째 깜짝 손님이었다.

5명의 누님들과 에밀리 캠벨이 함께 부르는 축가.

에밀리를 배려해 1소절을 추가해 원곡보다 길게 불렀다.

하객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이 따라온 건 당연한 일이었다.

◈          ◈          ◈

야외 뷔페를 먹으며 하객들이 식사를 하는 사이.

윤재와 혜진이 한복을 차려 입고 인사를 다녔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늦은 시간에도 윤재와 인연이 각별한 사람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 사장님? 이 프로! 많이 드세요. 특히 이지은 프로는 많이 먹어야, 살 좀 쪄서 비거리가 늘지!”

“호호호. 윤재 오빠! 농담도 잘 하셔. 나 63kg 이나 나간다구요. 더 찌면 돼지 돼서 안돼요.”

부녀지간 사이에 이지은의 캐디로 합류한 박남수 프로가 보였다.

윤재는 박남수 프로에게 윙크를 해 보였다.

“그나저나 이 사장님! 골프장 사업 어떠세요?”

“어쩌긴 뭐가 어째? 자네 덕에 요즘 하루하루가 신이 나네. 지은이도 잘 해주고 있고 말이야.”

이지은 프로는 2004년도에만 3승을 올렸다.

2005년도 LPGA 진출 자격도 손에 넣은 상태였다.

“제 생각엔 사장님 요즘 좀 무료하실 것 같은데?”

노는 것도 하루 이틀. 골프도 하루 이틀이었다.

골프장 사업을 하고 있었지만, 매일 같은 일상의 연속.

아직 젊고 혈기 왕성한 이재민 사장은 슬슬 지루하던 참이었다.

“다음 달 정도에 사장님 골프장 한번 놀러 갈게요.”

“겨울에 무슨 골프야? 부상당해.”

이재민 사장은 윤재에게 명예회원권을 주기로 한 사람.

진짜 윤재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다.

“하하하. 골프 치러 가는 게 아니라, 사장님하고 사업 좀 해볼까 하구요.”

“사업?”

“네.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거든요. 사장님이랑 하면 딱 좋을....”

결혼식은 그렇게 늦게까지 이어졌다.

겨울이 다가와서 인지, 조금 일찍 서쪽 하늘에 노을이 비치기 시작했다.

◈          ◈          ◈

윤재 부부는 신혼여행지로 호주/뉴질랜드를 선택했다.

여행 일정 상 2일 정도 시간이 남아 있었고, 에밀리와 올리버가 오는 바람에 광주에 이틀 더 머물렀다.

거의 40명이 넘는 사람들을 작은 집에 초대해 결혼식 뒤풀이를 했고, 다음날 올리버와 에밀리 커플을 52 Cafe 1호점에서 만났다.

윤재와 혜진을 이어준 신국제서점을 카페로 개조한 그곳이었다.

“올리버, 에밀리! 너희가 한국에 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다.”

“옥자 언니가 알려줬어. 윤재량 혜진이 결혼한다고! 깜짝 축가 한번 같이 해보지 않겠냐고.”

펜타 시스터즈의 왕언니. 정옥자 누님이 깜작 축가의 설계자였다.

“윤재. 어떻게 우리 커플을 초대하지 않을 수 있어? 모르고 넘어 갔으면 서운할 뻔 했다.”

“오해하지 마라. 올리버! 외국에서 비행기다 뭐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래서 초대하지 않은 거야.”

“우하하. 윤재! 비행기 값 안 주려고 했어? 비행기 값 내놔야지!”

“내가 이래서 널 초대하지 않은 거야.”

“어쭈. 이게 농담을 다큐로 받네.”

“올리버 너야 말로, 내 농담에 발끈하는 것 아니니?”

언제 어디에서 만나도 즐거운 친구들이었다.

에밀리와 올리버 역시 윤재 부부를 보며, 자신들의 결혼식을 상상하고 있었다.

“윤재. 네가 비행기 값 보다 더 큰 걸, 주는 방법이 있다.”

“?”

“페레레와 52 Cafe의 조인트 벤처에 서명하는 거지.”

2004년이 가기 전에 계약서에 서명하고, 2005년 중으로 첫 삽을 뜨기로 한 조인트 벤처.

지금 올리버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그렇지 않아도, 내가 이달 중으로 이탈리아 넘어가려고 했어. 올해 안에 협약서 체결하자.”

루텔라 초콜릿과 결합할 몬스터 초콜릿과 몽블랑 과자의 합작 법인.

이미 윤재는 자금조달 계획과 공장 후보지 등을 물색해 놓은 상태였다.

올리버가 아버지 미켈레 페레레 못지않은 경영자임을 증명해줄 첫 프로젝트였고, 윤재의 해외 시장 진출의 첨병이 될 프로젝트였다.

“에밀리! 2집 준비는 잘 돼 가?”

혜진의 말대로 에밀리는 요즘 2집 [ Hold the Line ]을 녹음하고 있었다.

전미 투어를 성공리에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가자마자 2집 작업을 시작했고, 완성이 눈앞이었다.

“아직 곡은 한곡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나는 에밀리 2집도 대박날 거라 확신해.”

윤재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에밀리는 실력과 태도 모두 겸비한 인재.

1집 앨범을 디렉팅 했다는 천재 제작자 오카루.

2집 역시 오카루가 제작을 맡았으니, 대박은 보장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어제 누님들과 에밀리가 함께 축가 부르는 것 보면서 생각한 건데. 내게 괜찮은 앨범 아이디어가 있거든. 들어 볼래?”

윤재는 오랫동안 생각해 둔 자신의 컨셉을 들려줬다.

에밀리 1집 앨범의 히트 곡 중 하나인, ‘Mt.Blanc’ 의 경우에도 컨셉은 윤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에밀리와 올리버가 윤재의 얘기를 경청하는 이유였다.

“2집 내고, 내년 초에 2.5집 개념으로 리메이크 앨범을 내는 것 어때?”

윤재는 한국에서 김광석이라는 가수가 [ 다시 부르기 ] 시리즈로 대박을 친 얘기를 들려줬다.

“에밀리의 2.5집 컨셉은 ‘다시 함께 부리기’ 야.”

“다시 함께 부리기?”

“세계인과 함께 부르는 리메이크 앨범.”

“세계인과 어떻게 함께 부른다는 거지?”

“왜! 버스킹이라고 하잖아. 런던. 뉴욕. 파리. 이스탄불. 서울. 캘거타. 동경. 베이징. 상해. 케이프타운 등등. 5대양 6대주에서 버스킹 하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을 해서, 앨범을 만드는 거지.”

“그게 가능해? 엄청 손이 많이 갈 것 같은데?”

올리버는 의문을 품었지만, 에밀리는 윤재의 말을 듣고 귀가 번쩍 뜨이는 기분을 느꼈다.

대박 앨범의 요건을 갖췄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윤재. 정말 괜찮은 생각이야. 1집, 2집에 이어 엄청난 대박이 날 것 같아.”

“역시 과자나 파는 올리버와, 아티스트는 차원이 다르군.”

“얘가 페레레를 어떻게 보고...”

“어떻게 보긴. 칠렐레 페레레로 보지.”

윤재의 얘기에 한국말과 영어를 동시에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빵 터졌다.

영문을 몰라하는 올리버의 표정이 아이 같이 귀여웠다.

2005년도에 발매 돼 리메이크 앨범으로는,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리게 될 에밀리의 2.5 집 [ Sing Together Again! ]

윤재의 번뜩이는 아이디어 덕분에, 에밀리는 팝스타로서 영광의 길을 걷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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