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직 상무가 너무 잘함-99화 (99/196)

No.1 영업팀

이튿날, 산포면 5000평짜리 과수원 계약을 위해 다시 나주로 내려갔다.

선희가 자꾸 윤재에게 물음표를 던졌다.

“오빠! 그런데 진짜 자신 있는 것 맞지? 땅 팔아봤자 양도세가 장난 아니라던데?”

“불신지옥! 윤재천국! 몰라?”

“칫.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어디 있긴? 여기에 있지. 혜진이 보고 배워라. 혜진이는 나 믿고 윤재천국에서 살고 있잖아!”

“혜진이야 오빠 여친이니까 그렇지.”

선희가 또 껌 씹던 동작을 멈추고 입을 쭉 내밀었다.

“하여튼 억지로 52 Farm 주주 되라고, 떠밀 생각 없으니까 알아서 해. 저기 봐라. 얼마나 멋진 풍경이냐? 투자는 나한테 맡기고, 경치 구경이나 해라.”

조금은 쌀쌀한 늦가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어울리는 들판이 멋드러져 보였다.

저들은 모르는 것을, 회귀자인 윤재는 알고 있었다.

‘세법에 수용 감면 제도가 있다. 아직 혁신도시 법안은 멀었고, 사업인정 고시일 2년 전에 토지를 취득하면 양도세도 감면받을 수 있어.’

국토균형발전론을 내세운 정부가 들어서면, 최소 20~30배는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거래였다.

그것도 세금부담 거의 없이.

나중에 52 Farm을 상장이라도 하게 된다면, 투자수익률은 폭증할 게 뻔했다.

◈          ◈          ◈

“자식 놈들은 절대 농사지을 맘 없다고 하고 마누라는 아프고, 팔아 야지 어떻게 하겠소이까?”

윤재에게 처음으로 땅을 팔게 된 안사장의 친구가 허탈하게 웃었다.

“간신히 새끼들 갈치고, 입에 풀칠은 하고 살았는데... 막상 팔려고 하니 허전하군요.”

“조상께 물려받은 땅을 파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그나저나 고맙소. 남들은 7만원에도 사지 않겠다는 땅을 8만5천원이나 쳐주고 말이요.”

“어르신! 과수원이 제법 사이즈가 큰데, 한 필지 정도는 남겨두지 그러십니까?”

윤재가 오히려 매도인을 걱정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나야 그것 말고도 밭이 더 있으니까. 그리고 아들놈 늦장가 간다는데 집도 한 칸 해줘야 하고!”

부인 병원비와 자식 장가 밑천 때문에 땅을 팔아야 했지만 마음이 편할리 없었다.

“그만 하면 됐어. 땅 파는 것이 딸 시집보내는 것도 아니고 뭔 사설이 길어. 팔 사람도 살 사람도 얼른 도장들이나 찍드라고!”

안영삼 사장이 짐짓 심각해질 분위기를 사전 차단하고 들었다.

나주시 첫 번째 땅 거래가 그렇게 성사됐다.

“남재야! 계약금 전해 드려라.”

“예. 형님.”

남재가 4,250만원 수표를 부동산에 건넸다.

“그나저나 농사지을 사람들 같지는 않은데, 밭은 어떻게 할 생각이오?”

“묵혀두면 옆 과수원까지 피해가 간다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농사 지어본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그걸 어찌 아시오?”

“저희가 이래 뵈도, 영농후계자를 꿈꾸는 농업법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말씀인데, 어르신께서는 어차피 배 농사 계속 하실 테니까, 명의 이전된 이후에도 과수원 계속 농사 지으셔도 됩니다.”

앞으로 52 Farm이 인수할 수많은 부동산.

농사지을 사람들은 이래저래 반드시 필요했다.

“배 농사 그것 지어봤자 얼마나 남는다고, 3-7제니 뭐니 하면서 배 농사를 한단 말이오?”

“수확한 과일의 10%만 임대료로 지급해 주시면 됩니다.”

“10%?”

악적 지주들이 아닌 이상 소작율은 70%.

시세를 고려하면 무려 20%나 저렴한 임대조건이었다.

노인은 윤재의 말이 믿겨지지 않는 모양인지 잠시 말이 없었다.

“언젠가는 저희 법인이 처분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계속 보유할 수도 있구요. 어쨌든 최소 10년은 걸릴 겁니다. 그 때 까지는 어르신 밭이다 생각하고 농사 지으십시오.”

노인은 횡재한 윤재의 얘기를 듣고도 믿기 힘들다는 얼굴이었다.

밭도 비싸게 사주면서, 거의 거저 주다시피 농사까지 맡겼으니까.

잔금 및 등기이전 등은 안영삼 사장이 지정한 법무사를 통해 처리키로 했다.

◈          ◈          ◈

“괜히 맘이 짠하네.”

혜진이가 손가락으로 콧잔등을 훔치자, 선희가 그런 혜진이를 타박했다.

“야이 맹추야! 짠하긴 뭐가 짠해. 농사지을 것도 아니면서 4억 넘는 돈 주고 배 밭을 산, 윤재 오빠가 짠하다!”

미래를 모르는 혜진과 선희야 감상적일지 몰라도, 윤재는 달랐다.

1년만 지나도 이 동네 땅은 사고 싶어도 매물이 없어서 팔지 못할 지경이 된다.

윤재는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에 한 해, 앞으로 6개월 동안만 집중적으로 매입할 계획이었다.

혜진과 공연히 투닥거리던 선희가 또 투덜거렸다.

“오빠! 시세가 7만원도 안 한다는데 20%나 더 주고! 농사도 거저 지으라고 하고. 참말로 부처 나셨네. 부처가 나셨어!”

“하하하. 선희야! 다 먹으려고 하면 탈나는 법이야. 조상께 물려받은 땅 팔고 기분 좋은 사람 누가 있겠냐? 땅 판 사람들이 잘 팔았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하는 거야.”

“몰라. 나는 도무지 윤재 오빠를 이해 못하겠네. 맹추 너는 어때?”

“나는 오빠 마음 알 것 같아!”

“얼씨구! 부창부수 났네. 열녀 났네. 열녀 났어!”

선희는 얼굴을 붉힌 채 윤재와 혜진을 번갈아 쳐다봤다.

그냥 웃고만 있는 윤재, 혜진 커플이 미워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역시! 혜진이가 고단수고, 선희는 아직 초짜야.’

52 Farm은 장기적으로 키워나갈 비즈니스.

우호적인 농어민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업이다.

미래의 대박을 위해 소탐대실하지 않는다.

윤재가 52 Farm의 농토를 확보해 가는 기본적인 접근법이었다.

1차적인 일은 마쳤으니, 배를 채울 시간이었다.

“나주 온 길에 나주 명물 곰탕이나 한 그릇 먹고 가시죠.”

윤재는 이틀 연속 나주를 따라다니느라 고생하고 있는 멤버들과 함께 식당으로 이동했다.

52 Farm 은 미래에, O2푸드 같은 식품회사와 수직계열화를 위해 필요했다.

그리고 부동산 지가의 꾸준한 상승을 고려할 때, 전국 요지의 농토와 부동산은 가능하면 빨리 매집할수록 좋았다.

혁신도시 등으로 땅값이 폭등할 나주나 충남 연기군 같은 곳이 주요 대상이었다.

52 Farm은 부동산 투기 법인이 아니라, 실제 농업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었는데 나주의 땅들은 사업적으로도 반드시 필요했다.

‘회사의 국제시장 진출 무기로 배 음료를 리포지셔닝 할 필요가 있어!’

윤재는 미국, 러시아를 무대로 나주 배를 히트시킬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

대략 10년 이내에 한국산 배 음료는, 해장에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수요가 폭증한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나주시 금천면의 부동산은 다목적으로 써먹을 수 있었다.

수익성과 회사 프로젝트와의 연관성을 위해서, 지역민들과 최대한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둘 필요가 있었다.

◈          ◈          ◈

아내 사랑이 극진한 조사장에게서 금천면의 5천평 부동산을 계약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

061 로 시작하는 나주지역 전화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김사장! 산포랑 금천에서 동네 사람들이 찾아와서 자네한테 땅 팔겠다고 연락해 주라고 아우성이네!”

“그래요?”

“응. 거 뭐시냐? 시세보다 더 쳐주고, 농사까지 계속 짓게 해 준다고, 조영감이 김사장에 대해 좋게 얘길 하고 다니나 봐!”

예상했던 결과이긴 했으나, 생각보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하여튼 내가 김사장 만나고 싶으면 줄서서 기다리라고 했으니까, 언제 한 번 내려와. 말 나온 김에 언제 올 텐가?”

“이번 주 토요일에 뵙자고 해 주십시오.”

“그래? 내가 깔끔하게 정리해서 연락 한 번 더 주겠네.”

“네. 감사합니다. 또 연락하시자구요.”

혜진, 선희, 창진과 장식을 동원해 대략 50억 가까이 52Farm의 자본을 증자할 계획이었다.

그 돈으로 나주와 충남 연기군의 부동산을 집중 매입할 계획이었다.

일단 출발이 좋았다.

지나고 보면 10년, 20년은 눈 깜작할 새에 흘러간다.

주식, 금, 미소천사 은행, 52 Cafe와 Farm. 그리고 부동산 매입까지!

재테크 포트폴리오가 제법 짜임새 있게 갖춰지고 있었다.

◈          ◈          ◈

2001년에 사놓은 방림동 건물을 52 Farm이 임차해 사무실로 이용했다.

윤재는 남재를 찾아가 앞으로 할 일 등에 대해 협의했다.

미소천사 은행과 52 Cafe가 그랬던 것처럼, 이제 슬슬 남재에게 권한을 위임할 때가 된 것이다.

부동산 매입과 자금조달. 직원 채용. 농지 임대차 계약 및 위탁 계약 등.

배우고 처리해야 할 일들은 갈수록 늘어갈 것이었다.

“농사가 어디 하루아침에 이뤄지겠니? 법무 쪽은 일단 변호사들에 맡기고, 필요한 사람들부터 뽑아야 할 거다.”

“알았어. 요즘 머리가 조금 아프긴 하네.”

남재는 최근 매일같이 밤 11시, 12시까지 일을 하고 있었다.

명색이 52 Farm의 대표는 김남재.

언제까지 윤재에게 의지하고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윤재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5년 뒤 또는 10년 뒤에는 52 Farm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져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이야 구멍가게 수준이니까, 뭐라 하는 사람 없지만 회사가 커지면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질 거야.”

“?”

남재의 표정을 보니, 무슨 얘긴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52 Farm이 수천억 매출을 올리는 회사가 되거나, 수십억 이익을 남기는 회사가 되면 사람들은 주주들과 연줄로 얽힌 CEO가 아니라, 능력 있는 CEO를 찾게 될 거란 얘기야.”

윤재의 얘기처럼 남재가 52Farm의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윤재의 사촌동생이기 때문이었다.

“5년 뒤에 그리고 다시 5년 뒤에, 52 Farm 에 네가 걸맞지 않다면 나와 주주들은 능력 있는 CEO를 영입할 수밖에 없다. 그게 너와 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될 거야.”

현재 윤재가 영위하고 있거나 계획 중인 사업들 모두 마찬가지였다.

혈연. 지연 등 연줄에 얽혀 비즈니스를 그르치지 않겠다는 생각은 확고한 신념이었다.

“남재 네가 충분히 잘 하리라 생각하고, 역량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지금 땅 수천평 있는 농업법인의 대표라 생각하지 말고, 국내 최고의 농업법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노력해라. 알았지?”

“알았어. 형. 그리고..... 고마워!”

남재의 표정을 보아하니, 충분히 잘 해낼 것 같았다.

◈          ◈          ◈

윤재가 재테크과 52 Corp 일만 잘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만년 꼴찌 팀 영업3팀의 선봉장으로서 열일을 해냈다.

11월 마감을 앞두고, 2002년 회사가 출시한 신상품에 대한 취급율을 점검 중이었다.

신상품 취급율 전국 순위!

영업3팀 95% 전국 1등.

2등이 63%를 마크하고 있었으니, 2등과 무려 32%의 압도적인 차이였다.

팀의 주무담당인 관계로 거래처를 5개만 담당하는 윤재.

윤재의 취급율은 100%였다.

거래처가 작아서 높은 수치가 나온 것이 아니라, 그만큼 일을 SMART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가능한 숫자였다.

O2 푸드는 신제품을 거의 매년 시장에 쏟아냈다.

확고한 시장 1위의 회사였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신제품이 출시되면 마트, 백화점은 물론 대리점 등에 제품 취급여부를 분석해 부진한 영업조직을 닦달했다.

“에이 씨! 팔리지도 않을 제품 만들어 놓고 밀어내기만 졸라 하면 뭐하냐고?”

“신제품이라고 값은 또 터무니없이 비싸요.”

“영업사원이 총알받이인가? 매번 거래처 쫒아 다니며 아쉬운 소리 하는 것도 지친다 지쳐!”

“영업이고는 한 번도 안 해본 것들이, 책상머리에서 신제품 기획이다 뭐다 하고 있으니 되냐고? 잘났으면 지들이 와서 팔아보던가?”

대부분의 영업조직에서 나오는 불평불만이었다.

게다가 백화점 마트처럼 상대방이 확실하게 갑인 경우 회사 뜻대로 신제품 취급율을 높이기 어려웠다.

대리점도 장악력이 떨어진 영업조직은, 신제품 취급율이 낮았다.

하지만 영업3팀은 달랐다.

불평 보다는 해보자는 의지가 훨씬 강했다.

전반적으로 긍정의 에너지가 흘러넘치는 조직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윤재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였다.

미래를 알고 있으면 가장 좋은 점이 ‘불확실성’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것이었다.

거래처에 신제품 세일즈 콜을 할 때 윤재의 말에는 확신과 신념이 흘러 넘쳤다.

“걱정 마세요. 쁘띠젤, 수퍼마켓에 팔아 보세요. 아이들이 엄마 손 잡고 찾아와 사달라고 졸라 댈 겁니다.”

“신제품 몽땅 받아 놨다 안 팔리면 어떻게 하나?”

“안 팔리면요? 제가 100% 다 반품 받아 드릴게요.”

“말만 그렇게 하지. 회사에서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반품 안 받아준 적이 많아서...”

“사장님! 저희 영업3팀이에요. 저나 장팀장님이 없는 말 한 것 본적 있어요? 정 안 팔리면 제가 다 먹어치우는 한이 있더라도, 문제 없게 할 테니 믿고 받아보세요.”

윤재의 얘기처럼 쁘띠젤이라는 푸딩형 젤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다른 신상품들도 마찬가지.

윤재가 된다고 푸시하는 상품 중에 잘못된 사례는, 지난 2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이런 경험이 누적되다 보니 거래처는, 윤재의 말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게 됐다.

모두 전생의 경험이 가져다 준 선물이었다.

그 뿐 아니었다. 심지어 이렇게 얘기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윤재씨! 걱정 마. 자네가 우리한테 해준 게 얼마인데. 회사에서 못 먹을 물건 내놨겠어? 얼마 주문하면 돼? 자네가 알아서 주문하고 문자나 한 번 줘. 그럼 내가 알아서 팔아 볼 테니까!”

이 정도 로열티는 드문 경우였지만, 그래도 윤재와 영업3팀에 로열티 있는 거래처들이 몰려 있었다.

원래부터 로열티가 높았던 게 아니라, 지난 2년 동안 로열티가 높아진 것이다.

이 모든 게 지난 2년여 간 윤재와 영업3팀이 쌓아온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윤재뿐만 아니었다.

“야! 우리가 회사 밥을 먹어도 한 그릇이라도 더 먹었는데, 윤재한테 밀리면 되겠니?”

조직 내 선의의 경쟁관계가 자리 잡혀 있었고!

“윤재가 조개맛 MSG 밀고 있습니다. 윤재 믿고 Go 했다가 Stop한 적 있어요? 이번에도 묻고 더블로 가 봅시다!”

장팀장의 지도력 하에 일사불란한 팀웍이 형성돼 있었다.

“이번에 새 포장 밀가루 좀 받아주세요. 지난번에 인센티브로 200만원 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번에 좀 도와주시면 저희가 그 은혜 잊겠습니까? 그러지 말고 좀 받아주세요! 아따~ 1,000만원이 뭐야? 사장님! 가오가 있지? 1,300 합시다.”

전통적인 영업도 잘 했다.

전국 1위의 압도적인 실적에서 나오는 각종 인센티브.

하나라도 더 지급되는 판촉물.

그리고 1등 팀이 갖게 되는 서비스팀 무상 지원 등의 혜택까지!

한 번 선순환의 고리에 접어든 영업3팀은, 좀처럼 정상의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지혜와 덕을 갖춰, 팀원의 제안을 찰떡같이 알아먹는 장동석이라는 리더.

수퍼루키 윤재의 맹활약.

모범적인 선임 오석진 과장과, 고문관에서 A급으로 거듭난 차명수 대리까지! 어느 곳 하나 빈틈이 없었다.

이태성 상무는 입만 열면 영업3팀 타령이었고, 눈만 뜨면 윤재부터 찾았다.

“영업3팀을 좀 보고 배워라. 영업3팀이 달나라에 있냐? 쏘련에 있냐? 바로 옆에 있잖아?”

“보고서 꼬라지 보라지! 윤재 그 친구는 넘사벽이니까 바라지도 않지만, 3팀 오석진 정도는 보고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냐? 오석진이 당신보다 다섯 살이나 많은 노땅인데 오과장보다 못하냐고?”

“장동석 팀장 안 봤어? 술을 못해도 정신력으로 버티잖아. 차명수 안 봤어? 부르지도 않았는데 따라와서 술상무 하는 것 안 봤냐고? 팀웤은 적어도 영업3팀 정도는 되야 하는 거라고!”

“본사에서 누가 내려오고 싶다고? 됐다 그래. 윤재 하나가 걔네들 다섯명 보다 낫다고 전해라.”

바야흐로 윤재와 영업3팀의 전성시대였다.

윤재는 컴퓨터 화면의 신제품 취급율 차트를 보며 생각했다.

‘자타공인 최고의 영업팀이 되었구나! 이제는 영업3팀이라는 수퍼카에서 내릴 차례다. 지금까지가 4인승 자동차였다면, 이제는 고속열차로 갈아 탈 때다!’

이미 신사업부문 소속의 신사업지원팀으로 발령이 예정돼 있었다.

‘여한이 없는 2년 4개월이었다!’

미친 듯이 폭우가 쏟아지던 날 회귀해, 회사 면접을 보고, 신입사원 연수에서 1등을 차지한 기억. 그리고 몽블랑의 추억들까지!

지난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흘러갔다.

‘본사 생활은 내게 세계라는 무대로 나가는 발판을 마련해 줄 것이다!’

윤재의 눈은 어느새 한반도를 넘어 지구촌을 훑어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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