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직 상무가 너무 잘함-72화 (72/196)

선물매도 초대박!

2001년 9월 12일 수요일 12시 광주 금남로 일식집 다미정.

“에헷! 형님 대박이야. 대박! 그런데 진짜 형님에게 무슨 신끼가 있는 것 아닐까?”

“신끼는 무슨.... 그냥 소 뒷걸음에 쥐 잡은 거지.”

“말도 안 돼! 누가 소 뒷걸음에 180억을 태워?”

윤재는 외출허가를 받고 외부에 나와, 창진과 점심을 먹으며 지난 투자를 복기하는 중이다.

“윤재 형! 총 수익금이 얼마야?”

“너희 회사 수수료 떼고 64억 정도 먹었다!”

“유..유...육십사억!”

창진은 참치 초밥을 들고 있는 젓가락을 덜덜 떨었다.

“너는 얼마나 먹었니?”

“최대한 끌어 들인 게 3천 밖에 안돼서. 360만원 조금 더 먹었어요. 키힝!”

“너무 낙담하지 마라. 우리 회사 동기는 지난주에 풀 미수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동원해, 뉴월드코프닷컴인가 뭔가 샀다가 지금 사흘 연속 하한가다.”

“정말요?”

“몰라. 금수저인데 친구 말 듣고, 2억을 질렀는데 현재 반토막 났다고 하더라.”

황성호 얘기였다.

조심하라고 나름 성의 있게 충고했었다.

하지만 황성호는 잡주에 무리하게 베팅을 했고, 하한가만 연속 3번이나 맞은 회사에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재벌3세가 미쳤다고 뉴월드코프에 지분투자를 했겠냐고? 지금은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중이야! V자 반등할 거라고 친구가 그랬다니까!”

아침에 황성호가 윤재에게 했던 얘기였다.

◈          ◈          ◈

2001년 9월 11일 뉴욕에 있는 쌍둥이 빌딩 세계무역센터.

알카에다라는 테러조직이 납치한 비행기 두 대가, 약 10분 간격으로 쌍둥이 빌딩을 들이 받았다.

그리고 30분 뒤.

다른 납치된 비행기가 미국 국방성 펜타곤 건물을 들이 받았다.

[ 1941년 진주만 공습 이래 최초로 미국 본토가 공격을 받았다! ]

거의 초 단위로 속보가 쏟아지며 세계는 9-11 테러 소식을 알렸다.

9월11일 지수선물에 이어, 9월12일에는 세계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한국의 KOSPI 200지수도 당일 하루에만, 12%가 넘게 하락하며 역사상 최고의 하락율을 기록했다.

9-11 테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윤재는, 현금 자산을 총동원했다.

그리고 창진이를 통해 KOSPI 지수 선물매도를 단행했다.

“형님! 미쳤어요? 너무 위험해! 레버리지를 Full로 쓰겠다니! 대체 무슨 확신이 있어서 180억을 지수선물 매도에 쓰겠다는 거야?”

“그냥 야성적 충동이라고 해 두자!”

9월7일 금요일.

윤재는 그렇게 KOSPI200 지수 선물을 매도했고, 테러 다음날인 9월12일에 청산함으로서 12%가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다.

레버리지 3배를 풀 베팅했기 때문에, 원금대비 수익은 36%였다.

이익금만 64억에, 창진이네 증권사 수수료만 7,200만원이 발생한 초대박 투자였다.

“고객들은 어떻게 됐니?”

“제 권유, 아니 형님 권유 듣고 지수선물 매도하신 분들이 다섯 명인데, 모두 수익을 봤지요.”

“그 다섯 명은 물론이고, 네 권유를 받아들이지 않은, 더 많은 사람이 이제 네 말이라면, 똥으로 된장을 만든다고 해도 믿게 될 거다.”

“형! 고마워! 그래도 왠지 찜찜하긴 해!”

창진의 얼굴을 보니,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9-11 테러로 죽은 사람들이 있고, 주가폭락으로 손실을 본 사람들도 엄청난데 자신들은 돈을 벌었다는 게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럴 필요 없다. 돈은 돈일뿐이야. IMF로 우리 국민들이 피눈물 흘릴 때, 조용히 웃으며 수익 챙겨만 외국인들은 양심이 없어서 그랬겠니? 나쁜 짓 한 것도 아니고, 번 돈을 잘 쓰면 되는 거야!”

“알았어. 형!”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윤재 역시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긴 했다.

‘앞으로 계획을 실행하려면, 아직도 갈 길은 멀기만 하다.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한다.’

윤재는 말없이 초밥을 먹고 있는 창진을 보며, 자신의 마음을 다시 한 번 다 잡았다.

상상키도 힘든 큰돈을 벌자, 혜진이가 제일 먼저 생각났다.

‘혜진이 2억 빚을 내 서점을 사는 것을 보고, 레버리지 투자를 착안했다. 그리고 그녀가 알바 하는 모습을 보며, 병아리 프로젝트도 시작하게 됐고....’

전생의 경험이 가장 큰 선물이었지만, 혜진과 창진이가 도움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지난 1개월 동안 윤재는 혜진의 어머님께 신국제서점을 매입했고, 사촌동생 동재를 위한 프로젝트를 위해 방림동 땅도 계약한 상태였다.

재테크와 패밀리 비즈니스를 위한 사업구상도 모두 정상궤도를 달리고 있었다.

‘전생의 나는 재테크에는 젬병이었다. 수익이 났을 때는 서둘러 팔기 바뻤어. 팔고 나서 더 오르면 얼마나 후회했던가..... 반대로 손실난 주식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몇 년씩 비자발적 장기투자도 했었고....’

하지만 이젠 달랐다.

‘주식시장의 모든 종목의 20년 Data가 머릿속에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대세는 꿰차고 있어. 불확실성이 없는 주식투자는 백전백승할 수 있어!’

◈          ◈          ◈

9-11 테러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 충격파.

울렁증을 넘어 패닉을 경험한 사람이 지구촌에 넘쳐났다.

O2푸드 신입사원 황성호도 수억명 지구인 중 한명이었다.

옥상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황성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에게 작전주를 알려준 친구와 통화 중이었다.

“야! 작전 들어갔다며? 못해도 세배는 오를 거라며?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할 거냐고?”

“성호야! 나는 너가 그렇게 많이 담글지 몰랐지. 2~3백 만원 담그라니까 2억이 뭐냐? 국회 위원장 아들이라 그런 거야? 왜 그렇게 통이 크냐고?”

“미친놈아. 지금 그게 할 소리냐?”

황성호는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야. 성호야!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나 때문에 돈 벌 때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더니. 내가 분명히 말했지. 2~3백만원 담그라고. 내가 언제 2억 하라고 했어? 나도 지금 돈 잃고 속상하니까 이만 끊자. 웃긴 새끼네 이거.”

황성호에게 뉴월코프닷컴을 소개시켜준 친구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부글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는 황성호!

다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중이라는 신호음만 들려왔다.

‘이런 씨발! 나는 이제 아빠한테 죽었다. 윤재 말 들을 걸! 1주일 전만해도 400만원 수익이었는데.... 마이너스 1억이라니!’

익절 할 수 있었는데, 현재는 마이너스 50%가 넘는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는 따따블로 밀려왔다.

그 때 였다.

황성호의 전화가 부르르 떨렸다.

친구 전화인 줄 알고 핸드폰을 들었다.

핸드폰 화면에는 ‘태우증권 예쁜이!’라고 적혀 있었다.

황성호가 매일 드나드는 증권사 여직원이었다.

“여보세요?”

황성호의 목소리가 떨려왔다.

태우증권 지점의 여직원과 평소에 사이가 좋았지만,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네. 고객님 안녕하세요? 저 태우증권 조아람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어쩐 일이세요?”

“고객님 죄송한데요. 고객님 계좌가 증거금이 바닥입니다. 내일 뉴월드코프닷컴이 2%만 하락해도 저희는 반대매매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잠깐만요? 반대매매라고요? 그게 뭐에요?”

“어머. 고객님! 지난번에 미수 오픈할 때 말씀드렸는데, 기억 안 나시나부다.”

“네? 그게 뭐길래?”

반대매매라는 이름만 들어도 겁부터 덜컥 났다.

평소에는 그렇게 친절하던, 여직원의 싸늘한 목소리가 황성호의 공포를 부추겼다.

“고객님! 고객님은 미수를 최대한도로 이용하셨고, 현재 뉴월드코프닷컴은 고객님 잔고를 거의 다 까먹은 상태입니다. 내일도 하락하면 저희는 주식을 강제로 팔아 회사 대출금을 회수하게 됩니다. 그걸 반대매매라고 합니다.”

“예? 뭐라고요?”

황성호는 말이 없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손이 떨리고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할 지경이 됐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걱정이었다.

당장 주말에 사실을 얘기하면 재떨이가 날아올 것만 같았다.

“고객님? 듣고 계십니까? 다시 한 번 설명드리겠습니다. 내일까지 추가로 입금해 주지 않으면, 반대매매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여보세요? 잠깐만요! 여보세요?”

저승사자 같던 여직원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고, 통화단절 수화음만 들려왔다.

“뚜. 뚜. 뚜!”

전화를 끊은 신호음이 마치 총소리처럼 황성호의 귀에 박혔다.

◈          ◈          ◈

윤재와 헤어진 뒤, 사무실로 복귀한 남창진.

그의 책상에 꽃바구니 2개와 초콜릿 등이 놓여 있었다.

“미스김! 이게 다 뭔가요?”

“대리님! 메시지 카드 꽂혀 있습니다. 고객님들께서 고맙다고 보내신 것 같은데, 카드 읽어 보세요.”

“그래요?”

“네. 대리님 자리로 전화해서, 선물이라도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회사에서 고객분들 선물 못 받게 돼 있다고 했더니, 꽃다발이랑 초콜릿 등을 사주고 가셨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고마울 수가!”

남창진이 권유한 대로 지수 선물매도에 나선 5명의 고객들은, 모두 10%에서 30% 정도까지 수익을 올렸다.

불과 일주일도 안 된 사이에 일어난 수익이었다.

게다가 남들은 폭락장을 경험할 때, 돈을 벌었으니 체감수익은 따따블 정도로 느껴졌을 것이다.

‘내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증권사에 입사하던 그날부터 오늘까지.

지점장님에게 개갈굼을 당했던 과거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확실한 건 윤재가 내준 숙제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윤재의 말을 듣기 시작한 뒤로 인생이 술술 풀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남대리 왔어? 내 방으로 좀 들어 와.”

“네. 지점장님.”

평소 저승야차 같던 지점장의 목소리에 봄기운이 서려있었다.

“요즘 자네 투자하는 것 보면 신들린 것 같아!”

“아닙니다. 모두 지점장님 지도편달 덕분입니다.”

“마치 9-11테러가 일어날 걸 알기라도 했던 것처럼 선물을 매도했잖아. 나도 자네 말 듣고 고객들께 현금비중 늘리라고 했다가, 덩달아 손실을 줄일 수 있었네.”

“아닙니다. 봉사 문고리 잡은 격이죠!”

이 얘길 하면서 창진은 스스로 깜작 놀랐다.

어느새 자기가 윤재형의 말투와 동작을 따라 하고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 지점의 에이스로 활약해주게. 그럼 승진이 문제인가? 빵빵한 인센티브에 방송에도 출연하게 될 거야?”

“방송이요?”

“그래. 우리 지점에서 KBC 아침 라디오 나가고 있잖아. 노과장에서 자네로 바꿀까 생각중이네.”

아침 라디오에 출연해, 주식시장 전망을 얘기하는 자리는 태진증권 직원들에게는 로망이었다.

그 자리를 창진에게 주겠다니.... 실로 상전벽해가 따로 없었다.

“지점장님!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늙은 노과장 보다야 샤프한 자네가 나을 테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남창진은 꿈인지 생시인지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다.

증권사 최고의 에이스가 출연한다는 아침 라디오 경제코너!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었다.

창진은 다시 한 번 윤재형의 고마움을 느꼈다.

그 때 점심을 먹고 일군의 고객들이 객장으로 들어왔다.

“남대리! 점심 먹고 왔능가?”

“아! 사장님. 오셨어요?”

“우리 남대리 들어오기만 기다리다 지쳐서 밥 먹고 오는 길이네.”

그들은 이번 주가 폭락기에, 남창진의 권유를 듣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그나저나 남대리! 우리끼리 밥 먹으면서 얘기했는데, 앞으로 자네한테 우리 계좌를 일임할까 하네.”

“네. 정말이요?”

“그래. 나 어제 오늘 날린 돈만 자그만치 1억이네. 1억! 자네 말 들었으면 최소 5천은 벌었을 테니까, 플러스 마이너스 하면 1억 5천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남대리 자네를 하느님으로 모시기로 했네. 안 그런가?”

“암. 당연하지. 여기 투자의 귀재가 있는데... 우리가 뭐 잘 났다고 까불었을꼬?”

창진이네 지점 고객들 중 제법 큰손으로 불리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굴리는 금액만 합쳐도 대략 15억 정도 되는 규모였다.

‘윤재형 20억 플러스 알파에! 이 사장님들 15억! 그리고 다른 계좌들까지 합치면 45억 정도 굴리겠구나. 세상에! 윤재형 얘기처럼 한 달에 한 번씩만 사고 팔아도 얼마야?’

윤재의 코치를 받아가며 고객들의 돈을 굴리면, 한 달에 한번 매매 한다고 가정해도, 인센티브만 최소 연간 2억이 넘었다. 연봉까지 합치면 못해도 2억5천에서 3억은 벌 수 있었다.

게다가 친구 명의로 직접 투자하는 것까지 있으니, 남창진이 벌어들일 금액은 3~4억이 넘을수도 있었다.

“에헷! 대박이구나. 에헤라 대박이로다! 에헷... 데헷.... 말버릇 참고 살기도 힘든데, 속으로라도 실컷 하자! 크헷헤!”

남창진은 날아갈 것처럼 기뻤다.

하지만 겉으로는 점잖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말투도 그렇고 살이 2Kg 정도 빠진 외모도, 창진을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었다.

별 무늬가 찍힌 핑크색 넥타이.

무스로 잘 빗어 넘긴 머리카락.

그리고 흰 색 와이셔츠까지!

윤재의 코치를 따라 온 9개월의 세월이, 남창진을 태진증권의 에이스 오브 에이스로 거듭나게 했다.

‘윤재형 얘기만 잘 들으면..... 10억? 아니 100억 부자 되는 것도 시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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