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직 상무가 너무 잘함-43화 (43/196)

조별 미션, 상품을 팔아라! (2)

“현민형! 지금까지 얼마나 팔았어요?”

“벌써 35만원어치 팔았다. 한 시간 반 만에! 대박 아니냐? 우리 50만원 넘기는 건 일도 아니겠어!”

백현민은 재빠르게 돈을 다시 세며 말했다.

윤재 일행은 장사를 잠시 멈추고 점심을 먹으러 와 있었다.

“근데 손님들이 줄 서고 난리인데 밥 먹어도 되냐?”

백현민의 걱정이었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고 하잖아. 지금 좀 더 파는 게 낫지 않을까?”

“형!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입니다. 마침 밥 때도 됐잖아요.”

“아무리 그래도 소고기를 구우면 어떻게 하냐?”

백현민을 포함해 조원들은 걱정했지만, 윤재는 무사태평이었다.

“활동비도 좀 남았고, 막걸리 판 돈도 있으니까! 그리고 밥 먹고 힘내야 오후에 또 물건을 팔죠.”

“하긴.....”

“자 배불리 먹읍시다. 다들 고생해서 배고플 텐데.”

오전 내내 힘든 일을 해낸 조원들은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그 누구보다 한송이가 고기와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

‘그래! 송이 너는 잘 먹고 체력도 좀 키우고, 좀 더 강해지길 바란다!’

열심히 점심을 먹고 있는 한송이를 보며, 윤재도 꿀맛의 점심을 즐겼다.

◈          ◈          ◈

오후 장사가 재개됐다.

“뭔 색시가 이리 이뻐! 완전 연예인이네. 연예인.”

“에끼 이사람! 요즘은 연예인이라고 안하고 여신이라고 한다네. 여신!”

자신을 보며 침을 흘리던 아저씨들이 말했다.

예전 같으면 수치심을 느꼈을 한송이! 지금은 뭔가 모르게 달라져 있음을 스스로 느꼈다.

원래 끼가 있었던 것인지 알수 없지만, 아저씨들의 칭찬이 갈수록 그녀를 힘이 나게 만들었다.

계란 벽을 쪼고 나온 병아리!

자신도 그처럼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장사는 윤재의 의도대로 착착 진행됐다.

어느새 한송이는 마치 런웨이를 걷듯이 시장 주변을 활보했다.

윤재의 목소리는 여전히 호쾌했고, 다른 팀원들도 정신없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          ◈          ◈

“76. 77. 78만... 79만...”

“윤재야! 송이야! 대박이다. 대박!”

윤재 팀의 총무를 맡은 백현민의 얘기였다.

“83만 4천원!”

상품 팔기 최종 매출액이었다.

“스팸 부침개와 막걸리만 판 게 아니라, 스팸 세트도 함께 판 덕분이죠.”

“그러게 말이다. 이게 다 윤재 너랑 송이 덕분이다.”

“하하하. 멀뚱멀뚱 줄 서는 사람들 구경만 할 게 아니라, 세트도 같이 팔자는 형님 생각 좋았습니다.”

한번 소문이 나고 사람들이 꼬이기 시작하면 가속도가 붙는다.

청평 시장에 한송이를 보러 온 아재들과, 윤재를 보러 온 아주머니들이 넘쳐났었다.

덕분에 중간 중간 교통체증까지 발생할 정도였다.

어쨌든 ‘O2하다’ 팀은 성공리에 미션을 마쳤다.

윤재와 조원들은 자신들이 스팸을 팔던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송이씨! 쫄티와 쫄바지 입게 해서 미안합니다.”

버스를 기다리며 윤재가 한송이에게 말했다.

“처음엔 굉장히 분하고 서운했어요.”

“미안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윤재씨 얘기 듣길 잘했다 생각합니다. 스스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렇게 얘기해 주니 고맙군요.”

“아네요. 고맙다고 할 사람은 저에요.”

실제 한송이는 익명의 대중들 앞에 나선 게 처음이었지만, 이번 일을 통해 앞으로 더한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때 백현민이 윤재와 송이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나저나 다른 팀들은 어떻게 됐을까?”

“글쎄요. 미션에 성공한 조가 그다지 많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쵸? 다들 디카를 들고 나갔으니까....”

한송이의 말대로 윤재 조를 뺀 다른 조들은, 약속이나 한 듯 디지털 카메라를 상품으로 들고 나갔었다.

“우리보다 많이 판 팀이 있을까?”

“글쎄요. 연수원에 돌아가 보면 알겠죠!”

멀리서 연수원 방향으로 가는 버스가 오는 게 보였다.

◈          ◈          ◈

청평읍에서 연수원까지는 버스로 25분 거리.

시골 버스라 한산한 버스 안.

수련회를 온 것 같은 대학생들 몇 명과 윤재일행이 버스를 타고 이동 중이었다.

윤재를 제외한 팀원들은 모두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쫄티와 쫄바지를 환복한 한송이도, 돈 정리하느라 정신없었던 백현민도 졸고 있었다.

정신없이 막걸리와 계란 등을 사 나르던 조남군. 그리고 수백장의 스팸 부침개를 부친 영식과 동호도 모두 꿈나라에 가 있었다.

특히, 백현민과 윤재는 중간중간 고객들 어깨 마사지도 해드렸는데 500명이 넘는 사람을 마사지했더니, 손아귀에 힘이 없을 지경이었다.

‘시원하게 맥주라도 한 잔 했으면....’

하루종일 호객행위를 했더니 목이 칼칼했다.

청평 호반을 굽이굽이 돌아 연수원으로 가는 길.

우측으로 노을이 곱게 물들고 있었다.

윤재는 곯아떨어진 조원들을 돌아봤다.

그 때 눈앞에 불빛이 번쩍 거렸다. 뒤 따라오던 차에서 하이빔을 쏘고 있었다.

손으로 눈을 가리고 보니 포르쉐 한 대가 계속해서 하이 빔을 쏘아 대는 게 보였다.

왕복 2차선 밖에 되지 않는 청평 호반 길.

환갑이 가까워 보이는 버스기사 어르신은 무덤덤하게 운전 중이었다.

어느덧 포르쉐는 하이빔 뿐만 아니라 경적까지 거칠게 울려댔다.

빵빵 거리는 소리에 한송이를 포함한 동료들도 눈을 떴다.

‘미친 자식! 이 좁은 길에서 어쩌라는 거야?’

◈          ◈          ◈

“야이 영감탱이야! 길을 비키라는데 왜 안 비켜? 죽고 싶어?”

문제의 포르쉐 컨버터블 뚜겅이 열리고, 젊은 놈 하나가 버스 기사에게 고래고래 악을 써댔다.

1차선에서 버스 옆을 오가며 악을 쓰는 위험한 질주였다.

“이보게 이 좁은 길에서 어떻게 비킨단 말인가?”

“영감! 똥차로 길 막지 말고 비키란 말이야! 비켜! 안 비켜?”

“젊은이. 자네는 아버지도 없나?”

그때 맞은편 차선에서 자동차가 다가왔고, 포르쉐는 다시 버스 뒤로 돌아갔다.

“저 미친 영감탱이!”

포르쉐 주인의 악에 받힌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미친 듯이 하이 빔을 쏘고 경적을 울리던 포르쉐!

순식간에 윤재 일행의 버스를 추월하더니, 버스를 막아섰다.

버스의 급정거에 승객들의 몸이 앞과 뒤로 심하게 흔들렸다.

선그라스를 이마에 올린 젊은 놈이, 버스에 올라타더니 노골적으로 행패를 걸기 시작했다.

“니가 뭔데 우리 아버지를 들먹여! 엉?”

젊은 놈은 느닷없이 버스 기사를 발로 차기 시작했다.

“퍽! 퍽!”

“어이쿠! 아악! 어이쿠!”

“씨발놈아! 니가 뭔데 우리 아빠를 들먹이냐고?”

순식간에 일어난 버스 폭행이었다.

겁에 질린 승객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는데, 두 명의 여자는 예외였다.

한 명은 수련회 온 것으로 보이는 여대생이었는데, 그녀는 자신의 디카로 이 장면을 찍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의 여자는 한송이였다.

그녀는 자신의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젊은 놈에게 따지듯 외쳤다.

“나이도 어린 사람이, 어르신께 지금 뭐하는 겁니까?”

‘연약한 줄 알았는데, 정의감이 살아있네!’

버스 기사를 폭행하는 젊은 놈에게 인성교육 좀 시켜주려고 일어서던 윤재는, 한송이의 강단을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버스 기사를 때리던 젊은 놈이 한송이를 노려봤다.

“뭐 이 씨발년아? 너는 또 뭐야? 디지고 싶어?”

“다 함께 이용하는 대중교통에서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한송이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런 씨발년이!”

젊은 놈이 폭주기관차처럼 한송이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          ◈          ◈

“아악! 이거 놔. 이거 안 풀어! 이런 씨발놈이....”

“너 같으면 놔주겠냐? 이 미친놈아.”

젊은 놈의 손목이 버스 손잡이에 낀 채 꺽여 있었다.

정확히 1분전!

한송이를 덮치려 달려들던 젊은 놈을 윤재가 막아섰다.

“넌 또 뭐야?”

“나? 버스 승객!”

“이런 씨발놈이!”

젊은 놈은 윤재에게 주먹을 날렸다.

윤재의 눈에 놈의 주먹은 슬로모션으로 보였다.

양아치는 험한 외모와 행동에 비해, 주먹은 조막만한 사이즈였다.

윤재는 녀석의 주먹을 버스 손잡이에 끼워 버렸다.

그런 다음 동그란 버스 손잡이에 낀 놈의 주먹을 잡아, 90도로 꺽은 채 결박해 버렸다.

“크아악!”

녀석은 고통에 몸부림 쳤다.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씨발!”

몸부림치던 양아치가 반대편 손으로 주머니칼을 꺼내 들었다.

“세상에! 위험해요!”

한송이의 놀란 목소리가 뒤통수에서 들려왔다.

“퍽!”

하지만 젊은 놈의 주머니칼은 윤재의 몸에 닿지 못했다. 윤재가 발로 가슴팍을 내질러 버린 것이다.

“아악!”

놈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신음을 흘렸다.

양아치가 놓친 주머니칼은 버스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방금 건 죄 없는 기사님 폭행한 값!”

“퍽! 퍽!”

윤재가 다시 녀석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오른 손이 윤재에게 결박당해 있었기 때문에, 놈은 쓰러지지도 못하고 속절없이 발길질을 당해야 했다.

“이건 동기들의 단잠을 깨운 죄값이다.”

그 때였다.

포르쉐 옆자리에 타고 있던 놈이 망치를 들고 버스로 올라왔다.

친구가 윤재에게 얻어터지는 것을 보더니 구해주겠다고 달려온 것이었다.

“어린놈의 새끼들이 가지가지 하네.”

윤재는 첫 번째 놈의 뒤통수를 잡아 버스창문에 박아 버렸다.

“쾅!”

첫 번째 양아치가 게거품을 물고 혼절해 버렸다.

윤재는 망치든 놈에게 다가갔다.

◈          ◈          ◈

시골의 한적한 2차선 길!

어느새 몰려든 차들과 구경하는 차들로 북새통이 돼 있었다.

저 멀리서 경찰 순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주머니칼에 이어 이젠 망치냐?”

윤재가 망치 놈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184cm의 키에 건장한 체격!

망치와 주머니칼에도 쫄지 않는 담력!

무기를 든 젊은 놈을 요절내 버린 실력까지.

윤재가 한 걸음 걸을 때 마다 망치 녀석이 뒷걸음을 쳤다.

“나는 주먹질 하는 양아치는 주먹으로 죽여! 발길질 하는 양아치 발차기로 죽여! 칼질하는 양아치 칼 같이 죽여!”

“뭐. 뭐. 뭐야! 씨발! 오지마. 오지마!”

성큼성큼 윤재가 다가갈 때 마다, 망치 놈은 뒷걸음을 치며 망치를 막무가내로 휘둘렀다.

완전 겁에 질린 모습이었다.

놈이 윤재의 사정거리에 들어왔을 때였다.

“너 같이 쫄아서 입으로 위협하는 하는 새끼는!”

망치놈은 계속해서 뒷걸음을 치는 중이었다.

“입도 뻥긋 못하게 옥수수를 다 털어 버려!”

윤재가 고함과 함께 발차기를 하려는 순간!

뒷걸음치던 망치놈이 버스 입구 계단에서 발을 헛디뎠다.

“와당탕!”

버스 앞문으로 망치놈이 굴러 떨어졌다.

그렇게 망치 녀석도 거품을 물고 혼절해 버렸다.

그사이 한송이와 동기들, 그리고 대학생들이 달려와 버스기사님을 부축하고 있었다.

◈          ◈          ◈

“젊은 친구가 기백이 대단하네. 앞으로도 그 패기를 좋은 데 써 주게나.”

“네. 감사합니다. 저는 이만 일어서 보겠습니다.”

가평 경찰서 청평 파출소!

윤재는 버스기사님과 한송이, 그리고 대학생들의 증언 덕에 무사히 파출소를 빠져나왔다.

특히 여대생 한 명이 자신의 디카에 찍힌 영상을, 파출소에서 재생시켜준 게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흉기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자네는 고발 되더라도 정당방위 될 거네. 너무 걱정 말게나! 그리고 저 어린놈들은 특수폭행으로 고발될 거라 지들 앞가림하기 바쁠 거야.”

파출소장의 얘기였다.

윤재는 인사팀장과 함께 파출소를 나왔다.

소식을 들은 인사팀장이 파출소로 찾아왔던 것이다.

한송이와 조원들, 그리고 인사팀 소속 직원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정당방위라 문제될 거 없다고 합니다. 다들 걱정했을 텐데 연수원으로 돌아갑시다.”

“다행이네요. 정말 잘 됐네요.”

한송이의 목소리에 습기가 잔뜩 배어있었다.

◈          ◈          ◈

그날 밤! 황성호의 방.

여지없이 일당 5인방이 뭉쳐 술을 마셨다.

소문이란 게 그런 거다.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다들 알게 되는 것!

그리고 실제 보다 많이 과장되는 것!

“성호야. 오늘 윤재가 영화 한편 찍었다는 얘기 들었니?”

“그 자식이 영화는 무슨 영화?”

“오늘 읍내 물건 팔고 오는 길에 액션 영화 찍었다고 하더라. 지금 동기들 사이에서 난리 났어!”

“그. 그럴 리가?”

“사시미칼과 야구방망이로 무장한 조폭 대여섯 명을 버스에서 요절냈대.”

“그래. 버스 안을 날아다니며 조폭들을 작살냈는데 영화 찍는 줄 알았다고 그러더라.”

어린 양아치 2명이 조폭 5명으로, 주머니칼과 망치가 회칼과 야구방망이로 과장돼 있었다.

“그. 그럴 리가!!”

황성호의 의심의 눈초리가 경외의 눈초리로 변해갔다.

“성호야! 우리 완전 괴물을 적으로 돌린 거 아니냐?”

“아냐! 그럴 리 없어!”

황성호는 자기 혼자 도리질을 쳤다.

“머리도 좋아. 싸움도 잘 해! 괜히 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것 아닌지? 솔직히 난 걱정된다.”

“나는 그래도 Go 한다!”

황성호는 어둠 속으로 자신을 자꾸만 밀어 넣고 있었다.

소주잔을 들고 있던 황성호는, 자신의 손이 떨리고 있다는 사실에 흠칫 놀랐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