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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상무가 너무 잘함-42화 (42/196)

조별 미션, 상품을 팔아라! (1)

2주차 연수원 생활의 첫날이 저물었다.

윤재는 황성호의 초대에 응할 준비를 하며, 저녁식사 때 한송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윤재씨 우리 내기 하나 할까요?”

밥을 먹다 말고 한송이가 한 말이었다.

“내기요?”

“전체 1등 하는 사람 부탁 들어주기! 어때요?”

한송이는 자신의 1등을 자신했고, 당연히 윤재에게 부탁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요? 까짓 거 뭐! 그럽시다.”

윤재는 한송이의 제안을 수락했다. 자신도 한송이와의 승부에서 이길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황성호의 방으로 넘어가기 위해 추리닝을 갈아입으며 윤재는 빙긋 웃었다.

‘한송이씨! 이 번 생에도 잘 부탁합시다!’

Plan A와 Plan B를 항상 염두 해 두고 있는 윤재!

한송이는 모든 Plan에 필요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똑똑똑!”

자신의 방을 나온 윤재가 황성호의 방문을 두드렸다.

◈          ◈          ◈

“여! 어서 와! 우리 1등 동기 윤재! 친히 누추한 방을 방문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진심으로 환영하는 것이 아니라 빈정거림이 느껴지는 황성호의 멘트였다.

“윤재야. 우리 사이에 뭔가 불편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 오늘 이후로는 다 잊고 지내자. 우리는 동기 아니냐?”

“응. 내 생각도 그래. 성호야! 혹시 서운한 게 있다면 오늘 다 털고 가자.”

“그래. 그래! 거기 앉아라.”

황성호는 일당들 사이에 윤재의 자리를 비워 놓았다.

‘포위 작전이라도 펴겠다는 건가?’

윤재는 실소를 흘리며 비워놓은 자리에 앉았다.

소주에 맥주, 와인까지 눈에 들어왔다.

방바닥에 둘러 앉아 먹는 회식치고는, 제법 잘 갖춰 놓은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거 한 잔 받아라. 내가 윤재 너 모시려고 울 아빠한테 받아온 거야.”

“와인 아니냐?”

“샤또 마고라고 보급형 와인 중에서는 꽤 괜찮은 와인이야.”

윤재는 짐짓 황송한 척 하며 와인을 마셨다.

“야! 성호 네 덕분에 이런 호사를 다 누리는구나?”

황성호의 꼬붕을 자임하는 녀석이 알랑방귀를 뀌었다.

“저희는 이미 한잔 마셨는데, 진짜 맛과 향이 좋더군요!”

‘배알도 없는 놈들!’

며칠 만에 황성호의 노예가 된 동기들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우리 조는 성호가 시계도 사줬습니다.”

팔목에 걸쳐진 티쏘 시계를 자랑하는 놈들을 보며, 윤재는 속으로 혀를 찼다.

◈          ◈          ◈

대충 분위기가 무르익자 황성호가 준비해 놓은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나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덕에 소고기만 먹고 자랐어. 그래서인지 요즘은 라면이 그렇게 당기더라. 자 우리 제가 준비한 라면 한번 맛 볼까요!”

황성호가 물이 끓고 있는 커피포트로 다가갔다.

컵라면 다섯 개가 개봉돼 있었다.

‘저 중에 내 것은 따로 표시를 해 놨으렷다?’

윤재는 황성호가 하는 행동을 지켜보며 미소를 지었다.

‘머저리들이 분명한데, 나름 귀여운 구석도 있단 말이지?’

황성호의 작전을 이미 알고 있는 윤재는, 슬슬 준비해 놓은 카드를 꺼내들었다.

“누가 그러던데, 친해지려면 게임을 하라고 하더군요. 우리 고백점프 하면서 라면 먹을까요? 다들 저녁 먹은 지 얼마 안 돼 배도 부를테니까. 지는 사람이 벌칙으로 라면 먹는 거지.”

“고백점프?”

“몰라?”

“아니, 알아! 하하하. 게임이라?”

황성호는 속으로 잔머리를 굴렸다.

‘그래 어차피 우리 가운데 있는 윤재 놈이 불리한 구조다. 지가 집중공격을 어떻게 피할 거야?’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모두 부은 황성호가 방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황성호의 눈치를 확인한 일당들은 윤재를 집중공격했다.

“점프!”

“시. 십삼!”

“와! 성호! 당첨!”

13의 위기를 견뎌내지 못한 황성호!

첫 번째로 벌칙을 받게 됐다.

윤재는 자신의 컵라면을 한 젓갈 가득 들어올렸다.

“왜? 라면 같은 서민 음식 먹는 게 즐겁다며?”

“.....”

“여기 뭐 못 먹을 거 넣은 것도 아닐 텐데! 아~ 해봐요! 자~ 아!”

윤재가 젓가락 가득 떠 올린 라면을 황성호의 입에 가져갔다.

“....”

“뭐해요? 자! 아~”

“옹아....”

황성호는 마지못해 입을 벌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자신들의 코딱지. 가래. 침. 심지어 오줌까지 조금 넣은 핸드 메이드 라면이었다.

빼도 박도 못하게 된 황성호의 입으로 라면 한 젓가락이 들어갔다.

“아이고! 우리 성호! 라면 참 맛있게도 먹는다.”

“읍. 읍!”

“뭐해? 성호야! 라면도 꼭꼭 씹어 먹어야 소화도 잘 되고 좋아. 자~꼭꼭 씹자. 어이쿠 잘한다.”

“읍. 읍!”

똥 씹은 얼굴이 된 황성호를 제쳐두고, 윤재는 고백점프를 재개했다.

‘내가 이 씹새끼 반드시 오줌라면 먹인다!’

와인과 술 때문에 적당히 취한 황성호!

그는 다시 한 번 이를 빠드득 갈며, 일당들과 함께 기를 쓰고 윤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게임을 거듭할수록 벌칙에 자꾸 당첨되는 사람은 황성호 아니면 황성호 일당들이었다.

윤재는 혼자서 황성호 일당의 공격을 모두 받아냈다. Go Back Jump 천재가 환생한 것 같았다.

어느새 절반 가까이 줄어든 윤재의 컵라면!

황성호는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은 표정으로 게임을 계속하고 있었다.

‘다시는 까불지 못하게 기를 죽여 놓는다!’

윤재는 그런 생각을 하며 게임 막바지에 일부러 벌칙에 걸렸다.

황성호는 물론이고, 옆에 있던 4명까지 얼굴이 갑자기 환해졌다.

‘야호! 드디어 윤재 이 개새가 걸렸다. 너도 한 번 맛좀 봐라.’

황성호가 신이 난 얼굴로 윤재의 라면에 젓가락을 가져갈 때였다.

“나는 새우탕면이 좋더라고. 야! 성호야! 자기거 먹어야 한다는 법 있는거 아니지? 나 니것 새우탕 먹고 싶다.”

“으...응? 뭐.. 뭐라고?”

“벌칙으로 라면 먹을건데, 니거 먹는다고. 왜 안돼? 내 라면에 먹으면 안 되는 뭐라도 있는 거야?”

황성호의 눈빛에 동공지진이 찾아왔다.

“아하하. 그. 그런건 아니고.”

“그럼 니 라면 한 젓가락 먹는다.”

윤재는 황성호의 라면을 가져다 큼지막하게 떠 한 젓가락을 먹었다.

“음. 맛있다! 역시 라면은 새우탕이야!”

◈          ◈          ◈

“우리 이제 완전 친구인거지? 성호야! 오늘 잘 먹고 잘 마시고 간다.”

“응? 그. 그래. 나. 나도 덕분에 잘 놀았다.”

윤재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동시에 황성호는 화장실로 달려 들어갔다.

“우웩! 우웩!”

헛구역질만 할 뿐 토사물은 나오지 않았다.

오줌 라면이 예상보다 체질에 잘 맞는 모양이었다.

한참을 헛구역질만 하다 화장실에서 나온 황성호!

아무 죄 없는 동료들을 바라보며 발작적으로 한마디 했다.

“족구도 안 되고, 오줌라면도 안 되고! 크악! 되는 일이 없네.”

“그 자식 라면에 뭐 넣은 것 알고 있었던 것 아냐?”

“설마?”

“얍삽하게 피해가는 게 꼭 알고 그런 것 같잖아. 우리는 왜 그걸 몰랐을까? 아무거나 먹으면 되는 거였잖아. 그걸 모르고... 우웩!”

윤재를 골탕 먹일 생각에 너무 쉬운 방법도 잊어버린 한심한 놈들이었다. 하지만 증오심과 복수에 눈이 멀면,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는 것을 황성호는 여전히 깨닫지 못했다.

“성호야! 그러지 말고 우리 이거 관두자!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우리 상대가 아닌 것 같아!”

“아니긴 뭐가 아냐? 나는 못 먹어도 Go야! Go 라고!”

황성호는 광광대며 복수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          ◈          ◈

어느새 상품팔기 미션이 진행되는 2주차 목요일이 됐다.

평소보다 1시간 먼저 강의장에 모인 교육생들.

그동안 윤재는 칩 35개를 확보했는데, 여유 있게 1위를 달리고 있었고, 그 뒤를 한송이가 바짝 쫒고 있었다.

“오늘은 이번 주 미션의 하이라이트인 [ 미션! 상품을 팔아라! ] 가 있는 날입니다.”

“.....”

다들 긴장된 표정으로 인사팀 담당을 바라봤다.

“선배들에게 들어서 대충 알고 있을 겁니다만, Rule을 몇 가지 설명 드리겠습니다.”

O2 그룹의 신입사원 입문 연수의 오랜 전통!

상품 팔기 미션.

가족. 친구. 지인들에게 물건을 파는 행위는 금지됐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선택한 물건을 파는 게 룰이었다.

“여러분들은 최소 50만원 이상의 물건을 팔아야 합니다. 50만원 미만은 과락으로 칩스를 하나도 얻지 못합니다.”

인사팀 직원의 설명이 계속됐다.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1등 팀은 전원 20개의 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2등 팀은 전원 10개의 칩! 3등은 5개의 칩이 주어집니다.”

인사팀 담당자가 속사포처럼 룰을 설명했다.

“그럼 2001년 신입사원을 위한 상품을 소개합니다.”

디지털 카메라 50만원!

MP3 플레이어 20만원!

O2 라이언 화장품 세트 10만원!

O2 라이언 건강용품 세트 5만원!

O2 푸드 스팸 세트 3만원!

O2 푸드 식용유 세트 1만원!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의 목록이었다.

조별로 무엇을 골라야 할지 치열한 논쟁을 했다.

“디카로 가야 합니다. 두 세 개만 팔아도 순식간에 100만원을 넘길 수 있습니다.”

동기 백현민의 얘기에 한송이가 딴지를 걸었다.

“현민 오빠는 청평 읍내에, 생면부지의 젊은이들이 파는 디카를 사 줄 사람이 있다고 보세요?”

“.....”

한송이는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여자였다. 한송이는 계속해서 그녀만의 논리를 펼쳐나갔다.

“우리가 물건을 팔 곳은 청평읍으로 제한됩니다. 시장의 특성, 물건을 파는 주체들인 우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 합니다.”

‘내가 할 얘기를 대신 해 주는군!’

윤재는 조용히 조원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미 조장으로 자신이 선출돼 있었다.

다른 동기들에 비해 말에 무게가 실릴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조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 자신의 생각을 밝힐 계획이었다.

“그럼 한송이 씨는 뭐가 좋겠어요?”

“저도 그건 잘.....”

해마다 바뀌는 제품!

이번 선택 상품들은 족보에 없던 것들이었다.

조원들은 서로 지루한 공방만 주고받을 뿐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윤재가 드디어 팔짱을 풀었다.

◈          ◈          ◈

“우리는 스팸을 팔아야 합니다.”

“스팸이요? 스팸 세트는 하나에 3만원입니다. 최소 17 세트를 팔아야 50만원 겨우 넘긴다 구요.”

공대생답게 백현민은 의미 없는 계산을 했다.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윤재의 말에 한송이가 반색했다.

“정말요?”

“안 팔리면 저를 잡아먹으십시오.”

“지금 농담할 때가 아니라 구요!”

한송이가 조바심을 냈다.

한 시간 주어진 토론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조별 활동비로 20만원 준다고 했죠? 그걸로 준비물을 좀 삽시다.”

“준비물요? 활동비는 교통비와 식대로 지급되는 겁니다.”

“활동비 어떻게 사용하라는 규칙은 없었어요.”

“?”

윤재의 말이 맞았다. 20만원을 활동비로 줬지만, 사용처에 대한 제한 같은 건 없었다.

“한송이씨!”

윤재가 한송이를 바라봤다.

뭔가 결의에 찬 표정이었다.

“네?”

“송이씨가 래깅스만 입어주면 50만원 매출은 일도 아닙니다.”

“래깅스요?”

“네. 래깅스라고 서구에서 유행인 옷이 있습니다. 청평시장에 가면 비슷한 제품이 있을 겁니다.”

윤재의 계획을 성공시키려면 한송이에게 래깅스를 입혀야 했다. 그러면 모든 게 수월하게 풀릴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한송이는 예상대로 반발했다.

“말도 안 됩니다. 저보고 래깅스 입고 호객행위를 하라 구요? 이건 여성을 상품화하는 거 아닙니까?”

윤재의 계획은 단순했다.

청평시장에 나가 막걸리 등 필요한 물품을 구입한 뒤, 스팸을 구워 판매한다는 계획이었다.

그 계획의 성공을 위해서 한송이의 몸매가 필요했던 것이다.

“청평 읍내는 남이섬으로 가는 길목입니다. 관광객들이 많이 지나가죠. 게다가 오늘은 청평 장날입니다. 송이씨의 몸매로 아저씨들을 끌어 모은 뒤, 스팸을 구워 팔면 50만원 그까짓 거 일도 아닐 겁니다.”

“.....”

청평읍에 나가 디카를 파는 것보다 솔깃한 아이디어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한송이가 래깅스를 입어야만 했다.

“송이씨! 1등 하고 싶다면서요?”

“.....”

“송이씨! 자본주의에서는 여자의 몸매든, 남자의 근육이든 모든 게 상품입니다.”

“.....”

계속되는 설득에 한송이의 감정 상태가 분노에서 갈등으로 한 단계 완화돼 있었다.

“상품은 자본주의의 세포다!”

“마르크스의 얘기로군요?”

“그렇습니다. 잘 아시네요. 자본주의란 그런 거에요. 이제 송이씨 결정만 남았습니다.”

“.....”

윤재는 한송이의 표정이 결단으로 많이 기울었음을 느꼈다. 이젠 쐐기를 박을 차례였다.

“한걸음을 딛어야 두 발자국 나갈 수 있습니다.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호객행위를 하는 것!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옷을 입고 시장바닥을 돌아다니는 것! 모두 송이씨가 해본 적 없는 일일 테죠!”

“!”

“회사에서 물건 팔아 라는 미션을 시킨 것도, 온실 속 화초처럼 살지 말고 야생을 체험해 보라는 의미 아닐까요?”

“!”

5명의 조원들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돌이켜 보면 그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얘기였던 것이다.

비싼 돈 들여 뽑은 신입사원들.

그들에게 길거리로 나가 물건을 팔아 라고 시킨다?

얼마 안 되는 매출이 목적은 아닐 것이다.

부담되는 미션이지만 이런 효과를 기대했기 때문이란 걸 모두 알고 있었다.

“좋습니다.”

마침내 한송이가 결단을 내렸다.

“그럼 일분일초가 아까우니 출발해 볼까요?”

윤재가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본 한송이 모습 중에서 지금 이 순간이, 전현생 통 털어 가장 예쁜 얼굴 아닐까?’

어려운 결정을 내려 준 한송이가 고마울 따름이었다.

◈          ◈          ◈

2001년 청평 읍내에는 당연히 래깅스가 없었다.

한송이는 어쩔 수 없이 쫄바지와 쫄티를 입어야 했다.

새빨갛게 달아 오른 한송이의 얼굴은 청순했고, 나올 곳과 들어갈 곳이 확실한 몸매는 확실히 눈에 띄는 것이었다.

‘O2 스팸 & 막걸리!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맛!’

윤재가 그림과 글을 쓴 피켓에 적혀있는 문구였다.

한송이는 라운드 걸처럼 피켓을 들고 청평시장 주변을 돌아다니며 피켓을 흔들어 보였다.

‘마른 체형인데 굴곡이 장난 아니네!’

깡마른 몸인데 가슴과 힙의 굴곡이 장난 아니었다.

피켓을 들고 있어서 유독 도드라져 보이는 곡선이었다.

“자!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르고, 둘이 먹다 둘 다 죽어도 모를 스팸전 하나 드셔 보십시오.”

“막걸리 한잔에 스팸 한 점이 단 돈 천원!”

“날마다 오는 게 아닙니다. 오늘 하루 절세미녀 한송이가 함께 합니다.”

한송이에게 미안했기 때문에 윤재는 더욱 목청을 높였다.

탄탄한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윤재의 목소리가 시장 바닥을 쩌렁쩌렁 울려대고 있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O2 그룹에 입사한 조원들.

처음엔 민망한 표정과 어정쩡한 자세로 구경만 했지만, 마침내 그들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들 보다 훨씬 고생하는 한송이와 윤재에게 미안했기 때문.

송이를 제외한 남자들은 모두 O2 그룹 홍보용 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시장 바닥을 갈고 다니며 열심히 스팸 전과 막걸리에 대해 홍보를 했다.

“청평 시장 역사상 최고의 미녀가 떴대!”

“연예인들이 영화 찍는 것 같다드만.”

“엄청 이쁘고 몸매 좋은 처자와, 잘생긴 총각이 막걸리를 판대!”

규모가 아주 작은 청평시장에 재빠르게 소문이 퍼져나갔다.

어느새 아저씨들이 윤재와 한송이 주변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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