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직 상무가 너무 잘함-35화 (35/196)

벌처럼 쏜다

장팀장의 특명을 받고 구례로 가는 길!

윤재는 자신의 차에 오석진 과장을 태우고 이동 중이었다.

“지금 양봉장 일로 바쁘니까 구례읍 말고 산동면으로 오쇼.”

산동물산 김동현 사장님의 말씀이었다.

“양봉을 하다 우리 대리점을 한 건지, 우리 대리점을 하다 양봉을 시작했는지 모르겠군요?”

“가서 확인해 보면 알겠지!”

광주에서 1시간이 넘게 걸리는 구례군 산동면.

지리산 온천과 산수유로 유명한 그곳에 산동물산 사장님의 양봉장이 있었다.

전화 안테나가 한 두 칸 밖에 뜨지 않는 깡촌이었다.

“내가 상대할 테니 너는 뒤로 빠져 있어라!”

“네. 과장님!”

양봉장에 들어가기 전 오석진 과장이 호기롭게 말했다.

◈          ◈          ◈

“편지는 잘 전달된 것 같고만요? 최과장이 아니라 양복 입은 사람들이 둘씩이나 온 거 보니까.”

산동물산 김동현 사장이 윤재와 오과장을 보고 던진 첫마디였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양봉장 특성상, 그는 가스 토치로 밥을 하려는 건지 장작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김동현은 덩치가 곰 같았고 인상이 굉장히 사나웠는데, 벌에게 쏘였는지 오른쪽 턱 밑이 퉁퉁 부어 있었다.

그 바람에 안 그래도 험악한 인상이 더 사납게 보였다.

그의 말투에서 회사에 대한 적개심이, 젓과 꿀처럼 넘쳐흘렀다.

호기롭게 자신이 상대하겠다던 오석진 과장은 시작부터 주눅이든 얼굴이었다.

오과장과 윤재가 명함을 건네며 본격적인 대화가 시작됐다.

“그래. 편지에 대한 답은 뭡니까?”

“네. 최과장은 회사에서 인사 조치를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최과장 얘기에 김동현이 흰자만 보이는 눈으로 말했다.

“최과장! 그 인간 그러면 안 됩니다. 장마철 오기 전에 설탕 몰아주겠다며 단물 쪽쪽 빨아 먹더니, 태풍인가 허리케인인가 왔다고 안면몰수 하면 안 되지!”

“회사를 대신해 죄송하단 말씀 드립니다.”

“죄송하고말고 보다 나는 설탕이 필요하단 말입니다. 최과장이 약속한 15kg 300 팔레트를 달라 이겁니다.”

“300 팔레트요?”

윤재는 혀를 끌끌 찼다.

험상궂은 얼굴에 기죽은 오석진 과장이 산동물산 사장님에게 말려들고 있었다.

윤재는 쉽사리 끝나지 않을 그들의 대화를 흘려 들으며 주변을 둘러 봤다.

30통의 양봉 통이 늘어서 있는 양봉장 중 벌통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수천마리의 꿀벌이 떼죽음 당한 벌통이었다.

벌에 쏘인 것으로 보이는 김동현 사장.

꿀벌들의 사체 언덕!

윤재는 상황이 대충 짐작됐다.

장수말벌 정찰조의 꿀벌 통 기습이 있었고, 그 때 벌에 쏘인 것이 분명했다.

전생에서 양봉장과 지역대리점에 설탕 판매를 2년 넘게 했다.

덕분에 양봉과 꿀에 대해, Semi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갖고 있었다.

‘김동현 사장 보통 내기는 아니다. 내용증명이 아니고 편지를 직접 보낸 것도! 초장에 300 팔레트라는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것도!’

어차피 오석진 과장과 김동현 사장의 얘기는 쉬 결론을 낼 수 없을 것이었다.

양광수 상무의 구두 허락의 허용범위는 대략 100팔레트 전후!

300팔레트는 오석진 과장의 재량을 한 참 뛰어넘는 수량이었다.

그 때 였다.

“부우우웅!”

윤재의 귀에 프로펠러 비행기가 날아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고, 그의 귀를 자극했다.

‘뭐지? 분명히 말벌들 소리 같은데? 선발대가 오는 건가?’

전생에서 양봉장을 들락거리다 들었던 말벌들의 소리!

꿀벌들을 대거 학살해 버리는 말벌들이 분명했다.

아직 말벌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은 거리가 제법 남아 있다는 얘기였다.

오과장은 여전히 김동현 사장 앞에서 쩔쩔 매고 있었다.

‘설마? 나만 들리는 건가?’

윤재는 순간 떠오르는 장면이 있었다.

얼마 전 광남대 산책을 갔다가, 위기에 처한 개들을 구해준 적이 있었다!

‘왓더!!! 개들을 구해주고, 청각이 업그레이드 됐단 말인가?’

말벌들의 붕붕거리는 소리가 한층 더 가까워졌다.

평상에 앉아 지루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오과장과 김사장!

‘이 방법이 통할까?’

윤재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느새 자켓을 평상에 벗어 둔 상태였다.

윤재가 사체들이 널려 있는 벌통으로 다가갔다.

순간 장수말벌 5마리가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꿀벌 통을 습격하기 위해 보낸 선발대였다.

‘이대로 두면 오늘 김사장네 꿀벌들은 전멸한다!’

윤재가 양쪽 소매를 걷으면서 자세를 낮췄다.

평상 위에서 백분토론을 벌이던 김동현 사장이 윤재를 보고 깜짝 놀라 말했다.

“오과장님. 가만 계셔 보소! 어허 저.. 저....”

“네?”

“저 총각! 지금 뭐하는 겁니까? 보호장구도 안하고 벌통 가서 뭐하는 겁니까?”

윤재를 쳐다보는 오과장과 김사장의 눈동자가 점점 커져갔다.

◈          ◈          ◈

‘통한다!’

회귀하며 고양이의 도움으로 초인적 스피드가 생긴 윤재.

집중할수록 능력이 강화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윤재의 눈에 장수말벌들의 움직임이 들어왔다.

마치 슬로 모션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짧게 끊어 친 펀치에 장수말벌 한 마리가 대가리와 몸통이 분리돼 맥없이 땅바닥에 추락했다.

김동현과 오석진은 윤재의 몸놀림을 넋놓고 바라볼 뿐이었다.

‘쓱 빡! 쓱 빡!’

윤재는 스스로 자신의 속도에 놀랐다.

‘장수말벌 한 마리가 꿀벌 수백, 수천마리를 죽인다. 양봉업자에겐 귀찮은 존재! 평소 양학을 일삼던 놈들! 오늘 한번 뒈져 봐라.’

순식간에 정찰과 선봉대 역할을 부여받은 장수말벌 다섯 마리가 요단강을 건넜다.

오석진 과장과 김동현 사장이 깜작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가오지 마시고 보호마스크부터 착용하십시오.”

윤재의 외침에 놀란 김사장이 보호장구를 하고 오과장에게도 모자와 마스크를 건넸다.

순간 일본 나카지마 폭격기의 비행소리 같은 것이 들려왔다.

물론 윤재에게만 들리는 소리였다.

양봉장 근처에 있던 말벌통.

말벌들이 선봉대가 보낸 위기 페로몬에 반응해 구조차 날아오고 있었다.

장수말벌의 지독한 동료애와 복수심은 양봉업계에는 아주 유명했다.

대충 듣기에도 7~80마리는 넘어 보였다.

이 정도면 양봉장 근처에 있는 말벌들의 집, 2~3개에서 총출동한 부대라 보는 게 맞았다.

“저. 저. 저 총각이 일냈네. 일냈어. 이를 어째! 이러다 시체 치우는 거 아녀?”

윤재는 김사장의 얘기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김동현에게 부탁했다.

“사장님! 좀 전에 쓰시던 토치 좀 줘봐요!”

“토치는 뭐하게?”

“사장님! 꿀벌들 지키려고 그러는 거니까 일단 토치 내놔요. 오과장님 라이터 좀 주시고요!”

김동현 사장과 오과장이 건네준 토치를 들고 윤재는 앞으로 뛰어 나갔다.

장수말벌들이 공격대형을 갖추기 전에 선빵을 날리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화라락!”

사람들에게는 그저 토치의 불꽃에 불과한 화염이, 장수말벌들에게는 화염방사기 보다 더 크게 느껴질 것이었다.

장수말벌들이 비산을 시작하기 전 윤재가 불꽃을 토해냈고, 순식간에 말벌들이 통구이가 돼 바닥으로 추락해 버렸다.

‘아이고! 그것들 참 타는 냄새 한 번 고소하다! 타죽기 좋은 날이다!’

윤재는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이 유려한 동작으로 벌들 사이를 종횡무진하며 장수말벌들을 태워버렸다.

10분 조금 안 되는 시간동안 윤재는 종횡무진했다.

“부우우우웅!”

다시 한 번 나카지마 폭격기 같은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자기들이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적임을 알아챈 장수말벌 떼!

조직적으로 퇴각하며 내는 소리는 진격할 때의 소리에 비해 현저하게 작은 소리였다.

말벌들의 습격에 대비하기 위해 벌통에서 쏟아져 나온 꿀벌들 수천마리는 그저 벌통 위만 지키고 있었다.

꿀벌들은 추가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고, 고스란히 김동현 사장에게 이익이 될 것이었다.

◈          ◈          ◈

“세상에! 이게 대체 몇 마리야?”

벌통 주변에는 윤재가 때려죽인 말벌들과, 말벌을 공격하다 새로 죽은 꿀벌들까지, 사체가 즐비했다.

어느새 보호장구를 갖추고 달려온 김동현 사장과 오석진 과장.

망사 보호장구 너머 김사장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물었다.

“67마리입니다. 그리고 이 숫자면 김사장님 꿀벌 통 30개에 있는 모든 꿀벌들을 전멸시키고도 남을 숫자죠.”

윤재가 걷었던 소매를 펴고 손을 털며 말했다.

“이게 말이 돼? 그리고 그 사이에 죽은 말벌 숫자를 샜다고?”

“네. 원 샷 에브리바디 킬로다가....”

오석진 과장도 김사장에 이어 입을 벌린 채 굳어버린 것 같았다.

“내 살다 살다 이런 광경은 처음 봅니다.”

여전히 충격과 공포에 빠져 있는 김동현 사장.

양봉 경험이 몇 년 안 된 그는 말벌을 꿀벌을 죽이는 귀찮은 존재로만 생각했을 뿐, 선발대와 페로몬 등에 대해 전혀 지식이 없었다.

땀이 난 머리카락을 슬쩍 넘기는 윤재의 모습은, 곰 같은 김동현이 보기에도 멋져보였다.

“사장님! 다시 평상으로 가셔서 비즈니스 얘길 좀 해 볼까요?”

“그. 그. 그라입시다.”

“그리고 시원한 꿀물이나 한잔 주십시오. 목이 좀 마르군요.”

“여. 여부가 있겠습니까?”

◈          ◈          ◈

“그러니까 양봉일은 하신지 얼마 안 됐다구요?”

“네. 그렇소이다.”

윤재의 장수말벌 학살을 지켜 본 김동현 사장.

어느새 말벌이 아니라 꿀벌이 돼 있었다.

주도권을 잡은 윤재가 말벌을 사냥하듯 김사장을 몰아쳐갔다.

“최과장님이 300 팔레트를 약속한 게 맞습니까?”

“꼭 300팔레트라기 보다는.... 그것이 그러니까.... 최대한 밀어주겠다고....”

김동현 사장이 눈동자를 고정시키지 못한 채 우물쭈물 했다.

“촌지는요?”

“10만원 백화점 상품권 준 적 있구만요.”

최동식이 잘 한건 아니지만, 백화점 상품권 10만원 때문에 13년 다닌 회사를 관두다니!

인생이란 참으로 묘한 구석이 있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엎질러진 물이었다.

윤재는 진도를 나갔다.

“전 세계가 당분간 설탕 값 폭등과 공급부족을 겪을 겁니다.”

“그것이... 그러니까.”

“다들 설탕 때문에 난리입니다. 이달에 사장님께 100 팔레트는 보장해 드리고, 인상 전 가격으로 공급해 드리겠습니다.”

“.....”

“늦어도 2개월 정도면 다시 공급 원활해 질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예. 뭐... 그렇게만 해 주신다면야....”

“최동식 과장님은 회사에서 인사 조치를 할 계획입니다.”

“아니 뭐 꼭 그렇게 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디.....”

최동식 과장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는 소식에 김사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 모든 것보다 더 좋은 제안을 가지고 왔습니다.”

윤재가 서류가방에서 컬러로 출력된 보고서를 꺼냈다.

임원실에서 발표했던 내용이었다.

김동현 사장의 눈높이에 맞춰 윤재가 하나하나 설명해 나갔다.

김동현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눈동자를 키웠다가, 미소를 지었다가 윤재를 바라봤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          ◈          ◈

“어떻습니까? 이 제안대로 해 주시면 사장님은 단순한 대리점과 양봉업을 떠나 지역의 빅딜러로 성장해 나갈 수 있습니다.”

김동현 사장을 구례 전역과 곡성, 광양권까지 커버할 수 있는 O2의 대리점으로 키워주겠다는 윤재의 제안!

투서로 시작된 김사장의 불만을 잠재우면서, 김동현 사장의 영업력을 이용해 시장지배력까지 키우겠다는 복합적인 제안이었다.

김동현은 단순하고 투박했지만 카리스마 넘치는 영업력이 있다는 것을 윤재는 잘 알고 있었다.

윤재의 설명이 끝나자 김동현 사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정말 이게 다 가능한 일입니까?”

“사장님! 저희 국내 1위의 종합식품회사 O2입니다.”

“그. 그렇죠!”

“당장 결정하긴 쉽지 않을 겁니다.”

“그. 그렇죠!”

“어떻습니까? 다음 주 정도에 사장님 거래하시는 양봉업 사장님들 모아주시면 저희가 한 번 더 브리핑을 해 보겠습니다.”

“정말 그렇게 해 주시겠습니까?”

“네.”

“진짜로 말벌 트랩이랑, 설탕 공급기도 제공해 주는 거 맞죠?”

“사장님! 저희 국내1위 종합식품회사 O2 라니까요.”

“그. 그렇죠.!”

“양봉업 하시는 분들의 골칫거리가 말벌 아닙니까? 이 트랩이 보급되면, 아주 쉽게 말벌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사장님도 벌에 쏘이는 일 없을 거구요.”

“감. 감사합니다.”

윤재의 플랜대로 진행된다면 연 매출 4~5억의 대리점에서, 15억대 대리점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시골 대리점에서 대도시 잘 나가는 대리점 수준이 되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고향을 알리는 꿀을, 브랜드화 해 O2가 나서서 홍보해주겠다는 제안.

솔깃하지 않다면 사업하면 안 되는 사람인 것이다.

“오대양이 도와주신다면 한번 해보겠습니다.”

“그럼 사장님께서 오케이 해 주신 걸로 알고 저희도 진행해 보겠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오대양이 아니라 O2입니다.”

윤재가 ‘O2’ 에 일부러 힘을 줘 말했다.

“네. O2. 저도 알고 있습니다.”

윤재와 오과장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따라오며 김동현이 물었다.

“그런데 젊은 양반이 어찌 그리 꿀과 벌에 대해 해박하시다요?”

“저도 사장님만큼 꿀을 좋아합니다.”

“.....”

“그리고, 최동식 과장은 꼭 그렇게까지 조치 안하셔도 되는디....”

“사장님!”

“네?”

“저희 O2는 정도경영을 추구하는 회사입니다.”

“.....”

“다음 주에 스케줄 잡아주시는 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윤재는 오과장을 태우고 광주로 출발했다.

골치 아픈 장수말벌 부대를 궤멸시켜 주고, 떼돈 벌 제안까지 해준 윤재와 오석진!

김동현 사장은 윤재 차가 사라진 언덕길을 한 참 동안 바라보고 서 있었다.

◈          ◈          ◈

“윤재야 뭐 하나 물어봐도 되니?”

“네. 과장님! 뭐든 말씀만 하십시오.”

“너. 진짜 정체가 뭐냐?”

“저요? O2 그룹 계약직 김윤재입니다.”

“커허허. 이 미친 자식.... 대체 꿀과 양봉은 어떻게 그렇게 빠삭한 거야?”

“제가 꿀을 좋아하다 보니까 알게 됐습니다.”

“헐!”

무려 20년의 전생경험 덕분임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그건 그렇고 니 몸놀림 보고 진짜 놀랐다. 마이크 타이슨도 울고 갈 솜씨던데.... 복싱을 언제 배웠었니?”

“배우긴요.”

“그런데 어떻게 그런 미친 몸놀림이 가능하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체육시간에 게을리 하지 않고 국민체조 했더니 이렇게 됐습니다.”

“커허허. 내가 졌다. 졌어!”

입사 동기지만 팀장인 장동석!

계약직이지만 회사 영업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윤재!

그 둘 콤비를 보며 오석진 과장은 스스로 발전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윤재야!”

“네. 과장님!”

“왜 그랬니? 아무도 모르니까 투서 못 본 척 해도 됐잖아? 내 말은, 정규직 전환이 눈앞인데 무리할 필요 있었냐는 거지!”

“그냥요... 비겁하기 싫었습니다. 그 뿐이에요!”

“.....”

오석진은 자신의 옹졸한 생각이 진심으로 부끄러웠다.

“윤재야! 위기를 거꾸로 말하면 뭐라 하는지 알지?”

“기위요?”

“커허허허. 내가 졌다. 졌어! 기위가 아니라 기회지 녀석아!”

“과장님. 조크입니다. 조크!”

“너도 이제 곧 정규직이 된다하니, 우리 함께 위기를 기회로 바꿔 나가자.”

“그렇게 하겠습니다.”

윤재가 오과장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봄날의 따스한 햇살을 받은 차 안.

두 남자의 주먹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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