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직 상무가 너무 잘함-14화 (14/196)

차명수의 운수 사나운 날

‘왜 아직까지 안 나오는 거야?’

윤재는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아침 출근 시간!

차명수의 집 앞에서 그를 기다렸지만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어제 밤 차명수가 쏘는 회식자리가 있었다.

자신의 생일축하에 보답 한다며, 직원들에게 생일 턱을 냈던 것이었다.

그는 직원들이 권하는 축하주를 한잔 두잔 받아 마셨고, 급기야 술이 떡이 되게 취하고 말았다.

주량이 꽤 쌘 편인 차명수였지만, 기분이 업 된 그는 주량인 소주 네 병을 두 배 가까이 오버하고 말았다.

“윤재씨. 미안한데, 내가 어제 차를 두고 왔잖니. 미안하다. 아침에 출근할 때 나 좀 픽업해 가면 안 될까?”

새벽에 혀 꼬인 목소리로 전화해 차명수가 부탁한 얘기였다.

어차피 회사 출근 동선 상에 있어 윤재는 차대리를 픽업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8시30분이 다 돼 가도록 차명수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7시 반이면 팀 1등으로 출근하던 윤재의 루틴은 이미 깨져버렸다.

‘지각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나와야 하는데···.’

그때서야 차명수가 거지같은 몰골로 아파트 현관을 나오고 있었다.

“미. 미안하다. 많이 기다렸지?”

“대리님! 정확히 40분을 기다렸습니다. 진짜 너무하시네. 이번이 대리님 픽업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로 저 부르지 마세요.”

“미. 미안하다! 그런데 좀 천천히 가면 안 될까? 너는 무슨 운전이 이리 터프하냐? 토할 것 같으니까 제발 좀 천천히 가자.”

운 좋게 신호등도 도와주고 있었고, 다행히 지각은 면할 것 같다고 생각하던 순간!

차명수의 위와 장이 결국 지각에 대한 걱정을 다시 불러왔다.

“우웩! 우웩!”

급히 차를 세워 달라던 차명수는 길가에 오바이트를 해댔다.

‘이 인간 하나 살리다 초가삼간 다 태우게 생겼어!’

윤재는 차명수의 등을 두드리며 장팀장께 전화를 걸었다.

“팀장님! 죄송합니다. 오늘 일이 있어 조금 늦을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다. 살다보면 좀 늦을 수도 있지. 그런데 어디 길래 오바이트 하는 소리가 나냐?”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알았어. 조심히 와라.”

“네. 팀장님!”

‘뭐! 차대리가 직원들께는 전후 사정을 잘 말씀하시겠지!’

윤재는 차명수를 부축해 다시 사무실로 출발했다.

“윤재씨! 미안. 설사에 오바이트에 아이고 딱 죽겠다. 진짜 미안.”

“이제는 오바이트 아니라 오바이트 할아버지를 해도 안 멈출 테니까, 혹시 나오거든 다시 삼켜요.”

“헙! 그렇게 무서운 말을?”

차명수가 입을 틀어 막았고, 윤재는 고물 중고차의 악셀을 힘껏 밟았다.

사무실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오바이트를 해서인지 차대리는 대충 정신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차명수는 그답게 은혜를 원수로 갚는 패악을 저질렀다.

“그런데! 차가 이게 뭐냐? 르망 사라고 했다고 진짜 르망 중고를 사냐? 나처럼 그랜저XG 정도는 돼야지!”

‘인간아! 40분도 늦게 나와 민폐 끼친 주제에 그게 할 소리냐?’

자신의 소나타가 말썽부린다고 했을 때부터, 차명수는 그랜저 주문을 해 놓은 상태였다.

“내차는 밟는 대로 쑥쑥 나가는데 이 차는 뭐 이래?”

“1.5가 그렇죠 뭐.”

“역시 돈이 최고라니까. 비싼 차는 비싼 값을 하고, 똥차는 똥값을 한다고.”

“대리님? 내리고 싶은 것 아니면 조용히 앉아 계세요. 운전 방해 되니까!”

“야! 너는 내가 명색이 고참인데 말을 그렇게 하냐?”

“자꾸 설사에 똥차에 똥 타령만 하니까 그러죠.”

차대리와 옥식각신 하는 사이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다 왔습니다. 내리세요. 저는 주차하고 올라갈게요.”

“그래. 하여튼 고맙다.”

차명수는 윤재의 르망에서 내리며 들으란 듯이 한마디 덧붙였다.

“이 놈의 똥차! 다시 타라고 해도 안 탄다.”

차명수는 슬라이딩 도어스로 9시 직전에 사무실에 골인했지만, 윤재는 결국 지각하고 말았다.

늦게 왔더니 지하 주차장이 만석이라, 주차공간을 찾느라 시간이 지체되고 말았던 것이다.

◈          ◈          ◈

“윤재씨! 지금 몇 시야? 규정은 9시 출근이지만 고참들은 8시 30분이면 다들 출근하는데. 지금 몇 시냐고?”

“죄송합니다.”

“신입에 그것도 계약사원이 지각이나 하고. 우리 팀 기강이 이거 밖에 안 되나?”

“죄송합니다. 오과장님!”

“오과장님 그만 하세요. 윤재씨가 계속 잘 해줬는데, 오늘은 급한 일이 있었나 보죠.”

놀랍게도 오과장님을 말려준 사람은 차명수가가 아니라 다른 선배였다.

윤재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 차대리. 전후 사정을 직원들이나 장팀장께 얘기 안한 게 분명했다.

‘으이구. 저 인간!’

하지만 이 정도 일에 짜증낼 윤재가 아녔다.

‘하긴! 전생에서는 차명수 대리와 화해하는데 1년 넘게 걸렸으니까!’

전생에서 윤재는 차명수와 사사건건 강대강으로 부딪혔다.

회귀 후 전생보다 수십배의 능력을 갖고 있는 윤재였지만, 윤재는 전략적인 인내와 후퇴를 계속하고 있었다.

‘지금껏 잘 참았다. 지구전으로 차대리를 잡는다!’

◈          ◈          ◈

“네. 사장님! 밀가루하고 설탕 발주 하시겠다구요?”

“물류에 연락해서 내일 아침 6시까지 도착토록 조치하겠습니다!”

“회사 입금 계좌 알려 달라 구요. 네 사장님 제가 일단 말씀 드릴 테니 메모 하십시오. 전화 끝나면 사장님 문자로도 계좌 번호 남겨 드릴게요.”

“김대리님. 품의서 진행 상황이요? 네. 지금 본사 운영팀장님 앞에 올라가 있습니다. 그 쪽 실무자에 전화 한번 해보겠습니다.”

“아! 형제유통이요? 아니요! 오늘 입금 들어온 거 없습니다. 과장님 운전 중이시면 제가 형제에 전화 한번 해 볼까요?”

하나를 시키면 두수 세수 앞의 일처리까지 진행했고, 항상 결과를 피드백 해 줬다.

주무를 맡은 윤재의 전매특허였다.

때문에 윤재에게 주문 대행이나 배차확인 등을 맡기면 실수라는 게 없었다.

그래서 거래처 사장들도, 직원들도 모두 윤재를 신뢰했다.

오전 내내 정신없이 일처리를 하고 있는데, 차대리가 어색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윤재씨. 내가 미안해서 그러는데, 오늘은 내가 살 테니 밥 먹으로 갈래?”

“그러시죠. 마침 밥시간이군요.”

다들 외근을 나간 바람에 사무실에는 둘만 남아 있었다.

장동석도 팀장들끼리 양상무를 모시고 식사하러 나가고 없었다.

“어제 술 마신 쪽으로 가자고. 차도 찾아야 하고 말이야. 그 쪽에 가면 복탕을 기막히게 하는 곳이 있어.”

어째 밥을 산다 했더니 윤재 차를 얻어 타고 가는 게 목적이었다.

“대리님! 잘 먹을게요. 그런데 다시는 제 차 안 탄다고 했잖아요?”

“아하하. 내가 그랬었나? 그럼 뭐 이번까지만 얻어 타자!”

차명수! 넉살 하나는 알아줄만 했다.

◈          ◈          ◈

“아니. 씨발 이게 뭐야? 어떤 새끼가 이랬어?”

차명수는 노발대발 하며 광광거렸다.

윤재와 차대리는 복탕 집에 들어가기 전, 식당 근처에 있는 차대리의 그랜저를 보러 갔었다.

애마가 무사한지 봐야겠다며 차대리가 우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도착해 보니 뽑은 지 일주일도 안 된 그랜저에 못 같은 것으로 긁은 자국이 난자돼 있었다.

[ 시팔놈아 여기에 주차하지 마!]

못으로 눌러 쓴 글씨가 뒷좌석부터 뒷 범퍼 쪽으로 또렷이 적혀 있었다.

차명수는 온 몸에서 분노를 뿜어댔다.

“나. 이대로는 못 참는다. 윤재야! 일단 밥부터 먹고 오자. 핵전쟁을 하려면 배를 채워야 한다. 그 다음에 경찰 불러서 이 놈들을 요절을 내고 말겠어. 아! 씨발. 아! 씨발 새끼들! 열 받아 미치겠네!”

“그러게요. 어떤 사람이 감히 국산 대형차에 기스를 냈는지. 대리님! 참 화 나시겠어요.”

윤재의 멘트에는 영혼이 1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지? 화나겠지? 아이고 열 받아. 아이고 열 받아.”

“맞아요. 얼마나 화날까요? 어휴! 안타까워라!”

차명수가 골탕 먹는 게 기쁜 일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안타깝지도 않았다.

일단 밥을 먹고 사태를 해결하기로 하고 안내 받은 방으로 들어갔다. 차명수는 여전히 코를 씩씩 불어댔다.

“아니 차대리 아냐? 어라? 윤재씨도 왔네?”

식당에는 장동석, 지원팀장, 양광수 상무가 있었다.

그들은 식사를 거의 마쳐가고 있었다. 양상무를 따라 해장하러 온 모양이었다.

어색하게 인사를 한 뒤 윤재와 차명수는 테이블에 앉았다.

그랜저 기스 사건에 따른 분노로, 차명수는 양광수 상무고 뭐고 눈에 들어올 겨를이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을 기다리던, 장동석이 차대리를 보더니 대뜸 물었다.

“차대리. 너 어제 음주운전해서 집에 간 건 아니지?”

전날 차대리가 과음한 것도 문제지만, 최근 회사 직원들이 음주에 적발되며, 영업본부 분위기가 음주운전에 대해 각별히 민감해져 있었다.

“아닙니다. 팀장님! 저 그렇게 몰지각한 사람 아닙니다.”

“그럼 대리운전 불러서 갔어?”

“예? 아. 아니요.”

“그럼. 뭐야? 택시 타고 갔어?”

“예? 아. 아. 아니요.”

“대리도 아니고, 택시도 아니면 뭐야? 진짜 음주운전 한 거 아냐?”

“아. 아. 아닙니다. 어제는 윤재씨 차 얻어 타고 같이 갔습니다. 대리기사 불러서요. 그치 윤재야?”

“네. 맞습니다.”

“그래? 그럼 오늘은? 오늘은 뭐 타고 왔기에 너도 지각하고 윤재도 지각했어?”

“....”

차대리도 윤재도 말이 없었다.

식사를 마친 양광수 상무가 차명수를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양광수는 이쑤시개로 이를 쑤시며 팝콘각으로 이들의 대화를 감상하고 있었다.

“왜. 말이 없어?”

“그. 그것이···.”

“너 음주운전 하다 걸리면 회사 짤리는 거 몰라?”

“음주 안했습니다. 진짜에요. 사. 사. 사실 아침에도 윤재씨가 태워 줬습니다.”

“그래? 그런데 왜 둘 다 늦었어?”

“그. 그것이. 그러니까.”

“상무님 계시는데 너 똑바로 말 안 해.”

장팀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고, 룸 안의 사람들이 신기한 구경이라도 하는 모양으로 윤재 일행을 쳐다봤다.

“사실은 제가 아침에 설사가 자꾸 나와서···. 죄송합니다. 팀장님! 죄송합니다. 상무님!”

“장팀장! 이거 설사 얘기 듣기 민망하구만. 우리 먼저 갑시다. 차대리는 식사마저 해라.”

양상무가 숟가락을 식탁위에 내려놓자 식탁 분위기가 급랭했다.

"차대리, 직장선배로서 한 마디 하지. 비즈니스 하는 친구가 옷 차림이 그게 뭐야? 꼭 그렇게 '나 술 먹었소' 라고 티내고 출근해야겠어? 대리씩이나 되가지고 말이야.“

“죄송합니다.”

“윤재씨를 봐. 같이 술 마셨어도 단정하고 깔끔하잖아. 인물을 살려주는 옷차림이지. 근데 너는 생긴 것도 그런데 머리꼬라지며 어휴~”

양상무가 냅킨을 들고 일어서자 장팀장과 최팀장도 따라 일어섰다.

장팀장이 성난 얼굴로 말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카리스마였다.

“너 이따 내 방으로 와!”

“예...예. 팀장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팀장들이 먼저 나가자 이쑤시개를 들고 방을 나가던 양상무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차명수를 돌아봤다.

◈          ◈          ◈

“에이. 씨발! 에이. 씨발!”

식사를 마치고 자신의 그랜저를 찾아 사무실로 돌아오던 차명수는 욕을 계속하며 핸들을 쾅쾅 내리쳤다.

조금 전의 상황이 떠올라 꼭지가 돌기 직전이었다.

근처 식당가를 뒤지고, 경찰을 부르고 난리를 쳤던 차명수.

주변 어디에도 CCTV가 없었다. 가해자의 물증을 확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억울하시겠네요. 수사를 의뢰하면 조사는 하겠습니다만 범인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럼 저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입니까?”

“안타깝지만 자차보험으로 처리하시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저희도 노력은 하겠지만 이런 사건이 잘 해결이 안 되거든요.”

“아니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입니다. 과학수사 안됩니까? 과학수사? 현장 감식이나 지문 채취 뭐 이런 것 안 하냐구요?”

“선생님 딱한 사정은 알겠습니다만, 증거가 없으니 어찌 해볼 도리가 없네요. 가까운 경찰서에 수사 의뢰 해 주십시오.”

“수사의뢰하면 범인 잡을 수 있나요?”

“일단 수사의뢰를 하십시오!”

30분 정도 주변을 샅샅이 둘러본 경찰들은 수사 의뢰하라는 얘길 남기고 자리를 떠났던 것이다.

“내 이놈 새끼를 찾아 반드시 콩밥을 먹이고 말겠어!”

차명수는 코를 씩씩 불며, 자신의 그랜저에 올라탔다.

그때 근처 식당 사장님이 차명수를 더 열 받게 만들었다.

“그러게 왜 여기다 주차를 해서 문제를 일으키누? 불법 주차하니까 그러는 거 아니라고!”

“아니. 사장님!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불난 집에 부채질 합니까?”

“어허. 젊은 양반이 위아래도 없나? 왜 애꿎은 사람한테 난리야. 난리가?”

옆에 있던 윤재가 꼭지 돌아 난동부리는 차대리를 말리느라 한참 고생했었다.

차명수는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하고 거리를 빠져나왔다. 행인들마저 많아 더딘 이동이 그를 더욱 짜증나게 만들었다.

“아. 씨발. 더럽게 일도 안 풀리네. 내 차는 긁히고. 상무님한테 찍히고. 에이 씨발. 에이 씨발.”

일방통행 길을 따라 차명수의 그랜저가 앞장섰고, 윤재의 르망이 뒤를 따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때 봉고차 한대가 앞에서 다가왔다. 초보운전인지 일방통행도 몰라보는 사람 같았다.

악이 받칠 대로 받쳐 있는 차명수대리.

창문을 내리더니 봉고차를 향해 손가락질을 해댔다.

“거 사람이 말이야. 일방통행 표시도 안 봤나? 에잉. 쯧쯧쯧. 보아하니 초보 아니면 여자 같은데 집구석에서 밥이나 하지 말이야! 에잉. 짜증난다. 짜증나!”

잔뜩 짜증난 표정으로 봉고차에 손가락 짓을 해대며, 좁은 골목길을 가까스로 피해 그랜저가 빠져나가는 순간이었다.

갑자기 봉고차가 멈추는 가 싶더니 누군가 차에서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올라가던 그랜저의 창문을 덥석 잡았다.

털이 수북했고, 크기는 솥뚜껑만한 손이었다.

“아야. 너 방금 뭐라고 했냐?”

“예?”

“방금 나한테 손가락질 하면서 뭐라고 했냐고?”

“예?”

“손가락질 하면서 뭐라고 욕 했잖아. 뭐라고 욕 했냐고? 씨발놈아.”

“예?”

강호동 만한 몸집에 어깨가 떡 벌어진 사내였다. 조폭인지 어떤지 알 수는 없지만 힘깨나 쓰는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아야. 너는 안 되겠다. 차에서 잠깐 내려 봐라.”

“예?”

“너는 씨발놈아. 할 줄 아는 말이 ‘예’ 밖에 없어. 내려 보라고.”

“자. 잘못했습니다. 형씨!”

‘형씨는 해서는 안 될 말 같은데!’

창문을 열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을 구경하던 윤재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왠지 그간 업보를 저 덩치가 대신 갚아줄 것 같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불구경하듯 몰려들고 있었다.

그 사이 차대리가 갑자기 차문에 락을 걸었다.

“이런 좆만한 새끼가.”

덩치가 차대리의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댔다. 차대리의 목이 축 늘어진 닭대가리 마냥 흔들거렸다.

“형님 그만 좀 흔들어요. 토할 것 같습니다.”

“뭐라고 욕했는지 한 번 더 씨불여 보라고.”

그때였다. 덩치 사내가 차대리의 멱살을 잡고 흔든 탓에 가뜩이나 숙취로 속이 안좋던 차대리가 자신의 애마에 오바이트를 하고 말았다.

"우웩!"

"아이고! 내 차! 씨~ 나온지 일주일 밖에 안됐는데!"

핸들부터 운전석 매트까지 흘러내린 토사물에 차명수는 울기 직전이됐다.

"개새끼! 드럽게 추잡스럽네!"

"자. 자...자, 잘못했습니다. 형님!”

어느새 형씨에서 형님으로 바뀌어 있는 차대리의 말투.

" 너 오늘 뒈져봐라.”

-철푸덕! 철푸덕!

덩치가 차대리의 귀싸대기를 때리는 소리가 찰지게 들렸다.

사람들은 더욱 몰려 들었고, 차량들이 꼬이기 시작하며 여기저기서 경적소리도 들려왔다.

‘뭐 조금 부족한 감이 있지만, 이 정도로 차대리님 죄를 용서해 주지. 뭐!’

윤재가 중고차 운전석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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