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적 본능을 깨워라!
윤재의 처녀작, 안다 박사의 엑셀 무작정 따라 하기!
미래 출판과 계약을 맺은 지 어느덧 2주일이 흘렀고, 그 사이 윤재는 100페이지가 넘는 원고를 추가로 작성했다. 실로 놀라운 스피드였다.
이 페이스면 2000년이 가기 전에 윤재의 처녀작을 서점에서 만나게 될 것이었다.
그 사이 달라진 거라면 계약금으로 노트북을 하나 장만했고, 차명수 대리가 그토록 무시하던 ‘르망’ 중고 자동차를 샀다는 점이었다.
‘마음은 재벌인데 현실은 통장잔고가 얼마 안 되는 계약직이구나!’
삼백만원짜리 르망 중고차가 윤재의 현실이었지만 결코 실망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지난 20년의 성공과 실패에서 얻은 노하우가 있었다.
다행히 회사 생활은 아주 순탄했다.
팀 동료들은 이제 윤재를 일개 계약직이 아닌 동료로서 대우했다.
그들이 윤재의 월급을 올려주는 것도 아니고, 정규직을 시켜주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장팀장과 동료들이 윤재를 존중한다는 것은 피부로 느낄수 있었다.
딱 한명!!!!!
차명수 대리만 예외였다.
회의 때 어려운 보직을 맡게 된 일.
그리고 SMART를 풀어 내지 못해 양상무에게 쫑크 먹은 일로 여전히 앙심을 품고 있었다.
약 2주 전 윤재가 시장분석 업체인 닐슨 코리아 데이터를 분석해, 오대양이 취약한 지역에 대한 보고서를 차대리에게 준 적이 있다. 게다가 농협 하나로 마트에 대한 정보도 함께 알려줬다.
모두 윤재의 IT실력이 출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정적으로, 전생의 정보를 바탕으로 신규 유치 가능성이 높은 사장들의 연락처와 인적 정보를 제공했었다.
덕분에 차명수는 신규개발 업무를 맡은 지 두 달 만에 드디어 2개 거래처 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내 편 만드는데 참 품이 많으 드네! 하기야 어렵게 사귄 친구가 오래 간다고 하니까! 억지일망정 웃으면 엔돌핀이 솟는다고 장팀장님이 그랬다. 웃자! 웃어! 하하하.’
아직은 차명수가 마음의 문을 열 시점은 아닌 모양이었다.
◈ ◈ ◈
아침 9시40분의 장동석이 팀원들을 호출했다.
“이달도 벌써 보름이 지났네요. 오늘은 다 같이 점심이나 합시다.”
장동석 팀장의 제안이었다.
“네. 좋습니다.”
장팀장이 아침부터 직원들을 소집했을 때, 또 잔소리 듣는 건 아닌지 걱정했던 직원들!
장팀장 표정도 괜찮았고, 단순한 식사 제안이라는 사실에 다들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백화점에서 오랫동안 근무했던 장동석이 이토록 빠르게 조직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비결은 뭘까?
먼저 그의 능력이 출중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유비 곁의 제갈공명 격인 윤재의 존재였다.
전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의 적절하게 직언을 했고, 허드레 일부터 데이터관리와 총무에 이르기까지 자기 몫을 훨씬 초과하는 일을 척척 해냈다.
장동석이 조직을 장악할수록 영업3팀의 실적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만년 꼴지를 맴돌던 팀의 실적이 어느덧 중위권을 벗어나 상위권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장팀장의 소집이 있었고, 소집 배경은 팀원들의 예상과 달리 ‘밥이나 먹자!’ 였던 것이다.
느닷없는 식사제안 역시 명 참모 윤재의 작품이었다.
어제 오후의 일이었다.
윤재가 장동석 팀장 방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
“팀장님! 내일 차명수 대리 생일인거 아시죠?”
“응. 나도 알고 있었다. 같이 식사라도 하면서 축하해 주자!”
“점심도 점심이지만, 생일 축하하는 의미에서 케익도 준비하고 팀 조직문화비로 선물을 하나 준비했으면 합니다.”
“선물?”
“네. 그룹사 상품권 있으니 5만원 준비할까 합니다.”
장동석 팀장은 이미 생일이 지나버린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Better late than Never!라고 하지 않습니까? 내년 시즌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차대리를 마루타로, 아니 시범적으로 한번 시도해 보시죠?”
그렇게 영업3팀 생일 축하 이벤트의 첫 수혜자로 차명수대리가 선정된 것이었다.
“차대리님 생일 축하 이벤트를 시작으로, 조직문화를 개선해 팀 역량을 끌어 올리는 일들을 해 볼까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나도 잔여기간과 내년 조직문화 활동을 고민하고 있었다!”
“찌찌뽕?”
“자식! 그래 찌찌뽕이다!”
◈ ◈ ◈
같은 날 오후 이모네 곰탕집!
독립된 공간을 확보하고 있고, 수육도 있어 이모네 곰탕집을 차대리 생일축하연 장소로 선택했다.
다들 앉아 있는 가운데 윤재가 말했다.
“식사 들어오기 전에 차대리님 생일 축하 파티를 간단하게 거행하겠습니다.”
“뭐야? 이제 이런 것도 하는 거야.”
윤재가 그룹 계열사 베이커리에서 사 온 케익을 꺼냈다.
촛불이 은은하게 실내를 밝히는 가운데 직원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분명히 말하지만 차명수는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그도 영업3팀의 팀원이었고 동료였다.
흔들리는 촛불과 생일 축하 노래에 동료애가 담겨있었다.
“자. 이건 팀에서 주는 선물이다. 차대리 생일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뭘 이런 걸 다 주시고…”
“야. 차대리는 좋겠다. 팀장님 바뀌더니 생일 선물도 다 주고 말이야.”
직원들이 제각기 축하인사와 덕담을 건넸다.
“대리님! 약소하지만 선물 한번 뜯어 보셔야죠?”
“응? 그래. 그럴까?”
차대리는 봉투를 개봉하다 장팀장의 쪽지를 발견했다. 상품권만 덜렁 주기 뭐했는지 장동석이 손수 쪽지를 작성해 봉투 안에 넣었던 것이다.
[ 차대리의 28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팀에서 건실한 허리 역할 기대합니다. 부족한 팀장이지만 최대한 지원하겠습니다. 거듭 생일 축하합니다! ]
투박한 글씨였지만, 생일 축하의 마음과 차명수를 생각하는 마음이 진하게 전해졌다.
“팀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상품권은 얼마 안 되지만 유용하게 쓰겠습니다.”
“어휴! 저 눈치 없는 자식. 거기서 얼마 안 된다는 얘기를 꼭 해야 하냐?”
“과장님은 왜 맨날 나만 보고 그래요. 진짜 얼마 안 되니까 얼마 안 된다고 한 건데.”
영업3팀의 톰과 제리 콤비! 차명수와 오과장이 투닥 거렸지만 나름 케미가 느껴졌다.
“생일날 싸우지들 마시고, 제 얘기 좀 잠시 들어 주세요!”
장동석의 얘기에 방안이 순간 고요함을 찾았다.
“10월도 다 지났습니다. 한 달 동안 고생 많았고 팀 실적이 V자 반등을 하고 있습니다. 모두 여러분 덕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
“오늘 이 자리의 주인공인 차대리가 드디어 신규 거래처 두개를 가져올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차대리에게 박수 한번 쳐 줍시다!”
영업3팀원 모두가 박수를 치며 차명수 대리를 치하했다.
“야! 명수! 니가 드디어 한 건 했구나!”
“과장님! 한 건 아닙니다. 두 건입니다.”
“아따 그 놈 자식. 눈먼 거래처 두 개 잡아놓고 되게 뻐기네. 어쨌든 잘 했다. 니 덕에 실적부담 좀 덜고 가게 생겼다!”
“어험. 앞으로 나한테 더 잘 하세요. 제가 올해 안에 몇 개 더 가져올 테니까! 어험!”
직전 팀장은 생일자에게 술이나 얻어먹기 바쁜 사람이었다.
반면 차대리는 오늘 생일 축하에 이어 신규개발 실적에 대한 치하까지 받았다.
28년 동안 인간 차명수가 받은 생일축하 중 가장 기억에 남을 생일축하였다.
◈ ◈ ◈
식사가 끝나고 케익을 나눠 자판기 커피와 함께 마셨다.
모두 기분이 좋아 보였다.
“다음 달 말에 이노베이션 첼린지 경진대회 있는 거 다들 알죠?”
직원들의 시선이 장팀장에 쏠렸다.
윤재가 도입한 ‘매트릭스 관리를 통한 생산성 향상’ 과제!
예선에서 매트릭스에 대해 장팀장이 발표했고 평이 좋았다는 소문이었다.
“우리 팀 주제가 영업본부 1등으로 예선을 통과했습니다.”
“와. 정말요? 이거 경사가 겹쳤는데요.”
“아이디어도 장표 준비도 윤재씨가 거의 다 했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는 윤재씨에게 박수를 좀 쳐 줍시다.”
팀원들이 환호하며 윤재에게 박수를 보냈다.
“윤재에게 미안하지만 본선 발표도 제가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윤재가 함께 하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꼭 팀장님께서 일등 했으면 좋겠네요.”
“대표님 앞에서 하는 경진대회는 워낙 치열하니까. 보고서들 퀄리티도 장난 아니고. 어쨌든 잘 준비해 보겠습니다.”
“만약 1등 하면 남도가든 이라도 한번 가야 하는 거 아닙니까?”
남도가든!
남구 봉선동에 위치한 광주시내 최고의 소고기 맛집이었다.
“1등만 한다면야 남도가든이 문제겠습니까?”
“정말이요?”
“그럼요. 윤재의 ‘매트릭스 경영’ 제가 잘 준비해서 반드시 1등 해내고 말겠습니다. 그리고 기쁜 맘으로 남도가든 갑시다.”
“오예! 2인분 먹어도 되는 거죠?”
팀원들은 이미 1등이라도 한 것 마냥 기뻐하고 있었다.
◈ ◈ ◈
조촐한 생일 파티 겸 식사를 끝내고 돌아온 사무실.
다들 거래처 방문을 위해 출장 나가고 사무실에는 윤재와 차대리, 그리고 오과장만 남아 있었다.
오석진 과장이 보고서 논의를 위해 장팀장 방에 들어가 있는 순간이 찬스였다.
“대리님!”
“응. 왜?”
여전히 퉁명스러운 차대리.
따지고 보면 생일축하 이벤트도, 소고기 먹게 될 매트릭스 관리 발표도, 차명수 대리가 유치해 올 두 개의 거래처도 모두 윤재의 덕이었지만, 그는 여전히 꽁 해 있었다. 벤댕이 소갈딱지가 따로 없었다.
“약소한데 저도 대리님 생일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생일 선물이라고?”
“네. 여기…”
윤재는 종이가방을 건넸다.
“뭘. 이렇게 꼼꼼하게 포장까지 했어?”
윤재를 미워하는 마음은 마음이고, 선물은 또 선물대로 챙기는 차명수! 그는 실속파 남성이었다.
“이게 뭐야? 세상에!”
차대리는 깜짝 놀랐다. 포장지를 뜯었더니 액자 속에 자신의 인물화가 그려져 있는 게 아닌가?
네임펜과 연필을 섞어 가며 그린 인물화.
그림 속의 얼굴은 자신이 보기에도 너무 똑 닮게 그려져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신보다 살짝 잘생기게 그려져 있었다.
‘바다는 강물을 포기하지 않는다. 영업3팀 대리! 차명수!’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인물화 상단의 글씨.
붓펜으로 쓴 글씨는 딱 보기에도 전문가의 솜씨였다.
“이걸 진짜 니가 그리고 쓴 거야?”
“네. 대리님!”
“야. 이런 솜씨가 있는지 몰랐다. 정말 잘 그리고 잘 썼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 문구 왠지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맙소사. 사내 인트라넷 자기 프로필에 적어 놓은 좌우명도 모르는 거야?’
오대양 푸드는 인트라넷 프로필에 좌우명을 써 놓도록 하고 있다. 차대리의 좌우명이 [바다는 강물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었다.
“대리님. 인트라넷 좌우명을 적어 놓은 겁니다.”
“아! 어쩐지. 어디서 들어 본 것 같더라. 하여튼 고맙다.”
“대리님! 다시 한 번 생일 축하드립니다.”
“고맙다. 근데 말이야….”
윤재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남아 있는 앙금을 퉁 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런 거 한다고 내가 달라질 사람이 아니다. 그건 알아둬야 할 거야.”
“네. 저도 순수하게 생일 축하의 마음으로 한 겁니다.”
차명수는 인물화를 서랍 속에 넣었다.
그리고 윤재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점심 때 인물화 선물을 전달할 수도 있었다. 사실 윤재는 차명수의 인물화를 식당에 가지고 갔었다.
하지만 윤재는 식당에서 선물을 전달하지 않았다.
장팀장 때문이었다.
장팀장이 차대리에게 써준 쪽지는 상대적으로 악필.
반면 윤재의 인물화와 글씨는 준 프로급이다.
전생에서 정규직이 된 후 버킷리스트를 정해 매년 하나씩 배웠던 윤재였다.
켈리그래피와 인물화는 그 중에서도 그가 가장 오랫동안 공들인 분야였다.
당연히 퀄리티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윤재가 인물화를 전달하면, 장팀장의 쪽지가 상대적으로 격하된다.
‘장팀장님과 차대리가 점심장소의 주인공이다!’
윤재는 그 두 명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던 것이다.
대신 단둘이 남게 됐을 때 차명수에게 인물화를 선물한 것이었다.
전생과 현생에서 장동석에게 많은 걸 배웠던 윤재다운 처신이었다.
실로 그 팀장에 그 팀원이었다.
◈ ◈ ◈
“오늘은 와이프랑 딸애와 생일파티 해야 하니까 일찍 들어가겠습니다. 대신 내일 제가 한 턱 내겠습니다.”
“네. 잘 들어가십시오.”
차명수를 시작으로 모두 퇴근한 사무실.
윤재는 홀로 남아 서랍속에서 스마트폰 하나를 꺼냈다.
2009년 국내에 출시된 빅애플의 하이폰 3GS였다.
회귀할 때 함께 달려 온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우연히 되찾게 됐다. 하이폰 3GS는 당연히 네트워크 연결이 안 됐다.
하지만 오래된 윤재의 스마트폰은 귀중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바로 전화번호부였다.
010-4323-****.
010-323-****.
‘10자리 번호와 11자리 번호를 동시에 저장시켜 놓기를 잘 했지!’
윤재는 그 전화번호부를 통해 차명수에게 즉시 유치 가능성이 높은 거래처 다섯 개를 소개시켜 줬고, 5개소 중에서 2개소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윤재가 넘겨준 연락처와 5명의 프로파일이 결정적 역할을 했음은 차대리도 부인키 어려운 팩트였다.
‘낡아서 MP3로 썼던 하이폰이 이렇게 효자 역할을 하다니!’
윤재는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삼촌! 진짜 하이폰 3GS 있어요? 그것도 작동 되는 걸로?”
“그래. 배터리만 한 번 사설로 바꿨는데 아직 작동하더라. 디자인도 괜찮고! 그래서 MP3로 이용하고 있다.”
윤재는 자신의 임원실 오디오 독(Dock)에 하이폰을 물려 음악을 듣는데 이용하고 있었다.
“와 삼촌! 진짜 짱이다. 그걸 여태 살려서 갖고 있다니. 삼촌! 그거 나 주면 안돼요?”
몇 안 되는 사촌 동생의 딸.
결혼을 안했던 윤재는 전생에서 조카를 아주 예뻐했었다.
“이거 이젠 느려 터져서 별로인데, 뭐하게?”
“10년 지났는데도 작동하는 3GS는 중고장터에서 비싸게 팔린단 말에요. 삼촌 안 쓰실 거면 저 주세요!”
“그래. 알았다! 챙겨 놨다가 광주 내려갈 때 주마!”
비가 미친 듯이 퍼붓던 그날 밤.
쓰러진 고양이를 구해주고 회귀했던 그날!
윤재는 하이폰 3GS를 조카에게 주기 위해 챙겼었다.
회귀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딸려온 줄 몰랐었다.
백화점 수신호 휴게실 소파 밑에 굴러다니던 3GS를, 수신호 후배가 찾아서 전화한 게 3주 전의 일이었다.
“형! 배경화면에 형이랑 부모님 사진 있어서 형 물건이란 걸 알았어. 그런데 이게 뭐야? 굉장히 신기하게 생겼던데?”
“응? 그. 그거! 전자사전이다. 하하하.”
“밀어서 잠금해제는 뭐야?”
“응. 그런 게 있어!”
아직 스마트폰 세상이 나오려면 8~9년은 남아있던 시절. 윤재는 적당히 둘러댔고, 후배에게서 3GS를 되돌려 받았던 것이었다.
윤재는 구닥다리 유물 3GS를 요리조리 둘러봤다. 회귀 직전에는 법인폰으로 갤 노트를 썼지만 3GS는 그의 첫 번째 스마트폰이었다.
‘이걸 어떻게 잘 써 먹는 방법이 있을 것 같긴 한데!’
옆면에 아직 광택이 남아있는 하이폰!
윤재는 계속해서 요모조모 하이폰을 뜯어 봤다.
5%밖에 남지 않은 배터리가 눈에 띄었다.
그나마 3G와 와이파이 모두 꺼 놓은 덕에 배터리가 아직 남아 있는 게 다행이었다.
‘요즘 세상에 이것 충전기 구할 곳도 없고. 마지막으로 노래나 한번 들어볼까?’
윤재는 노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전생에 그가 즐겨듣던 노래 중 하나였던 소녀시대의 ‘라이온 하트!’가 흘러나왔다.
‘라이온 하트라! 라이온 하트.....’
Richard the Lion Heart!
사자왕 리차드. 혹은 사자심 리차드라고 불리우는 리차드1세.
윤재가 사자왕 리차드를 생각하는 사이, 간당거리던 전원이 드디어 나가버렸다.
‘전생에서 내게 가장 부족했던 게 사자의 심장이었어!’
사회 초년병부터, 적지만 빚을 지고 시작했던 윤재였다.
때문에 대범할 수 없었고, 과감하게 지르지 못하고 뒤늦은 후회만 했던 게 생각났다.
‘누굴 탓할 게 아니었어! 모두 내 결단력 부족 때문이니까!’
사자왕 리차드와 아무런 상관없는 소녀시대의 노래가 윤재에게 준 가르침이었다.
‘그래, 과감한 결단력이 필요하다. 전생의 실패에서 얻은 교훈과 야수적 본능을 결합시키면 된다! 그게 성공의 열쇠였어!’
하이폰 3GS의 전원은 Off됐지만, 사자의 심장은 On이 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