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계약직 상무가 너무 잘함-7화 (7/196)

일개 계약직의 판세 조망

2000년 9월5일 화요일! 오대양 푸드 호남본부!

윤재가 백화점 알바에서 푸드 계약직으로 신분상승(?) 한 지도 어느새 열흘 넘게 흘렀다. 그동안 윤재는 전임자와 인수인계를 마친 상태였다.

“오과장님 오셨습니까?”

윤재에 이어 두 번째 출근자로 오석진 과장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윤재가 오기 전 첫 번째 출근자는 항상 오과장이었다.

“일찍 왔네. 몇 시에 왔어?”

“7시 30분에 왔습니다.”

“군기 너무 빡 든 거 아냐? 하하하. 쉬엄쉬엄 하자고.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오과장님 커피 한잔 타 드릴까요?”

“응? 커피를? 그래? 그래주면 고맙지.”

“양촌리 스타일로 맛있게 한잔 올리겠습니다.”

윤재는 팀원들의 스타일을 이미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전생에 함께 한 세월이 몇 년인가? 일단 오과장님은 전형적인 양촌리 스타일!’

탕비실로 후다닥 달려가 봉지커피를 한잔 타 드렸다.

윤재가 건넨 종이컵은 플라스틱 홀더에 담겨 있었다.

“야! 윤재씨! 미스 조보다 났네. 고참 뜨겁지 않게 컵 홀더에 넣어 주고 말이야!”

“과장님! 별말씀을요~ 다 조영원씨께 배운 겁니다.”

“허허허. 이 친구~ 미스 조는 한 번도 컵홀더에 커피 타다 준 적이 없다고.”

“그랬나요? 그런데 왜 제겐 그렇게 가르쳤죠?”

“허허허. 이 친구 임원 할 친굴세! 임원 할 친구야! 하여튼 고마워. 윤재씨 덕에 오늘 하루 잘 풀릴 것 같아.”

오석진 과장이 웃는 이유가 있다.

2주 가까이 윤재에게 업무 인계인수를 해준 전임 계약직 조영원! 그녀는 보통수준도 못되는 C급 계약직이었다.

그런 그녀가 새로 온 계약직에게 회사 흉이나 안 봤으면 다행인 것이다. 조영원이 신입에게 커피를 타 주는 법을 가르쳐 줄 확률은 민간인이 하루에 벼락과 로또를 동시에 맞는 확률보다 낮은 확률이었다.

‘조영원 고것은 툭하면 남 험담이었는데, 윤재 저 친구는 C급 조영원이도 감쌀 줄 알고! 기본이 된 친구구만.’

오석진 과장은 윤재가 조영원을 감싸는 모습에 만족했다.

흐뭇하게 커피를 마시던 오석진.

순간 흠칫 놀랬다.

2년 계약직 사원에게 ‘임원 하라’는 얘기는 농담도 아니고 덕담도 아니며 악담이란 걸 깨달은 것이다.

묵묵히 PC를 바라보며 일에 몰두하고 있는 윤재.

‘그 정도로 민감한 친구는 아닌 것 같군. 다행이야!’

오과장은 다시 흐뭇한 맘으로 커피를 마셨다.

8시10분 오과장을 시작으로 직원들이 속속 출근하기 시작했다.

선배들의 기호에 맞춰 오과장 때처럼 컵홀더에 담은 음료를 전달했다.

누가 믹스커피보다 티백녹차를 좋아하는지, 누가 매실음료를 선호하는지. 윤재는 잘 알고 있었다.

“윤재씨! 미안. 나는 커피 믹스는 질색이라. 아침부터 이런 수고를 하게 해서 미안하네.”

“앗! 내가 매실차 시원하게 마시는 거 어떻게 알았어? 하여튼 이 친구 센스하고는. 잘 마실게.”

“세상에. 얼음도 넣었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있나.”

윤재가 전달한 음료를 받은 직원들의 반응이었다. 커피를 타는 일은 정말 사소한 일이다.

하지만 누가 그 사소한 일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지금의 나는 비서가 타다 주는 커피를 마시던 김상무가 아니다. 목숨이 간당간당한 계약직일 뿐이다. 우선 빨리 정규직 전환에 성공한다!’

원래 긍정적인 성격인 윤재.

20년 만에 다시 하는 커피 타는 일도 그가 젊어진 증거라 생각했다.

직원들이 윤재의 관심과 정성 덕에 활기찬 하루를 열게 된 것은 덤이었다.

마지막으로 신임 영업3팀장인 장동석이 출근했다.

“좋은 아침! 주말들 잘 보내셨습니까?”

“안녕하십니까?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팀장님!”

윤재를 포함한 팀원 8명이 전원 일어나 장팀장께 인사를 올렸다.

직급은 여전히 과장이지만 직책 팀장이 된 장동석!

장팀장은 직원들에게 정중한 인사를 한 뒤 팀장실로 들어갔다.

“팀장님! 커피와 전일 실적, 그리고 조간신문 입니다!”

“윤재야~ 고맙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팀장님.”

“9시 40분에 회의실에서 전원 보자고 해! 윤재 너도 들어오고!”

“네, 알겠습니다.”

장동석이 10시도 아니고 9시 40분을 회의 시간으로 정한 이유가 뭘까?

첫째는, 거래처 전화 받고 인트라넷 확인하는 시간을 줘야 했다.

30~40분이면 대충 오전 급한 일이 끝난다.

10시에 회의를 하면 20분 정도 직원들이 허튼 시간을 보내게 된다. 그것이 두 번째 이유였다.

셋째는, 2시간 정도 예상되는 회의시간. 점심시간도 고려해야 했다.

‘아직 허니문 기간인데 팀원들 밥시간 뺏는 팀장으로 각인될 순 없지!’

장동석 팀장은 전일 실적 보고서를 훑어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디테일에 강한 사람! 장동석의 특징 중 하나였다.

엄청 세심하게 일을 챙겼고, 마찬가지로 세심하게 직원들을 챙겼다.

업무도 직원관리도 빈틈이 없는 스타일이었다.

◈          ◈          ◈

9시30분부터 직원들이 회의실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10분 먼저 회의실에 들어온 이유는 따로 있다.

테이블의 상석에 앉을 게 확실한 팀장!

인사고과권자와 거리를 멀리 하고 싶어 하는 게 대부분 직장인들의 생리였다.

팀장 자리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서둘러 들어온 것이었다.

별것 아닌 차이가 팀장과 팀원을 가른다.

팀장을 피할 궁리를 하는 사람이 팀장이 될 가능성은 당연히 낮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회의 시작까지 10분 정도 남은 시간.

회의실에 먼저 들어온 사람들은 10분 동안 만리장성을 쌓을 생각인지 쉴 새 없이 얘기들을 주고받았다.

대화 주제는 윤재의 커피 서비스였다.

“미스 조 보다 훨씬 나아! 커피 받쳐 오는 센스 봤지?”

“조영원씨! 그 앙칼진 애미나이는 커피 한잔 타주라고 하면 입이나 삐죽 내밀고 말았지.”

“그러게. 남자 계약직이 온대서 커피 심부름 같은 것 시키기 좀 미안했는데 알아서 잘 해주니 얼마나 좋냐 이 말이야.”

“미스 조가 치마만 입었지! 고것이 어디 여자였나?”

“암. 그렇고말고. 대장부지 대장부!”

“맞아. 맞아. 상남자였어. 상남자. ㅋㅋㅋ.”

회의 명당자리를 선점한 그들은 낄낄거리며 윤재를 칭찬하고 미스 조를 깍아 내렸다.

“윤재 그 친구 기대해도 될 것 같아. 커피 타는 일 같은 허드레 일도 못하는 사람이 어찌 큰일을 하겠어? 윤재씨는 커피 타는 일도 기똥차게 하잖아. 두고 보라고! 저 정도 센스면 내가 상무라면 정규직 시켜준다!”

“조영원씨 같은 상전 계약직 모시다가 윤재씨 오니까 사무실 분위기가 좋아진 것 같습니다.”

“암. 미스 조가 어디 여사원이었나? 부 팀장이었지. 크흐흐.”

“그리고 너도 윤재씨 거래처 전화 받는 거 봤지?”

“그러게 말이야. 어쩜 전화를 그렇게 싹싹하게 받냐? 게다가 엄청 능숙하게 전화를 받잖아. 사회 초년병 같지 않아.”

“그러게. 여자였다면 며느리 삼자고 할 사람 많을 정도 아니냐?”

“맞아. 거래처에서 사위 삼자고 할지도 몰라!”

“야. 그런 소리 마라. 그럼 윤재 그 친구가 우리가 모시는 사장님 된다는 거잖아!”

“그게 그렇게 되나? 크흐흐.”

먼저 입장한 팀원들이 윤재 칭찬을 늘어놓는 사이 나머지 사람들도 입장하기 시작했다.

먼저 온 사람들은 언제 그런 얘기를 했냐 싶게, 출력해온 8월 실적자료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태세전환을 했다.

오석진 과장이 자신의 짬밥을 과시라도 하듯 가장 늦게 회의실에 들어왔고, 윤재도 OHP필름을 들고 오과장을 따라 들어왔다.

회사는 MS오피스 97을 사용했지만, 프로젝터가 없어 OHP를 사용하던 시절이었다. 2000년만 해도 빔 프로젝터 한 대가 3~4백만 하던 시절이었다.

마지막으로 회의실에 들어온 장동석 팀장!

그는 자신과 제일 멀리 떨어져 앉아있는 사람들을 쓱 둘러 봤다.

“왠지 오늘은 앞에서 회의 자료를 좀 보고 싶은걸!”

장팀장은 그렇게 말하더니 의자를 밀고 차명수대리가 자리 잡고 있는 앞쪽으로 이동했다.

영업3팀 차명수 대리! 군대 면제로 입사가 빨라 벌써 대리지만 나이는 많지 않았다.

그는 소위 말하는 고문관 스타일의 직원이었다.

장동석을 피해 팀장 석과 가장 먼 자리를 선점한 사람이기도 했다.

장팀장의 행보에 앞에 있던 사람들의 눈에 동공지진이 일었다.

특히 차명수 대리의 눈은 초첨을 잃고 방황하고 있었다.

‘망했다!’

‘이런 니미!’

앞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속으로 이런 탄식을 터뜨렸다.

“이거 조직이 튼튼하려면 허리가 튼튼해야 하는데 우리 팀 기대가 큽니다.”

“네?”

“허리격인 대리들께서 회의 집중하려고 제일 앞에 있잖아요. 왜 학교에서도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앞에 앉는 법이니까. 맞지 차대리?”

“아하하. 아무렴요 팀장님!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앞에 앉는 거죠. 아하하.”

뜨끔한 차명수가 어색한 웃음으로 대충 둘러댔다.

장동석의 앞자리 진출!

이로서 영업3팀 회의에 명당자리는 의미가 없어져 버렸다.

간혹 테이블 상석을 고집하는 리더들이 있다. 식당엘 가도 항상 중앙에 앉고 숟가락은 당연히 부하들이 놔주는 걸로 아는 사람들.

하지만 장동석은 그런 부류의 리더가 아녔다. 권위를 강요하지 않고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만드는 유형의 리더였다.

“오늘 회의 분위기 기대됩니다. 시작해 볼까요?”

장동석의 자신감 넘치는 말과 함께 영업3팀의 첫 번째 회의가 시작됐다.

◈          ◈          ◈

회의 시작 한 시간이 조금 넘었다.

그사이 회의실 공기가 묘하게 식어 있었다.

에어컨 때문은 아닌 것 같았다.

“계약직에게 주무 일을 맡기는 팀이나 지사는 우리 회사에 없을 겁니다.”

“확실한 겁니까? 전사 다 확인해 봤어요?”

“백퍼센트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왜 안 된다는 거죠?”

“그. 그야….”

“왜? 계약직에 맡기기에는 너무 중책이라 그 말인가요?”

팀 내 최고참 오석진 과장과 장동석 팀장의 설전이 오갔다.

‘이 사람들이 지금 나 앉혀 놓고 뭐하는 거지?’

윤재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묵묵히 상황을 지켜봤다.

‘나서야 할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 지금은 조용히 지켜볼 타이밍! 그리고 몇 달 정도는 썩 괜찮은 계약직 정도로 포지셔닝 하는 게 좋다! 군대에서도 침상대기 기간이 있듯이 조금만 참자.’

윤재는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낮췄다.

“김윤재씨가 주무담당을 한다고 칩시다. 그렇게 되면 윤재씨는 기존 미스 조가 하던 일에 주무 담당 업무 까지 해야 합니다. 지금 반발할 사람은 윤재씨 아닙니까?”

장팀장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묵직한 한마디였다.

“그래서 더더욱 안 된다는 겁니다. HR이슈가….”

“그 얘기는 따로 합시다. 지금 여러분들이 할 질문은 그게 아닙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장동석 팀장의 입으로 쏠렸다. 마냥 부드러운 사람인 줄 알았는데. 휘어잡을 때는 카리스마가 보통이 아녔다.

“현재 주무 담당을 맡고 있는 오석진 과장님께서 뭘 해야 할지를 묻는 게 순서 아닐까요?”

팀장 자리의 힘일까? 장동석의 말과 자세에서 카리스마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오석진 과장님이 광주서부 권역을 담당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장팀장이 의지를 천명한 만큼 더 이상 반대는 무리. 오과장이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서부 권역을 담당하는 차대리는 스페셜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겁니다.”

“팀장님! 스페셜 임무라고요?”

“그래요. 스페셜한 임무를 맡아야죠.”

“그 말씀은?”

“신규판로 확보!”

“??”

“이달내로 거래처 인수인계 마치고, 틈나는 대로 나랑 신규판로 확보 얘기합시다.”

“예….”

차명수 대리의 목소리가 모기만 해졌다.

신규판로 개척은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는 일!

고정 거래처에 물건 파는 일과는 또 다른 난이도를 갖고 있었다.

“벌써 9월입니다. 4개월 동안 미친 듯이 신규판로를 뚫어 놔야 내년 성과를 기약할 수 있습니다.”

“.....”

“올해 1년 내내 꼴지 한 건 용서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내년에는 안 됩니다.”

장팀장의 카리스마에 모두들 조용히 침만 삼켰다.

“오늘 회의의 주 목적은 이겁니다. 제가 지난달 실적이나 이번 달 실적에 대해 일언반구도 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

“제 말씀대로 서둘러 인수인계 하시고, 차대리는 신규개발에 박차를 가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모레 점심은 본부장님 모시고 하는 거 아시죠? 기존 주무담당이신 오과장님께서 준비 좀 해주십시오. 3팀 주무로서 마지막 미션이라 생각하고 해 주세요. 회의 마칩니다.”

“예, 알겠습니다!”

주무일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중요도가 극단을 오가는 일. 복지부동하면 그보다 편한 일이 없다. 하지만 제대로 하려고 맘 먹으면 엄청 피곤한 일이 주무일이었다.

팀장이 감독이라면 주무는 주장 또는 축구에서 미드필더 같은 역할을 맡는 자리다.

장동석은 윤재의 역량을 알기에 팀의 살림을 윤재에게 맡기고, 남은 인력을 최전방에 투입시키는 포메이션의 변화를 꾀한 것이었다.

입사동기인 오석진 과장을 수시로 일 시켜야 하는 주무로 앉히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었으리라.

당장 성과가 나진 않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성과로 이어질 전술임은 분명했다.

“그리고 김윤재씨는 나가지 말고 잠깐 대기!”

“네. 팀장님!”

팀원들은 불만, 기대, 걱정이 섞인 얼굴로 회의실을 나갔다.

프로젝터 앞에 앉아 있는 윤재에게 장팀장이 말했다.

“잘 한일 맞지?”

“저는 옳은 결정이라 생각합니다.”

“잘 할 수 있지?”

“맡겨주시면 뼈가 닳아 가루가 되기 전까지 해보겠습니다.”

“너한테 너무 많은 짐을 준 것 같아 그게 걸린다.”

“다시 말씀 드리지만, 잃는 것보다 얻을 게 많은 전술이라 믿습니다.”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윤재는 이번 회의를 앞두고 장팀장에 독대를 신청했었다.

회의 주제로 주무담당 교체와 자신이 그 역할을 맡겠다고 요청했던 것이다.

장팀장은 우려를 표했고 윤재가 명쾌한 논리를 제시했다.

첫째, 주무 담당은 내부에서 서포트 하는 일인 관계로 누가 해도 크게 표가 나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주무담당은 영업사원들이 만들어낸 죽은 숫자를 다루는 일입니다. 베타랑 직원을 영업으로 돌려 살아 있는 숫자를 만들어 내는 것이 실적을 위해 더 나은 선택입니다.”

‘살아 있는 숫자라!’

윤재의 첫 번째 논리가 장동석의 가슴을 뛰게 했다.

2년 가까이 전국 꼴지를 독차지한 영업3팀과, 개인적 비리로 경질당한 기존 팀장.

백화점에서 푸드로 무리해서 장동석을 끌어온 만큼 기대 또한 큰 상황이었다.

윤재가 자처해 주무담당을 맡으면 인력 운영에 여유가 생기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무담당 오석진 과장의 IT능력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일주일간 지켜보니 오과장님은 실적 리포트 하나 작성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우리 세대에게 PC 다루는 건 아무래도 어색한 일이지.”

“제가 오과장님을 영업으로 돌리자고 하는 이유가 그겁니다. 주무가 오과장께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면, 영업은 오과장께 날개를 달아줄 겁니다.”

“!!”

“게다가 오과장님은 팀장님 입사동기입니다. 오과장님도 팀장 진급 하셔야죠. 적성에 맞지 않는 일 하면 고과 관리도 불리한데, 영업으로 돌려 성과를 내면 오과장님 승진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

이 대목에서 장동석은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입사 2주일도 안 된 계약직의 판세 조망 능력이 상당한 고수의 시선이었던 것이다.

마치 자신과 함께 10년은 근무한 것 같은 통찰력이었다.

자신을 희생해 오과장의 승진을 생각하는 계약직 사원. 실로 놀라운 판단력이었다.

세 번째 논리 역시 훌륭했다.

“팀장님께서는 중도 부임하셨습니다. 내년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죠. 기존 거래처로는 한계가 있을 겁니다. 제가 주무를 하게 되면 인력여유가 생깁니다. 그 인원으로 신규개발을 시키는 겁니다.”

“신규개발?”

“네. 기존 거래처는 잘 해야 10% 매출신장하기 버겁습니다. 그런데 신규거래처는 판매하는 족족 팀 실적에 플러스가 되는 거죠.”

‘뭐. 이런 괴물 같은 녀석이 다 있지? 마치 식품 영업을 10년은 해 본 사람 같잖아?’

장동석은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솔직히 자신보다 앞선 수읽기였다.

판세를 읽는 능력, 용인술까지 모두 고참 팀장급 수준이었다.

“설마 신규개발에 대한 적임자까지 생각해 둔 거 아니지?”

“죄송합니다.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적임자뿐이랴?

하지만 윤재는 그 지점에서 속도조절을 했다. 20년 내공을 간직하고 있지만 현재는 계약직이란 점을 잊지 않아야 했다.

‘내가 너무 나가면 장팀장님이 보이지 않는다. 유방이 보이고 장량은 숨어야 하는 법!’

윤재가 세가지 이유에서 멈춘 이유였다.

지난 금요일의 일을 떠올린 장동석은 윤재를 다시 바라봤다.

눈앞의 윤재가 25살 계약직이 아니라, 55살의 임원으로 보였다.

“다 좋은데 아무래도 너한테 너무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팀장님, 저 좋자고 하는 일입니다.”

“너 좋자고?”

“네. 일을 많이 해야 일을 금방 배우죠. 안 그렇습니까? 하하하.”

“녀석! 웃으니까 보기 좋네. 너는 웃을 때가 제일 잘생겨 보인다.”

“하하하. 팀장님도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래! 수고하자!”

팀장실에서 나오는 윤재는 웃었다.

‘백화점에서 푸드 오셔서 아직 적응 안 되셨을 테니, 제가 드리는 선물 1탄이라 생각하십시오. 모르시겠지만 팀장님께 좋은 일이 제게도 좋은 일입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