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146화 (146/155)

146. 어긋났던 맹세의 결말.

146. 어긋났던 맹세의 결말.

한편 한때 대혼돈의 4 성웅들이자 둘도 없던 친구였던 두 사람은 서로에게 검을 겨눈다.

대혼돈의 영웅이자 황금의 기사라는 이명을 가졌으나 지금은 언데드들을 이끄는 죽음의 기사 엘 아루스.

마찬가지로 대혼돈의 영웅이자 쌍검의 듀란으로 불리며 지금은 인류 군세의 총사령관 듀란 대공.

그들의 과거로부터 이어진 연의 종착점이 지금 여기에 써진다.

“......내 손에 죽기 전 다른 할 말은 없나? 듀란?”

죽음의 기사 엘은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듀란에게 묻는다.

이에 듀란 대공은 각오를 굳혔는지 비장한 표정과 말투로 말한다.

“모든 것은 나의 불찰. 변명 따윈 하지 않겠다.”

죽음의 기사 엘은 피식 웃더니 말한다.

“훗, 그래, 너는 한 번도 변명 따윈 하지 않았지....... 지금 너의 모습을 보면 일이 있었겠지만 나도 묻지 않겠다. 그것이 너에 대한 남자로서의 내 마지막 배려니까.”

죽음의 기사는 아무런 말도 묻지 않겠지만 그의 검은 듀란 대공을 정확히 노린다.

이에 듀란 대공은 자신의 의문을 묻는데.

“그래, 과거의 결판을 내는 것이 우리답지 하지만 인류의 한 사람으로서 너의 타락은 납득이 가지 않는군, 어찌하여 그런 모습이 되었지? 내가 기억하는 너의 모습은 고고한 기사였는데 말이야.”

“훗! 그래 죽기 전 궁금함을 해결해주지.”

죽음의 기사는 그리 말하며 칼끝을 내린다. 이에 주변에 있던 자들 또한 무기를 거두며 그의 말을 경청하는데.

“나는 엔주에게 한번 죽었었지. 하지만 나의 영혼은 엔주에게 저주받아 명계에 가지 못하고 여기 시초 대륙의 망령이 되었다. 정말 괴로운 나날이었지. 죽어서 구원을 받지 못하는 망령은 과거의 후회 속에 자책하며 존재한다. 매 순간을 말이지. 나는 그렇게 내가 지키지 못한 것들에 대한 후회로 존재하였다.”

“.......”

듀란 대공을 비롯한 다른 이들은 엘의 말에 참담한 표정이 되었다. 죽어서도 구원을 받지 못한 자의 말은 말 그대로 비참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줄로 모를 때 최근에 엔주가 말을 걸더군. 나는 부활한 엔주를 보고 다시 절망했지. 그러나 엔주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더 절망적이었지. 나의 소중한 것들이 사라져가는 그 모든 것들을 말이야.”

“......”

듀란 대공은 할 말이 없었다. 엘이 죽기 전 엘의 모든 것을 맡긴 이가 바로 아닌 자신이기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그 말에 나의 복수는 성립되었다. 내가 믿었던 그 모든 것을 부정당한 느낌은 나의 영혼을 타락시키기엔 충분했지. 그래서 엔주의 손을 잡았다! 내 손으로 너에게 묻기 위해!”

자신이 믿었던 것에 배신 때문에 윤기 나던 검은 머리카락과 피부가 창백한 흰빛으로 변한 죽음의 기사의 외침에 듀란 대공은 잠시 하늘을 보더니 이내 검을 든다.

“......무인은 검으로 말하지. 나의 검이 대답해 줄 것이다.”

죽음의 기사 또한 검과 방패를 들어 올리며 자세를 취하였다.

“크큭, 그래, 그게 듀란 답지. 나의 검이 대답을 들을 것이다!”

죽음의 기사 엘은 그리 말하며 듀란에게 쇄도하였다.

콰앙! 파앙!

음속에 가까운 속력으로 쇄도하는 죽음의 기사!

이에 인류의 총사령관인 듀란 대공 또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내비치며 맞받아쳤다.

검의 얽고 석임은 말 그대로 투신의 강림이었다.

콰앙!

콰카카카카!

금속음과 오라의 불꽃이 튀어 오르고 그들의 몸은 케이블로 이루어진 근육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였다.

쾅! 쾅! 콰앙!

그들의 검의 무게는 다른 이들이 보기엔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경지였다. 오라의 경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듀란과 엘의 각오와 업에 대한 경지였다.

무수한 검격이 나누어지고 이내 투신들이 떨어진다.

팟! 파앗!

촤아악!

엄청난 운동에너지에 대지가 자국이 남으며 그들이 떨어진다.

듀란과 엘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지만, 결정타는 먹히지 않았다. 그 이유는 과거 그들이 수많은 대련으로 그들의 장점과 약점 그리고 사소한 버릇까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육체적인 노화를 겪은 듀란과 달리 죽음은 기사의 육체는 흑마법의 영향을 받아 전성기 때와 같았다. 그래서 듀란이 좀 더 많은 상처를 입었다.

“크크큭, 역시 노화하니 예전 같진 않는군. 하지만 대단해 데바임에도 노화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육체를 그 정도까지 단련하다니 말이야.”

이에 듀란이 말한다.

“나의 업에 대한 작은 교훈이었지.”

“크큭, 그 업이란 것이 네 인생 중에 가장 쓸데없는 것이기를 빌어주마.”

이 말에 듀란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듀란이 데바임에도 노화가 된 업이란 자신이 가장 사랑한 연인 시빌라의 유언 때문이었는데 엘이 그것을 건든 것이다.

이에 듀란은 자신이 가진 신기를 꺼내는데.

“그 업을 보여주마!”

듀란은 그리 말하며 그 신기에 달린 구슬을 깬다.

파창!

깨진 신기의 구슬에서 흰색이면서 성스러워 보이는 기운이 곧 듀란을 감싼다.

파아앗!

듀란을 감싼 빛의 구름은 곧 듀란에게 흡수된다.

철컥! 철컥!

그러면서 보이는 듀란은 곧 순백의 빛의 갑옷을 입은 전설이나 민담에서 나오는 홀리 나이트의 모습이 되었다.

백색의 갑옷에 붉은 망토로 멋을 낸 갑옷은 가슴 쪽의 푸른빛 보석이 빛나며 생성되었다.

“?! 그건 대체 뭐지?”

죽음의 기사는 처음 보는 광경에 놀라고 말한다. 이에 홀리 나이트가 된 듀란은.

“나의 업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이계신의 무구이다. 내가 내 세계에서 성검사라고 하니 이걸 만들어 주더군.”

“?! 이계의 신?”

그렇다. 듀란이 장착한 홀리 나이트의 갑옷은 듀란이 시빌라의 부탁으로 이계의 사건을 해결할 때 받은 이계의 힘이 가득한 갑옷이었다. 이 갑옷으로 듀란은 딱 한 번 전성기 때보다 강력한 힘을 손에 넣는다.

‘원래는 엔주을 칠 때 쓰려고 했지만.......’

하지만 홀리 나이트의 갑옷의 힘은 말 그대로 이계의 힘. 이계에서는 부작용이 없지만 현 계에서 쓴다면 듀란은 엄청난 부작용을 겪을 것이다.

힘을 쓴 만큼 생명이 고갈되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목숨 또한 잃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놀랐으나 이내 평정을 되찾은 죽음의 기사가 웃기 시작한다.

“크크큭, 크하하하!”

죽음의 기사의 광소에 듀란은 의아해한다.

“무엇이 웃기지?”

이에 죽음의 기사가 대답한다.

“친구의 부탁을 접고 받은 보상이 고작 그거라니. 크크큭, 너는 역시 내 손으로 죽여주마! 마침 나도 비슷한 것을 엔주에게 받았거든.”

“?!”

그러면서 죽음의 기사가 기운을 내뿜는데.

파아앗!

“이건!”

듀란이 느끼고 주변의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같이 느꼈다. 바로 인간의 원초적이며 강렬한 감정인 분노를 말이다.

“나의 분노를 보여주마! 듀란!”

파앗!

죽음의 기사가 칠흑과 같은 어둠에 휩싸이며 곧 모습을 드러내는데 듀란의 홀리 나이트 갑옷과 반대로 검은빛의 갑옷. 바로 분노와 혼돈의 힘인 카오스 나이트의 갑옷을 입은 죽음의 기사가 나타났다.

“크크큭, 이 갑옷은 엔주가 다른 차원에 있을 때 얻은 힘이라더군. 이것도 운명이지 않겠나? 친구여! 같이 이계의 힘이 깃든 갑옷 입고 마지막 전투를 하다니 말이야.”

“.......”

듀란은 잠시 가만히 있다가 이내 말한다.

“모든 것은 검이 말해줄 것이다!”

“크크큭, 그래 그래야 듀란이지!”

닮은 듯 다른 두 전사는 그리 말하며 서로에게 음속보다 강렬한 속력인 초음속의 속력으로 서로에게 쇄도한다.

쾅! 콰앙!

파앙!

둘의 발돋움에 대지가 꺼지고 파공음이 주변을 휩쓴다!

그러면서 둘은 로드보다 높은 경지로 부딪히는데.

콰아아앙!

일격에 대기가 떨리고 창공의 구름이 검에 베인 듯 갈라진다.

쿠르릉!

그러면서 둘은 한계까지 올린 기운에 초음속의 속력으로 검을 휘두른다.

쾅! 콰카카카!

그러자 주변의 모든 것들이 베인 듯이 갈려 나갔다.

“으으으, 모두 후퇴하라!”

검격의 바람에 도저히 못 버틴 주변의 인류의 전사와 수라는 모두 후퇴를 하는데.

피해를 보는 것은 자아가 없는 채 서 있는 언데드 뿐이었다.

검격의 폭풍이 몰아치며 그들을 감쌌고 잠시 후 그들이 다시 시야에 나타났다.

“어찌 된 것이지?”

인류의 전사들과 수라들은 투신들의 결말을 보고자 하였다.

이내 검격의 폭풍이 지나간 대지는 말 그대로 초토화가 되고 이내 보이는 투신들은 서로를 벤 채 서 있었다.

“!, 듀란 대공!”

“죽음의 기사!”

인류의 전사들과 수라들이 탄성을 질렀다.

그럴 것이 두 투신의 이계의 갑옷이 점차 모래처럼 흩어지며 두 사람에게 흘러 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갑자기 쓰러지는 죽음의 기사!

풀썩!

듀란 대공 또한 곧이어 무릎을 꿇으며 쓰러진다.

털썩!

‘마지막은 정화를.......’

듀란 대공은 쓰러진 친구를 위해 한 줌 남은 이계의 힘으로 죽음의 기사의 영혼을 정화한다.

파아앗!

그리고 눈을 뜨는 엘 아루스.

“미안하다. 친구여....... 네 잘못이 아닐 텐데.......”

그러나 생명은 곧 떠날 것이다. 두 사람 모두다.

“나도 미안하다. 친구여.......”

그러면서 두 사람은 동시에 눈을 감는다.

이를 보던 인류의 전사들과 수라들은 무의 극치와 두 사람의 우정을 본 뒤 전투 의지를 상실한 채 물러선다.

인류의 군세는 고현과 란 다른 디아우스들이 이끌며 두 사람의 시체를 모두 거두었고 양지바른 곳에 안치하였다.

그리고 두 친구의 표정을 보는데 두 사람 다 구원과 만족을 얻은 듯 보였다.

※ ※ ※

한편, 후르쌍무를 안치한 바빌리 침투에 성공한 10인의 결사대는 빠르게 바빌리를 지나 후르쌍무로 향하였다. 곳곳에 강력한 상급 수라들이 있었지만, 상대가 안 좋았다. 10인의 결사대는 말 그대로 인류를 대표한 이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엔주는 시파르라는 비밀의 방에 있을 것이오.”

이시쿠르가 그리 말하며 10인의 결사대를 안내하였다.

그리고 곧이어 후르쌍무의 입구로 보이는 거대한 문에 도착하였다.

“설마?!”

이시쿠르는 거대한 문에 양쪽에 있는 거대한 동상을 보며 아연실색을 하는데.

“왜 그러십니까? 이시쿠르?”

아크가 이시쿠르에게 물었다.

“설마 엔주녀석이 쉠무의 파수꾼 탐무즈와 기지다를 복구했을 줄이야.”

“?, 탐무즈? 기지다?”

이에 아미가 말한다.

“설마? 왕실의 파수꾼 말이에요?”

이시쿠르는 참담하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그래, 조카여. 고대 쉠무의 파수꾼 탐무즈, 기지다는 고대에서도 수준 높은 무기인 왕의 왕실의 사냥꾼인 샤르우르와 왕실의 살인자인 샤르가즈를 다룰 수 있는 초월자 아누의 심복이지.”

“그건!”

아미가 절규한다.

“그래, 아누가 만든 고대의 병기 그 자체인 인공지능 거신 병기들이지.”

“고대의 자시고고 뭐고 지금은 뚫고 지나가야 해!”

렉스가 말하며 돌진한다.

“아! 잠시만!”

이시쿠르가 말리지만 이미 렉스는 문에 근접하였다. 그러나.

-침입자!

-제거하라!

탐무즈와 기지다가 발동하였다.

왕실의 파수꾼 대 10인의 결사대. 승리의 여신은 누구의 편에 미소를 지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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