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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144화 (144/155)

144. 가짜 낙원, 예비군의 힘!

144. 가짜 낙원, 예비군의 힘!

인류의 군세는 살아남은 전사들을 수복하며 겨우 회복을 하고 다시 진군하였다.

“이상하군.”

아크와 마찬가지로 다른 수뇌부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언데드와의 협곡 전투 이후로 수라들이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에 쿠르라는 가명을 쓰는 큰 신 일족 이시쿠르가 말하였다.

“아무래도 수라들이 불만을 나타낸 것 같다. 그럼으로써 지휘체제가 영향을 받은 것이지.”

“불만이요?”

아미가 대답했다.

“그렇다네, 조카여. 이 아마겟돈 전쟁에서 그동안 수라들이 너무 고기 방패 역할을 한 것이 화근이겠지. 알다시피 수라들은 강자를 우상으로 치켜세우지만 엔주는 물론 그 핵심층까지 전쟁에 안 나서니 수라들도 불만일 것이야. 수라들도 싸우기만 하는 기계는 아니고 생명을 가진 생명체이니.......”

이시쿠르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잠시 생각이 없었다.

수라 또한 한 생명체로 존중하는 말투를 쓰는 이시쿠르 때문이다.

그동안의 인류에게 수라란 힘에 미쳐 날뛰는 괴물로 밖에는 안 보이니 말이다.

잠시 그런 정적을 깨는 카셀의 목소리.

“이제 곧 극점에 도착합니다.”

카셀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상념을 깨고 주위를 살핀다.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고 보이는 시야에 곧 놀라게 되는데.

“이건!”

“맙소사!”

수뇌부들 말고도 다른 인류의 전사들 또한 마찬가지의 반응이었다.

조금 전까지 엄청난 추위가 이어졌으나 극점에 도착하자 봄날 같은 온화한 기후가 펼쳐졌기에 말이다. 거기다 꽃과 식물이 펼쳐진 초원이라니.

“저것은?!”

그리고 좀 더 가자, 보이는 거대한 요새....... 라기보단 하나의 섬이었다.

“저것이 바로 고대 인류가 개발하고 창공을 넘어 우주에서도 활동이 가능한 고대의 우주선 쉠인 후르쌍무이오.”

사람들의 의문에 이시쿠르가 친절히 대답한다.

후르쌍무는 너무 거대하고 웅장해서 자연의 모습과 같은 거대한 발사기지에 서 있었다.

이시쿠르의 말로 고대의 우주 발사기지인 바빌리라고 부른다고 했다.

‘저기가 바로 엔주가 있는 후르쌍무.’

다른 이들은 후르쌍무의 압도적인 위용에 기가 눌렸으나 아크만은 기가 눌리지 않았다.

그렇게 후르쌍무의 발사기지 바빌리 근처에 상륙한 인류의 비행 함대.

마법 레이더에도 주변의 적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인류의 군세는 임시 막사를 지으며 주변을 탐색했다.

그리고 전사들과 병사들은 오랜만에 보는 생명력이 넘치는 아름다운 광경에 넋을 잃었다.

“아름답다.”

“이곳이 낙원이라면 낙원이겠어.”

아크를 비롯한 수뇌부 또한 상념에 빠졌다.

그러나 문제는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갑자기 튀어나왔는데.

“이 전쟁 꼭 해야 할까?”

“부모님이 보고 싶어.”

“돌아가고 싶다.”

이렇듯 인류의 전사들이 향수병에 빠진 것이다.

최근 그들이 보아온 광경은 피가 낭자하고 차가운 전장만 봐서 봄날과 같은 환경에 더욱더 쉽게 빠져들어 향수병이 도진 것이다.

이에 성격이 불같은 제노 이그나이트 공작은 그런 소리를 하는 전사들을 나무랐다.

“네놈들이 그러고도 전사냐! 인류를 위해 출정한 우리들의 의지는 다 뭐란 말이냐!”

제노의 우레와 같은 고함에 다른 수뇌부들이 말렸다.

그러나 돌아오는 말은 더욱 난감했는데.

“다 포기하고 집에 가고 싶을 뿐입니다!”

“엔주가 만든 세상도 나쁜 것 같지 않습니다.”

“그저 기득권 때문에 싸우는 것이 아닙니까!”

쿠쿵. 전사들의 입에서 이러한 여론이 돌고 있었다.

항명과 함께 인류의 전사들은 어긋나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훈련을 극한으로 해도 한명 한명은 나약한 인간이기에 이러한 환경은 치명적인 독과 같았다.

그렇게 무기력증에 걸린 전사들을 다독이는 수뇌부들 그러나 강력한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이들은 많았기에 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게 허무하게 시간을 사흘이나 보낸 인류의 군세.

아크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밤중에 홀로 산책을 나왔다.

‘후우~ 어쩌면 좋단 말이냐. 엔주가 코앞이거늘, 전쟁은 홀로 하는 것이 아닌데......’

그렇게 잠시 명상을 하며 생각을 정리하던 아크는 무엇인가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 꽃의 냄새는 나는데 벌레가 없어? 아니, 냄새는 진짜 나는 것인가?’

그렇다. 꽃의 냄새는 잘 생각해보니 처음 보는 꽃들도 있었지만, 아크가 느끼는 꽃향기는 예전에 맡아본 냄새였다. 그리고 벌레 또한 없었다.

‘이건 설마!’

아크는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에 다급히 인류의 군세가 있는 막사로 향하였다.

그리고 아크는 다른 이들에게 자문한 뒤 인류를 군세를 모두 모아 말했다.

“인류의 전사들이여!”

아크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호응이 오는 것은 의지가 강한 몇몇뿐 대부분의 전사는 의욕이 없었다.

이에 아크는 담담히 말했다.

“지금 모두 주변의 식물의 냄새를 맡아보아라!”

“?”

의아해하는 전사들에게 아미가 직접 행한다.

전사들에게 이미지가 좋은 아미가 하자 다른 이들도 따라 하는데.

“맡았는가! 그렇다면 처음 보는 식물들도 많은데 익숙한 냄새만 나지 않는가!”

이에 의아해하는 인류의 전사들.

“폐하, 하지만 비슷한 냄새이지 않을까요?”

한 전사가 그리 말한다.

“그렇다면 주변을 살펴보아라. 그동안 풀벌레들을 보았는가!”

“?!”

이에 화들짝 놀라는 인류의 전사들.

“그러고 보니 벌레라곤 한 마리도 못 봤네.”

“그것이다. 그것이 엔주가 만들려는 세상이다! 세상을 겉보기엔 아름답게 그러나 생명의 순환을 무시한 그러한 세상을 만들려는 것이다! 그러한 생명의 순환을 무시한 세상에 너희들의 가족을 보낼 수 있겠나! 아니다. 엔주는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모두 지운 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세상으로 다시 바꾸려는 것이다!”

“?!”

이 말에 인류의 전사들은 정신이 살짝 들었다.

“그리고 앞에 말한 것은 우리들을 기만하는 것을 말했다. 이것은 모두 환상이다. 우리들의 기억에 간섭하여 버리는 거대한 혼돈의 마법이다!”

아크가 그리 말하고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전사들 또한 주변을 살피는데.

“부탁합니다. 이시쿠르 님.”

아크의 신호에 이시쿠르 및 다른 몇몇 큰 신들이 권능을 발휘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주변의 변화.

쩌저쩍!

주변의 환경이 금이 간 듯 갈라지더니 이내 깨진다.

촤앙!

깨진 주변의 환경은 눈과 삭막한 대지가 보이는 광경이었다.

“?!”

“모두 준비해라! 아직 전쟁 중이다! 그리고 인류의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아크가 그리 말하자 인류의 전사들은 그제야 제정신을 차렸다.

잠시간의 패닉이 있고 전사들은 다시금 의지를 다진다.

“내가 그동안 뭘 했지.”

“내 가족이 그런 곳에 있게 할 순 없어!”

“이대로라면 죽은 전우들 볼 면목이 없어.”

“복수하자! 인류의 투쟁을 벌이자!”

“그래! 인류의 무서움을 보여주는 거다!”

“타도 엔주! 타도 수라!”

그리고 인류의 전사들은 그동안의 추태를 회복하기 위해 빠르게 전투 준비를 하였다.

그래야 하는 이유는 인류의 군세가 결계를 깬 것을 알자 저 멀리서 수라들이 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크의 말처럼 인류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 ※ ※

인류의 군세가 빠르게 전선을 구축하였다.

초반 수라들의 공세는 거셌으나 인류의 전사들의 분노어린 발악에 가까운 저항으로 전선이 유지된 것이다.

그리고 통신병이 향수병에 빠져 따로 보고하지 않았던 것들을 빠르게 보고되었다.

원래는 군법으로 다스려야 했으나 상황이 상황인지라 넘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보고는 다른 이들에겐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동안의 인류와 수라의 전투로 생긴 시체들이 언데드화가 되어 인류의 후방을 공격했다는 것이었다.

그 수는 가히 100만!

인류 전사들의 시체들은 모두 정화하여 화장했지만, 수라들과 몬스터들의 시체로 이루어진 집단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시초 대륙은 그동안 인류와 수라들의 전장이기에 언데드가 될 재료들은 차고 넘쳤다.

이에 다른 이들은 절망적이었으나 통신병의 다음 보고에 화들짝 놀란다.

100만의 언데드 군단이 후방을 공격하자 어디선가 나타난 드래곤이 그들을 막았다는 것이었다.

이에 아크와 렉스만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어찌 된 것입니까? 폐하, 검귀.”

그들의 미소에 듀란 대공이 물었다.

“이게 다 예비군의 힘입니다.”

아크와 렉스가 그리 말하며 상황을 정리하였다.

아크는 렉스와 렉스의 연인인 에이션트 드래곤 셰이하라를 통해 드래곤족의 수장, 시초룡의 아마겟돈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들었다.

시초룡들의 형벌인 불사를 끊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엔주를 마냥 적대시할 수는 없다는 그들의 말에.

아크는 꾐을 낸다.

“그렇다면 드래곤들의 둥지를 만들면 되지 않는가?”

그렇다. 아크는 렉스와 셰이하라에게 들어 만든 정보로 신기하게 드래곤들의 율법을 따른 것이었다.

에이션트 드래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둥지를 지킨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설령 시초룡의 의지에 반한다고 하여도 말이다.

그래서 셰이하라와 그녀를 따르는 다른 드래곤족들이 후방 부대가 있는 시초 대륙의 항구 주변에 둥지를 만든 것이다.

거기다가 셰이하라 덕분에 드래곤 족의 율법에 해방된 드래고니안 제너 후작과 다른 드래고니안들이 거들어 후방 부대는 안전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경지로 치자면 인류 최강의 부대인 아크의 친위대 대 수호자들보다 많은 그들이 지키고 있는 후방 부대는 말 그대로 안전하였다.

“후~우 그렇게 된 것이군요. 폐하 그리고 검귀, 미리 언질을 줬다면 좋았을 것을 그랬습니다. 껄껄.”

듀란 대공은 그제야 안심한 듯 호탕하게 웃었다.

“죄송합니다. 듀란 대공. 시초룡들이 어찌 나올 줄 몰랐기에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으로 봐선 잘됐군요. 저도 이제야 안심합니다.”

그렇게 최전선 인류의 군세는 그들의 분노를 오로지 눈앞의 적에게 쏟아 낼 수 있었다.

※ ※ ※

이후 아크를 필두로 인류의 군세는 다시금 매섭게 수라들을 공격했다.

콰카카카!

쾅! 쾅!

기운이 넘치고 파괴와 살육이 가득한 전장.

한바탕 전투가 끝난 후. 그곳에 한 이질적인 기사가 나타났다.

보랏빛 갑옷에 은발인 기사, 바로 죽음의 기사였다.

“깨어나라! 나의 권속들이여! 죽여라! 생명이 있는 것들을!”

죽음의 기사인 아루스는 그렇게 생명을 저주하는 죽음의 기사가 되어 인류의 숨통을 조르고자 하였다.

“역시 부질없는 생명을 가진 것들은 필요 없어. 그건 수라들 또한 마찬가지. 내가 원하는 것은 불멸. 불사의 힘이다. 나의 언데드 군세로 부질없이 죽어간 나의 아들의 복수를 할 것이다! 이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죽음의 기사는 과연 황금의 기사이자. 4 성웅이며 전 쉘츠 제국 황제 롬 쉘츠의 아버지인 것인가?

그렇게 죽음의 기사의 권능으로 일어나는 언데드들. 인류가 미처 수습하지 못한 인간의 언데드도 있었다.

그렇게 죽음의 군세는 점차 수를 불리며 슬금슬금 전선에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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