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이어진 유지(2)
137. 이어진 유지(2)
란데르그와 란은 며칠간 엘프의 거주지에 거주하였다.
그리고 란데르그는 자신의 이복형제인 보튼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정령의 대화법을 정식으로 배웠다. 그럼으로써 지금은 정령으로 있는 자신의 아버지 보웬과 대화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그러던 와중 란데르그는 뜨문뜨문 들리던 정령의 목소리가 이제 어느 정도 정확히 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런 뒤, 마침내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겪은 일들을 알게 되었다.
첫 번째로 알게 된 사실은 란데르그의 아버지, 어머니는 란데르그를 버린 것이 아니었다. 반대로 란데르그를 엄청나게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란데르그의 부모님은 각기 세상의 영웅들이고 지도자였다. 그 말은 적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세상은 란데르그의 아버지, 어머니를 위협하고자 란데르그를 헤치고자 계획을 많이 했다고 했다. 실제로 란데르그의 기억에도 자신이 종종 납치되었던 기억이 있었다. 그렇기에 각기 종족에게 맡기는 것이 좋았으나 하프에 대한 차별을 알고 있던 부모님은 어쩔 수 없이 이름 모를 마을에 맡긴 것이었다.
하지만 임무가 없는 날에는 종종 찾아왔고 란데르그가 홀로 살 수 있도록 자신들의 기술을 틈틈이 가르쳤다. 그리고 란데르그에게도 말했던 세상을 위한 일을 수행하도록 떠나갈 때 그것이 마지막이 될지 몰랐다고 했다. 그것은 란데르그의 아버지가 정령으로 승화되었어도 잊을 수 없는 후회라고 했다.
이 말을 들을 때 란데르그는 오랜 세월 쌓아두어 잊었던 눈물을 쏟아내었다.
잠시 란데르그의 안전을 위해 다른 이야기를 하는 아버지 보웬.
그렇게 두 번째로 알게 된 일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던 란데르그 부모님의 과거였다. 란데르그의 부모님은 아직 디아우스가 되기 전 대 마법사, 마나난 맥리르의 수제자였다. 각기 자존심이 강했던 종족의 후계자였던 부모님은 맥리르에게 엘리트 교육을 받았고 종종 의견 차이로 다투기도 했지만, 사이가 좋았었다.
그렇게 각기 큰 분노와 작은 분노를 받은 뒤. 시간이 흘러 자신의 종족에게 인정을 받고 지도자의 자리에 올라 세상을 위해 여러 업적을 쌓은 영웅이 되었다. 어릴 적부터 알던 사이고 각 집단의 지도자이자 영웅으로 부모님은 공통된 생각을 많이 가져 공감을 많이 했다. 그래서 금기된 사이인 걸 알면서도 연인이 된 것이었다.
그렇게 사랑의 결실인 란데르그를 낳고 한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들이 사랑하는 란데르그가 하프라서 세상에 받을 고통을 생각하면 그 강단 있던 어머니 레이샤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래서 맹세했다. 자신들의 아이를 세상의 편견을 깨는 영웅으로 만들겠다고 말이다. 그래서 란데르그에게 어릴 적부터 자신이 가장 자신 있던 장기를 많이 가르쳐 주었다. 아버지 보웬의 궁술과 하프라서 힘들었지만 결국 가르쳤던 약간의 정령 술. 어미니 레이샤의 은신 기술과 체술. 이렇게 란데르그에게 도움이 되고자 했던 것들을 계속해서 가르쳤다.
란데르그는 몰랐던 부모님의 일들을 알자. 어린아이처럼 행복해했다.
그리고 세 번짼 란데르그 부모님의 마지막 임무였다. 그것은 바로 딘 가르드, 천계의 호출에서 시작된다. 자신들의 스승인 맥리르도 모르게 토르, 전대의 천둥의 디아우스가 급히 의뢰한 것이다.
전대 천둥의 디아우스가 관리하던 하늘의 활이라는 신기가 수라들에게 빼앗겼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체면을 우선시하던 전대 천둥의 디아우스는 그 사실을 다른 디아우스들에게 비밀로 하였고 당시 가장 추적 실력이 있던 란데르그의 부모님에게 의뢰한 것이었다.
하늘의 활이 수라들에게 넘어가 만약 마계에 넘어간다면 그건 인류에게 크나큰 손실이고 만약 하늘의 활의 비밀을 알게 되어 기운을 습득한다면 최강의 적을 만들기에 란데르그의 부모님은 은밀히 비밀스럽게 추적해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하늘의 활을 찾았으나 하늘의 활의 기운을 흡수해 더욱 강해지려던 수라들의 대장. 처음 보는 거대 짐승 같은 상급 수라에게 당하고 보웬이 희생양이 되어서 겨우 레이샤가 하늘의 활을 들고 그나마 가까웠던 엘프들의 거주지로 온 것이었다.
차오르는 분노를 참고 아버지 보웬의 말을 듣는 란데르그.
보웬 자신은 정령이 되어 깊은 상처로 인해 죽어가는 레이샤를 보는 것이 괴로웠다. 그러나 레이샤는 정령의 말을 들을 수 없기에 피눈물을 흘리며 보던 보웬.
레이샤는 엘프들의 거주지에 왔고 레이샤를 잘 알던 하이 엘프인 의붓형제 보튼에 의해 치유하고자 했지만, 치유 도중 그만 사망하고 말았다.
보튼은 정령이 된 아버지 보웬을 보고 오열을 했고. 결국 모든 사실을 알게 되어 백호 족에게도 이런 부고를 알렸다.
그러나 백호 족은 족장을 잃은 슬픔에 더욱 폐쇄적으로 되어 엘프들과의 교류를 끊었다.
그리고 란데르그는 슬픔에 잠겼으나 의문이 들었다.
“그럼. 하늘의 활은 어찌 되었습니까?”
-하늘의 활은 나와 너의 어머니가 강력한 피의 주술로 봉인 하였다.
“봉인이라면?”
그때 보튼이 말한다.
“바로 하이 엘프와 백호 족의 피가 동시에 흐르는 이가 아니면 풀 수 없도록 만들었지. 봉인을 풀기 전까진 그냥 일반 활로 변했어.”
“!”
그 말에 란데르그가 움찔거린다.
-그렇단다. 바로 하이 엘프와 백호 족의 유일한 혼혈인 너만이 풀 수 있도록 했지.
란데르그는 의아했다. 하필 그렇게 봉인을 한 이유가 궁금했다.
-레이샤와 난 너를 하프들의 차별을 없애는 영웅으로 만들고 싶어 했지. 이건 그것을 위한 우리의 마지막 일이었다.
그렇다. 란데르그의 부모님인 보웬과 레이샤는 이 임무가 위험하다고 알았을 때부터 이러한 계획을 한 것이다.
란데르그가 때가 되면 하늘 활의 봉인을 풀고 진정한 인도자가 되어 이 세상의 하프들에 대한 각종 억압과 차별을 끝내줄 영웅으로 만들기로 말이다.
그렇게 란데르그에게 이어진 유지는 이 세상을 앞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
그 이후 대화를 마치고 란데르그는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
‘한 종족의 지도자도 바꾸지 못한 인식을 내가 어찌.......’
부담감을 느끼며 생각에 잠기고 이윽고 밤이 되었다. 그리고 엘프들의 거주지는 야광 식물이 내는 빛이 비추었다.
잠시 야광 식물을 보며 놀고 있는 란을 보는 란데르그.
그때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란은, 그녀의 이름은 너의 어머니 레이샤가 다음 대 후계자의 가문에서 그녀가 태어날 때 붙여준 이름이란다. 백호 족의 마을에 있을 때도 너를 그리워하며 붙인 이름이지. 레이샤는 그녀가 성장하며 언젠가는 너와 만나 사이좋게 지내길 원하고 있었단다. 그리고 지금 그녀를 보니 레이샤 말대로 되어서 기분이 좋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란을 보는 란데르그.
‘어머니가 나와 관련해서 그녀를 그리 생각했다고?’
그때 란데르그를 기분 좋게 갸르릉 거리며 란이 쳐다보는데.
화악!
란데르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급히 서둘러 고개를 돌리는데.
란데르그는 그녀가 어머니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자 왠지 부끄러웠다.
‘처음 듣는 이야기를 하도 많이 들어 혼란해서 그런 것일 것이오.’
애써 자신의 마음을 가리는 란데르그.
그렇게 란데르그는 란과 함께 엘프들의 거주지를 나와 카다른으로 향하였다.
보튼과 잠시간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인사했고 아버지 보웬은 당분간 엘프의 숲에서 안식을 취하기로 한다.
그렇게 아쉬운 마음을 놓으며 떠나는 란데르그와 란.
“에잉! 애써 찾은 하늘의 활이 봉인되었다니.”
아쉬운지 그르렁거리는 란.
그런 그녀를 보다니 이내 고개를 젓는 란데르그.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니오.”
그리고 그녀는 잠시 걷다가 다시 질문한다.
“그건 그렇고 정말 봉인을 안 풀 것이야?”
하늘의 활의 주인은 엄밀히 말하면 란데르그의 부모님에게 있고 지금은 그 소유권이 그 아들 란데르그에게 있다. 뭐 사실 란데르그가 아니면 봉인 자체를 못 푸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였다.
입을 여는 란데르그.
“지금은 겨우 찾은 평화로운 시기요. 아직 위협요소는 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지금 내가 하늘의 활의 봉인을 풀면 새로운 분쟁요소를 야기할 수 있소이다.”
“오~ 평소답지 않게 생각 좀 하는데.”
란의 언사에 발끈하는 란데르그.
“무엇이오? 그럼 소인을 그동안 뭐로 본 것이오.”
“바보, 푼수.”
“이이익!”
그렇게 그들은 각자의 일을 하러 갔고 시점은 시간이 흘러 아크가 인류를 통합하고 대 성전을 준비하고자 하는 현재.
란데르그는 다시 엘프들의 거주지로 향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이복형인 보튼을 만나는 란데르그.
“우리 엘프들의 활과 정령 술은 우리들의 적에게 향할 것이다.”
어느덧 하이 엘프 최고 장로가 된 보튼에게 엘프들의 협력을 받아냈다.
그리고 봉인되어 엘프들의 동굴에 있는 하늘의 활에 다가가는 란데르그.
‘이제 부모님이 남긴 이 힘이 필요하오.’
-정말 괜찮겠니?
보웬은 란데르그를 걱정하며 말한다.
하늘의 활은 대단한 신기이지만 사용자의 영과 신체를 극한으로 몰고 간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에 란데르그가 다칠까 염려하는 보웬.
“아버지. 나는 나를 믿고 내가 해야 할 하프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준 소중한 친구를 위해. 기꺼이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을 할 것이야.”
란데르그의 진심 어린 말에 보웬은 말한다.
-그래, 너의 어머니가 봤으면 만족할만한 표정을 짓는구나. 우리 아들.
란데르그는 미소를 띠며 하늘 활의 봉인을 푼다.
파아앗!
강력한 빛과 함께 란데르그의 피가 반응하여 풀리는 하늘의 활.
부모 세대부터 이어진 이 유지는 앞으로의 일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돌아오는 길에 란데르그는 백호 족의 영역에 들어가서 하늘의 활을 보여준다.
“우와아아!”
탄성이 절로 나는 빛의 활에 백호 족의 장로들은 그동안 엘프들에 대한 오해를 풀고 인류에 헌신하고자 맹세한다.
그리고 지금은 수인 족의 나라인 에밀 왕국에서 한 명의 친구를 만난다.
그의 이름은 케다냐. 예전 란데르그를 암살하러 왔다가 란에게 죽을 뻔한 맹인 궁수이다.
“오랜만이오. 케다냐.”
“왔는가. 형제여.”
란데르그와 케다냐는 암살사건 이후 다시 만났다. 어색할 뻔한 상황이었지만 그때는 상황이 달랐다. 거기다가 란데르그 특유의 친화성으로 그들은 예전의 앙금을 잊고 형제처럼 지냈다. 친목에 한몫거든 것은 의외로 입장이 한몫했다.
그들은 하프였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한 세력의 수장이 되었다는 점이다.
란데르그의 주군, 아크의 하프 평등정책에 케다냐도 덕을 본 덕분이었다.
그렇게 란데르그는 대부분의 수인 족의 수장 격인 자고 케다냐는 수인 족의 골칫거리이자 호전적인 집단, 켄타우로스와 늑대인간 족의 우두머리로 만난 것이다.
밤이 되고 야수 족의 대 족장이 된 란은 거대한 장작에 불을 피워놓고 피의 맹세를 한다.
“우리 야수 족은 그동안 인류의 위기에 항상 선봉이 되어 싸워왔다! 지금도 그런 명예가 가득한 전장이 우릴 기다리고 있다! 우리 야수 족이 이번에도 선봉이 되어 인류의 위기를 이겨내자!”
“우와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과 함께 야수 족도 인류의 전쟁에 참전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