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 운명의 전초전.
133. 운명의 전초전.
벨 제국에는 진 제국의 태도가 갑자기 바뀌며 전쟁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평화 동맹을 위한 사절단을 보내겠다고 소식을 전했다.
그 사절단에는 동 vs 서 전쟁의 주역이었던 흑천 교주인 렉스도 포함되었다고 말이다.
“갑자기 어찌 이런?”
아크는 진 제국, 아니 실세인 흑천 교주이자 자신을 원수로 아는 렉스가 그러한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물론 아크는 인류 대 동맹을 맺기 위해서 자신이 먼저 렉스를 찾아가서 용서를 구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렉스가 먼저 이러한 태도를 취한 것에 대한 의문이 지워지지 않음은 사실이었다.
“폐하! 혹, 교주가 폐하를 시해하고자 하는 연극은 아니겠습니까?”
아크를 호위하는 란데르그 또한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아크는 렉스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라도 직접 만나기를 원하였다.
사절단을 맞을 준비로 한창 분주한 벨 제국에 좋은 소식이 들어왔다.
바로 각성 자의 힘을 제어하기 위해 수련을 떠난 황후 아미와 렌 사부가 돌아온 것이다.
아미는 약간의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났는데. 아크에게 받은 기운으로 흑진주 같은 눈동자에 있던 황금빛 고리가 맑은 에메랄드빛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아미와 렌 사부는 새로운 기운을 아미에게 맞게 바뀌어 그렇게 되었다고 했다.
더불어 렌 사부는 새로운 경지를 아미 덕분에 완성했다며 아크에게 자랑을 하였다.
그리고 다친 제 2 재상이자 궁중 마법사인 카셀 또한 마나 로드가 많이 손상되었지만 운신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여담이지만 카셀 재상의 병간호에는 금발의 아름다운 여인이 와서 지극정성으로 간호하여 지금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안정되었다고 한다.
아크는 그 금발 여인의 정체를 바로 알아차렸다. 바로 카셀의 전 연인인 리즈라고 말이다.
그러한 기쁜 소식이 이어지다가 어느덧 진 제국의 사절단이 오는 날이 되었다.
아크는 몸소 먼저 나가서 사절단을 맞이하였다. 사절단보단 렉스를 빨리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황후인 아미 또한 같이 나가게 하였다.
이에 무장을 갖추고 나가라는 란데르그와 대소신료들의 목소리가 컸으나 아크는 비무장에 천왕으로써 복식만 갖추고 나갔다.
그리고 사절단을 맞이하는 관료들 또한 비무장을 지시했다.
일국의 군주로써는 실격인 처사였으나 아크는 렉스에게 일국의 군주가 아닌 예전의 형인 관계로 다가가고 싶었기에 고집을 부린 것이다.
그런 아크의 진심이 통하였는지 사절단의 대장인 렉스는 환영단을 만나기 전에 전원 비무장을 지시하였다.
이러한 소식에 대소신료들은 겨우 안심을 하였고 아크는 자신의 진심이 통한 것 같아 누구보다 기뻤다.
“사절단이 옵니다. 폐하!”
전령의 소식이 들린 잠시 후. 드디어 만나는 아크와 렉스.
아크는 눈물이 맺히기 일보 직전이었고 렉스는 그런 아크를 바라보다 고개를 숙여 예를 취하였다.
“브란티아 대륙의 맹주! 벨 제국의 천왕! 아크 벨 폐하를 뵈옵니다!”
렉스의 사무적인 태도에 겨우 자신의 위치를 깨달은 아크는 다시금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사절단을 맞이하였다.
“어서 오시오. 사절단이여.”
‘어서 와, 렉스.’
아크는 근엄한 표정을 지었지만 따뜻한 눈빛으로 렉스를 맞이하였다.
“어서 와요, 교주.”
아미 또한 따뜻한 목소리로 렉스를 맞이하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그렇게 보는 눈이 있어 사무적으로 대하지만 분위기는 평화롭고 순조롭게 흘러갔다.
각국의 위치가 있어 형식적인 절차를 갖춘 뒤. 각국 지도자의 만남이었지만 시국이 시국인지라 화려한 축하연은 없이 아크와 렉스는 조용히 어전에서 측근들을 데리고 대화를 하고자 하였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끝까지 사무적인 렉스의 태도에 아크는 아쉬운 감이 있었지만 지금 렉스의 상태에서 예전과 같은 대화를 원한다면 그건 욕심이기에 아크는 용기를 내어 말한다.
“렉스, 지금은 편하게 말해도 괜찮아.”
꿀꺽.
렉스가 어찌 나올지 몰라 아크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지. 아크.”
“?!”
생각 외로 쉽게 승낙하자 놀라는 아크와 그곳에 있던 아미와 렌 사부 그리고 란데르그와 크리, 보브였다.
“하지만 아직 의문이 남아있다. 아크.”
렉스는 예리하지만, 예전과 같은 살의는 없는 눈으로 아크를 바라보았다.
이에 아크의 대답은.
“속죄에 대한 거라면.......”
“그만!”
렉스는 아크의 말을 자르며 말한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우리 리우드 부족이 습격을 받던 밤. 어째서 말도 없이 떠난 거지? 그렇게 도움이 필요하던 우리를 놔두고 말이야!”
렉스는 침착하게 말하고자 했으나 끝내 언성이 높아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아크는 이에 말하고자 했으나 아미가 나섰다.
“그에 대해선 내가 이야기할게, 아크.”
“아미.......”
아크는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대신 아미가 대답한다.
“렉스. 사실은 내가 너의 부족에게 용서를 빌어야 해. 그 당시 아크는 너희 부족을 돕고자 했으나, 역부족이라 내가 아크에게 메긴까지 써서 못 가게 했어. 원한을 품으라면 나에게 품어.”
아미의 말에 란데르까지 합세했다.
“소인이 그 증인이요. 사실 그 습격의 밤의 일은 유감이나 우리가 참전했다고 상황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요. 하지만 이 말만은 하고 싶소. 미안하오.”
렉스는 그 들의 말이 거짓인지 내면의 흑천신의 기운까지 써가며 살폈지만 그들의 말은 진실이었다.
이에 렉스는 눈썹이 꿈틀했고 아크를 바라보며 말한다.
“아크, 너의 대답은?”
“렉스, 내가 무슨 대답을 해도 한순간에 소중한 모든 것을 잃은 너의 상실감은 어쩌면 평생 가늠하지 못할 것이야. 그런데도 감히 물어볼게, 나를 아니, 인류를 위해서 우린 통합이 되어야만 그때까지 만이라도 용서해줄래?”
렉스는 눈을 감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을 가만히 생각해 보는데.
“나의 대답은 이렇다. 아크. 아미, 란데르그. 너희들을 지금은 차마 용서할 수 없어. 하지만 지금은 그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아크. 너는 예언의 아이로서 우리 부족의 피 값으로 살아있는 것이다. 그것을 항상 생각하고 예언이 맞는다면, 그것을 위해서 지금 인류의 위해서 잠시만 손을 잡는 것이다.”
“렉스!”
아크와 아미, 란데르그는 렉스의 대답에 화색을 띠며 렉스를 바라본다.
이에 렌 사부와 보브, 크리 또한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렉스의 충격적인 말.
“원인은 너희들에게 있어도 원흉은 누군지 안다. 바로 바알이라는 수라 놈이지.”
“?!”
그곳에 있던 모든 자는 이 말에 놀란다.
“뭣이!”
그리고 그 누구보다 분개하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바알에게 자신의 아내이자 아크의 어머니인 니르와 자식을 아크를 포함한 모든 것을 잃을 뻔한 보브였다.
“그 녀석이 또 악행을 저지르다니.”
아들인 아크 또한 차오르는 분노로 정신을 놓을 뻔하였다.
“엔주보다 바알이라는 자를 먼저 손봐야겠어.”
아크는 조용히 분노를 삼켰으나 살기는 어쩌지 못했다.
움찔!
이에 렉스는 예전 자신과 전투를 할 때와는 질이 다른 아크의 살기에 놀란다.
‘이것이 인류 최고, 최강 전사라 평가받는 자의 진정한 살기.’
그때, 밖이 잠시 소란이 일어나더니 이내 조용해진다.
“무슨 일이더냐!”
란데르그가 소리쳤으나 아무도 어전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에 란데르그가 나가려고 했으나 어전 문이 덜컥 열리며 인영이 들어온다.
“너는!”
“?!”
“어찌!”
어전에 있던 모두가 놀라는데 들어온 이들은 놀랍게도 엔주와 투사 안주였다.
엔주를 보자 분노가 차오르는 아미. 그러나 일단은 가만히 있다. 지금은 자신이 나설 때가 아닌 것을 안 것이다.
“크르릉!”
한편 안주는 뭐가 못마땅한지 불만스러운 소리를 내며 엔주 곁에 있었다.
“곧 여흥 거리를 주마.”
그런 안주를 다독이는 엔주.
아크는 불현 떠오르는 생각에 살기가 넘쳐흘렀다.
“엔주! 밖에 있던 나의 사람들은 어찌했나!”
아크의 노성에 엔주는 장난치는 표정으로 말하였다.
“글쎄? 어찌했을까?”
“이놈! 엔주!”
아크는 급히 아공간의 반지를 이용하여 무장을 갖추고 전투준비를 하였다.
이에 엔주는 아크를 달래듯이 말하는데.
“살기를 거두어라. 예언의 아이. 밖에 있던 자들은 모두 무사하다. 석화 주문으로 잠시 조용하게 했지.”
“?!”
아크 일행은 놀란다. 성에 있던 사람들만 하더라도 수천 명인데 홀로 그 모든 이들에게 석화 주문을 걸다니. 마나량이 얼마나 된단 말인가.
“그래서 나의 심복 안주가 지금 불만이 가득하지. 전투를 안 벌이고 여기까지 와서 말이야.”
이에 안주는 심통 난 목소리로 항변했다.
“하지만 주인이시여. 이 벨 제국 특히 황성. 카다른에는 실력자가 많습니다. 아쉬운 건 아쉬운 거지요.”
“하하하, 그래서 너의 먹잇감을 주지 않느냐. 바로 예언의 아이 말이다.”
“?!”
엔주의 말에 그곳에 있던 아크의 사람들은 모두 표정이 굳는다.
“오호! 그렇다면 이야기가 다르죠.”
오직 엔주와 안주만이 즐거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때 입을 여는 이는.
“잠깐. 엔주, 안주. 나를 잊고 있으면 안 되지.”
“?!”
“그대는.......”
바로 렌 사부가 나선 것이다.
“엔주와 안주. 일단 내 검을 받아보아라!”
이에 아크와 다른 이들이 렌 사부를 말리는데.
“폐하, 저와 전투를 벌이며 보인 그들의 전투 스타일을 익히십시오.”
렌 사부는 조용히 그리 말하며 누가 말릴 새도 없이 엔주에게 무장한 채 쇄도한다.
파아앗!
“흠~”
엔주가 한숨을 쉴 때 그 순간 다가온 렌 사부는 엔주에 일격을 가하는데.
카아앙!
금속음이 들리고 보이는 모습은 안주가 어느새 참마도를 꺼내 렌사부의 일격을 막은 것이다.
“크하하하! 예언의 아이와 전투 전에 이 무슨 횡재란 말이냐! 나의 숙적! 렌과의 전투라니!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하는 네가 나올 줄은 몰랐다.”
이에 렌 사부가 말하는데.
“흠, 제자가 힘들어하는 것은 못 봐서 말이지.”
“크하하하! 그래 어디 한번 춤춰 보자꾸나! 주인이시여!”
안주의 호쾌한 말에 엔주가 반응한다.
“그래, 어디 마음껏 놀아라.”
그렇게 엔주는 빠지고 안주와 렌 사부의 대결이 성사되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무의 극에 달한 자들의 검 놀림!
쐐애액!
팟! 파아앙!
마나를 흡수한 근육들이 케이블처럼 팽창하더니 이내 음속으로 휘두르는 검격에 주변이 잠식된다.
파앗!
콰카카카!
화르르!
어느새 두 명의 고수는 각기 소울 오라와 다크 오라를 부여하여 전투를 벌이는데.
‘이건?!’
렉스 또한 처음 보는 검의 경지에 전율이 일어났다.
“황궁이 무너지겠소!”
란데르그는 검격에 눈조차 뜨지 못했다.
“크~흠!”
보브는 비록 눈은 안 보이지만 남들보다 더욱 뛰어나게 마나를 느끼는 감각으로 전율이 일어났다.
“사부님!”
“아크!”
아크는 순간적으로 두 존재의 싸움에 끼어들려고 했지만 아미가 말려 끼어들지 못했다.
그리고 만약 아미가 제지하지 않았더라도 저 무극에 이르는 존재의 전투에 끼어들 기회 따윈 없을 것 같았다.
파앙!
팟! 파파팟!
쾅! 콰카카카!
그리고 무극의 전투에 잠시 균열이 일어난다.
챙! 챙그랑!
바로 안주의 무기인 두 개의 참마도가 렌 사부의 검에 의해 부서졌기 때문이다.
“크하하하! 즐겁구나!”
렌 사부와 안주는 검뿐만이 아니라 갑옷과 심지어 몸에까지 상처와 생채기가 가득했다.
그런데도 안주는 웃고 있다.
“헉, 허억.”
반면 렌 사부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였다.
아무래도 1000년 가까이 존재해온 체력적 무리일 것이다.
“나이는 못 속이는구나! 렌! 난 아직 멀었다!”
안주는 그리 말하며 괴수 화를 하였다.
“크아아앙!”
키메라 같은 모습으로 변한 채 덤벼드는 안주를 상대로 새로운 전투를 벌이는 렌 사부.
그때, 렌 사부의 눈빛이 더욱 빛나더니 이내 누구도 넘지 못한 경지의 세계에 한 발을 보여주었다.
‘아크! 봐라. 이것이 로드 위의 경지이다!’
검의 새로운 경지가 렌 사부의 일격으로 눈앞에 펼쳐졌다.
스거엉!
촤아악!
혼을 담은 일격의 모든 힘은 완벽히 깔끔하게 안주에게만 향하였다.
힘의 낭비가 없는 일격!
‘검의 일격의 힘을 낭비하지 않고 그대로 적에게 쏟는 일격! 이것이 나의 새로운 경지이다!’
렌 사부는 아크에게 그리 메시지를 넘겼다.
“사부님!”
그리고 아크는 그것을 제대로 이해했다.
“?!”
이에 반해 안주는 무엇인지 모르고 자신이 두 동강 나는 모습을 보았다.
“!”
아크 일행은 일동 새로운 경지에 놀라고 엔주의 표정 또한 바뀌었다.
“이노옴!”
안주는 마지막 발악으로 궁기의 힘을 쓰며 몸을 다시 회복하였다.
그때. 엔주가 안주의 앞을 가로막는다.
“여기까지.”
“주인이시여!”
엔주는 안주에게 손짓을 한다. 이에 차분해지는 안주.
“렌, 그대는 내가 상대할 것이오.”
렌 사부는 체력적으로 한계였으나. 아크에게 조금이라도 많은 정보를 주기 위해 무리한다.
아크 또한 자신이 나서고자 했으나.
렌 사부가 돌아보는 결의에 찬 눈빛에 압도되어 가만히 있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 렌 사부의 선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