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 렉스의 과거 그리고 새로운 결심.
132. 렉스의 과거 그리고 새로운 결심.
사막의 환경은 어린 렉스를 거부하듯이 낮엔 뜨거운 기온과 밤엔 낮은 기온으로 렉스를 괴롭혔다. 거기다가 배고픔과 갈증.
그리고 무엇보다도 렉스를 괴롭히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었단 상실감이었다.
“으아아악!”
그러한 고통 속에서 렉스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발작을 일으켰다.
어린 렉스에겐 이러한 고통은 너무나도 가혹한 일이기에.
그런데도 살아있음은 자신이 가장 사랑한 가족인 형의 부탁 때문이었다.
“렉스. 내 몫까지 살아줘. 부디....... 부디....... 행복하게 살아!”
이러한 형의 마지막 당부를 기억하지 못하면 당장이라도 목숨을 끊었을 렉스였다.
그렇게 몇 날 며칠 내면과 외부의 고통 속에 지쳐가던 렉스는 숨이 끊어질 듯 쓰러졌다.
풀썩!
숨조차 쉬지 않는 듯 가만히 있는 렉스.
※ ※ ※
후 우우~
태양의 뜨거운 열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이 이는 이곳은 대낮의 히브리아 대륙, 대 사막의 상공 위.
그러한 열기와 상반되는 차가운 기운을 내뿜는 거대한 형체가 구름 뒤에 가려졌다.
휘이잉~
이내 바람에 의해 구름이 걷히고 드러내는 모습은 뜨거운 열기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얼어 있는 비늘!
그리고 푸른빛 박쥐 날개에 얼음 뿔을 가진 존재는 바로!
데바와 수라와 동급의 힘을 가지고 있으나 세상의 균형에만 모습을 드러내는 드래곤이었다!
웅장한 모습으로 날고 있는 드래곤은 다른 드래곤보다 더 큰 덩치와 화려한 비늘을 가진 고룡, 즉 에이션트 드래곤이었다.
‘흠~ 오늘도 무료하군.’
화려한 모습과 별개로 고룡은 무료한 눈을 가진 채 정처 없이 상공을 날고 있었다.
그때! 고룡의 기감에 느껴지는 마이너스 감정!
‘음?! 이 정도 마이너스 감정이라니? 상급 수라인가? 잘 되었군! 무료하던 차에 가지고 놀아야지!’
상급 수라를 가지고 논다는 고룡. 역시 에이션트 드래곤다운 생각이었다.
휘이잉!
바람을 가르고 마이너스 감정이 차오르는 곳으로 향하는 에이션트 드래곤.
‘아차! 본래 모습으로 싸우면 재미없으니 폴리모프를 해야겠군.’
그렇게 주변에서 폴리모프를 하는 에이션트 드래곤의 모습은.
촤아악!
청량감이 드는 푸른빛 머리에 아름다운 모습을 한 여인의 모습으로 변하였다.
그러나 곧 전투를 벌인다고 해도 지극히 무료해 보이는 눈빛은 그대로였다.
타악!
“흐음~ 이번 녀석은 좀 재밌게 해주었으면 하는데.......”
여인이 입을 열자 들려오는 목소리는 옥구슬이 넘어가듯 아름다웠다,
저벅, 저벅.
점점 다가가는 여인. 그러나 아무리 주변을 살펴보아도 기운만 강하게 느껴질 뿐 상급 수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녀석이 어디 숨었지?”
터억!
그때 여인의 발치에 걸리는 무언가!
“음?”
여인은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힘으로 모래 속에 파묻힌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푸핫!”
무언가는 숨을 몰아쉬며 거친 호흡을 하는.
“뭐야? 인간이잖아!”
그렇다. 무언가는 바로 모래바람에 파묻힌 렉스였다.
여인은 인식조차 못 하는 렉스를 가만히 보더니 이내 생각했다.
‘데바도 아닌 어린아이가 이렇게 마이너스 감정을 내뱉다니. 그리고 이렇게 어두운 기운은 설마, 다크 하트?’
무료해 보이던 여인의 눈빛에 처음으로 이채가 서렸다.
‘일단 치유부터 해야겠어.’
그렇게 마음먹은 여인은 렉스를 데리고 날아 주인 없는 오아시스의 그늘에 렉스를 뉜 다음 높은 수준의 치유마법을 걸어 기본 체력을 회복시키고 물을 먹여주었다.
“쿨럭, 쿨럭.”
그렇게 렉스는 겨우 정신이 드는데.
‘누......, 누구지?’
렉스는 점차 정신이 돌아옴에 자신을 도와준 손길을 바라본다.
‘아, 아름답다.’
자신을 호기심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는 여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드는 와중 렉스는 리우드 참사를 떠올린다.
“누, 누구세요!”
정신이 드는 와중에 갑자기 자신에게 경계심을 내비치는 렉스를 보던 여인은 당혹감보단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 맹랑한 꼬맹이 보게.’
여인은 인간인 척 연기를 하는데.
“괜찮니, 꼬마야. 나는 사막을 여행하던 마법사인데 너를 발견해서 도움을 주었을 뿐, 아무런 욕심도 없단다. 경계하지 말렴.”
여인의 부드러운 음성을 들은 렉스는 자신의 긴장했던 마음이 점차 안정되어 감을 느낀다.
“죄, 죄송해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렉스의 예의가 바른 모습에 여인은 흡족한 듯 미소를 짓는다.
그런 모습에 렉스는 여인에 대한 경계심을 점차 늦추는데.
“으윽!”
갑작스러운 심장의 통증에 렉스는 괴로워한다.
“아이야, 괜찮니?”
여인은 렉스의 상태를 살피는 척하였다.
“네, 괜찮아요. 하지만 살펴보셔도 마법사님은 어쩔 수 없으실 거예요. 이건 심한 저주거든요.”
그렇게 여인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능청스럽게 말한다.
“음? 혹시 다크 하트 아니니?”
“?!, 어찌 아셨어요?”
그때 재밌는 생각이 드는 여인.
“사실 내가 다크 하트와 같은 저주 계열의 마법에 능통하거든, 어때? 몸이 더 괜찮아 질 수 있거니와 강해지는 방법을 가르쳐 줄까?”
여인의 말에 렉스는 여인을 한 줄기 빛을 내려주는 여신으로 보였다.
“정, 정말요? 정말 강해질 수 있는 거예요? 주술사님들은 절대 오라를 수련 못 할 것이라고 했는데.”
렉스는 자신의 몸이 낫는 거보다 강해질 수 있음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
“물론, 다크 하트도 수련할 수 있어. 다크 하트와 호환이 좋은 우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흑태극사신무라는 마공을 익히면 강해질 수 있......”
여인은 말을 하다가 이내 아차! 싶었다. 대부분 인간이라면 마공이란 수라의 것이라서 대혼돈 이후 진 제국 이외에는 금기사항이었기 때문이다.
눈앞의 소년은 피부가 갈색이어서 히브리아 대륙의 사람이기에 더욱더 그러하였다.
“정말요! 배우겠습니다. 강해질 수만 있다면 그게 마공이든 뭐든 배우겠어요!”
“!”
여인은 자기 생각 이외의 대답이 소년의 입에 나오자 의외였다. 그리고 그 의외 감은 곧 호기심으로 바뀌었다.
“무슨 목적이 있구나.”
렉스는 잠시 고개를 떨구었다. 자신의 눈에서 눈물이 나오는 것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은인이신 분 앞에서 이런 말 하긴 그렇지만, 흑, 흐흑. 크흡! 저, 저의 소중한 것들을 앗아간 원흉을 제 손으로 죽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어요!”
그렇게 말하는 렉스는 눈치를 못 챘지만, 주변에 제법 농도 깊은 다크 마나가 모여들었다.
‘어찌 이런 어린아이의 감정에 이 정도의 다크 마나가 모이다니? 다크 하트를 가졌더라도 이건 불가능해!’
여인은 렉스의 깊은 원한이 이러한 현상을 냄에 궁금증이 생겼다.
‘이 아이의 곁에서 도와주며 살핀다면 나의 이번 유희가 제법 재밌겠어.’
그렇다. 성룡이 된 드래곤들은 가끔 인간 사회에 섞여 유희를 즐기곤 했는데 여인은 렉스를 통해 그런 유희를 즐기고자 했다.
‘그리고 나의 이 채워지지 않는 무료함이 이 아이를 만난 이후부터 채워지고 있어.’
이러한 생각이 여인의 결정에 제일 크게 작용했다.
“그래, 아이야. 내가 힘닿는 데까지 도와줄게. 그럼 통성명부터 해야지? 너의 이름은 뭐니?”
렉스는 흐르는 눈물을 닦고 여인을 바라보며 말한다.
“네, 제 이름은 렉스입니다. 렉스 리우드,”
씩씩한 모습에 여인은 흡족하며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그래, 렉스. 내 이름은 셰이하라야. 잘 부탁해!”
그렇다. 여인은 렉스의 조력자인 에이션트 드래곤 셰이하라였다.
그렇게 렉스는 셰이하라와 연이 닿아 수련하였다. 그렇게 마공인 흑태극사신무를 익혀 갈색이던 피부는 새하얀 눈같이 변하였고 극마의 경지에 이르자 다크 하트의 부작용 없이 다크 오라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디아우스와 드래곤들에게 내려오던 메긴과 셰이하라가 밝히진 않았으나 신무기 틸인 스페이스 소드까지 배웠다. 거기다가 오래전 드래곤들에 의해 봉인된 사복 검 ‘침묵’을 주었고. 렉스가 성인이 된 날에 자신의 정체를 밝히며 자신의 드래곤 하트가 일부 담긴 물의 사복 검, ‘수화’를 주었다.
렉스는 셰이하라의 정체에 매우 놀랐으나 이미 그들의 사이엔 사랑이란 감정이 싹터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 렉스에게 셰이하라는 흑천을 소개해주었고 렉스는 자신의 흑태극사신무로 익힌 흑천신의 위력을 내뿜으며 쉽게 흑천의 새로운 교주가 되었다.
그리고 렉스는 이미 거대한 벨 제국의 천왕이 된 아크를 단죄하기 위해 진 제국의 밀려난 황위 계승자 진화연에게 접근 쿠데타를 일으켜 지금과 같은 일들을 행하였다.
그리고 현재 지금.
렉스는 원인은 아크에게 있을지언정. 그것에 대한 죄책감을 마음속 깊이 가지고 있는 아크에 반해 진정한 원수이자 자신의 소중한 것들에 대한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바알을 알자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것들이 다 부질없음을 알게 되었다.
거기다가 그들을 도와주었다는 자신의 행동이 지금 렉스를 옥죄고 있었다.
“난 도대체 내가 한 모든 것들은.......”
렉스는 그동안 자신이 행해온 모든 악행을 복수라는 명목하에 합리화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것이 깨진 것이다.
“렉스.......”
렉스는 도중 다시 제어 못 하는 각성 자의 힘을 쓸 뻔했으나 셰이하라의 도움으로 진정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안타깝게 여기는 셰이하라. 물론 처음에는 유희 정도로 생각했으나 렉스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지금은 자신이 렉스를 도와줌에 따라 일어난 일들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행해야 할 일들을 잘 알고 있었다.
“렉스, 어떻게 할 것이야?”
알면서도 렉스가 스스로 선택하게끔 배려하는 셰이하라.
“일단 진화연 황제에게 가보자. 그리고 이 잘못된 모든 것들을 바로잡기 위해 행하는 것이야!”
그렇게 렉스는 바삐 흑천을 소집하고 진화연 황제가 있는 진 제국 황성으로 향하였다.
“오! 어서 오시오! 흑천 교주!”
여제는 지금이라도 자신에게 달려와 준 흑천 교주 렉스를 반가이 맞이하였다.
여제는 자신이 모든 것을 잃었을 때 다가와 모든 것을 자신에게 안겨준 렉스에게 동료, 그 이상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예. 폐하 소신이 온 것은......”
그러나 렉스는 야속하게도 여제를 동료. 딱 그 정도로 보았다.
그 모습을 야속하게 바라보는 여제.
그리고 렉스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여제를 당황하게 충분하였다.
“무엇이오! 그게 지금 상황에서......”
“소신이 가능하게 하겠나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소신이 직접 벨 제국 황성, 카다른으로 가겠나이다.”
“?!”
여제와 그곳에 있던 많은 대소 신료들은 일제히 기겁하는데.
아무리 휴전을 했다곤 해도 치열한 전투를 벌인지 얼마 시간이 안 간 지금 상황에 이러한 선택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벨 제국의 천왕 아크는 믿을 수 있으나 그곳의 신료들과 무엇보다도 직접 전쟁을 겪은 민심이 어찌 나올지 모를 상황이기에 말이다.
“이 모든 것은 소신이 행한 모든 죄를 뉘우치기 위한 것이니, 폐하께서는.......”
렉스의 말에 진화연은 아쉬운 감을 드러낸다.
“대소신료들은 흑천 교주를 제외하곤 모두 나가여라.”
“예, 폐하.”
진화연은 렉스가 말하는 와중에 이러한 명을 내리는데.
대소신료들이 나가고 둘만 남은 여제 진화연과 렉스.
“교주, 아니, 렉스 동료로써 물어볼게. 나를 옹립한 것도 너의 죄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여제. 그리고 그런 여제를 무정하게 바라보는 렉스.
“좋아, 렉스. 아니, 교주. 그대의 뜻대로 하시오.”
“예, 폐하!”
여제 진화연의 끝내 감추지 못한 쓸쓸함을 뒤로 한 채. 렉스는 어전을 나갔다.
‘그래, 이것이 성군이셨던 전 황제를 죽이고 그 자리에 앉은 나의 업보로군.......’
여제는 홀로 씁쓸히 미소를 짓는다.
그런 여제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렉스는 새로운 결심과 함께 묵묵히 벨 제국의 황성, 카다른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