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 렉스의 진정한 원수.
131. 렉스의 진정한 원수.
진 제국의 상황은 이러하였다.
동 vs 서 전쟁이 끝난 후.
마고 대륙 또한 수라들의 준동에 골머리를 앓는 상황이었다.
이에 마고 대륙의 대표적인 세력인 진 제국과 신시 왕국은 한때는 우방이었으나 진 제국의 배신으로 적대적으로 변한 관계를 벨 제국의 천왕 아크 벨의 중재로 잠시 휴전을 하게 되었다.
진 제국의 여 황제 진화연은 이러한 긴급한 시기에 진 제국의 승상이자 진화연이 황제가 될 수 있도록 실질적으로 도운 흑천의 교주, 렉스를 호출했으나 렉스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신 흑천 교주 렉스 또한 개인적인 혼란이 있었다.
사실 렉스 정도의 검사가 상대방과 혼을 다한 검격을 나누면 상대방의 내면까지 알 수 있었는데.
문제는 바로 자신의 부족을 파멸을 이끈 아크에게 대한 미움, 원망, 배신감이 삶의 에너지였다. 그러나 렉스가 검을 맞댄 아크의 내면은 그동안 렉스가 생각해온 자와는 정반대의 상대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진심 어린 아크의 눈물.
이로써 렉스는 그동안의 가치관과 사상에 커다란 충격을 받아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 눈물의 의미는 뭐란 말이냐! 아크!’
그렇게 흑천 교단 소재의 옆에 폭포와 계곡이 있는 수련 굴에 명상을 하던 렉스에게 불청객이 낸 소리가 들린다.
“으아악!”
“?!”
명상하던 렉스의 귀에 사람의 비명이 들리고.
“무슨 소란이냐!”
렉스가 자신의 명상을 방해하는 소리에 하문한다.
그때!
쿠! 쿠르릉!
수련 굴을 막았던 바위가 무너지고 느껴지는 인간의 혈향!
“!”
렉스의 눈에 띈 것은 수련 굴에 들어오는 하얀 머리의 사내와 그 사내의 뒤로 보이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흑천 교단의 신도들이었다.
피를 흘리고 쓰러진 흑천 교단 신도들의 호흡이 느껴지지 않았다. 모두 절명했으리라.
“큭!”
렉스는 차오르는 적대감에 자신의 사복 검을 들고 자세를 취하였다.
그때 들려오는 낯선 자의 목소리.
“이런, 이런. 짐은 그대와 싸우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네. 흑천 교단의 교주여.”
렉스는 어두운 수련 굴에 갑자기 들어온 밝은 빛으로 시야가 흐릿하다가 이내 시야가 안정된다.
그리고 그제야 자세히 보이는 낯선 자의 외견.
얼핏 보기엔 흰 머리의 자였으나 길이는 허리까지 오고 하얀 법복에 두 눈은 마기가 가득하여 불타오르는 붉은 눈이었다.
“마기 사용자?”
렉스의 말에 조용히 웃는 사내.
“크크큭, 그래 초면이니 자기소개를 하지 나는 그대들과 같이 사이비 마기 사용자가 아닌 진정한 다크 오라의 수혜자! 수라들의 왕인 바알이라고 하네.”
그렇다. 흰 머리 사내의 정체는 바알이었다.
“?!”
렉스도 자신의 정보통에 의해 알고 있었다.
예전 대혼돈 때 영웅 중 하나였던 데바였으나 갑자기 수라들의 왕이 되고 지금의 혼란의 원흉인 엔주의 봉인을 푼 악신 중 악신!
“네 녀석이 나를 왜?”
렉스는 자신과 바알의 접점을 알 수가 없었다.
“흠, 하긴 네 녀석은 알 수가 없겠지. 짐이 너를 찾아온 이유를 말이야.”
바알은 잠시 뜸을 들인다.
‘빈틈이 없어!’
렉스는 그 순간에 바알의 빈틈을 찾고자 했으나 바알은 빈틈이 없었다. 생각하는 척 뜸을 들이고 있지만, 상대는 완벽하게 반격의 자세였다.
렉스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이내 바알이 입을 연다.
“음, 그래 이건 어떤가. 예언의 아이인 아크 벨을 죽이는데 협력하라고 하는 거라면?”
“!”
렉스는 순간 당황한다. 예전 같으면 생각도 안 하고 협력하겠으나 지금은 아크에 대한 생각이 변할 때인데 이런 제의를 받아서 말이다. 그리고 렉스는 바알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냥 내면에서 느껴지는 께름칙한 느낌 때문이었다.
“제의하는 자의 자세가 안 되었는데. 상대방의 부하들을 그리 잔인하게 죽여 놓곤 그런 제의라니. 게다가 난 인간이다. 수라들의 편을 들 리가 없다.”
그 말에 바알이 웃는다.
“크크큭,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사실 네 녀석의 부하들이 죽은 것은 내 부하들을 보고 지레 겁을 먹어 공격하려는 게 짜증이 나서 그렇고 옛 주인을 몰라봐서 그런 것이라네.”
“옛 주인?”
렉스는 의아함을 느낀다. 흑천 교단의 장로에게도 바알의 이름은 못들어서 이다.
“그렇다네. 전대 교주, 진구만에게 옛 금단의 주술을 알려준 것도 왕의 힘인 주작의 힘을 빼앗는 장치를 만들어준 것도 짐이지.”
“?!”
그렇다. 예전 아크 일행이 흑천과 엮였을때의 모든 일들이 바알이 마고 대륙을 혼란하게 하여 전쟁을 일으킨 뒤 마이너스 감정과 피를 얻고자 벌인 일이었다.
“뭐, 그때도 예언의 아이에게 한방먹었지만 그대가 전쟁을 일으켜준 덕분에 일이 잘되었네. 크큭.”
렉스는 자신이 해온일이 결과적으로 남에게 이용당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딱!
바알이 그리 말하고 손가락을 튕기자 하나둘 들어오는 수라들. 기운으로 봐선 하나하나 상급 수라였다.
“그리고 제의가 아니라 통보다. 애송이.”
“?!”
바알은 그리 말하며 시동 어를 외우는데.
팟! 파팟!
크아악!
흑천 교단 신도들의 시체들과 몇몇 상급 수라가 피의 먼지가 되어 렉스에게로 향한다.
“!”
렉스는 처음 느껴보는 거부감에 자리를 피하고자 했으나 피의 먼지는 엄청 빠르게 렉스를 휘감았다.
철컥, 철컥.
사복 검들을 떨구며 괴로워하는 렉스.
“크아악!”
그 모습을 보며 즐거워하는 바알.
“크하하! 제법 괴로울 것이다. 나의 노예로 세뇌하는 고대의 흑 주술이니 영혼 밑바닥부터 괴로울 것이다! 크하하하!”
“이놈! 바알!”
렉스는 자신의 영혼의 성질부터 변화시키려는 기운에 내면의 흑천신까지 반발하지만, 고대 흑 주술의 기운이 너무 강하였다.
“노예가 되면 자아조차 없어질 테니 네 녀석에게 짐이 굳이 찾아온 이유를 말하지. 짐은 리우드 부족과 관련이 있다.”
“?!”
렉스는 자신의 자아가 없어지는 와중에 바알의 말을 듣는다.
“바로 리우드 부족을 없앤 것이 짐이기에 마지막 생존자를 없애러 온 것이지. 크크큭! 알겠느냐! 바로 유종의 미이다!”
“!”
렉스는 차오르는 증오로 피눈물을 흘리며 저항했으나 증오로 인해 의식이 점점 더 흐려지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만! 나의 언약자를 괴롭히지 말아라! 저급한 자여!”
바알은 의문의 목소리에 놀라고 렉스는 뒤돌아본다.
수련 굴 옆 폭포의 물줄기를 넘으며 나오는 선녀였다.
파란 머리에 하늘하늘한 푸른빛 옷을 입은 그녀는 신령한 기운으로 렉스에게 곧장 가서 렉스의 저주를 풀었다.
파아앗!
“?!, 네년은 에이션트 드래곤 셰이하라!”
바알도 알고 있는 자로 에이션트 드래곤이었다.
그녀는 렉스에게 기운을 주며 바알을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보았다.
“여전히 저급한 장난질을 즐기는구려.”
셰이하라는 낮게 말했으나 목소리의 기운이 워낙에 강해 바알과 수라들은 움직이지 못했다.
‘이 정도의 메긴이라니. 저년이!’
“크윽! 고마워 셰이하라.”
그때 렉스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선다.
그러자 셰이하라는 바알을 볼 때와는 차원이 다른 애정이 넘치는 눈빛으로 렉스를 바라본다.
‘감정에 무미건조한 드래곤족이 저리 보다니?’
바알은 차분히 상황을 분석하려 하지만 에이션트 급 드래곤과 리우드의 생존자인 인간이라니 성립이 안 되었다.
그러나 곧 답을 찾았다.
“그랬군. 리우드의 생존자가 어찌 로드 급의 실력자가 되고 흑천의 교주가 되었는지 이제야 성립이 되는군. 네년이 애송이 녀석의 후원자였군.”
“나의 은인에게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라! 바알!”
렉스는 어느새 기운을 올리고 사복 검을 쥔 채 공격 자세를 취하였다.
파파팟!
후 우우!
날카롭게 울리는 사복 검의 다크 오라와 속성의 소울 오라!
‘이런, 엿 됐군. 로드에 에이션트 드래곤은 나도 버거운 데.’
“이제 입을 열어라. 바알! 리우드를 공격한 것이 네 녀석의 짓이라고!”
렉스는 분노에 찬 음성으로 바알을 압박한다.
“크큭, 그래. 리우드 부족은 아크를 제거하고자 찾아간 내 손에 멸망하였다!”
“네놈!”
파파팟!
렉스는 극마의 모습을 하며 바알에게 쇄도하려 했으나 셰이하라가 만류하였다.
“그만, 렉스. 바알 저 녀석은 너의 분노로 이 상황을 벗어나고자 한 것이야. 지금 더 많은 정보를 얻어야 해.”
“하지만 셰이하라! 저 녀석이 우리 부족과 내 가족의 원수야!”
셰이하라는 렉스를 겨우 진정시키고 바알에 대한 경계를 잊지 않았다.
메긴을 넓게 펼쳐 바알의 퇴로를 막은 것이다.
‘이런, 큰일 났군.’
바알은 답지 않은 식은땀을 흘렸다. 렉스를 도발하며 빈틈을 보고자 했으나 셰이하라가 나섬으로 그것조차 통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조심히 입을 여는 셰이하라.
“엔주의 목적은 무엇이지? 네 녀석은 그저 혼란만 부추기고 있어. 시초룡 님들은 그 답을 원하신다.”
셰이하라가 입을 열자 바알은 한 가지 방법을 떠올렸다.
“그래, 저 렉스라는 애송이 녀석이 나를 도와주었지 수만의 피와 원한을 저 애송이 녀석이 전쟁으로 일으켜 줬으니 엔주님이 부활한 것이지 그리고 그 진정한 목적은 시초룡들이 원하는 세상을 만들 것이다. 진정한 왕에 의한 면죄부. 바로 자유지!”
“?!”
바알의 그 말에 셰이하라는 표정이 굳는다.
“.......네? 하지만!”
“?”
셰이하라의 혼잣말에 바알은 의구심이 들었다.
사실 렉스는 알고 있었지만 셰이하라의 눈과 귀를 통해 시초룡들이 보고 듣는 것이다. 그리고 시초룡이 원하는 대답을 바알이 한 것이다.
그리고 시초룡들의 결정은 이 세상의 운명과도 연관이 있었다.
바알은 셰이하라의 표정을 보고 희망에 찼다. 자신이 살아 돌아갈 수 있단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네, 알겠습니다.”
렉스는 셰이하라의 입장을 알기에 가만히 있는 것이다.
“렉스, 엔주의 입장은 시초룡 님들에게 전달되었어.”
“!”
바알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렇지만!”
렉스는 더 말하려다 셰이하라가 제지한다.
“하지만 너의 복수는 묵인한다는 것이 그분들의 의지이지.”
“?!”
바알은 셰이하라의 말에 기겁한다.
“이런 젠장!”
그 말을 끝으로 렉스는 바알에게 무시무시한 기운으로 쇄도하고 셰이하라가 개입하였다.
파파팟!
렉스는 우선 바알과 자신을 가로막은 수라를 단칼에 베어넘겼다,
촤아악!
피가 튀고 이곳은 곧 전장이 되었다.
후르릉!
바알은 다크 마나 블레이드를 생성하고 렉스에게 항전했다.
그러나 그것은 자살행위였다.
바로 셰이하라의 존재가 그 이유였다.
파앗!
셰이하라의 눈빛에 남은 수라들은 경직되었고. 바알은 움찔거렸다.
그리고 그 결과는.
“크아악!”
바알의 오른팔이 검과 함께 잘려 나갔다.
“네놈들!”
바알은 그리 말하고 수라들 뒤로 물러나며 저주의 시동 어를 말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저주의 현상!
남은 수라들이 부풀어지며 그곳은 일대 대 폭발의 근원지가 될 것이다.
“셰이하라!”
“렉스! 내 곁으로!”
사건이 워낙에 순식간에 일어났지만, 렉스와 셰이하라는 침착히 대응하였다.
콰아아앙!
천지를 뒤흔드는 대폭발이 일어났다.
렉스는 셰이하라가 만든 라그나 메긴의 보호막에 감싸져서 폭포 밖으로 같이 튕겨 나갔다.
후드득!
쿠르릉!
그리고 수련 굴과 연결된 계곡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저 미친 자식이!”
렉스는 욕지거리를 내며 바알을 저주하였고 셰이하라는 바알의 생사를 가늠했다.
그리고 잠시 후. 렉스는 계곡을 뛰어다니며 바알의 시체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찾아낸 것은 바알의 잘린 오른팔뿐이었고 시체는 없었다.
“어때? 셰이하라. 녀석의 시체는 찾았어?”
셰이하라도 하늘 위를 날며 찾았지만 바알의 흔적은 없었다.
“개자식! 꼬리 자르듯 사라지다니!”
렉스는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던 존재들의 상실과 그로인해 자신이 벌인 과오를 생각하며 분노에 빠진다.
자신이 해온 일들이 결국 바알의 농간임에 분노가 차올랐다.
“나는 어찌, 그런.......”
그런 렉스의 조용하고 차가운 분노가 극에 이르자 렉스의 송과체에 이상 징후가 보인다.
파아앗!
“?!, 렉스? 그건!”
렉스에게 (❊)표식으로 빛나는 푸른빛 보석이 이마에 생겼다.
이에 셰이하라는 조용히 변하는 렉스를 바라보며 놀라는데.
“?!, 이 힘은?”
그렇다. 렉스는 이미 다음 단계의 경지로 넘어가기 일보직전이었는데 차가운 분노로 인해 그것이 촉매제가 되어 라그나 메긴 9단계의 경지인 각성자의 경지가 되었다.
잠시 후. 셰이하라는 렉스를 다독여주고 렉스는 겨우 각성자의 변화에서 원래상태로 변하였다,
그리고 셰이하라는 냉정하게 현실을 말하는데.
“렉스, 이제 시초룡들의 원조는 무리야. 이제 인류와 이 세상을 위해 선택해야만 해.”
셰이하라는 렉스를 위로하며 앞으로의 문제에 대해 말하였다.
“이 힘만 있으면 어떻게든.......”
그러며 렉스는 과거 속으로 들어갔다.
때는 7년 전. 리우드 부족이 멸망하고 하루 뒤의 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