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121화 (121/155)

121. 운명의 서판의 힘.

121. 운명의 서판의 힘.

그렇게 그들은 격렬히 격돌한다.

쿠콰카카!

콰아앙!

연쇄적으로 끓어오르는 기운과 격돌로 인한 폭음이 퍼진다.

“크윽, 이놈이!”

호법귀들 중 호전적인 성향이 가장 강한 카발이 토르의 천둥의 공격에 움찔한다.

“어떠냐! 이게 디아우스의 힘이다!”

토르는 겁도 없이 자신에게 도전한 카발을 짓뭉개버리고 싶었다.

애초에 토르가 천둥의 디아우스가 된 건 자신의 강력한 천둥 속성의 마법 무기. 묠니르와 더불어 힘으로 수라들을 학살에 가까운 제거의 공으로 된 것인 만큼 순수 전투력은 빛의 디아우스 루 라바다와 더불어 1~2위를 다투는 실력자이다.

“크윽! 그렇다면 나의 힘을 보여주마!”

카발은 자신의 무기인 거대한 철퇴에 강력한 붉은 빛의 화염을 두른다.

후르릉!

화르르!

‘외모는 인간형이면서 수라답게 속성 석도 없이 화염을 쓰는군. 근데, 일반 불길과 다르게 드는 이 불길한 기운은?’

토르는 카발의 철퇴에 타오르는 화염을 보고 불길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토르는 힘으로 짓뭉개버리려고 더욱 묠니르에 기운을 짜내었다.

파지직!

곧이어 질과 양이 엄청난 천둥의 힘이 묠니르에 부여되고 토르는 그대로 묠니르를 카발에게 던진다.

파아앗!

카발이 휘두르는 철퇴와 격돌하는 묠니르!

쩌어엉!

“?!”

커다란 바위산도 일격에 날려버리는 묠니르의 힘을 그대로 받아내는 카발을 보며 토르는 경악한다.

“크흐흐, 이게 다인가?!”

카발은 자신의 힘에 취해버리며 묠니르의 힘을 역이용하여 그대로 토르에게 일격을 먹인다.

콰아앙!

“크헉!”

토르는 되돌아오는 묠니르를 순간 조정하여 힘을 분산시켰지만 힘의 여파로 충격을 받는다.

이에 토르는 메긴의 힘을 올려주는 자신의 성법기. 메긴 교르드의 힘을 발동한다.

후 와앙!

“크아악!”

토르가 울부짖자 엄청난 메긴의 힘이 발동한다.

쿠콰카카!

“흥! 그래, 이 정도로 끝난다면 디아우스가 아니지!”

카발은 토르가 힘을 짜내자 오히려 호승심이 일어났다.

“이놈!”

토르는 자신의 메긴의 힘의 8번째 단계인 라그나 메긴 8단계를 발동하였다.

그러자 일반적으로 라그나 메긴 8단계보다 영력의 질이 순수하고 양으로도 막대한 메긴이 활성화되는데.

후 우웅!

“이것도 받아 봐라!”

토르는 다시 묠니르를 불러 강대한 천둥의 힘을 부여하여 카발에게 돌진했다.

쿵! 쿵! 쿠쿵!

토르의 힘이 너무 흘러넘침에 돌진하는 그 몸뚱이 자체에도 천둥이 생성되어 토르의 발자국이 지나간 자리에도 번개가 흘렀다.

“와라! 디아우스!”

카발 또한 화염의 힘을 더군다나 강하게 짜내어 토르와 부딪힌다.

콰아앙!

콰지직!

화염과 번개가 요란스럽게 격돌하며 주변이 초토화가 되어간다.

이를 탐색전을 벌이며 곁눈질로 보던 안주와 루 또한 본격적으로 격돌하였다.

후 우웅!

카앙!

안주는 거대한 참마도를 꺼내 휘두르고 루 또한 자신의 애검을 꺼내 공격한다.

“루의 창과 프라하가르는 어디에 두고 왔는가.”

무기를 마주하며 말하는 안주는 내심 루가 전용 무기로 상대해주길 바랐는데. 유명한 전용 무기가 아니자 실망한다.

“이 검도 나름 명검이지. 거기다가 나는 무기 덕택을 받으며 싸우는 타입은 아니라서 말이지.”

이에 안주가 말한다.

“오호! 그건 나와 같군. 이 참마도도 그냥 마음에 들어서 사용하는 것일 뿐, 진정한 무기는 내 몸이지.”

파아앙!

한차례 서로를 탐색하고 떨어지는 안주와 루.

“그건 나도 알지. 괴수화로 변해 데바들을 살육하던 그대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네.”

“크크큭, 영웅신의 기억에 남아있다니 영광이군.”

안주는 흡족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래서 괴수화는 언제 하지? 나에게 그런 인간형으로 덤비면 안 되는 것쯤은 알 텐데.”

“아! 그건 내가 이 상태에서 그대 정도 급에서 어느 정도 먹히나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니 신경 안 써도 된다네.”

“이거 기분 나쁘군. 나 이외에 다른 호적수를 생각하고 있나?”

안주는 그 생각만으로도 즐거운지 만족스러운 말투로 말한다.

“크흐흐.”

“뭐지? 그런 웃음은?”

루가 안주에게 항의하듯이 말한다. 자신과 싸움에 딴생각을 함에 기분이 나쁜 것이다.

“아, 미안하군. 그저 예전부터 있던 나의 라이벌과 최근에 알게 된 나의 새로운 호적수가 생각나서 그러한 것이니 용서해주게나.”

적에게 용서를 구하다니 안주는 전투 자체를 하나의 놀이로 아나 보다.

“예전 라이벌은 렌 사부님일 것이고. 새로운 호적수는?”

“크크큭, 내가 엔주 님께 받은 새로운 힘이 그 하프 녀석을 죽이라고 소리쳐서 말이야.”

‘하프? 란데르그인가?’

루는 란데르그를 호적수로 생각하는 안주를 제거하고자 했다.

‘아직 아크의 동료인 란데르그는 지금의 안주와 싸우면 죽는다. 그전에 아크의 동료를 위해서라도 이 위험요소를 제거해야 해!’

루는 그리 생각하고 전력을 다하려고 한다.

“토르! 권능화로 빨리 제거하세나!”

루가 토르에게 말하고.

“?!, 벌써? 난 아직 전투 중이네.”

토르는 격렬히 격돌하는 와중에 오랜만에 전력을 다하는 호적수를 두고 아쉽다는 듯이 말한다.

“이들은 빨리 제거해야 하네.”

루의 진지한 음성에 토르 또한 동의한다.

“알겠네.”

루와 토르는 잠시 기운을 끌어모으더니 이내 루와 토르의 몸이 각자 빛과 천둥 그 자체가 된다.

“?!”

“?!”

이에 놀라는 카발과 안주. 그러나 놀라움이 길지 않고 처음 보는 상대의 모습에 공격하는데.

“크아악!”

“컥!”

카발은 토르를 공격하자 허공에 공격하는 것처럼 느껴졌고 토르의 주변에 가는 것만으로도 번개가 자신을 공격했다.

그리고 루는 손가락을 안주에게 향하자 빛이 순식간에 안주를 관통하며 지나갔다.

“오호.”

이를 보던 엔주는 크게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이 그 상황을 보았다.

‘아버님이 재밌는 장난을 치셨군.’

한편, 카발과 안주는 크게 당황하였다.

공격해도 허공에 하는 것 같은데 디아우스들은 처음 보는 방식으로 공격하니 말이다. 말 그대로 천둥과 빛을 상대하는 것과 같았다.

“무슨 수작을 벌인 것이냐!”

카발과 안주는 처음 보는 현상에 소리를 지른다.

이에 루가 대답하는데.

“이건, 엔릴 님이 대혼돈 이후 계발하신 권능화로 디아우스들이 각자의 속성에 맞게 그 속성 자체가 되는 궁극기이다.”

그리고 루는 엔주를 쳐다본다.

“바로, 엔주. 너를 처단하기 위해 계발한 것이다.”

이에 마찬가지로 루를 보던 엔주가 나선다.

“주인이시여! 아직 저희는 남은 힘이 있습니다!”

엔주가 나서자 말리는 카발과 안주.

이에 엔주가 말하는데.

“너희들은 이 상태의 녀석들을 이기지 못한다. 이건 큰 신들이 자신의 창조물이 반기를 들 때 만들어놓은 기술이기에.”

“큰 신?”

엔주의 말에 의문이 드는 토르와 루. 그들은 큰 신이라는 개념 자체를 몰랐다.

“아버님이 너희들을 속인 것이다. 권능화는 대혼돈 이후 계발한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있었다. 그저 나를 막을 용도로 너희들에게 알려준 것에 불과하지.”

“?!”

이에 토르와 루는 당황하는데.

“헛소리 마라! 그리고 나의 천둥에 사라져라!”

토르는 자신의 번개를 조절하여 엔주에게 날린다.

이에 엔주는 가만히 있는데.

“주인이시여!”

호법귀들은 난리가 난다.

그리고 입을 여는 엔주,

“빛과 번개는 원래의 자리로.”

엔주가 그리 나지막이 말하자 순식간에 엔주를 노리던 번개가 사라지고 곧이어 토르와 루가 사용한 권능화도 풀렸다.

“?!”

“뭣이?! 이건!”

루와 토르는 당황하는데.

“이것이 운명의 서판의 진정한 힘이다. 권능화쯤은 그냥 무력화시킬 수 있지. 애초에 큰 신들의 왕이 반역하는 큰 신들을 제압하는 용도도 되니까.”

그렇다. 지금 엔주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이 세상의 마스터키. 운명의 서판의 힘을 사용한 것이다.

처음 맛보는 공포감을 느끼는 토르와 루.

이 절대자와 같은 자에게 아무런 힘을 쓸 수가 없었다.

“그만 사라-”

“이놈! 엔주!”

엔주가 무언가를 말하려 할 때.

엔릴이 나타났다.

“아! 아버님!”

엔주는 마치 단순히 오랜만에 아들과 아버지가 만난 것처럼 반갑게 엔릴을 맞이했다.

이를 보며 치를 떠는 엔릴.

그런 엔릴을 보며 미소 짓는 엔주였다.

※ ※ ※

“뭣이라고요? 지금 딘 가르드가 침공을 당했다고요?”

여기는 벨 제국의 카다른 황궁.

방금 목소리를 높인 이는 아크였다.

그리고 아크에게 천계가 침공당했다는 충격적인 말을 전한 이는 태양의 디아우스 우투였다.

“그렇다네. 예언의 아이여. 그대의 도움이 필요하다네.”

“아크!”

아미는 자신의 할아버지인 엔릴이 걱정되었다.

그리고 아크는 호법귀들과의 전투의 상처를 치유 중이던 렌 사부를 제외하고 급히 4대 수호 공작과 더불어 최정예로 된 소수의 부대를 이끌고 바삐 딘 가르드로 향하였다.

그중에는 할아버지가 걱정된 아미도 있었다.

※ ※ ※

다시 침공받는 천계, 딘 가르드.

“아버님.”

“이놈! 나를 아버님이라고 부르지 마라!”

엔릴은 자신의 정당한 후계자인 닌우르타를 죽인 엔주를 보며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여파로 긴 세월 동안 잊은 자신의 손녀 아미를 생각하면 그러한 분노가 더욱 심해졌다.

“후후, 하나도 안 늙으셨군요. 역시 큰 신이라 그런가?”

“놈!”

엔릴은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다. 그런 엔릴을 보며 여유로운 엔주.

“이 정도면 운명의 서판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는 거죠? 후후, 그러게 진즉에 나를 후계자로 두셨으면 됐잖습니까.”

“네놈이 어떻게 운명의 서판을 제어하는지 모르겠지만 네 녀석은 오늘 내 손에 죽는다.”

“하하, 아버님이 궁금해하시니 알려드리겠습니다. 바로 큰아버님의 뇌를 살폈지요.”

이에 당황하는 엔릴.

“뭣이?”

“제 수하 녀석 중에 어쌔신이라는 녀석이 있는데 큰아버님의 수하인 척 하다가 기회를 봐서 큰아버님의 머리를 잘라 왔거든요. 뭐, 반은 예언의 아이가 무력해 놔서 쉽게 한 것이지만요. 여하튼 그래서 제가 그 뇌에 담긴 것들을 흡수했지요.”

큰아버님은 엔키를 말한 것이다. 예전 아크 일행이 엔키와 싸운 후 에리두에서 수수께끼로 남은 엔키의 머리를 잘려간 일은 엔주의 부하인 에쌔신이 벌인 일이었다.

“놈! 미친 녀석이라고 할지라도 녀석은 너의 큰아버지. 가족이란 말이다.”

“하하, 미친 녀석인 건 인정하시는군요. 네, 그만큼 머릿속엔 굉장한 지식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세상을 정화하고 저의 신인류 계획도 상당 부분 진전이 있었습니다. 후후.”

엔주는 광기 어린 웃음을 짓고.

엔릴은 그런 엔주를 보며 이제는 놀랍다는 것도 질려버렸다.

“네놈의 그런 광기 때문에 닌우르타를 후계자로 세운 것이다.”

그 말에 엔주의 표정이 무섭게 변한다.

“그 자식은 후계자가 될 자격이 없는 놈이었습니다! 인간 따위와 결혼하여 자손을 본 것도 모자라 이런 불합리한 세상을 그대로 두자는 녀석을요!”

엔주가 그리 말하자 엔릴은 대화는 그만두고자 한다.

“네 녀석과는 더는 대화가 불가능하다. 네 녀석이 나의 운명의 서판을 훔쳤을 때부터 우리의 대화는 끝났다!”

그리고 천계의 대기 자체가 달라졌다. 엔릴이 공중으로 떠오르자 초월자 아누 이후로 큰 신들 중 최강이라는 엔릴의 기운에 대기가 반응한 것이다.

“네 녀석이 천계로 와서 다행이군. 인간계에 있었다면 붕괴될까 봐 내가 안 나서려고 했지만, 천계라면 붕괴하더라도 아누 님의 뜻을 배반하는 게 아니게 되지.”

이러한 엔릴의 무시무시한 말에도 엔주는 가만히 서 있다.

“크크큭, 제가 그냥 무작정 찾아왔으리라 생각하십니까?”

“?!”

“저는 엔키의 모든 지식을 흡수했습니다. 그리고 하나 알게 되었는데. 엔키는 운명의 서판을 90% 정도 분석했더군요. 그리고 태고의 존재 압수의 지식도요.”

“놈!”

엔릴은 엔주가 한 말이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았다.

“바람은 다시 바람으로. 생명은 죽음으로!”

엔주가 자신의 품에 있는 푸른빛이 감도는 보석을 매만지며 말한다.

그 보석의 정체가 바로 운명의 서판이었다.

그리고 발동되는 운명의 서판. 그러자 알 수 없는 문자들이 퍼지며 엔릴을 감싼다.

“놈!”

엔릴의 바람이 사라지고 엔릴은 그대로 떨어진다.

그렇게 영공의 지배자 엔릴이 죽음의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아버님이라서 바로 죽게는 하지 않았습니다. 서서히 세상이 바뀌는 것을 지켜보십시오.”

엔주의 비릿한 웃음이 천계에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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