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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120화 (120/155)

120. 천계 침공.

120. 천계 침공.

잠시 그러한 상황을 즐기던 엔주는 손을 모으더니 이내 검은색 구체를 만든다.

후 우웅!

그러자 기운들이 비명을 지르듯 그 검은색 구체안으로 빨려 들어가는데.

“?!”

아크와 수호자들은 기겁하고 호법귀들은 당연하다는 태도였다.

그리고 검은색 구체가 삼킨 기운들은 엔주가 흡수한 듯 창백하던 엔주의 혈색이 좋아졌다.

“맛있군. 예언의 아이 일행의 기운은.”

경악! 보는 것과 같이 엔주는 그들의 기운을 빨아들여 흡수한 것이었다.

“아! 예언의 아이는 처음 보는 모양이군, 이것은 나의 신무기 틸인 탐욕의 그릇이다.”

엔주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했지만, 아크는 소름이 돋았다.

‘운명에 서판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신무기 틸이라고 했어. 그리고 신무기 틸을 막는 건 신무기 틸 뿐, 근데 신무기 틸을 이미 알고 있다고?’

아크는 절대 넘어설 수 없는 벽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오늘은 인사만 하고 이만 가도록 하지.”

엔주는 그리 말하고 자신의 곁으로 모여든 바알과 호법귀들과 함께 공간 이전한다.

파아앗!

팟!

털썩!

아크와 수호자들은 미처 대응도 못 한 채 엔주를 놓쳤고 이후 기운이 다해 주저앉았다.

“저런 존재를 어떻게.......”

아크는 절망을 느끼며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그 이후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전 4대 대륙을 비롯한 전 세계 곳곳에는 수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제히 움직였다.

각국과 각 지역의 세력들은 그런 수라들을 막기에 분주히 움직였지만, 대부분의 세력의 노력은 역부족이었다.

원래는 딘 가르드, 천계와 협정을 맺은 수라들이 이렇게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이었지만, 엔주의 부활과 더불어 수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인간들을 학살했다.

하지만 아크는 엔주와의 강렬한 만남 이후로 절망에 빠졌다.

이를 보던 아크의 사람들은 아크를 위로하기 위해 입을 여는데.

하지만 아크에게는 처음으로 마주하는 절대 넘지 못할 큰 산을 만난 것처럼 아무런 반응도 못 했다.

이를 보던 렌 사부와 아미는 끝내 아크에게 화를 내는데.

“아크! 정말 실망이야! 너는 겨우 이런 사람밖엔 안 됐어?”

“아크야, 너의 이런 모습은 정말 보기 싫구나.”

아크가 가장 소중히 생각하는 두 사람의 질책에 아크는 큰 충격을 받는다.

‘그래, 시련 앞에 안 되면 될 때까지 끝까지 발악하는 게 인간다워. 나는 그동안의 승리와 영광에 너무 취해 있었구나.’

아크는 젊은 나이에 성공했지만 무수히 많은 시련을 이겨낸 자다. 아크는 잠시깐 아크답지 않은 모습을 보인 것에 자신에게 실망한다.

그러나 이대로 주저앉지 않는 아크.

“당장, 대전 회의를 소집하세요. 그리고 각 군부는 지금 당장 피해가 있는 지역부터 수습하기로 하세요.”

아크가 다시 정신을 차리렷다.

“아크.......”

아미와 아크의 사람들은 다시 정신을 차린 아크를 보며 안도했다.

인류는 지금의 시련을 이겨 낼 것이다. 기필코 그러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그랬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지금 아크는 누아자의 딘 하트의 기억에 기대어 겉모습만 위대한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내면부터 진정으로 위대한 군림자로 다시 깨어났다.

그렇게 아크는 각 동맹국에 마법 통신을 보내 대책 회의를 했다. 그리고 종전을 한 예전 적대국인 진 제국에게도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아크가 강하게 밀어붙였다.

“지금은 인류의 존망이 걸린 상황입니다. 인간들끼리의 분열은 용납하지 않겠습니다.”

그렇게 아크의 벨 제국은 인류를 대표하는 여러 세력과 더불어 반격의 서막을 열려고 했다.

※ ※ ※

온 세상이 백색으로 물들인 천계, 즉 딘 가르드 또한 엔주의 부활을 아크를 통해 알게 되어 분주히 엔주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했다.

“엔주를 회유하는 것이 어떻게 습니까?”

“무슨 소리요! 그는 딘 가르드의 상징인 운명의 서판을 훔치고 인간들을 학살한 대죄인이요! 그자를 우리가 받아들인다면 인간들은 더는 딘 가르드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나 디아우스들은 갑론을박을 하면서 시간을 허무하게 보내고 있었다.

회유하자는 자들은 죽음의 디아우스 카인을 중심으로 그리고 토벌하자는 토르를 중심으로 격렬히 토론하였다.

그리고 숨겨진 진정한 지배자인 큰 신들은 고대부터 이어져 온 위대한 원의 의견을 듣고자 했다.

딘 가르드에 숨겨진 위대한 원의 회의실.

파아앗!

빛의 무리가 이미 많이 자리가 빈 위대한 원의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세계에 숨겨진 실세인 것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강대한 영력을 이용하여 그들의 의지만 회의실에 나타난 것이다.

“왕이시여.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 빛무리 중 하나가 진짜 모습으로 회의실에 고뇌하고 있는 엔릴에게 질문한다.

“엔주를 이제라도 정식 후계자로 두시면 되지 않겠습니까?”

큰 신들은 강대한 힘을 지닌 운명의 서판을 가진 엔주를 두려워했다.

“그건 이미 끝난 말이 아니더냐!”

엔릴은 노성을 낸다. 애초에 강대한 힘을 지닌 자들의 의무를 행하지 않고 권리만 주장하는 자들의 입에서 제대로 된 의견이 나오긴 어려웠다.

그저 지금 가진 권리를 계속 유지하고자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는 왕의 정식 후계자인 닌우르타도 살아있을 때의 이야기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정식 후계자가 없습니다.”

그렇다. 다음 세대의 정식 후계가 정해지지 않아 이런 사단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우투는 어떻게 습니까?”

빛 무리 중 하나가 엔릴의 손자인 지금의 태양의 디아우스이자 큰 신 일족인 우투를 거론한다.

“저는 아버님의 죄를 이어받아 승계권이 없습니다.”

그렇게 거절하는 우투.

우투의 아버지는 예전의 난나. 즉 지금의 엔주이다. 우투는 엔주가 대혼돈의 시대를 열었을 때. 아비의 죄를 이어 받아 큰 신으로서 승계권 자체를 자신 스스로 박탈했다.

“그런 것쯤은 언제든지 되찾을 수 있지 않습니까? 엔주에게 대항하고자 한다면 후계자를 세워야지요!”

우투를 거론한 큰 신은 답답해한다.

사실 거짓말이다. 우투를 앞세워 엔주를 견제하고자 하는 검은 속셈이 있었다.

이를 눈치 못 챌 엔릴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큰 신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엔주에게 대항하면 되지 않겠는가.”

엔릴이 짜증 난다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하지만 엔릴도 이후의 반응은 예상이 되었다.

“험험, 우리들은 이 세상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태곳적부터 약속되지 않았습니까.”

“작은 신(데바 및 인간들)들의 일에 큰 신들이 나서는 것은 보기가 좋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권리가 사라질 것은 걱정하면서 다른 이들의 고통은 외면하는 자들의 모습이었다.

이것이 바로 태곳적부터 내려오던 큰 신들의 본래 모습이다. 과거 영광스러운 모습은 버리고 유희를 위해 니비루에 뿌리를 내릴 때부터 이들은 변질하였다.

그 때문에 실망한 최초의 초월자 아누도 승천하지 않았는가.

‘애초에 큰 신들에게 힘의 의무에 대해 알려줬어야 했어.’

엔릴은 그동안 쉽게만 넘겼던 일들을 후회했다. 시련이 있었을 때 큰 신들을 데리고 시련들을 이겨냈으면 이렇게 자신의 권리만 주장하는 멍청이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 엔릴은 어떠한 사악한 기운을 느낀다.

“음?!”

“할아버님!”

엔릴이 느끼는 기운은 우투 또한 느꼈다.

그렇게 위대한 원의 회의는 중단되었고 엔릴과 우투는 회의실에서 나왔다.

쾅!

쿠콰캉!

엔릴과 우투가 위대한 원의 회의실에 나온 뒤의 딘 가르드는 지옥이었다.

곳곳에 화염이 불타올랐고 데바들의 비명이 대기를 울렸다.

“이놈! 엔주!”

엔릴은 직감적으로 알았다. 엔주가 딘 가르드를 침공했음을 말이다.

※ ※ ※

시작은 이랬다. 천계의 생명의 기운을 살피는 생명의 디아우스 아벨을 갑자기 죽음의 디아우스 카인이 살해한 것이다. 그렇게 천계의 생명의 기운을 살피는 자가 죽자. 갑작스레 들어온 엔주의 군대를 파악하는 것이 늦어진 것이다.

그리고 카인은 사라졌다. 왜 자신의 쌍둥이 동생인 아벨을 죽였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아마도 엔주에게 어떠한 사주를 받았으리라.

그렇게 천계, 딘가르드에는 엔주를 따르는 수라들이 나타났고 천계가 만들어지고 난 후 처음으로 수라들이 천계에 발을 디뎠다.

“크하하하! 겁쟁이 데바들을 죽여라!”

수라들은 괴성을 지르며 데바들을 살육했다.

딘 가르드의 데바들은 애초에 침공에는 대비를 못 했는지 강력한 힘을 지녔어도 속수무책으로 죽임을 당하였다.

“이놈들!”

그때 디아우스들이 나섰다.

애초에 디아우스들 대부분은 인간계에서 영웅적인 업적을 쌓은 뒤 디아우스가 된 자들. 그들은 큰 신들과는 다르게 용감히 항전했다.

그 모습에 공황에 빠졌던 데바들은 정신을 차리고 디아우스들과 더불어 엔주의 수라들과 전투를 벌였다.

쿠콰카카카!

쾅! 콰앙!

어마어마한 기운들이 천계를 덮었고 천지가 울리는 굉음이 사방에 퍼졌다.

전투를 담당하는 천둥의 디아우스 토르와 빛의 디아우스 루는 어마어마한 기세로 수라들을 도륙했다.

“음~ 저 녀석들은 좀 위험하군.”

뿔이 달린 야수 같은 자가 말하였다.

그들의 정체는 호법귀로 엔주가 왔듯이 엔주를 지키는 호법귀들 또한 천계에 왔었다.

“한번 도전해 보아라.”

엔주는 장난스럽게 호법귀들에게 말하였다.

“안주, 카발, 무르무르, 어쌔신. 너희들 중 누가 가겠는가.”

그러자 뿔이 달린 자와 덩치가 가장 큰 자가 나선다.

“소인들을 보내주십시오.”

“저 녀석들의 목을 베어 오겠습니다!”

그러자 엔주는 흡족한 듯이 미소 지었다.

“그래 안주와 카발. 너희들의 힘을 시험해보는 것도 좋겠지. 가라!”

이에 반해 녹색 갑옷을 입은 자와 온몸에 검은 불꽃이 일렁이는 자는 아무런 흥미가 없다는 듯이 가만히 있었다.

“무르무르, 어쌔신, 우리들이 가도 되겠지? 나중에 딴소리 하면 안 된다. 크흐흐흐.”

호법귀들 중 가장 덩치가 큰 호법귀, 카발은 그들에게 통보하고 전투의 현장으로 달려갔다.

“멍청한 녀석. 디아우스들이 그렇게 만만했다면 진즉에 우리 수라들이 이 세상을 지배했을 거다.”

무르무르라고 불린 녹색 갑옷을 입은 자는 카발을 못마땅해 한다.

“크하하하, 카발 녀석은 내가 잘 도와주도록 하지.”

뿔이 달린 야수 같은 남자. 안주는 그런 상황을 즐긴다. 전투를 앞두고 흥분한 것이다.

“흥! 품위 없게 전투라면 사족을 못 쓰는 자들. 그에 비해 어쌔신 너는 과묵해서 마음에 들어.”

무르무르는 어쌔신을 보며 말한다.

“.....”

이에 아무런 말도 없는 어쌔신.

엔주 또한 가만히 안주와 카발이 디아우스들과 싸우는 장면을 보기 위해 침묵한다.

안주와 카발은 각자 빛의 디아우스 루와 천둥의 디아우스 토르 앞에 나섰다.

쿵! 쿠쿵!

“누구냐!”

토르는 앞에 있던 거대한 수라를 자신의 무기 묠니르로 뭉개버리며 말한다.

“네 녀석의 상대는 나다!”

카발은 거칠게 토르를 도발한다.

“이놈이!”

토르 또한 분노를 감추지 않고 카발의 도발에 응대한다.

“그대의 적수는 나이오.”

반면 안주는 루에게 정중하게 대결을 신청한다.

“너는 예전 엔주가 운명의 서판을 훔쳐 도망칠 때 보였던. 그 괴수?”

루는 안주를 정확히 알아봤다.

“크크큭, 나를 빛의 디아우스께서 기억해주시니 감동이오.”

안주는 예전 엔주가 운명의 서판을 훔쳐 도망칠 때 추격해온 데바들을 홀로 도륙한 전적이 있는 수라였다.

그렇게 천둥의 디아우스 토르 vs 카발, 빛의 디아우스 루 vs 안주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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