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114화 (114/155)

114. 아크, 돌아오다.

114. 아크, 돌아오다.

이에 라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답은 간단하다네. 시간은 항상 미래로 일방통행하지 그걸 이용하면 된다네.”

이에 아크는 어이없어하는데.

“누가 그걸 모른-”

말을 하던 아크도 이제야 라의 말의 뜻을 눈치를 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아크의 뇌리를 스쳤다.

“2만 년 동안 저의 신체가 견딜까요?”

이에 라가 자신 있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원래는 현재 문명이 끊기면 인류가 새로이 문명을 세울 때 쓰려던 장치가 있다네. 예전 대홍수 때의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네.”

“대홍수 때의 과오라면?”

“바로 찬란했던 인류의 문명이 한번 무너짐으로써 수라들에게 몰렸던 상황을 말하는 것이지.”

아크는 이해가 갔다. 인류의 문명이 한번 무너짐으로 인해 수라들에게 밀려나서 결국에는 인류의 고향인 시초 대륙을 수라들에게 내줬던 굴욕의 현장을 직접 목격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아크는 궁금증이 생겼다.

“그럼 장치라는 것은?”

“지금 인류의 문화유산을 후손에게 온전히 넘겨주기 위한 장치이지. 정확히 말하자면 그 장치 안의 시간을 완전히 정지하여 그 장치 안에 있는 자는 동면을 취한다네.”

이에 아크는 희망에 찼지만 약간의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만약을 위한 안배인데. 제가 써도 되는지요?”

아크의 말에 라가 웃으며 대답한다.

“그러니 말해주게. 내가 이 장치를 자네를 위해 써도 되는지 안 되는지 알 수 있게 말이야. 앞으로 2만 년 후의 후손들은 어떻게 변화를 시켰는지 말이야. 이 세상을, 다시는 수라들에게 핍박받는 미래는 아닐 테지?”

이에 아크는 크리와 머리를 맞대면서 자신들이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과 자신이 겪은 일들을 라에게 들려줬다.

라는 아직 아포피스의 독에 감염되어서 완쾌는 못 했지만, 아크와 크리의 말을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경청하였다.

그렇게 밤이 낮이 되도록 그들의 대화는 끊이지 않았다.

“...... 여기까지가 저희가 아는 미래입니다.”

아크와 크리는 지치는 것을 느끼면서 몸이 불편한데도 끝까지 경청한 라에게 존경심이 더 들었다.

그만큼 인류의 미래를 걱정한 것이리라.

가만히 눈을 감으며 생각을 정리하던 라는 입을 연다.

“흠, 예언의 아이라, 고생을 많이 했군.”

라의 감상평이었다.

“자네가 왜 그리 강한지도 이해가 다 되었어. 그 정도면 인류의 미래를 걸어 봐도 되겠군.”

“?!”

“좋네. 그 장치를 이용하도록 하지. 좀 쉬었다가 다시 밤이 되면 내가 부를 테니 오게나.”

라는 말하느라 지친 아크를 배려했다.

“알겠습니다. 라여.”

아크 또한 휴식이 필요했다.

잠시 후. 밤이 되자 라는 아크를 불러 어느 신전으로 향했다.

“여긴?”

아크가 라에게 물었다.

“여긴, 내가 브란티아 대륙을 알았을 때부터 수하들에게 시켜 만든 신전일세. 자네의 말대로라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일 테지. 그렇기에 더욱 중요할 테지. 바로 여기가 자네가 잠들어 있을 장소라네.”

“?!”

아크는 무덤과 같은 신전을 보며 여기에서 2만 년 동안 잠을 자야 함에 약간은 두려움을 느낀다.

이에 라는 아크의 마음을 눈치를 채고 입을 연다.

“뭐, 실제로는 자네는 이 장소에 없을 걸세. 에테르라는 힘의 파장으로 존재하지. 그래서 여기를 찾아낸 자들이라도 자네는 없는 사람일세. 오직 내가 시간을 맞춰놓은 시간에 자네가 갑자기 번쩍하고 나타나는 것일세.”

“그게 더 무서운 데요?”

아크는 솔직히 말하였다.

“허허허, 그저 그대가 깨어나면 더욱 충만한 기운이 가득함을 느낄 걸세. 나의 아누투로 가득 채울 터이니. 아누투로 이 장치는 작동한다네.”

이에 아크는 뭔가 의문점이 생긴다.

“네? 그러면 라 님은?”

“나는 어차피 오래 못 살 걸세. 지금이야 워낙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니 좀 아픈 것처럼 보이지만 아포피스의 독은 지금의 생명의 디아우스도 치료할 수 없다네. 아픈 채로 골골거리며 오래 사느니, 차라리 인류의 미래를 위해 창조주 안의 곁에 좀 더 빨리 가는 것이 낫지.”

아크는 라의 눈을 똑바로 본다.

아크가 알기론 라에 대한 전설은 이후에는 없었다.

이게 진짜 마지막일 수 있었다.

만약 라의 눈이 약간의 망설임이 있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볼 것이다.

그러나 라의 눈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이 자의 말은 진심이었다.

아크가 더 망설인다면 라의 마음을 배신하는 행위이기에 아크는 받아들인다.

“알겠습니다. 라이시여. 그대의 인류에 대한 사랑은 제가 후대에도 새기겠습니다.”

이에 라가 만족하며 미소 짓는다.

“그래, 가는 길에 그것을 후손들이 알아준다면 뿌듯할걸세.”

그렇게 아크는 장치 안에 들어가고. 라는 장치를 작동시킨다.

“그럼 인류의 미래를 부탁하네, 아크여. 그리고 장치는 그대가 원하는 시간을 생각하면 그 시간에 맞춰 장치가 작동할 것일세.”

“네, 알겠습니다. 라이시여. 그리고 그대의 희생 잊지 않겠습니다.”

라는 따뜻하게 미소를 지으며 장치를 닫는다.

쿠웅.

신전 안의 돌들이 잔잔히 울리고 라는 자신의 아누투를 발동한다.

후 우웅!

라의 아누투가 라의 생명력을 타고 흐르며 신전의 장치들을 발동시킨다.

쿠우웅!

장치가 작동하더니 이내 잔잔해진다.

“휴우~ 끝난 건가? 아차! 오차로 일주일은 보낼 것인데. 뭐, 그것까진 알아서 할 테지.”

라는 신전을 봉인하고 자신의 처소로 향한다.

오늘은 너무 많은 힘을 써서 좀 휴식을 취해야 할 것이다.

라가 휴식을 취할 때. 어떤 현자가 라에게 찾아온다.

“...... 누구시오?”

라가 묻자 얼굴을 가린 현자가 라에게 대답한다.

“아직 그대가 해줘야 할 일들이 많이 있소.”

현자가 그리 말하고 라에게 손을 내밀자. 강력한 생명의 기운이 라에게 흘러들어온다.

“?!, 이건?”

“라여, 그대는 미래의 예언의 아이를 위해 안배해놔야 할 것들이 있소.”

그렇게 라와 현자는 깊은 대화를 하며 이 대화의 끝에는 예언의 아이라는 예언과 아크를 위한 여러 가지 안배가 만들어졌다.

※ ※ ※

한편 아크가 사라진 지 5일째가 되는 날이 밝았다.

현재 동vs서 대륙의 전쟁은 검귀와 4대 수호 공작의 지루한 고착화였지만 약간은 검귀 한 명에게 밀리는 형국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전체 브란티아 대륙의 대공의 직위에 있는 듀란 대공이 오자 흐름의 변화가 생겼다.

“어허! 기합 소리가 작다!”

“합! 하압!”

듀란 대공은 오자마자 병사들의 훈련부터 시작했다.

이에 평소에 듀란 대공을 존경하던 제노 공작과 드라이 공작이 듀란 대공에 말한다.

“저, 대공 전하. 이 병사들은 이미 충분한 훈련을 거쳐 벨 제국의 병사들이 된 자들입니다. 이러한 훈련은 시간 낭비가 아닐지?”

드라이가 듀란 대공에게 조심스레 물어본다.

제노 또한 드라이의 말에 동감하며 같이 듀란 대공의 대답을 기다리는데.

“지금 내 후임들은 모두 약골이네.”

“네?!”

“뭣이오!”

듀란 대공의 말에 드라이는 놀라고 제노는 노기가 차올랐다.

그러나 꼼짝도 하지 않는 듀란 대공.

“그대들은 이 병사들보다 강한가?”

이에 제노가 노기에 차서 말한다.

“물론이오. 물론 저도 듀란 대공을 존경하기에 가만히 있었지만, 지난번 겨울 전쟁 때도 가만히 은거하던 그대와 달리 우리들은 가을 전란 때도 겨울 전쟁 때도 이겨낸 역전의 용사들이오. 더 우리들을 모욕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소!”

제노가 듀란에게 으름장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나와 검을 나누지 않겠소?”

듀란 대공은 제노를 도발했다. 말은 점잖이 했지만, 표정은 충분히 도발적이었다.

“흥! 뒷방에 은거했던 노인이 나의 검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소?”

그렇게 과거의 4 성웅이자 아크보다 앞서 제1대 성검사의 호칭을 받은 듀란 대공과 현 브란티아 대륙의 뛰어난 영웅인 제노 공작의 대결이 시작되었다.

“현 전시에 맞게 오라는 쓰지 않는 거로.”

듀란 대공의 말에 제노는 코웃음을 치며 대답한다.

“흥! 오라 따윈 안 써도 대공은 나의 검에 무릎을 꿇을 것이오.”

“좋소. 그럼.”

드라이가 심판을 맡고 시작을 알리자. 듀란 대공과 제노 공작은 동시에 서로에게 쇄도하였다. 그런데.

후 우웅!

‘아닛!’

제노가 당황한다.

물론 진검을 쓰진 않고 안전을 위하여 서로 이가 거의 없는 연습용 검으로 대결하지만 듀란 대공의 검은 무거우며 사나웠다.

콰아앙!

“크윽!”

제노는 커다란 바위가 자신을 누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시작되는 힘의 향연.

콰앙!

쾅!

쿠콰캉!

듀란 대공은 오라와 마나 따윈 전혀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육체적 능력만으로 제노를 압도했다.

“커억!”

결국은 듀란 대공의 강공에 제노가 나가떨어진다.

“이것으로 대답이 되었겠소? 왜 그대들이 약골인지를. 오라와 마나가 없는 상황에서 밀리는 것은 육체적 훈련을 게을리했다는 뜻. 지금의 전세가 밀리는 것의 대답은 이것으로 대답이 될 것이오.”

“젠장!”

듀란 대공이 말하자 제노는 분을 못 이기고 주먹을 내리친다.

이에 속으로 제노 공작이 이기길 바랐던 벨 제국의 병사들은 투지를 일으키는데.

‘저 늙은이의 콧대를 짓뭉개겠어.’

‘폐하만 오셨다면.’

말단 병사들은 아크가 사라진 지는 몰랐으나 지휘관들은 대부분을 알았다. 그래서 아크의 부재를 애통해했는데.

“아! 그러고 보니 천왕이라는 애송이는 참마검을 쓴다던데. 제노 공작보다는 튼튼하길 바라오.”

듀란 대공의 빈정거림에 아크에 대한 충성심이 가득한 제노 공작의 인내가 끊겼다.

“이놈! 폐하를 애송이라니!”

제노가 날뜀을 여러 병사와 드라이가 말림으로써 겨우 사태가 진정되었다.

이를 멀리서 보던 란데르그와 카셀.

“저 듀란 대공. 힘만 강한 줄 알았더니 머리도 제법 돌아가오.”

란데르그의 평이었다.

“네, 현재 문제점을 정확히 알아냄과 동시에 군사들의 전투력을 높여 놓았습니다. 이로써 병사들은 어떻게든 자신들을 증명하기 위해 그리고 폐하의 오명을 씻기 위해 싸울 것입니다.”

카셀은 그리 생각했다.

“그래도 잘 못 하면 군의 분란만 일으키는 작전인데. 듀란 대공은 우리 군의 성질을 단번에 파악했구려.”

“네, 천왕 폐하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우리 군한테는 저 정도가 딱 적당하지요. 정말 무서운 노인입니다.”

그렇다. 듀란 대공이 저리함으로써 벨 제국의 사기는 전보다 더욱 올라가 다음번 전투 때는 아귀가 따로 없게 전투를 벌였다.

“폐하의 영광을 위해서!”

“천왕 폐하를 위하여!”

그렇게 병사들끼리의 전투는 벨 제국이 우위에 섰고 검귀와의 전투는 새로운 국면에 맞닿았다.

“검귀다!”

장수들이 소리치고.

“저 검은 가죽 갑옷에 붉은 목도리를 한 자가 검귀이오.”

란데르그가 듀란 대공에게 검귀의 생김새에 대해 말한다.

“흠! 피부는 창백하고 듣던 무기와 같군. 좋네. 내가 맡지.”

듀란 대공은 자신 있게 검귀에게 쇄도한다.

“크하하! 어디 한번 맞붙어 보자꾸나! 검귀여!”

콰앙!

“?!”

검귀는 무마나 현상을 발동했으나 거대한 참마검을 두 개나 휘두르며 자신을 공격한 노인의 공세에 당황한다.

그렇게. 동vs서 전쟁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 치닫는다.

※※※

한편. 아크가 사라진 지 7일째 아침의 브란티아 대륙 어딘가의 유적지.

고대부터 내려오던 유적지의 장치가 발동하였다.

“어어? 신관님!”

유적지를 순찰하던 사제들은 서둘러 신관에게 향하는데.

“뭐라! 그럼 드디어 구세주께서 오시는가!”

이자들은 브란티아 대륙에 나타난 구세주교의 사제들이었다. 그들이 고대부터 지키던 유적지가 드디어 작동함은 고대부터 내려오던 구세주가 오신다는 뜻이었다.

유적지의 장치가 열리고 어떤 존재가 나오자 그들은 기대하며 기도를 올린다.

“오오! 어서 오십시오! 구세주여!”

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나오는 존재는 붉은 머리에 황금빛 눈동자, 푸른빛 플레이트 아머를 입은 자였다.

“으음~ 머리야. 음, 제대로 온 것인가?”

아크가 드디어 과거에서 현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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