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103화 (103/155)

103. 슬픈 단서.

103. 슬픈 단서.

아미는 적극적으로 단서를 찾으며 조사했다.

‘아크를 위해서라도 이번 일을 정확히 밝혀 내야만 해.’

오직 아크를 생각하는 아미의 마음은 같이 조사하는 하프 블러드 레인저들에게까지 퍼졌다.

“샅샅이 찾아라! 작은 단서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된다.”

이번 조사 및 황후, 아미 셀라의 경호역할을 맡은 하프 블러드 레인저들을 열심히 조사하였다.

하프 블러드 레인저라는 집단의 모체는 전의 하프 블러드 길드였다. 그들의 수장인 란데르그가 공작으로 되어 그들의 집단도 단체로 격상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천왕인 아크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하는 이유가 있었는데.

‘가야 할 곳 없는 우리들을 거둬주신 천왕 폐하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 해.’

‘하프들을 위한 정책을 내주신 폐하를 위하여!’

그렇다. 아크는 벨 제국을 세울 당시 브란티아 대륙의 맹주답게 모든 세력, 모든 분야에서 하프들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 이들 중 인재들을 차별 없이 적극적으로 등용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브란티아 대륙의 모든 관례를 개혁한 것으로 반발한 세력과 단체들도 있었으나. 그들이 무시하던 하프 출신인 란데르그가 최강국 벨 제국의 4대 수호 공작이 되고 브란티아 대륙 맹주인 아크 벨 천왕이 적극적으로 개혁하자 부담을 느낀 세력들이 두 손 두 발 든 것이다.

그럼으로써 숨어있던 하프 출신의 인재들이 대거 벨 제국으로 와서 아크에게 충성 맹세를 하고 그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였다.

물이 들어오자 뱃사공이 마음껏 물을 젓는 격이었다. 오죽하면 다른 대륙의 인재들이 벨 제국으로 들어올까.

그런 하프 블러드 레인저들을 보며 아미는 흐뭇한 감정이 들었다.

‘후훗, 역시 아크야.’

그리고 아미는 다시금 단서를 찾기 위해 집중한다.

아미가 경호를 받으며 찾아온 곳은 바로 여인이 암살당한 그 장소.

‘여기가 그 여인이 암살당한 곳이구나....... 얼마나 원통했을까?’

아미는 잠시 여인을 위한 기도를 하고 조사를 하기 시작하였다.

후우웅!

아미는 반로회동을 하여 젊어진 육체가 되었다. 그렇다고 경지가 하락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아크에게 받은 황룡의 기운과 더불어 그 경지가 더욱 상승하였다.

그렇게 완성된 기운과 뇌의 활성화로 아미는 메긴의 경지 중 딘 메긴을 초월한 메긴의 8번째 단계인 라그나 메긴 8단계를 완성하였다.

순수하게 메긴의 발달 단계로 보자면 아미는 데바로 치자면 디아우스 급이고 디아우스랑 동급이라는 에이션트 드래곤 급의 메긴을 가진 것이다.

‘발동, 나의 틸인 타임 리턴!’

아미는 기운을 모은 다음 더욱 강해진 메긴의 기운을 끌어모아 예전 아크에게 자신이 전수해준 신무기 틸이지만 자신만의 틸인 타임 리턴을 발동하였다.

슈아앙!

그렇게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이미지가 생긴다. 그 이미지는 암살당한 니르의 여 시종이었던 여인이 나타났다.

“오오오!”

“우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놀랐다. 오죽하면 하프 블러드 레인저들까지 놀랐으리라.

마법이 많이 발달하고 현 생활에 많이 적용됐더라도 지금 아미가 보인 능력은 그들의 상식을 초월한 것이다. 마법사들이 본다면 까무러칠 정도일 것이다.

“원통함을 풀 수 있게 도와줄 테니, 도와주세요.”

아미는 그 여인의 이미지에 기도하듯이 말한다.

사실 아미의 틸인 타임 리턴의 힘이면 여인을 되살리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건 자연의 법칙을 무시하는 행위로 각계 종교단체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고, 그리고 그렇게 하면 아미의 타임 리턴의 대가인 자신의 생명력이 엄청나게 소모됨과 동시에 예전 대혼돈 때처럼 자신의 존재가 사라질 수도 있었기에 이미지만 구현한 것이다.

사라락.

영혼이 없는 이미지의 과거 모습이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금세 지나가는 이미지로 다른 추론을 못 하지만, 아미의 머릿속에는 그 이미지들이 정확히 보이며 넘어갔다.

그 모습 중에서는 니르가 아크를 출산하는 장면과 얼마 안 있어 수라들에게 습격받았을 당시 이미지도 보였다.

‘역시 진짜 니르의 여 시종이었어.’

이로써 아미는 여인이 진짜 니르의 여 시종임을 확신했다.

이미지가 끝났고 아미는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머릿속에 들어온 이미지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보던 하프 블러드 레인저들은 아미가 무리했다고 생각하며 걱정했다.

“황후마마 괜찮으십니까?”

걱정스럽게 물어보는 하프 블러드 레인저들 그 모습을 보며 같이 아미를 걱정하는 사람들.

벨 제국의 황후인 아미를 진심으로 존경하며 아낀다는 증거였다.

“난, 괜찮아요. 그보다 급히 갈 곳이 있어요.”

“네! 황후마마.”

그 말을 끝으로 아미는 황도 카다른의 변두리에 있는 여관으로 향하였다.

※ ※ ※

카다른에 있는 어느 귀족의 저택.

“뭣이! 황후가 요망한 기술을 써서 증거를 찾아?”

노성에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감히 벨 제국의 황후인 아미가 쓴 틸을 쓴 것을 요망하다고 말하다니 이 자는 미친 것이 분명했다.

그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상석에 앉아있는 나부나이드 후작이었다.

그리고 나부나이드 후작의 주위로 수십 명 정도의 귀족으로 보이는 자들이 있었다.

결코 벨 제국에 좋은 의도로 모인 것 같지는 않았다.

“후작님, 그년이 손을 쓰기 전에 제거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미를 년이라고 말하고 제거해야겠다고 발언한 간 큰 귀족.

“흐음.”

그러나 그러한 발언에도 그냥 가만히 있는 자들이었다. 아니 오히려 진심으로 그럴 생각을 하는 듯했다.

이들은 전 쉘츠 제국의 귀족 출신으로 쉘츠 제국이 건재할 때도 나부나이드 후작을 따르던 자들이었다. 그들은 벨 제국에 적응하지 못해 그리 힘을 쓰지 못하는 자들이었다. 그리고 그들 중 두 명의 귀족은 아크가 개혁할 때 반대했다가 정권에서 밀려난 하급 귀족들이었다.

한마디로 떨거지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불손한 마음으로 나부나이드 후작을 따랐다. 후작을 따르면 예전과 같이 귀족으로서 이득을 취하고 권력을 잡을 수 있다고 믿는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 자들이었다.

조용히 생각하고 있던 나부나이드 후작이 입을 연다.

“그건 안 된다. 지금 황후 년 옆에는 벨 제국 최강의 세력 중 하나인 하프 블러드 레인저, 잡종들이 지키고 있다. 솔직히 우리 중에서 그 잡종들을 이길 세력을 가진 이가 있는가?”

“......없습니다. 후작님. 젠장 그 잡종 녀석들.”

“크윽! 그 잡종들이 활개 치고 다니는 것을 보고만 있자니 분통이 터집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아크의 정책을 부정하는 자들의 언사였다.

나부나이드 후작은 짜증이 난 얼굴로 잠시 생각에 빠진다.

‘후우~ 그 방법만은 아끼려고 했는데. 써야만 하는가.’

나부나이드 후작은 언제나 자신이 품속에 간직하고 있던 어떤 조각을 매만진다.

‘아크, 천둥벌거숭이 같은 녀석. 곧 그 오만한 표정이 절망에 빠지게 해주마.’

나부나이드 후작은 심계가 뛰어나고 나부나이드 가문이 시초 대륙 때부터 귀족 가문으로 내려오는 마음을 다스리는 특수한 방법을 알아서 아크의 태극사신무의 능력 중 하나인 악의 감지가 통하지 않는 유일한 인물이기에 그것을 모르는 아크 또한 방심하고 있다.

그렇게 위험인물 1순위인 나부나이드 후작의 눈가가 흉흉하게 번뜩였다.

※ ※ ※

한편 아미는 여인이 묵었던 여관으로 찾아갔다.

여관은 변두리에 있던 만큼 가격이 싸서 매우 초라했다.

‘여기에 계셨다니.......’

아미는 마음이 아파져 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직접 여인이 묵었던 방에 들어가서 증거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후.

“찾았다.”

아미는 여인이 꼭꼭 숨겨둔 편지를 찾았다.

그리고 그 편지를 읽어보던 아미는 분노를 치를 떨었다.

“나부나이드. 개자식이!”

황후가 된 이후로 언행을 조심하는 아미였지만 이번만큼은 예전 성격이 나왔다.

그리고 곧장 황궁으로 향하는 아미와 하프 블러드 레인저들.

여인의 편지는 벨 제국에 피바람이 불 내용이 들어있었다.

※ ※ ※

황궁으로 들어온 아미는 아크를 황궁의 아크 전용 비밀 지하 연무장으로 불렀다.

비밀 지하 연무장은 아크의 기운에 맞춰 강력한 방어 마법이 굉장히 많이 중첩되어 있어 아크가 기운을 발산해도 밖으로 새지 않는 유일한 장소였다.

이것을 만드느라 카셀 브레스 공작과 공작을 따르는 마법 병단과 현자의 지팡이의 마법사들이 몇 달을 고생하였다.

그래서 가끔 아크가 정무를 보다가 열 받으면 맘 편히 기운을 발산한 채 수련을 하는 장소였다.

그런 곳에 아미가 불러내자 내심 불안한 아크였다.

‘뭐지? 내가 들으면 폭발할 이야기인가?’

아크는 마음 단단히 먹으며 비밀 지하 연무장으로 향하였다.

아크가 도착하였고 아미는 슬픈 표정으로 있었다.

“아크.......”

아미는 조용히 여인의 편지를 아크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 편지를 조용히 읽던 아크의 기운이 갑자기 폭발하듯이 끓어올랐다.

파파팟!

쿠콰카카!

아크의 기운을 막아주던 방어마법들이 하나둘씩 깨지더니 이내 기운이 새어나갔다.

“우으윽!”

“웨액!”

그 기운에 노출된 많은 이들이 공포를 느끼며 힘들어했다.

아미 또한 라그나 메긴을 발동하여 자신을 지켰다.

잠시 후, 겨우 진정된 아크는 힘들게 입을 열었다.

“이 편지의 내용이 사실이야? 아미?”

아미는 조심스레 입을 연다.

“나의 틸로 알아본 결과 사실이야. 아크.”

아크는 다시금 분노로 치를 떨었으나 겨우 마음을 다스렸다.

“나부나이드! 이 개자식이!”

아크가 분노에 가득 찬 음성으로 말하였고.

“폐하!”

그때 때마침 4대 수호 공작이 아크의 기운을 읽으며 비밀 지하 연무장으로 찾아왔다.

아크의 기운이 넘쳐나서 수호 공작들은 누군가가 쳐들어온 것으로 생각하여 각기 자신들의 기사단과 병과를 집결한 상태였다.

그러나 비밀 지하 연무장에는 아크와 아미만이 있었다.

“폐하! 무슨 일이시옵니까?”

제노 이그나이트 공작이 4대 수호 공작을 대표해서 아크에게 물어본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크는 여인의 편지를 숨기고 아미에게 속삭인다.

“이 일은 잠시 동안 비밀로 하자. 아미.”

“알겠어. 아크.”

그리곤 나가는 아크와 아미.

이를 보던 4대 수호 공작은.

“허어~ 부부싸움 하셨나 보오.”

란데르그가 눈치 없이 말하였다. 그러나 제노와 드라이가 째려보고 란데르그는 도망치듯 나갔다.

“쓸데없는 소릴!”

제노가 란데르그의 뒤통수를 보며 말하고.

“란데르그 공작은 그 가벼운 입을 좀 조심하면 좋을 텐데. 쯧쯧.”

드라이도 동감하였다.

“한데 진짜 부부싸움을 하신 건 아니겠지요?”

드라이가 혹시나 하는 바람에 말한다.

“드라이 공작, 자네도 란데르그 공작에게 전염된 건가?”

제노가 역정을 내고.

“죄송합니다. 제노 공작.”

“크흠! 그래도 옛말부터 부부싸움은 금방 진정된다고 하니 가만히 모른척하세.”

“?!”

제노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부부싸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가 보다. 이에 드라이는 제노에게 약간 어이없어한다.

그나저나 자신과 자신을 따르던 마법사들이 몇 달을 밤새워가며 만든 방어마법이 뚫리자 카셀은 힘없이 중얼거렸다.

“어찌 방어 마법을 건 것인데. 이리 허무하게.......”

그를 보던 드라이가 힘내라고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한다.

“다음번에 고위 사제들을 붙여 줄 테니 성법과 같이 해봐.”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드라이 공작.”

카셀이 힘없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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