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100화 (100/155)

100. 겨울 전쟁의 끝, 봄의 시작. - 시즌 1마지막화

100. 겨울 전쟁의 끝, 봄의 시작.

란셀이 입을 열었다.

“크크큭, 과연 패왕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군. 네 뜻에 안 맞으면 신이라도 죽일 것이냐.”

아크가 입을 열었다.

“타락하고 인간에게 위해를 가한다면....... 그렇다.”

란셀은 아크를 비웃었다.

“크하하하! 오만한 녀석!”

아크의 말은 패왕다운 말이다. 그리고 인간을 위하여 신과도 싸운다는 인간의 왕다운 말이었다.

란셀은 아크를 비웃다가 아크의 눈빛이 진심이라고 생각하고는 웃음을 멈추었다.

“너는 아르드리의 후손이자 데바이다. 일종의 특권을 가진 신족이지. 그런 네가 인간을 위해서 싸운다는 뜻이냐?”

아크는 란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한다.

“나는 그저 내가 지키고자 한 자들을 지키고자 한 것일 뿐이다.”

란셀은 한 손을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웃는다.

“크크큭, 그래 모든 인간을 위해서 그런 거였다고 말했으면 위선자라고 생각했을 건데. 그래, 솔직히 네가 마음에 든다. 아크.”

아크는 다시 한번 기운을 끌어모은다.

후우웅!

“그럼 끝을 보자 란셀!”

아크는 애써 란셀의 말을 넘겼다.

마음속으로는 란셀의 말에 동감하면서.

‘운명으로 인해 서로 어긋 낫지만 나도 다. 란셀.’

란셀 또한 아크의 마음을 눈치를 채고 애써 모른 척했다.

“좋다! 덤벼라! 아크!”

란셀은 자신의 몸에 문양 각인 된 8대 속성의 힘을 한꺼번에 끌어모아 방출한다. 그것은 목숨을 건 도박이었다.

8대 속성의 힘 중 하나만 미세한 조절이 안 된다면 몸이 견디질 못하고 무너질 것이기에.

“크아아악!”

란셀은 기합을 넣어 폭주하듯이 올라오는 8대 속성의 기운을 자신의 다마스커스 재질의 낫에 집중한다.

후와앙!

란셀의 낫은 거대한 푸른 불꽃이 피어오르며 그 주위로 8대 속성의 기운이 같이 피어올랐다.

“으아아!”

아크 또한 패왕 모드와 메긴의 힘. 그리고 상단전의 마나를 끌어모았다.

아크는 자신이 끌어모은 거대한 힘으로 새로운 경지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츠츠츠!

후우웅!

아크와 란셀의 기운의 충돌이 지진이라도 난 듯이 주위를 진동시켰다.

“이....... 이럴 수가.”

수호자들은 자신들의 주군 아크가 내뿜는 기운과 카셀의 형이자 적인 란셀의 기운에 경악하였다.

‘이런 경지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어. 설마 두 사람 다 방금 로드의 경지에 발을 들였나?’

제노의 생각이었다.

아크와 란셀은 서로 결투를 벌이는 와중에 다음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었다.

그랜드 마스터보다 상위의 개념인 로드. 그것은 영혼의 각성을 의미하며 새로운 경지이며 무인으로서 신세계의 시작이라는 뜻이다.

아크와 마찬가지로 그 경지에 도달해가는 란셀은 하나 신경 거슬리는 것이 있었다.

‘아크의 무기 갓 슬레이어의 기운이 느껴지질 않아. 무기의 연성에 실패한 것인가?’

란셀의 생각으로 다른 가능성인 자신의 인지를 뛰어넘는 경지인 경우가 있었지만, 그것은 불가능이었기에 생각에서 지웠다.

이제. 두 명의 초인들이 맞붙는다.

파팟!

콰앙!

아크와 란셀은 동시에 발돋움하여 서로에게 쇄도했고 그 반발로 두 사람이 서 있던 땅이 쾅 소리를 내며 꺼졌다.

두 사람은 자신의 무기와 혼연일체가 되어 단 한 합! 그것으로 승부는 난다.

콰카카카!

콰아앙!

두 개의 무기가 부딪쳐서 큰 충격음과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졌다.

※ ※ ※

“아크!”

여기는 카다른 궁전의 어느 침실.

그곳에 아크의 이름을 부르며 연보랏빛 머리의 소녀가 일어났다.

“아미 님. 무슨 일이십니까.”

그리고 마침 침실 근처에 있던 은발에 한 쪽 눈에 검은 안대를 낀 중년인이 아미에게 다가간다.

“흐흑. 렌 님. 아크가 괴로워하는 꿈을 꿨어요.”

바로 그 두 사람은 아크의 사부인 렌 사부와 아크의 연인인 아미였다.

‘이런 많이 놀라셨군.’

렌 사부는 아미에게 다가가 등을 토닥거려준다.

아미는 아크의 시간을 자신의 틸로 되돌리고 의식을 잃었다가 카셀과 아크의 도움으로 다시 의식을 찾았다.

거기다가 아크의 기운을 흡수하여 반로회동의 경지가 되어 아미의 몸이 20살 정도로 어려졌고 그동안 아미의 몸을 갉아 먹던 아미의 틸의 부작용을 말끔히 지웠다.

그 흔적으로 아미의 흑진주 같은 검은빛 눈에 황룡의 상징인 불타는 황금빛 고리가 생겼다.

하지만 하나의 부작용이 있다면 몸이 어려진 것만큼 감정조절능력 또한 어려졌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흐흐흑.”

바로 지금과 같이 예전 같으면 그냥 꿈으로 취급했을 것을 꿈에 놀라 울고 있는 것이 그 증거였다.

“아미 님.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그건 그저 꿈입니다. 아크는 지금 제대로 된 길을 가고 그것을 행하고자 하는 마음 또한 건강합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렌 사부는 아미를 달래기 위해 노력을 하였다.

“하지만 꿈에서 아크의 고통은 슬펐어요. 마치 무언가를 애도하는 듯 슬픔으로 인해 괴로워했어요.”

렌 사부는 아미의 꿈이 하나의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아미 또한 아크와 마찬가지로 우주의 거대한 힘이자 법칙인 안의 감응 자의 힘인 아누투의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지금쯤이면 이스에서의 결판이 났을 시간이군. 아크, 네가 과연 그 시련을 뛰어넘었는지는 곧 알게 되겠지.’

렌 사부는 짐짓 모르는 척 시종에게 따뜻한 우유를 가져오라고 하여 아미에게 먹이고 진정시켰다.

“흐흑 렌 님, 아크는 무사하겠지요.”

렌 사부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물론이죠. 아미 님. 아크는 하나뿐인 제 수제자인걸요.”

그렇게 아미는 진정되어 다시 잠을 청했고. 렌 사부는 아미의 곁에서 아미가 잠들 때까지 지켜주었다.

※ ※ ※

다시 아크와 란셀의 최종 결전이 벌어지는 곳.

아크와 란셀의 충돌에 그 주변에는 엄청난 반경으로 크레이터가 생겨났고 주변에는 기운의 여파로 곳곳에 오라와 마나가 불타올랐다.

“주군!”

“형!”

수호자들은 충격의 여파로 잠시 몸을 숨겼고 충격파가 사라진 지금 크레이터의 중심부로 향하였다.

“헉....... 허 헉.”

수호자들은 뿌연 먼지로 인해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지만 두 명의 그림자가 보였다.

한 명은 서 있었고 한 명은 누워있었다.

“?!”

감히 짐작해 보지만 결착은 났다.

“형!”

카셀이 소리쳤다.

슈우웅.

바람이 불고 먼지가 거둬지며 승자와 패자가 보였다.

승자는.

“다 끝났다. 란셀.”

아크였다.

“주군!”

“형.”

카셀과 수호자들은 아크와 란셀의 주위로 향하였다.

그리고 보았다. 란셀의 등 뒤로 거대한 힘이 지나간 흔적과 균열이 있었다.

“쿨럭! 어떻게 된 것이지. 아크.”

란셀은 피를 토했고 낫은 두 동강이 났다. 낫은 고열에 찢긴 듯 잘린 자리에는 뜨거운 열의 흔적이 있었다.

“마치 나의 시간이 빼앗긴 느낌은? 쿨럭!”

아크는 란셀의 물음에 대답한다.

“나의 소중한 사람이 가르쳐준 신무기 틸이다.”

아크는 자신의 기술을 말하고 궁금증이 풀린 란셀을 가만히 보았다.

그리고 란셀 또한 아크의 눈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목표에는 흔들림 없는 눈. 그러나 나는 알 수 있다. 지금 나에게 연민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쯤은. 쿨럭!”

란셀은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형!”

카셀이 란셀에게 다가가고 자신의 주군인 아크를 바라보았다.

“주군.......”

“너의 형을 치료하여라. 카셀.”

아크는 그리 말했다.

“?!”

“주군!”

란셀과 수호자들은 일동 놀랐다.

“아크! 나를 동정하지 마라!”

“주군. 카셀에게는 유감이지만 이런 위험한 자를 살려 놓을 순 없습니다.”

드라이가 말했다.

“.......”

카셀은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아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크가 입을 열었다.

“나는 란셀에게 벌을 줄 것이다. 바로 용서받음이라는 벌이지.”

“하지만 주군. 그러면 유이가 명계에서 억울할 겁니다.”

제노가 아크를 만류한다.

아크는 잠시 눈을 감더니 말한다.

“유이를 못 지킨 것은 내 잘못이다. 나는 카셀에게 약속했다. 브레스 일족을 용서하겠다고. 그리고 지금은 란셀에게도 적용된다.”

“이노옴! 쿨럭! 아크!”

란셀은 피를 토하며 아크에게 반발한다.

란셀의 상태는 엉망이었다. 무리해서 기운을 끌어모아 내상이 심하였고 왼쪽 어깨에서 가슴까지 검의 흔적이 이었다.

“나는 용서라는 벌로 란셀에게 죄책감이란 감옥에 살게 할 것이다.”

아크는 확고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그렇게 아크와 란셀의 겨울 전쟁은 끝이 났다.

아크는 모든 기운을 거두어 일정 거리를 둔 채 카셀을 제외한 수호자들과 잠시 쉬었고 카셀은 란셀에게 치료를 하며 형제는 오래간만에 서로 대화를 하였다.

그때.

“아크!”

운신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한 란셀이 쉬고 있는 아크와 수호자들에게 말한다.

“너는 나를 용서하면 안 되었다. 나는 복수귀이다. 나는 나의 일족의 원망과 함께한다. 그리고 나는 그럼으로써 살아간다.”

“란셀.”

아크는 그런 란셀을 딱하다는 듯이 보았다.

“그럼에도 말한다. 고맙다. 아크. 나는 처음으로 일족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업보는 내가 끝낸다.”

“?!”

아크와 수호자들은 놀란다. 란셀이 부러진 자신의 낫의 날 부분을 잡은 것이다.

“카셀! 막아!”

아크가 소리 질렀다.

“형의 뜻입니다. 허락해주십시오. 주군.”

카셀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한다.

아크와 다른 수호자들은 움직이고자 했으나 기운을 한계까지 써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눈만 란셀을 바라보는데.

“가는 길 조언으로 바알을 조심해라. 더는 말해줄 수가 없군. 예언의 아이란 것은 역시 싫거든. 그리고 마지막 욕심으로 나의 일족과 나의 하나뿐인 동생을 잘 부탁한다. 아크.”

푸욱!

푸슈욱.

란셀의 마지막 말이었다. 피가 튀고 란셀은 낫의 날 부분을 정확히 자신의 심장에 꽂았다.

그렇게 일족에 의해 복수귀가 된 남자가 마지막에는 자신의 의지로 목숨을 끊었다.

※ ※ ※

며칠이 지나고.

초토화가 된 이스. 그리고 남은 자들은 떠난 자들을 위해 장례를 치러주었다.

후두둑.

겨울비가 내렸다.

이로써 롬 황제 암살부터 시작된 브란티아 대륙의 전쟁이 끝이 났다.

“우와아!”

“전쟁이 끝났다!”

전쟁이 끝남을 기뻐하는 자들이 있었고.

“흐흐흑, 전쟁이 끝나면 뭐해 이제 지킬 것도 없는데.”

전쟁의 참혹함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 혹은 재산이 불타 없어진 사람들도 있었다.

이스의 난민들은 아크 연합군에 항의하였고 일단은 카다른과 다른 주요 도시에 나눠 난민들을 나눠 받았다.

전쟁은 끝났지만, 아직 혼란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아크와 다른 사람들은 하루를 쪼개가며 혼란을 끝내기 위해 일을 하였다.

※ ※ ※

연합군의 회의장.

“혼란을 끝내기 위해선 하루빨리 브란티아 대륙의 주인인 진정한 아르드리를 뽑아야 합니다.”

제노가 각국의 수장들에게 의견을 말한다.

“그럼 역시 다음 아르드리는.......”

“역시 그분밖에는.”

수장들은 입을 모은다.

며칠 후. 아크는 카다른에 있는 신석인 리아 파르인 왕의 돌에 손을 얹고 인정받았다. 그리고 리아 파르는 큰소리로 아르드리를 뜻하는 공명을 냈다. 아크는 아르드리로 인정을 받은 것이다. 아르드리로써 벨 제국을 세우며 스스로 천왕이라고 발표하였다.

이에 황제라는 칭호가 어떻겠냐고 말했으나. 아크는 자신이 천왕의 후계자인 것을 말하며 크리의 정체와 태극사신무를 언급하여 마무리 지었다.

국토는 카다른을 중심으로 동, 서, 남, 북으로 한 공작령 정도를 영토로 하고 수호자들에게 공작의 작위를 주어 지키게 했다. 영토는 크지 않으나 수호자별 강력한 군사력으로 작지만 큰 제국을 만들었다.

※ ※ ※

카다른의 천왕즉위식.

백성들과 각국의 수장들, 종교, 문화 분야별 원로들이 와서 아크의 즉위를 축하하였다. 그리고 새로운 맹주의 탄생을 지켜보았다.

아크는 패왕의 갑옷에 이번에는 아미가 손수 만들어준 붉은 망토를 입어 군왕으로서 위엄을 보였다.

그리고 아크는 즉위식에서 입을 열었다.

“짐은 브란티아 대륙의 맹주로서 말한다. 짐은 독재자가 아니다. 각국의 자치권을 인정한다. 즉, 브란티아 대륙의 맹주로서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다.’ 각 세력의 발언권이 있으며 짐은 그 소리에 귀 기울이겠다. 또한 짐과 짐의 군대는 정의를 배반하는 행위에 대해선 엄히 다스릴 것이다.”

그렇게 역사상 전무한 군림하되 지배하지 않는 제국이 생겼다.

※ ※ ※

눈이 내린 정원.

“아크!”

아크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뒤돌며 말한다.

“아미!”

포옥!

아미는 아크의 품에 안기며 웃는다.

“히히히, 행복해.”

“아미.......”

“사랑해 아크.”

아미는 사랑스럽게 말하였고 이에 아크는 마찬가지로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아미를 바라보았다.

“나도 사랑해 아미.”

그렇게 아크와 아미의 사랑도 결실을 보아 갔다.

이제야 폭풍 같던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