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각자의 임무.
97. 각자의 임무.
아크와 란셀의 대결은 초반부터 엄청난 기세로 불타올랐다.
팡!
콰앙!
공격 하나하나에 살기를 품은 두 명의 검격은 공기가 압축되어서 터지는 파공음으로 표출되어 그 공간을 잠식해갔다.
팟!
파팟!
그리고 어지러이 부딪혔다가 다시 떨어지는 붉은색과 파란색의 충돌은 만약 이 공간에 다른 사람이 있다면 아름답다고 느낄 정도로 무의 극치를 보여주는 움직임이었다.
콰앙!
마지막 충격음을 끝으로 떨어지는 아크와 란셀.
그 주변의 바닥과 벽은 이미 힘의 충돌로 박살이 났다.
“왜, 오라와 마나를 안 쓰지?”
란셀이 아크에게 물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아크가 말하였다.
어느새 부턴가 충돌할 때 마나와 오라를 안 쓰고 순수한 육체적인 강함과 반사 신경만으로 이루어진 충돌이었다.
과연 무의 극치에 이른 자들의 경지는 다른 자들의 상식을 훨씬 더 뛰어넘었다.
“큭! 내가 오라를 쓴다면 네가 금방 죽어버릴 것 같아서 그런 것이지. 너는 그럴 필요 없이 전력으로 나를 공격해라!”
란셀이 아크를 도발한다.
“그건 내가 생각한 것이다. 네가 전력을 안 한다면 먼저 베어 떨어질 것이다.”
아크 또한 란셀을 도발하였다.
이에 발끈하는 란셀.
“건방진 녀석....... 좋다. 죽을 위기에 처하면 자동으로 쓰게 되겠지.”
“그럼 나는 영원히 쓰지 않겠군.”
아크가 지지 않고 말한다.
“크크큭, 좋다. 네 녀석을 궁지로 몰도록 하지.”
란셀은 그리 말하고는 자신의 거대한 낫을 들어 아크에게 쇄도한다.
파앗!
아크 또한 참마검. 크리드를 들어 란셀에게 쇄도한다.
콰앙!
거대한 두 가지의 무기가 순수한 육체적 힘으로 충돌한다.
잠깐은 순수한 자신의 기술과 무기를 다루는 것으로 이 승부가 이루어질 것이다.
※ ※ ※
아크와 란셀이 힘의 공방을 펼칠 때.
란데르그와 특수임무를 띤 부대는 이스의 숨겨진 비밀 통로를 찾아낸다.
“찾았습니다. 란데르그 대장님. 여기 지도에 표시된 것처럼 바위산이 있습니다.”
특수부대의 한 부대원이 아크가 표시해준 바위산을 찾아내었다.
“음! 좋소이다. 그럼 퍼즐을 어서 풀도록 하겠소이다.”
란데르그는 자신의 주군. 아크가 나부나이드 후작의 사람에게 받은 비밀통로 지도와 그 비밀통로의 암호인 퍼즐을 푸는 방식을 받은 문서를 품에서 꺼내었다.
란데르그는 잠시 퍼즐을 끼워 맞추더니 이내 바위산의 한 면이 기계음을 내며 열렸다.
끼기긱.
쿠쿠쿠.
“오오! 열렸소이다.”
란데르그와 부대원들은 마법 물건을 작동시켜 비밀 통로를 비추었다.
“오오!”
부대원들과 란데르그는 놀랐다.
고대 문화양식으로 이루어진 건물이기에 그런 것이다. 그런 것에서 왠지 경건함마저 느껴졌다.
그러나 지금은 시기적으로 그런 것을 보고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쿠쿠쿠.
때마침 입구도 닫혔다.
이에 란데르그는 빠르게 이동하고자 한다.
“자! 어서 가십시다.”
란데르그는 특수부대를 인솔하여 빠르게 움직였다.
자신의 주군과 동료들이 힘써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자신 또한 자신이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하여야 하기에 말이다.
파파팟!
지도에 따라 비밀통로를 이동하고 지도에 표시된 함정들을 피하며 이동하였다.
그러던 중 란데르그는 한 가지 생각을 한다.
‘이리 중요한 비밀통로를 일개 후작이 알고 있었다? 뭔가 이상하구려.’
하지만 그 진실을 말해줄 롬 황제는 이미 죽었고 나부나이드 후작은 뭔가 수상했다.
왜냐하면 롬 황제 말년에 나부나이드 후작과의 사이는 좋지 않았기에 나부나이드 후작이 롬 황제의 복수를 위해 이 일을 벌였다는 것도 왠지 수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가던 란데르그와 부대원들은 막다른 길목에 부딪혔다.
“음?!”
란데르그는 당황했고 이윽고 다른 부대원들도 당황하기 시작한다.
“대장님. 지도는 여기가 출구라고 하는데. 어찌 문이 없습니까?”
그때 들려오는 말소리.
“벨 님이십니까?”
란데르그와 부대원들은 말소리에 반가워한다.
“아니오. 아크 벨 님의 특수부대이고 소인은 그 부대의 부대장인 란데르그이오.”
잠시 말소리를 다른 소리와 섞였다. 아마도 대화를 주고받고 있으리라 짐작했다.
“?”
그리고 잠시 후 들리는 목소리.
“아! 백호의 수호자이신 란데르그 님, 이시군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열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벽면이 소리를 내며 열렸다.
쿠쿠쿠.
“어서 오세요. 백호의 수호자 란데르그 님.”
피부가 하얗지 않고 히브리아 대륙풍의 사람처럼 생긴 젊은이가 란데르그를 맞이한다.
“감사하오. 근데 누구시오?”
란데르그는 경계를 풀지 않고 말한다.
“아하하.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나부나이드 후작. 예전 롬 황제 폐하의 충복이지요.”
“?!”
란데르그는 후작이 20대같이 젊은 모습에 놀란다. 그리고 곧 떠올린다. 이 자는 시초 대륙 시절부터 데바의 가문의 후손이라는 것을.
“벨 님이 오시는 줄 알았습니다만.”
나부나이드 후작이 말한다.
“주군은 지금 란셀을 막는 임무를 수행 중이시오.”
란데르그가 대답한다.
“그렇군요. 주군이 가장 위험한 임무를 하다니 다른 군주들이랑은 다르군요.”
란데르그의 눈에 나부나이드 후작의 눈빛은 아쉽다는 느낌이었다.
“? 어서 임무를 속행하도록 하시오.”
란데르그는 다른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낭비하기 싫었다. 지금은 빨리 임무를 수행해야만 하기에.
“하하하. 시원시원하신 성격이시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어서 실행하도록 하지요.”
나부나이드 후작은 수하들을 시켜 일을 시작하였다.
임무는 간단하면서 어려웠다.
바로 나부나이드 후작과 뜻을 같이하는 자들이 이스에 불을 질러서 도시를 혼란케 하고 아크가 보내온 실력 있는 부대들이 중요 요인 보호와 수비군을 상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성문을 열고 이스에 바로 앞까지 전선이 퍼진 이 상황에서 아크의 연합군들이 이스로 진격하는 것이 이번 작전의 목표였다.
“그럼 시작합시다.”
란데르그의 임무에 따라 이스를 장악할 때 백성들의 피해가 줄어들 것이다.
어깨가 무거운 란데르그의 임무였다.
※ ※ ※
콰앙!
굉음이 울리는 이곳은 이스의 왕의 홀. 하지만 왕의 홀이라고 말 안 한다면 예전의 모습이 없어서 찾아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왕의 홀에 있는 두 명의 절대적인 실력자인 아크와 란셀의 힘의 충돌에 의해서이다.
카앙!
아크가 공중에서 제비를 돌며 란셀의 공격을 튕겨내고 있었다.
“크윽!”
란셀이 신음을 흘렸고.
“흡!”
아크는 숨을 골랐다.
숨도 못 쉴 만큼의 접전 이후 잠시 틈이 생겼을 때.
아크는 숨을 고르며 란셀을 부른다.
“란셀.”
“왜 그러지 인제 와서 겁먹었느냐!”
란셀은 계속해서 도발하였다.
“왜 전쟁터에서는 모습을 안 보였지? 전투를 하려고 하면 그곳이 더 좋은 곳이 아닌가?”
란셀은 별 중요하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다.
“크크큭. 그건 왜 궁금하지?
아크는 자기 생각을 이야기한다.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너의 부하들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었을 것이다.”
“크크큭. 그렇다면 너의 부하들의 피해는 컸을 것이다. 그걸 알고 지껄이는 것이냐?”
“......”
란셀의 말에 아크는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런 것이다. 가식적으로 착한 척 하다 보면 앞뒤가 안 맞지. 남의 부하들 생각하다가 자신의 부하들이 죽는 것과 같이 말이야. 크크큭, 이로써 드러나는 것은 너는 가식적인 놈이란 말이다. 아크!”
“주군이라면 자신의 부하들을 생각해야만 한다. 나는 너의 무책임한 태도를 말하는 것이다. 란셀.”
“크큭, 어차피 서로 이용하는 사이. 내가 그들의 욕망을 들어 줬으니 그들도 희생해야지.”
아크는 란셀의 말에 반박한다.
“사람의 목숨을 무엇으로 아는 것이냐!”
“나의 목적은 아르드리 핏줄의 멸망과 브란티아 대륙의 혼란.”
“......”
란셀이 말하자 아크는 잠시 들어보기로 한다.
“그것의 마지막 퍼즐은 너를 죽여 혼란을 가중할 것이다.”
“내가 죽더라도 너는 전쟁에서 져서 나의 동료들에게 죽을 것이다.”
“크크큭! 그래 그것도 원하는 하나지. 지금 세상이 너에게 집중된 만큼 네가 죽으면 세상은 대혼돈때 만큼 혼란에 빠질 것이다.”
아크는 란셀의 생각에 경악하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세상에 대한 복수로 자신의 목숨을 내건 사내의 말에 말이다.
아크가 뭐라 하기 전에 란셀이 말을 이어 하였다.
“그리고 나는 죽지 않을 것이다. 너를 죽이고 너의 부하들까지 다 죽일 것이다! 크하하하!”
란셀은 그 말을 끝으로 기운을 끌어모았다.
콰카카카!
드디어 란셀이 기운을 끌어모았다.
“네놈을 빨리 죽인 뒤 네놈의 부하들을 도륙 낼 것이다.”
란셀이 그리 말하고는 란셀의 낫에는 붉은색 불꽃이 맺히더니 이내 더욱더 뜨겁고 화려하게 타는 높은 온도로 인한 푸른빛 불꽃이 생성되었다.
화르르!
일반 불 속성 오라와는 차원이 달랐다.
아크 또한 란셀에게 대응하기 위해 패왕의 갑옷을 발동하고 크리드에 오라를 부여하였다.
후르릉!
파지직!
란셀의 불꽃이 거대하고 파괴적인 느낌이라면 아크의 골드 오라의 불꽃은 잔잔하지만 따뜻한 느낌이었다.
같은 검기이었으나 전개 자에 따라 느낌이 다른 순도 높은 불꽃과 오라의 불꽃의 향연이었다.
“아크!”
“란셀!”
란셀과 아크는 서로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서로에게 검기를 날렸다.
콰아앙!
※ ※ ※
어마어마한 기운이 이스의 궁전을 지배했다. 이스의 궁전에 있던 동물들은 위험을 감지했는지 쥐새끼 한 마리도 다 도망을 하러 갔다.
사람들도 대부분 도망갔으며 일부 정신력이 강한 자들만이 궁전의 근처에 남아있었다.
쾅!
쾅!
콰카카카!
하지만 굉음에 가까운 충격음과 기운의 충격파로 그것도 이제 무리였다.
“욱! 우욱!”
“네가 그러고도 란셀 님의 기사이더냐!”
상대적으로 기운이 약한 기사에게 선임 기사가 일갈한다.
“하....... 하지만 대장님. 란셀 님과 붉은 머리 녀석은 이미 인간이 아닙니다.”
콰카카카!
“크흡!”
다시 한번 엄습하는 기운에 이번에는 선임 기사도 괜찮은 척하기가 벅찼다.
쾅!
그때.
이스의 도시, 한 복판에 폭발음과 불꽃이 일어났다.
“뭐지?!”
“이건 또 무슨 일이야!”
그때 병사 하나가 기사들에게 다가온다.
“기....... 기사님! 반란입니다.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뭣이!”
“이건 양동작전이다. 이스 성문을 열기 위한 녀석들의 양동작전이야!”
“젠장! 어서 각 수비군에서 연락을 보내 성문을 최우선으로 보호하고 예전 쉘츠의 귀족들을 제압해!”
선임 기사들은 제법 상황파악이 빨랐다.
“예!”
“서둘러라!”
란셀의 수비군들은 급히 전 쉘츠 귀족들을 제압하고자 했지만, 미처 파악하지 못한 실력자들에 의해 번번이 실패하였다.
아크가 보내온 란데르그의 부대원들이었다.
“압제자를 내쫓아라!”
“롬 황제 폐하의 원수를 갚아라!”
나부나이드 후작과 연합한 전 쉘츠 제국의 귀족들은 백성들을 선동하며 이스에 폭발과 방화를 저질렀다.
다행히 일반 백성들은 나부나이드 후작이 계획한 대로 피난을 해서 큰 피해는 없었지만, 자신들의 집이 불타고 있는 모습에 망연자실한 자들도 있었다.
‘이 자들에게 주군이 들어오신 후 어찌 보상해야 할지.......’
란데르그는 그리 생각하며 백성들을 보호하고 란셀의 수비군에 있던 마스터 급 이상의 실력자들과 수라들의 수하들을 상대하였다.
그리고 란데르그는 다른 수호자들이 들어올 수 있게 또 다른 길목을 뚫기 위해 활을 날렸다.
피슈웅!
콰아앙!
란데르그의 화살이 지나간 자리는 초토화가 되었다.
란데르그는 자신의 주군. 아크가 지시한 다른 지시를 수행하기 위해 또 다른 비밀 통로로 이동한다. 오직 황제만이 쓸 수 있는 텔레포트 게이트였다.
파파팟!
란데르그가 움직였고.
이동 중에 이스의 공원 분수대에 도착한다.
그리곤 분수대를 조작하여 누군가를 부른다.
파아앗!
“수고했다. 란데르그.”
바로 그곳에서 나온, 단 한 명은 아크의 청룡의 수호자 드라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