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 어린아이의 놀이.
84. 어린아이의 놀이.
렌 사부가 카다른 수비군의 총책임자가 되어 출진했다.
부대장으로는 다른 지역을 지키던 톰, 제리 경이 카다른으로 와서 참전하였고. 카다른의 기사단의 무라스 경과 란델 경도 카다른의 기사단을 이끌고 출진하였다.
부대장들 모두 수련을 거듭하여 이미 마스터의 경지의 실력자들이었다. 첩보부와 정보 길드인 하프 블러드 또한 총력을 더하기 위해 마스터인 샴바라를 중심으로 협조하였다.
그렇다면 지금 아크 진영의 중추적인 세력인 아크와 동료들은 어디에 있을까?
정답은 하늘에 있었다.
“으~ 으~ 분위기가 으스스하오.”
란데르그가 몸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하늘의 구름 속을 통과하니까 그렇지. 조금만 참아 란데르그.”
아미가 란데르그를 달래었다.
그렇다. 아크 진영의 중추적인 세력 중 아크, 아미, 란데르그, 드라이, 카셀은 지금 브란티아 대륙의 북쪽 방향 하늘의 구름 속에서 비행 중이었다.
제노는 부상을 치유하는 중이기에 카다른에 수비대장 겸 남아있었고 유이는 제노를 간호하고 카다른의 치안 유지 및 안정을 위해 남아있었다.
아크의 능력인 태극사신무 중 주작의 힘으로 날고 있었고. 지금은 적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해 또 다른 태극사신무의 힘인 청룡(운사)의 힘으로 하늘에 구름을 끼게 하여 이동 중이었다.
“거참, 천왕의 수호자가 겁이 많네.”
크리는 란데르그를 핀잔하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기운을 써서 실체화하였다.
“굳이 소인을 핀잔하기 위해 실체화하다니. 크리는 아직 정신연령이 어린가 보오.”
“뭐야!”
란데르그와 크리는 지금 하늘을 날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는 아크를 생각지 안 하고 떠들어댔다.
그때 아크가 참다, 참다 말하였다.
“싸울 것이면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하도록.”
아크가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그제야 자신의 잘못을 아는 크리와 란데르그.
“미안해, 아크.”
“미안하오. 주군.”
갑자기 기가 팍 죽는 란데르그와 크리의 모습에 약간의 긴장을 하는 동료들은 피식 웃으며 긴장을 조금이나마 풀었다.
“후후.”
아크 또한 피식 웃으며 상황이 잘 정리가 되었다.
아크와 동료들이 긴장한 이유는 지금 그들이 가는 곳은 적진인 브란티아 대륙의 북부지역 중에서 습지대가 많이 분포한 곳. 즉 큰 신인 엔키가 있는 하아키 습지대로 향하는 와중이기 때문이다.
지금 아크 일행은 생물학적 인조인간 아다파를 만든 장본인이자 미친 과학자인 엔키. 그를 제거하러 가는 특수임무를 띠는 특수부대였다.
그렇기에 아크는 초조했다. 특수임무의 성격상 은밀하고 빠르게 해야 하기에 이동속도를 최대치로 하여 이동하였다.
그렇게 반나절을 날자 북부지역의 습지대가 펼쳐진 고원에 도착하였다.
“헉, 허억.”
아크는 자신의 기운을 모두 나는 데 소모하여 잠시 쉬는 시간이 필요했다.
“아크, 괜찮아?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보여.”
아미와 동료들은 아크의 상태가 걱정되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기운의 갈무리를 잘하게 도와줄게.”
크리가 아크를 위해 나섰다.
“고마워 크리. 아크를 잘 부탁해.”
아미가 고맙다는 제스처를 취하자 크리도 미소 지었다.
아미와 크리는 잠시 사이가 안 좋았으나 아크의 중재와 크리가 의문을 가지던 아미의 과거를 듣고는 다시 사이가 좋아졌다.
사실 크리가 아미를 갑자기 경계한 이유는 천왕인 아크에게 무슨 영향을 줄지 미지수였기에 그러한 것이다.
아무튼 아크는 크리의 도움으로 기운을 갈무리하였고. 란데르그, 드라이, 카셀은 주변을 살피며 경계를 하였다.
“특이한 기운이나 마법적 힘은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계속 살펴 주십시오. 저도 성법으로 계속 살피겠습니다.”
카셀은 마법적 함정을 살폈고 드라이는 성법으로 주변에 악한 기운은 없는지 살폈다.
“근데 말이오. 드라이, 카셀. 두 사람은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는데. 말을 편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소? 소인과도 편하게 말하고, 드라이와 소인은 편하게 한다오. 어떻소? 카셀?”
드라이와 카셀이 움찔거린다.
적어도 드라이한테는 카셀에게 앙금이 남아있었다. 지금은 밝혀져서 알 만한 사람들은 눈치를 채거나 알고 있지만, 예전 ‘진정한 빛의 검 전쟁’에서 발모르 자작의 뒷배가 지금의 이스의 세력이었다. 더욱 정확히 말하자면 예전 카셀이 몸담았던 곳이기도 했다.
그 전쟁의 참혹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드라이로썬 지금의 카셀은 조금 불편한 자였다.
아무리 자신의 주군인 아크가 차별 없이 대해라고는 했지만, 마음속에선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다.
“란데르그. 지금은 아니야. 나중에 그러도록 하지.”
드라이가 거절의 의사를 밝혔고.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카셀 또한 지은 죄가 있어 그냥 넘어갔다.
“그렇소이까? 뭐, 두 사람의 의견이 중요한 것이니, 더는 말하진 않겠소. 하지만 지금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같이 가는 동료로서 마음을 합쳐야 할 때이니, 더 잘 생각해보고 하시오. 옛날의 앙금은 아무런 도움도 못 되오.”
란데르그는 그래도 그중에서 최고 연장자답게 제법 어른스럽게 말하였다.
그 말에 앙금이 남아있는 드라이와 최근 들어 예전 일에 후회를 조금씩 하는 카셀의 마음속에 울렸다.
란데르그는 평소에는 사람 좋은 바보 같지만 진짜 가끔 어른스러움과 현자와 같은 지혜가 있었다.
잠시 후.
아크는 크리의 도움으로 빠르게 기운이 다시 돌아왔고 안색도 좋아지자 아크와 동료들은 다시 하아키 습지대로 향하였다.
“뭐야? 무슨 일 있었어? 드라이와 카셀의 표정이 좀 어둡네?”
아미는 여자의 감으로 드라이와 카셀의 바뀐 느낌을 포착한다.
“하하하, 별것 아니오. 아미.”
“어머! 아크! 란데르그가 드라이와 카셀을 괴롭혔나 봐!”
“무엇이오?!”
란데르그가 아미의 장난에 휘말렸다.
“란데르그, 그렇게 안 봤는데.”
아크는 재빨리 아미의 의도를 눈치를 채고 장난을 거들었다.
“아....... 아니, 주군, 아니 아크. 나를 그리 보시오?!”
란데르그가 재밌는 표정으로 당황하자 드라이와 카셀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그때!
엄청난 기운이 아크 일행을 덮쳤다.
“?!”
아크 일행은 재빨리 대열을 짜서 그 기운에 대처하였다.
그런 후 주변을 살폈으나 사람은커녕 몬스터도 없었다.
“뭐지? 방금 그 기운은?”
아크는 대열을 유지한 채 계속 예의 주시 했다.
그러자 잠시 후.
습지대의 물웅덩이에서 수십 명의 사람의 그림자가 스르륵 나오며 말하였다.
“역시 대단하시네요. 휴~, 좀 더 기다리면 대열을 풀 줄 알았는데. 히히, 아직 제가 서툴러서요.”
점차 사람의 형상을 하는 그림자들.
아크는 그 그림자 중에서 예전에 봤던 얼굴을 찾아내었다.
“넌!”
분홍색 머리의 소년. 예전 카다른에서 대사들을 공격했던 아다파들 중 하나였다.
“우와! 유명하신 예언의 아이. 아크 벨 님께서 저를 알아주시니. 정말 영광이에요!”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하는 소년. 아크는 약간 기가 찼다.
“그럼 아크 벨 님께 저의 이름을 말해드리지요. 저는 위대하신 엔키 님이 직접 창조하신 완벽하고 모범적인 인간. 아다파들의 대장 제온입니다.”
아크와 일행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상황을 살핀다.
‘저 녀석들 한 명, 한 명 기운이 마스터 급 이상이야.’
아크는 긴장하며 전투 준비를 한다. 그 와중에 계속 떠드는 이름을 제온이라고 밝힌 분홍 머리 소년.
“여러분이 왔는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바로 엔키 님의 위대한 마도 공학 장치로 알게 되었죠. 공중에서 특이한 기운이 기계에 감지되어 저희가 마중을 나온 것이랍니다.”
섬뜩한 기운에 안 어울리게 한창 말 많은 소년의 모습이었다.
“엔키는 어디에 있지?”
아미가 용감히 물어본다.
“아! 큰 신 핏줄이신 아미 님! 틸의 부작용으로 세계에 자신의 흔적이 지워졌다지만 엔키 님은 온전히 아미 님을 기억하고 계십니다.”
“흥! 그깟 미친 늙은이가 기억하고 있다고 뭐가 좋겠어!”
아미는 앙칼지게 말하였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엔키 님은 계속 아미 님을 그리워했습니다. 좋은 핏줄을 가진 왕의 계승자를 낳을 수 있겠다고. 비록 일반 인간의 피가 반이지만 말입니다.”
그 말에 아미는 소름이 돋았고 나머지 동료들은 분노하였다.
“그 입 다물어.”
아크가 기운을 내뿜으며 낮게 말하였다.
콰카카카!
그 기운에 몇몇 아다파들은 몸을 부르르 떨었으나, 제온은 여전히 뭐가 그리 즐거운지 미소 지으며 있었다.
제온이 한 모든 말에 악의는 없었다. 그저 어린아이가 아무 생각 없이 말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후후후, 우리 놀아요! 검과 피의 놀이!”
이 아이는 지금 순수하게 노는 것이다. 사람을 죽이는 것도 말이다. 그리 이해하자 소름이 돋는 아크 일행이었다.
그리고 전투는 곧 시작되었다.
파파팟!
먼저 아다파들이 움직였다.
각자의 무기에 오라 블레이드를 전개하고 아크 일행의 대열의 좌측, 우측에 돌진하였다.
좌측에는 드라이가 백사자 세트를 장착하고 아다파들을 막았고 우측에는 란데르그가 큰 분노, 작은 분노를 꺼내 막았다. 아미는 성가를 불러 아크 일행에게 특별한 힘을 주었고, 카셀은 디버프 마법과 마법 격투술로 아다파들을 막았다.
그리고 아크는 아다파들 중 가장 기운이 강한 제온과 격돌하였다.
콰앙!
아크는 재빨리 크리드를 꺼내 제온과 검을 맞대었다. 오라와 금속이 불꽃을 튀기며 공방을 나누었다.
역시 제온의 경지는 아크가 예상한 대로 그랜드 마스터 급. 이에 경악하는 아크. 그러나 제온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히히히, 재밌다.”
아크는 확신을 가졌다. 아다파들 혹은 적어도 제온은 지금의 외모보다 더 어리고 불완전한 정신을 가지고 있었다.
안 그러면 자신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진검승부에 저리도 천진난만하게 웃을까. 그래서 마치 어릴 적 동네에서 아이들이 나무칼을 들고 칼싸움을 하는듯한 착각이 드는 아크였다.
“뭐가, 그리 신났지?”
챙!
채캉!
카가각!
아크는 제온과 계속 검을 주고받으면서 말하였다.
“재밌지 않나요? 이래서 살아남은 자가 진자의 모든 걸 가지는 놀이인데?”
“놀이?”
“네! 놀~이!”
아크는 제온이 어떠한 성장을 겪었는지 상상이 안 갔다. 약간은 상상했지만 그건 일반적인 사람의 기준이 아니었다. 아미의 말대로, 라면 엔키라는 자는 정말 반인륜적인 미치광이의 자로 그자 밑에서 자란 것이 이 아이에겐 불행이었다.
쾅!
콰앙!
콰카카카!
아크와 제온은 서로 기운을 내뿜으며 검격을 주고받았고 아크는 제온의 검이 아크에게 떨어져 있을 때 다른 일행들을 보았다.
드라이와 란데르그는 고전을 하고 있지만, 점차 승기가 잡혀가고 있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각자 드라이는 성령 감응을 썼고 란데르그도 이제는 컨트롤 가능한 울프 헤드 모드를 써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다파가 아무리 강한 기운을 가지고 있었어도 수십 번의 생사를 넘나 온 그들의 전투경험은 아다파들이 무시할 게 못 되어서 그랬다.
아미는 예전에 해봤고 카셀은 처음이지만 그들을 도와가며 전투를 벌였다. 아미가 버프를 전개하면 카셀은 적들에게는 디버프를 또한 흑빙을 사용하여 그들을 제압했다.
아크가 안심했을 때.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딜 보고 있어요?”
옆을 보는 아크. 어느새 제온이 아크의 옆에 와서 아크를 바라보았다.
흠칫!
아크는 제온과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묻는 아크.
“왜.......? 공격을 하지 않았지?”
“히히히, 이렇게 재밌는 놀이를 쉽게 끝낼 수 없지요. 어서 다시 시작해요. 아크 형!”
“형?!”
“네 재밌는 사람은 무조건 형이에요. 자 어서!”
아크는 경계하며 자세를 잡았다. 이 모든 것을 게임으로 보는 아이에게 현실의 무서움을 보여주리라. 다짐하는 아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