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 겨울전쟁의 시작.
83. 겨울전쟁의 시작.
아크는 지금의 자신의 시선으로는 객관적인 답이 안 나올 것으로 생각했다. 현재 아크의 시선의 수라란 적이자 괴물집단에 불과했기에.
“죄송합니다. 루 님. 나중에 저의 답을 말하겠습니다.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아요.”
루는 알았다는 제스처를 취한 뒤 말한다.
“꼭 정답을 말하라고 물어본 게 아니란다. 이 문제에 정답이란 건 없어. 하지만 나중에 너의 생각이 이 세상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 같구나.”
루는 떠나갔고 아크는 그 자리에 앉아 한번 진지하게 고민하기에 이른다.
몇 시간 뒤.
엔릴과 아미는 어색하지만, 어느 정도 관계를 회복한 것으로 보였다. 예전에는 상사와 부하 관계에서 지금은 조금 친한 정도였지만.
엔릴은 도저히 아미에 대한 기억이 안 나서 그리 대한 것이다. 그리고 워낙에 사무적인 성격이 한몫을 했으리라.
아미 또한 자신에 대한 기억이 있을 때의 엔릴의 성격을 알기에 억지로 친한 척은 하지 않았다.
그때 아크가 들어왔다.
“엔릴 님. 아미에 대한 감정이 살아났습니까?”
엔릴은 한숨을 쉬었다.
“후우~ 엔키녀석이 만든 신무기 틸이 워낙에 강한가 보는군. 기억은 물론 감정까지 안 살아나니.”
아크는 아쉬운 듯 아미를 바라보았다. 가족과 친한 자들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했을 때의 감정은 정말 생각도 하기 싫었기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위대한 원이란 무엇입니까? 그리고 엔키가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엔릴은 마음의 문이 어느 정도 열렸기에 설명해준다.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아미에 대한 미안함도 한몫을 하였다.
“먼저 위대한 원이라는 것은 나의 아버지이자 초월자이신 아누 님이 창조한 조직이다. 역대 큰 신 일족 중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2명의 큰 신들만이 들어갔지. 그 위대한 원에 들어간 인물은 나를 포함해 손에 꼽는다. 예로 들어 60을 완전한 숫자로 보고 각각 큰 신중 10~60까지 0으로 끝나는 숫자는 모두 남성 큰 신들. 5로 끝나는 숫자들은 여성 큰 신들에게 하사했지. 아누 님은 가장 높으니 60이고 어머니인 안투는 55라는 숫자를 부여 받았다. 나는 나중에 50을 엔키는 40을 부여받았지.”
아크는 자신의 궁금함을 이야기하였다.
“그리 한 이유는?”
“큰 신들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다. 솔직히 자세히는 모르나 아누 님이 이 행성 니비루를 만들고 다른 신들을 데리고 왔지. 그리고 위대한 원이라는 조직을 통해 권력을 모았지. 일종의 실권이 있는 명예로운 자리이지.”
“그럼 나머지 숫자에는 어떠한 큰 신들이?”
엔릴은 한숨을 쉬었다.
“나의 정당한 승계자인 닌우르타는 내가 물러나면 50을 부여할 생각이었다. 위대한 원이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세습제였지. 하지만 엔키가 미친 듯이 반대했지.”
아크는 가장 핵심적인 질문을 한다.
“그럼 엔주가....... 아니 예전에는 난나라고 불린 큰 신은?”
엔릴은 놀란다.
“그것까지 알고 있나? 엔주의 본래의 이름도? 아, 하긴 아미가 다 기억했으니 말했겠군. 그래 엔주 즉 난나는 30을 부여받았다. 배다른 형제인 닌우르타가 나의 자리를 물려받으려고 하자 운명의 서판을 훔쳐 수라들을 선동해 반란을 일으켰지. 그게 대혼돈의 전말이다.”
아크는 아미에게 이어 엔릴에게 자세히 전말을 듣자 분노가 끓어올랐다.
‘겨우 권력을 잡기 위해 그렇게 많은 희생을 내다니......’
아크의 기운이 탁해지자 아미는 모르지만 오랜 수라들과 싸움을 한 엔릴은 눈치를 채고 갸웃거린다.
‘이 기운은? 마치 수라 같지 않은가!’
엔릴은 애써 모른척한다. 이것 또한 예언의 아이의 시련이기에 스스로 이기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아크가 기운을 낮추고 아까 했던 질문을 다시 한다.
“좋습니다. 그럼 다음 질문으로 엔키의 소재지는 아십니까?”
“아! 아미에게 들었다. 아다파라는 존재가 습격했다지. 그래서 찾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그런 수준의 인조인간을 계속 만든다면 이 전쟁은 어려워질 것이니까요.”
엔릴은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혼잣말을 하는데.
“아다파를 결국에는 완성했단 말인가? 하지만 연구에 필요한 자원은 어찌....... 협조하는 세력이 있었던가?”
그 말을 들은 아크는 질문한다.
“아다파를 아십니까?”
엔릴은 자신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다 하고자 마음먹는다.
“나도 자세히는 모른다만....... 인간과 수라들 그리고 아눈나키라고 부른 지금의 여러 신족을 우리 큰 신들의 유전자를 참고하여 창조했다는 것은 알고 있겠지.”
“예, 아미에게 들었습니다.”
“그래, 그때 연구를 선두 했던 것이 엔키다. 그리고 다 완성되자 그 지식. 생명 창조의 기술을 혼자 독점하여 알고자 연구에 참여한 큰 신들을 제거했지. 나와 나머지 다른 큰 신들은 엔키를 제거하고자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의 지식과 기술이 없으면 안 됐거든, 그래서 그의 업적을 창조주 안이 한 것이라고 알리겠다 하고 그의 공적을 지웠지. 그래도 생명 창조의 기술을 엔키가 가지고 있었고 그의 마지막 목표는 완벽하고 모범적인 인간을 창조하여 나의 자리를 빼앗아 가는 것. 그게 전부였지.”
아크는 생각했다.
‘완전히 권력에 미친 놈이군.’
“그리고 그것을 연구하던 중에....... 아! 아미가 말했다고 하더구나. 엔키가 쫓겨난 이유.”
“네 그래서 더욱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래, 그의 위험성은 내가 더 잘 알지. 위대한 원의 일원이자 물과 얼음의 디아우스까지 한 실력. 그리고 그의 방대한 지식과 기술. 나도 모든 권리를 박탈한 채 추방했지만, 어제든지 견제하고 감시하고자 그의 소재지는 파악하고 있었다.”
“그럼!”
“그래 알려주마. 브란티아 대륙에 있는 습지대 하아키에서 에리두라는 움직이는 요새에 은신 마법을 걸어 이동하며 살아가고 있더구나,”
“좋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찾아 가겠습니다.”
엔릴은 아크를 걱정한다.
“조심하여라. 아미의 말대로라면 그곳을 지키는 엔키가 만든 아다파는 너를 습격한 그 정도의 실력자들이 득실거릴 것이다. 나를 무너뜨리기 위해 만든 것이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엔릴 님.”
엔릴은 떠나려는 아크와 아미에게 마지막 당부의 말을 한다.
“큰 신이라는 존재는 함구하여라. 이 세상에 큰 신이라는 존재는 세상의 뿌리부터 흔들어 혼란을 가져온다.”
아크는 조용히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엔릴 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아미는 쭈뼛쭈뼛 엔릴에게 인사한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엔릴 님.”
엔릴 또한 어색한 듯 있다가 용기 내어 말한다.
“다음번에는 할아버지라고 불러라. 아미.”
이에 아미의 표정이 밝아진다.
“네!”
그렇게 아크와 아미는 무거운 마음도 있지만, 어느 정도 기쁜 마음으로 딘 가르드를 나왔다.
※ ※ ※
카다른에 도착한 아크와 아미는 동료들에게 엔릴에게 들었던 사실을 말한다.
“좋소이다. 당장 에리두로 달려갑시다.”
란데르그는 격분하며 말한다.
아미가 말한다.
“하아키라는 습지대 지역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서 말해. 란데르그.”
이에 렌 사부가 말한다.
“브란티아 대륙의 극 북쪽의 고위도 지방인 고원지대구나.”
아크가 렌 사부의 말에 대답한다.
“네. 사부님. 란셀을 상대하자니 엔키의 아다파들이 걸리고 엔키를 노리자니 거리와 후방에 있게 될 란셀의 공격이 걱정됩니다.”
그때 드라이가 말한다. 이제 어느 정도 진실을 인정하였고 아크가 했던 위로가 도움이 되어 원래의 컨디션을 되찾았다.
“우선, 주군. 어느 쪽이 더 성가실지 알아야 합니다.”
드라이가 회복하자 아크는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드라이의 말이 백번 옳았다. 더 성가신 쪽을 먼저 쳐야 한다. 그때.
쾅!
회의실 문이 부서질 듯 열렸다.
“무엇이냐!”
아크는 회의 중에 들어온 병사에게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아크 벨 님. 하지만 긴급한 소식이기에 급히 전하러 왔습니다.”
“?”
아크 일행은 궁금함이 일어났다.
“어서 보고하도록.”
렌 사부가 말한다.
“옙! 이스 세력에 의해 동맹국인 리브 왕국이 함락되었습니다. 그리고 7개의 영광중 강의 영광까지 빼앗겼다고 합니다.”
“뭣이오?! 그 정보가 왜 이제 왔단 말이오!”
정보를 담당하고 있던 란데르그가 기겁한다.
“옙! 오늘 아침에 공격을 받아 하루 만에 무너졌다고 합니다.”
쿠쿵!
그렇다. 왕국이 하루 만에 무너져서 정보가 갱신될 새도 없었다.
“어찌......”
아크 또한 놀랐다. 그만큼 이스 세력의 무위가 강했단 말인가!
그리고 충격적인 소식은 끝나지 않았다.
“그다음은 긴급지원 요청입니다. 북쪽 경계를 지키시던 이그나이트 공작께서 패퇴해 지금 이 카다른으로 오고 계시다고 합니다. 부상이 크시다고 합니다.”
“!”
이번 것은 앞엣것보다 더 큰 충격이었다. 제노가 누구이던가.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프로미넌스를 사용할 수 있는 최강의 전사였다.
그리고 그가 데리고 있던 부대는 제노가 직접 단련시킨 최정예부대 붉은 태양의 전사단이다.
이건 말도 안 됐다.
그때 카셀이 병사에게 말한다.
“이그나이트 공작을 쓰러뜨린 건 어린 소년인가?”
병사는 카셀이 어떻게 알았는지 몰랐기에 당황하였다.
“예....... 아, 옙! 어린 소년이 이그나이트 공작을 쓰러뜨려 지금 병사들이 혼란에 휩싸였습니다.”
카셀은 병사에게 더 소식이 없다는 걸 듣고는 자리에 가라고 했다. 병사가 나가자 카셀이 말한다.
“아다파입니다.”
아크와 동료들의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
“그럼 답은 정해졌군.”
아크가 결정을 내렸다.
“아다파를 만든 엔키를 친다.”
지금은 란셀보다 엔키가 만들고 있는 아다파의 존재가 더욱 위험했기에 그리 정했다.
“일단은 제노 형님의 수습을 해야겠지.”
아크는 그리 말하고는 밖으로 나가였다. 제노가 안전히 돌아올 수 있도록 일부 카다른의 기사들을 이끌고 카다른 성 밖으로 나갔다.
동료들도 자신의 자리로 갔고 카셀이 혼잣말로 말한다.
“아무리 그래도 주군이 직접 갈 필요까진 없는데.”
“주군이 그렇기에 믿고 따르는 것이다. 동료들과 수하들에게 진심으로 대해주니까.”
카셀은 깜짝 놀란다. 회의실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있었는데 드라이가 있었다.
“그렇군요.”
“카셀 자네도 주군이 진심으로 대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을 것이다. 주군을 배신한다면 나의 창이 그대를 향할 것이다. 마음을 다해 주군을 보필한다면 우린 좋은 동료가 될 것이다.”
드라이는 카셀에게 마지막 경고를 한 것이다. 자신의 주군을 배신하지 말라고. 설사 우리들의 적이 하나뿐인 카셀의 형제라고 해도 말이다.
“알겠습니다. 명심하지요.”
카셀을 그리 말하고는 자신의 자리로 갔다.
‘내가 그대를 신뢰할 수 있는 증거를 내게 보여주게나.’
드라이는 진심으로 카셀이 그리해주기를 바랐다.
※ ※ ※
아크는 제노를 무사히 데리고 카다른으로 왔다. 제노는 정신은 차리고 있었지만, 굴욕감에 치를 떨고 있었다.
“형님. 그만 진정하시지요. 그들은 보통의 사람이 아닙니다.”
“무인의 지고 이김에 핑계는 필요 없다. 내가 약해서이니. 크으윽!”
아크는 제노의 무인 정신에 진심으로 감탄하였다.
“좋습니다. 형님 일단 진정하시고 상처를 돌보세요. 부탁입니다.”
아크가 부탁하자 그제야 상처를 돌보는 제노였다.
“알겠다. 신경 쓰게 하여 미안하구나. 아크.”
이에 안심하고 병실을 나오는 아크.
계속 란셀과 엔키에게 당하자 열이 받는 아크였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군주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수하들과 동료들은 더욱 크게 흔들리기에.
“이제부터 시작이다. 란셀, 엔키.”
아크는 그리 다짐하며 자신의 자리로 갔다.
겨울 전쟁의 전면전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