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가을 전란의 끝.
80. 가을 전란의 끝.
제노는 다른 남부지역의 국가들에게 협조를 구한 뒤 이그나이트의 하나뿐인 비행정을 타고 빠르게 브란티아 대륙의 남부지역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신속하게 카셀의 부하들을 제압하고 아크가 있는 유적지로 향하였다. 제노가 유적지에 거의 도착하였을 때.
콰카카카.
두 가지의 엄청난 기운이 대기를 때렸다.
“우윽! 주군, 이 기운은.”
제노의 수하 중 대다수가 이 엄청난 기운에 구토하였다. 기운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몸이 버티질 못하는 현상이었다.
‘아크가 한바탕하고 있군. 서둘러야겠어.’
제노는 브란티아 대륙 남부에서 구한 길잡이를 통해 정글을 가로질러 유적지에 도착하였다.
제노는 일단은 위험할 수도 있으니 수하들을 만약을 위해 대기시켜놓고 홀로 유적지를 올라갔다.
“아크!”
그곳에 보이는 장면은 곳곳에 균열과 함께 핏자국이 있고 막대한 기운을 사용한 흔적이 있었다.
그리고 아크를 찾았을 때. 엉망진창의 모습으로 아크는 구석에 앉아 명상하며 쉬고 있었다.
아크는 자신을 부르는 귀에 익은 소리에 살며시 눈을 떴다.
“어? 제노 형님?”
“카셀 녀석은? 네가 제압한 것이야?”
끼이익.
그때 유적지 구석의 문이 열리더니 아크와 마찬가지로 엉망진창의 모습의 카셀이 나왔다.
“너!”
제노는 황급히 전투 자세를 취하고 기운을 끌어모은다.
“잠시만요. 제노 형님! 이자는 이제 적이 아닙니다.”
제노는 황당한 표정으로 아크에게 말한다.
“무슨 헛소리냐! 이 녀석이 개과천선이라도 했단 말이냐!”
“흥! 시끄러운 녀석이군.”
카셀이 무덤덤한 말투와 표정으로 말한다.
“이! 자식이!”
제노는 안 그래도 카셀에게 악감정이 있는데. 카셀이 그리 말하자 결국은 대태도를 검집에서 뽑았다.
촤앙!
“오냐! 아크가 뭐라 하던지 나는 너를 베어야겠다.”
“형님 잠깐만 제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아크는 명상자세를 풀어 황급히 제노를 말렸다.
“네가 무슨 말을 하든지 나는 저 녀석을 믿을 수 없다.”
제노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하였다.
그리고 아크는 제노와 둘만 이야기할 수 있게 다른 곳으로 갔고 아크는 제노에게 카셀의 출신과 함께 자신이 카셀과 나누었던 대화 내용을 요약해서 말했다.
“뭣이? 그럼......”
“네 형님. 우리 선조들의 과오를 저희 세대에서 바로잡는 것입니다.”
제노는 턱을 잡고 고심한다.
“하지만 저 녀석이 한 짓은 분명히 이 대륙을 전란에 빠뜨렸다. 이 죄는 쉬이 용서할 것이 아니야.”
아크는 굳은 눈빛으로 제노를 설득한다.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셀과 그 일족이 당한 억울함은 누가 풀어줘야 합니까. 여기서 이 증오의 고리를 끊어내야 합니다.”
“음......”
“그리고 카셀의 말로는 자신이 나서면 그동안 오해하고 대치하고 있던 국가들과 세력들을 하나로 규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지금 이스의 세력들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제노는 그 말까지 듣자 결국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지. 알겠다. 아크. 나는 저 카셀 녀석을 믿는 게 아닌 너의 안목을 믿는 것이다.”
아크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 감사합니다. 제노 형님.”
제노는 수하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며 카셀을 바라보았고 한마디를 하였다.
“네 녀석이 아크를 배신한다면 곱게 죽이진 않으마. 흥!”
카셀은 덤덤히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카셀에게 다가오는 아크.
“하하하, 어쩔 수 없지. 너는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적이었으니, 제노 형님이 한 말은 내가 대신 사과하지.”
카셀은 아크를 바라보더니 이내 한쪽 무릎을 꿇고 아크에게 가신의 예로 절한다.
“앞으로는 주종의 관계로 주군을 보필하겠습니다. 그러니 사과 따위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안 그래도 돼. 그냥 네가 저지른 일을 반성하며 죗값을 받으면 돼.”
“아닙니다. 주군. 주군께서 약속하신 일은 저희 일족의 숙원. 당연히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아크는 어찌할지를 몰라서 머리만 긁적였다. 그러자 카셀이 당황한 표정으로 아크에게 물었다,
“혹시....... 제가 수하로 있기에 부족한 것입니까?”
아크는 놀란다.
“아! 아니, 당연히 나야 좋지. 하지만 잠시 당황한 것뿐이야.”
-아크 너는 누군가가 너를 따르는 것에 익숙해져야겠군.
“그래 누군가가 나를 따른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거야.”
“?”
아크는 크리가 마음을 통해서 한 말의 대답을 바로 입 밖으로 꺼내자 카셀은 무슨 말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 하하. 이상하게 보지 마. 여기 크리라고 아까 전투를 벌일 때 보았지? 나의 검의 정령이야.”
아크는 크리를 실체화하여 카셀에게 보였다. 그제야 카셀은 이 상황을 이해했다.
“네 알겠습니다. 주군.”
카셀은 공손히 말하였다.
그렇게 유적지에서의 일은 일단락되었다.
※ ※ ※
아크와 카셀은 유적지를 나왔고 제노가 잡은 부하들에게 가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카셀의 부하들은 모두 아크에게 충성 맹세를 하였다.
반발하는 자도 있었지만 카셀이 잘 말하자 설득되었다.
그리고 유적지에 아크가 기절시킨 자들과 아크가 처음에 와서 결박한 뒤 기절시킨 모태솔로 까지 있지 않고 데리고 브란티아 대륙 남부를 거쳐서 아크의 세력권으로 향하였다.
아크는 예상대로 아미와 유이의 폭풍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크윽 차라리 적들과 전투를 벌일 때가 더 편해!’
그렇게 생각하는 아크였다.
그리고 아크의 세력의 수뇌 부적인 자들에게 카셀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물론 그중에는 못마땅하게 여기는 자도 있었지만, 아크가 열렬히 카셀을 지지하고 아크가 지지하자 렌 사부 또한 지지하게 되어 그들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며칠 뒤.
브란티아 대륙을 잠식했던 전란의 흐름이 완전히 안정화되었다. 카셀이 나서서 분란을 없애고 더 나아가 국가와 세력별로 있던 분쟁을 해결해주었다. 거기다가 아크 벨의 이름을 내세우자 이러한 효과는 더욱 커졌다. 이로써 후에 이름 붙여진 ‘가을 전란’은 그렇게 끝이 났다.
아크의 본거지 카다른의 성.
아크는 카셀을 조용히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주군.”
“이제야 카셀, 너와 조용히 대화할 수 있겠군.”
카셀이 말했다.
“제가 저지른 일 때문에 주군까지 고생시켜 죄송합니다.”
아크는 빙긋이 미소 짓고는 이내 결단을 내린 눈빛으로 카셀을 바라본다.
“음~ 그럼 이제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이스의 세력들은 누구지?”
아크는 비밀에 싸인 이스의 세력에 관한 정보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카셀 또한 솔직히 말하기로 한다.
“그들의 수장은 저의 형님이신 란셀이라는 자이고 따르는 자들은 형님의 수하들과 수라 세력들이 섞여 있습니다.”
아크는 고심한다.
“그렇다면 롬 황제 폐하를 암살한 것 또한 란셀이라는 너의 형인가?”
카셀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한다.
“그렇습니다. 주군.”
아크는 잠시 눈을 감고는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이내 말한다.
“그렇다면 카셀, 너의 형은......”
카셀 또한 각오한 일이었는지 말한다.
“예. 주군. 하지만 저처럼 기회는 주십시오. 형님 또한 예전의 저처럼 복수에 휩싸인 자입니다.”
“음.”
아크는 고뇌에 빠진다.
“수라들이 너희 형제를 부채질 한 것인가?”
카셀은 자신의 형인 란셀과의 성장 과정을 말한다.
“저희 형제와 일족은 예전에 추방당하여 방랑하다 시초 대륙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때 수라들의 손에 거두어졌지요. 저희 일족의 시조이신 브레스 님은 수라와의 혼혈이셨으니 당연히 저희 일족의 피에도 수라들의 피가 흐르고 있었지요. 그래서 수라들은 저희 형제와 일족에게 잘해줬습니다. 물론 그중에는 저희가 인간의 피를 가지고 있다고 괴롭히던 자들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은 나름대로 괜찮게 보냈습니다.”
그랬다. 그런 성장 과정을 겪었으면 당연히 수라들의 편에 들것이 자연스러웠으리라. 수라에게 적대적인 감정을 가진 아크 또한 그리 이해가 됐다.
“그리고 어느 정도 성장하자 저희 형제와 일족의 어느 정도 성장한 아이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지요. 거의 실전과 같았습니다. 목숨을 걸었으니까요.”
아크는 안쓰러웠다. 아크가 알기로 수라들은 이름 그대로 싸움에 환장하는 족속들이었다. 그런 괴물들에게 훈련을 받았으니 진짜로 목숨을 걸어야 했을 것이기에.
“그중에서 진정으로 제 몫을 한 것은 란셀 형님과 저뿐이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결국 죽었지요. 저는 마법에 재능이 있어 연구 분야로, 란셀 형님은 전투에 재능이 있어 전사로써 성장하였습니다. 그 이후에 란셀 형님과 저는 잘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크는 그 이야기를 경청하고는 다음으로 궁금한 점을 말하였다.
“그럼 엔주의 부활에 대해선 아는 것이 있는가?”
카셀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에 관해선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극비라고 란셀 형님과 수라 중 고위층만이 알고 있습니다.”
이야기가 다시 원점으로 왔다. 엔주의 부활에 관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아크 자신의 부모가 죽기 전 알게 되었던 정보와 자신이 앞으로 행해야 할 예언에 따른 해야 하는 것을 알 수도 있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역시 이스의 세력을 꺾고 란셀에게 묻는 수밖에는 없겠군.”
“예. 주군. 저 역시 최선을 다해 주군을 보필하겠나이다.”
아크와 카셀의 대화는 그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 ※ ※
가을 전란이 끝나자 다른 국가와 세력들이 아크의 진영에 적대적인 것을 풀었다. 그리하여 동, 서, 남으로 견제를 하던 드라이, 란데르그, 제노가 좀 숨을 돌릴 수 있어 아크가 있는 카다른으로 왔다.
“우오오! 이것이 왕들의 도시 카다른이오?”
“란데르그, 같은 수호자로서 창피하다. 좀 체통을 지켜라.”
란데르그는 처음 보는 왕들의 도시 카다른의 입구에서부터 야단법석을 떨었고 그것을 지켜보던 드라이는 한숨을 쉬었다.
카다른은 왕들의 도시답게 아르드리가 선정될 때가 아니면 잘 가지 못하였다.
그만큼 각국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비록 예전 쉘츠 제국의 영토 안에 있지만 브란티아 대륙의 다른 국가들은 카다른을 어느 국가의 도시가 아니게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혼란스러운 시기에 아크가 버젓이 자신의 깃발을 가지고 점령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하였다.
“크윽! 나의 주군이 이런 도시를 본부로 하다니 감격이오.”
란데르그는 너무 감동하여 눈물을 찔끔 흘렸다.
“그보다도 란데르그. 너 새로운 애인을 얻었다며?”
같이 오던 제노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무....... 무슨 말이시오! 소인은 연애 따윈 하지 않으오!”
“아! 나도 들었어. 란데르그 너를 만나려고 자꾸만 따라다니는 은백색 머리칼을 가진 아름다운 여인이 있다고.”
드라이 또한 들은 것이 있었다. 그만큼 여자를 멀리하던 란데르그가 특정한 여인과 자꾸 만난다고 아크의 진영에선 소문이 났다.
“다 사정이 있소이다. 그 여자는 아니오. 흠흠. 주군이신 아크에겐 아무 말도 하지 마시오.”
란데르그는 단호히 말하였다.
“오~ 란데르그 이제 아크 벨 님을 진정으로 주군으로 모시기로 한 것이냐?”
드라이는 감격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크흠~ 그렇게 해야 하오. 안 그러면 꿈에 백호가 나타나 자꾸 설교하오. 자신의 주인이신 천왕을 모시라고. 드라이는 청룡이 꿈에 안 나타나오?”
“음~ 나는 전투 방법을 가르쳐 주던데. 하하. 역시 주군에 대한 충성심에 따라 우리 몸속에 있는 사신수가 반응하나 보군.”
그렇게 오랜만의 편안한 분위기로 아크를 만나러 가는 일행들이었다.
잠시 후 카다른 궁전에 도착하자 아크가 마중을 나오고.
“모두 반갑고, 고생하셨습니다.”
아크가 나와 그들을 일일이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아크가 란데르그의 손을 잡을 때 아크가 말했다.
“아 참! 란데르그 애인이 생겼다며?”
“으으윽!”
머리를 감싸 쥐는 란데르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