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데이트.
76. 데이트.
다음날.
아크의 진영에는 난리가 났었다. 진영의 중추인 자들이 같은 시간대에 급습을 당했으니 혼란이 날만도 하였다.
그러나 다행인 점은 모두 무사했다는 점이다. 거기다가 제노는 그 암살자를 사로잡았다는 것이었다. 정보부는 그 사로잡은 검은 갑옷의 사내를 마나 구속 장치를 장착하게 한 뒤 취조 및 고문을 하여 정보를 캐내었다.
처음에는 입을 다물며 말을 하지 않았으나. 이그나이트의 전문 고문 기술자들이 오자 상황은 달라졌다.
“크아악! 이 잔인한 놈들!”
검은 갑옷의 사내는 처절하게 비명을 지르며 정보를 하나, 둘 불기 시작했다. 이그나이트의 고문 기술자들은 자신의 주군인 제노의 목숨을 노린 자를 살살 다룰 정도로 인정이 많지 않았다.
그리하여 얻게 된 정보로는 카셀이라는 자가 브란티아 대륙의 남부 지역에서 근거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갑자기 그동안 왜 그렇게 브란티아 대륙이 혼란에 휩싸였는지 알았다.
카셀이라는 자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각국에 첩자를 심어 각국의 유언비어, 공작, 이간질을 하여 각국을 뒤에서 흔든 것이다. 더 조사해보니 예전 에밀 왕국의 반역사건도 카셀이라는 자의 소행이었다.
제노는 그러한 사실로 이 전란을 빨리 끝내기 위한 생각을 한다.
“일단, 이 카셀이라는 자를 잡아야겠군.”
제노는 가신들과 서둘러 계획과 작전을 짜기 시작한다.
※ ※ ※
카다른의 궁전.
아크는 빠르게 쾌차하였고 란데르그, 드라이, 제노가 무사하다는 연락을 받은 뒤 지금은 명상하며 자신의 몸속의 기운을 갈무리한다.
‘언제 어디서든 전력을 낼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적은 힘으로 최대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해.’
아크는 마후라 2세와의 전투로 충격을 받았다. 아크는 그동안 여러 가지 힘을 조화롭게 사용하여 남들보다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처음으로 메긴을 쓰는 정식 데바, 마후라 2세와의 전투로 비슷한 조건이면 아직 자신은 많이 부족하다는 걸 알았다.
‘아직 이 세상엔 나보다 강한 자들이 많아. 내가 그동안 너무 오만했어.’
약관 20세란 나이에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인 상단전을 열었고 메긴과 태극사신무. 그리고 여러 국보급 아이템들로 자신의 적수는 이제 얼마 없다고 생각한 아크이기에 충격은 더 컸다.
사실 어린 나이에 강한 힘을 가져서 좀 오만했다가 맞는 표현일 것이다.
아크는 그리 생각하며 힘의 갈무리를 마무리할 즈음에 침실 문이 열리고 아미와 유이, 그리고 렌 사부가 들어왔다.
“이제 괜찮으냐?”
렌 사부는 미소를 지으며 아크에게 다가간다.
“사부님!”
아크는 활짝 웃으며 맞이하였다.
아크는 자신의 옆에서 간호하던 자들의 말로 들어 알고 있었다. 렌 사부가 자신의 목숨을 구했다는 것을.
자신을 수련시키고 가족의 정이 뭔지 알게 해준 것도 모자라서 자신의 목숨까지 구해주니 아크는 너무나도 감사하기에 말로도 표현을 못 하였다. 아크의 밝은 표정만이 그것을 표현해 주리라.
“쳇!”
“히융~”
아미와 유이에게는 한 번도 그러한 표현을 안 한 아크의 밝은 표정에 두 여인은 질투 어린 시선으로 렌 사부를 째려본다.
“허....... 허, 허.”
렌 사부는 황당하고 갑작스러운 두 여인의 반응에 난감해한다.
※ ※ ※
잠시 후.
아크는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채. 오전에는 식사와 카다른의 기사단의 기사들을 일일이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군주로서 자신의 수하들에 대한 관심은 꼭 필요한 것이기에. 크리는 오늘 쉬도록 아예 크리드를 꺼내 크리의 곁에 두었다.
정오가 지나고 오후가 되자 아미와 유이가 아크와 함께 카다른의 시장으로 가자고 조르기 시작한다.
“아잉! 아크, 한 번만 시장에 가보자.”
“어머, 언니! 애교 부리는 것이에요? 그럼 저도 우웅! 아크 같이 가자.”
아크는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두 여인의 애교에 속으론 좋으면서 말이다.
“하....... 하, 아니, 아니 크흡. 난 지금 수련을 할까 하는데. 렌 사부님이랑.”
그 말에 아미와 유이는 동시에 또다시 렌 사부를 째려본다.
‘렌 님, 아크를 놔줘요!’
‘아미 언니 말고도 적이 또 있다니!’
렌 사부는 이러한 시선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생각한다.
‘아침에 이에 또. 허, 허 아크가 인기가 많구나.’
렌 사부는 자신이 낼 수 있는 최상책을 꺼낸다.
“흠, 흠. 아크야.”
“네 사부님.”
“오늘 그만 쉬도록 해라. 너무 자신을 그리 담금질하지 말아라. 쉴 때는 쉬어줘야 더욱더 단단해 지는 거란다.”
아크는 잠시 고민해보다가 렌 사부님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하여 말한다.
“알겠습니다. 사부님. 그럼 오늘 하루는 쉬도록 하겠습니다.”
아크가 그리 말하자 두 여인은 쾌재를 불렀다.
“야호! 아크. 가자!”
“어! 언니! 슬그머니 아크와 팔짱 끼지 마욧!”
아미가 슬그머니 아크의 왼쪽에 팔짱을 끼자 소리를 빽! 지르는 유이었다.
“그럼 유이, 네가 다른 쪽 팔에 팔짱 끼면 되지. 팔은 2개란다. 호호.”
“흥!”
유이는 콧방귀를 뀌었으나 이내 아크의 오른쪽 팔에 팔짱을 낀다.
그 모습을 보던 많은 남정네가 질투와 시기 어린 시선으로 아크를 바라본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아름다운 여인이 두 명이나 있으니 그럴 만도 하였다.
“하....... 하.”
아크는 따가운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카다른의 시장으로 향하였다.
몇 시간 뒤.
아미와 유이는 아크와 다정하게 시장에서 여러 가지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많은 시장을 즐겼다.
“아크! 이거 먹어봐 맛있어.”
유이는 다정하게 아크의 입에 음식을 줬다. 그 모습을 보던 아미는 한마디 하는데.
“어쭈! 어린 것이 선수를 치다니. 아크 내 것도 앙~”
경쟁적으로 음식을 먹여주던 아미와 유이 그렇게 하나둘씩 받아먹던 아크는 이내 배가 가득 찼다.
“더....... 더는 못 먹겠어.”
먹보인 아크가 못 먹을 정도라니. 그것은 음식점의 수십 장의 빈 그릇 접시가 대변해 주고 있었다.
“너무....... 먹였나?”
“호....... 호, 그....... 그런 것 같아요. 언니.”
잠시 소화 시킬 겸. 이번에는 게임을 하는 곳에 갔다.
“자! 자! 어서 오십시오.”
호객을 하던 자들이 아크 일행들을 맞이하였다.
“뭐 하는 거죠?”
아크가 호기심이 일어 물었다.
“내기 다트 던지기입니다. 거리에 따라 과녁을 맞히면 상품을 드리는 거지요. 자 여기 보십시오. 이 인형들 귀엽지 않습니까?”
상인의 말 따라 과녁은 가까운 것에서부터 저 멀리 떨어진 곳까지 있었다. 그리고 인형들은 귀여운 동물들 모형이 많았다.
“까약! 귀여워! 이 강아지 너무 귀엽다.”
“동물 하면 고양이지. 귀엽다. 호호.”
유이와 아미는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을 보며 귀여워했다.
“내가 한번 해볼까?”
아크는 소화도 시킬 겸 가볍게 하고자 했다.
“!”
그 말에 눈이 동그래진 두 여인.
“응, 응 해줘 아크!”
“아크, 최고!”
아미와 유이가 애교 섞인 말로 하자 아크는 기분이 좋았다.
“자, 여기 돈 받으시고. 한번 도전해 보겠습니다.”
상인은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하나의 내기를 하는데.
“하, 하 인기가 많으신 분이시군요. 그럼 내기 하나 해볼까요? 저기 가장 멀리 있는 과녁을 맞히면 이 인형 두 개를 드리죠. 어떻습니까?”
가장 먼 과녁은 작고 좀 멀리 있었다.
“해보죠.”
아크는 그리 말하고는 다트를 쥐고 던졌다.
파아앙!
펑!
완벽한 자세로 다트를 던지고 파공음이 터져 나왔다.
과녁은....... 아예 가루가 됐다.
“어......”
상인은 벙해 있었고 아크는 미안해했다.
“아크, 바보!”
“아크, 멍청이!”
두 여인은 화가 났고 아크가 상인에게 사과하고 피해 보상금을 주었다. 그러자 상인은 이해한다면서 오히려 실력자에게 이런 걸 시켜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인형들을 주었다.
그 덕에 두 여인의 화도 가라앉았다.
이번에 향한 곳은 장신구점. 그곳을 구경하게 놔두고 아크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첫사랑은 분명 유이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아미의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호감과 함께 아미도 아크의 가슴에 자리 잡았다.
그래서 아크는 혹시라도 둘 중에 하나 선택하라고 하면 쉽게 선택하지 못할 것 같았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여자들은 쓰레기라고 하겠지만 어쩌겠는가.
아크도 사람인데 좋아한다고 저리 표현하는 아름다운 여자를 막을 순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막기 싫었다.
아크가 그리 생각하는지 아는지 모르는지 아미와 유이는 아크를 부른다.
“아크! 이리 와봐!”
아크가 다가가자 아미와 유이는 한 가지 물건에 꺼낸다. 바로 머리핀이었다.
“어때? 예뻐?”
아미가 그리 말하고 유이도 묻는다.
“어울려?”
머리핀은 두 개가 세트로 수수한 매력이 있는 물건이었다. 아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줘.”
아미가 당돌하게 말했다.
“? 아미. 그보다 더 좋은 것도 많은데 왜 하필 그런 머리핀을.”
“아크의 취향이니까 화려한 것보다 수수한 걸 좋아하는 너의 취향 때문이지.”
아미가 그리 말하자 유이도 거든다.
“맞아요, 언니. 아크, 나도 이거 사줘.”
“그럼 각기 다른 것으로 사는 게 좋지 않아?”
아미가 대답한다.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서야 유이와 아크. 이렇게 같이 왔다고.”
아미의 말에 유이는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아크는 피식 웃으며 그 머리핀 두 개를 계산하였다.
그렇게 아미와 유이는 인형과 머리핀을 아크와의 데이트 기념으로 가졌다. 두 여인에게는 행복한 순간이었길. 아크는 그리 속으로 그리 기도하였다.
※ ※ ※
카다른 궁전에 밤이 오고 달이 떴다.
아크는 수련보다 시장에서 데이트한 게 몇 배는 더욱더 힘들었다. 그래도 아크는 저녁을 간단히 먹고 렌 사부에게 갔다.
“오, 아크. 데이트는 잘 갔다 왔느냐.”
“네 사부님. 잘 쉬셨어요?”
렌 사부는 따뜻하게 미소 지었다.
“물론이지. 따뜻한 차를 주마, 이리 오너라.”
아크와 렌 사부는 따뜻한 차 한 모금으로 그동안의 이야기를 하였다. 별다른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냥 시시콜콜한 이야기였다.
대화 도중 아크는 렌 사부에게 묻고 싶었던 말을 하는데.
“사부님.”
“왜 그러느냐.”
“제가 마후라 2세와 싸울 때 제가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에 그자가 제가 알지 못하는 기술을 썼습니다. 저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서 사부님을 만나면 이야기해보고자 하였습니다.”
렌 사부는 마시던 차를 내려놓는다.
“흠~, 아마 그건 ‘오라 파이어’라는 기술로 불과 몇 세기 전에 만들어진 그랜드 마스터 급이 가진 기술 중 하나란다.”
“어떻게 하면 배울 수 있습니까?”
“검과 자신이 하나이기를 느낀다면 저절로 알게 되느니라.”
아크는 아리송한 느낌을 받는다.
“그럼 로드의 경지는 어떻게 하면 도달할 수 있습니까?”
렌 사부는 아크가 조바심이 일어났다는 것을 눈치를 챘다.
“아크야.”
“네 사부님.”
“이미 네 나이에 그 정도 경지면 엄청난 것이란다. 너무 욕심을 내면 부러진단다. 아무리 예언의 아이이지만 그렇게 재촉하면 될 것도 안 된단다.”
“하지만 사부님. 제가 강해지지 않으면......”
“너는 좋은 동료들이 이잖니.”
아크는 자신이 잠시 잊은 것을 떠올렸다.
“부족하면 채워주고 많으면 비워주고 그런 것이 동료이니라. 혼자 다 해결하려고 든다면 그건 아집과 독선이니라.”
아크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네가 진정 그리해야 한다면 그것은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지. 억지로 하려면 안 된단다.”
“네 사부님.”
“그래 마음을 비워둔다면 그곳에 다른 것이 채워지겠지.”
그러고 나서 아크는 렌 사부에게 삶의 도움이 되는 이런저런 조언을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