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내가 따를 자.
64. 내가 따를 자.
아크의 눈부신 활약이 브란티아 대륙 곳곳으로 퍼져갔다. 적진으로 쳐들어온 영주는 포로로 잡히고 군대는 완전 와해하였다.
문관이라는 책사는 없었다.
살아남은 병사들과 용병들, 하운드들은 아크의 신위를 알리는 존재들이 되었다.
이에 이그나이트 공작가와 라이언 백작가의 정보부는 이러한 사실을 더욱 널리 알렸다.
그리고 누군가가 아크 일행의 정보를 아크 쪽에 이득이 되도록 살을 붙여서 알리는 것이다.
이그나이트와 라이언의 정보부는 그 존재들을 추적하려고 했지만, 중간에 흔적도 없이 그 존재들이 사라져서 일단은 아군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그때쯤 아크가 마고 대륙에서 한 일들이 서서히 알려지고 마고 대륙 연합은 아크 벨이라고 이름 높이고 있는 아크에게 은혜를 갚는다고 브란티아 대륙의 전란이 끝날 때까지 어떠한 군사적, 외교적 압력은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발표하였다.
이에 아크의 명성이 더 높아지고 전란을 피해서 온 피난민들이 이그나이트·라이언 연합군의 영지에 속속히 모여들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 수는 소국을 세울 정도로 세가 커졌다.
이그나이트·라이언 연합군 내 카다른의 기사단 거점.
“아크, 이거 너무 인기인인데 후후.”
제노는 아크에게 넉살이 좋은 표정으로 말하였다. 예전의 제노를 아는 자들이라면 놀라 일이었다. 그 무뚝뚝한 제노가 아크에게 유들유들한 표현을 하는 것이. 좋은 현상이었다.
“하하, 형님. 이게 다 형님과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 덕분이죠.”
아크도 제노의 이러한 변화를 기뻐했다. 제노와 처음 만날 때만해도(리즈의 환술에 걸려서 이다) 엄청 무서운 기운을 내뿜던 제노가 이렇게 변화한 것에 말이다.
그렇게 기분 좋은 변화를 즐기던 중. 한 가지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아크, 제노. 잠시 대책 회의를 해야겠다.
이야기를 가지고 온 자는 렌 사부. 그동안은 전면에 안 나서고 조언자로서 활동하던 그가 심각한 표정으로 아크와 제노를 부른다.
“무슨 일이십니까? 사부님.”
이에 아크와 제노는 어리둥절하며 회의실로 갔었다.
회의실로 모인 자들은 아크와 제노, 아미, 드라이, 렌 사부, 크리. 그리고 이그나이트 정보부 소속의 요원이었다.
“모두 모이셨군요. 그렇다면 이번에 입수한 정보를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보부 소속의 요원은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하였다.
“아크 벨 님의 활약과 정보부의 선전으로 벨 님의 지지자들이 많아졌다고 정보부에서 알려 드렸습니다. 그런데 이번 새로이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7개의 영광을 나누었던 다른 국가들이 아크 벨 님을 향해 선전포고하였습니다.”
“뭣이?”
제노는 당황하였다.
7개의 영광을 나누었던 국가들이란 시초 대륙에서부터 내려오던 상징이었다.
그중 하나인 눈갈의 영광은 시초 대륙에서 브란티아 대륙으로 오던 중 현재는 분실되었고 나머지 6개의 영광이 브란티아 대륙의 왕족인 아르드리의 핏줄과 함께 왕권을 상징하는 상징물이었다.
다른 국가들도 있었지만 대체로 6개의 영광이 있는 국가가 브란티아 대륙 맹주의 자리를 차지하였다.
그만큼 시초 대륙에서부터 내려오던 상징물의 의미가 컸다. 이게 왜 브란티아 대륙에만 있느냐면 예전 히브리아 대륙은 관심이 없었고 마고 대륙의 국가들은 서로 싸우기 바빠서 그러한 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기에 브란티아 대륙으로 넘어간 것이다.
요원은 계속 말했다.
“그리고 저희 측과 동맹을 맺은 영지와 국가들에게도 위협을 가해 저희와의 동맹을 끊으라고 위협하고 이에 불이행 시 보복적 조치를 하겠다고 통보했습니다.”
“음.”
제노는 이에 고민한다. 어찌해야 할지를 근데 그때 문이 열리더니 익숙하면서도 반가운 얼굴이 들어왔다.
“여어~ 잘 지내셨소?”
“란데르그!”
아크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란데르그의 등장이었다.
※ ※ ※
란데르그가 하프 블러드 길드원들과 같이 돌아왔다. 물론 샴바라도 같이 왔다. 그들은 그동안 겪었던 모험담을 들려주며 즐거워하였다. 아크와 다른 일행들도 같이 즐거웠다. 마치 지금이 전란 중이 아니라 예전과 같이 평화로웠던 시절과 같이.
“그래서 말이오. 소인이 노스카 왕국의 오우거 부대를 쓸었는데. 캬아! 풍백의 힘이 들어간 하이 오라 샷의 효과는 대단했소이다. 전력을 다한 공격 한 합에 오우거 부대의 3분의 1이 날아갔으니 말이오.”
“부작용으로 한동안 운신도 못 하였지. 암, 암. 그래서 내가 대타 뛴다고 고생 좀 했어.”
샴바라가 란데르그의 말에 추임새를 넣으며 말했다.
“그럼 어쩌겠소. 노스카 왕국의 국왕이 우리 길드원들을 가두었는데.”
란데르그와 샴바라는 둘이서 브란티아 대륙의 서북쪽에 있는 길드본부를 찾아갔는데 그곳에서 브란티아 전란 중 정보 길드를 모으려 하프 블러드 길드원들을 가두었던 노스카 왕국과의 전투를 실감 나게 표현하였다.
“하프라고 차별하면서 정보의 귀중함은 알았던 게지.”
아미도 거들었다. 그만큼 노스카 왕국은 순혈주의가 강한 곳이었기에.
“그래서 노스카 그 땅딸막한 국왕 놈을 혼쭐을 내주었소. 주변 마을의 자경단과 합심하여 말이오.”
이에 아크는 말한다.
“흠~ 그 노스카 왕국이 우리와 적대시 하는 곳이죠?”
“그렇단다, 아크야 노스카 왕국의 국민들만이 순수혈통을 지키는 이상한 곳이지. 그래서 아크 너를 적대시한단다. 권력을 빼앗길까 봐.”
렌 사부는 친절히 설명해준다.
“그럼 나중에 혼내주러 가야겠네.”
아크는 자신의 친구. 란데르그를 힘들게 했던 노스카 왕국을 혼내 주리라고 다짐했다. 노스카 왕국은 사망 플래그를 세운 것이다.
“그래 란데르그. 풍백의 힘은 잘 맞았어?”
크리는 다른데 관심이 있었다.
“물론이오. 영력이라는 것을 처음 사용하였지만, 엄청 굉장한 힘이었소.”
샴바라도 거들었다.
“이봐 예언의 아이. 란데르그 형님한테 듣자 하니 예언의 아이한테 받는 힘이라며? 나도 좀 주라. 엄청나게 굉장했어. 기존의 그랜드 마스터보다 더욱 위의 경지 다만.
이에 크리는 아크를 바라본다.
“어때 아크. 네가 보기엔 저 검은 녀석이 화치, 운사, 우사의 힘 중 하나를 받을 것 같아?”
“흠~ 미안하지만 샴바라는 아닌 것 같아. 나의 수호자가 되기엔 힘의 상성이 안 좋아.”
아크는 딱 잘라 말한다.
“아니 왜~ 나도 영력이라는 것을 사용해보자.”
“어허 샴바라 힘도 그 상성이라는 게 있어 잘못 사용하면 기의 역류가 일어나 주화입마에 들어갈 수 있어.”
아크는 다시 한번 샴바라에게 주의를 준다.
“주화입마? 그게 뭐야?”
“한마디로 무인으로서 살 수 없을 거야.”
샴바라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이내 포기한다.
“쳇! 알겠어. 안 한다. 안 해. 참 내.”
샴바라도 무인인지라 무인으로서 못산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무의식 속으로도 알고 있었다.
“참. 그리고 말이오. 아크 여기 오면서 너의 활약상은 잘 들었소. 마스터 둘을 한 합에 두 동강 냈다고 하던데. 허허.”
아크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란데르그를 본다.
“왜....... 왜 그러시오.”
“란데르그, 시치미 떼지마. 네가 그 정보를 더욱 알린 것은 알고 있으니까.”
란데르그는 헛기침을 하더니 말한다.
“허~음. 역시 알고 계시었소? 이그나이트와 라이언의 정보부가 대단하오.”
“아니 그들은 몰라 나와 제노 형님, 드라이가 알고 있었어.”
“?”
그 자리에 있던 자들 모두 궁금하였다. 아크가 어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이에 아크는 미소를 짓더니 이야기한다.
“내 친구, 란데르그라면 길드원들을 구하고 친구인 나를 위해서 그리해줄 거라고 믿었었지. 나는 내 친구를 믿으니까.”
란데르그는 감동한 듯 아크를 바라보았다.
“아....... 아크. 감동이오!”
제노와 드라이도 처음에는 아크가 너무 낙관적으로 상황을 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아크는 낙관적인 사람이 아니다. 그저 친구를 믿는 순수한 자였다.
그중 드라이는 이러한 자를 주군으로 모시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아크의 영혼이 요동쳤다. 자세히는 아크의 나누어진 영혼 중 운사의 기운이 요동쳤다. 드라이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영혼이 요동침을 느낀다.
“드라이......”
“아크, 이건.”
아크와 드라이가 서로를 바라본다.
“응? 응? 무슨 일이오?”
이에 란데르그는 의아함을 느낀다.
영혼의 고동은 당사자만이 아는 일. 다른 일행은 심각한 얼굴로 서로 쳐다보는 아크와 드라이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오직 영혼이자 정령인 크리만이 눈치를 챘었다.
“오호~ 아크. 운사의 그릇을 찾았군.”
드라이는 당황하였다.
“운사?”
크리는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그렇다. 천왕의 방패. 목의 기운의 운사의 그릇! 라이언 백작 그대가 아크의 수호자요.”
드라이는 그 말을 듣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느낌을 받았다.
사실 쉘츠 제국의 황제가 죽자 드라이는 자신이 충성을 바칠 자가 없어 기사로써 사막을 걷는 기분이었다.
근데 마침 아크가 자신이 주군이었으면 했던 마음이 시발점이 되어 지금 영혼의 고동을 느껴 의아했었는데 크리가 간단명료하게 말을 하자 오아시스를 찾은 느낌이었다.
영혼의 오아시스 말이다.
“아크. 어서.”
크리는 아크에게 말하였다. 그러자 아크는 운사의 기운을 내뿜으며 드라이에게 갔다.
드라이는 자신도 모르게 경건한 마음이 들어 무릎을 꿇었다. 이에 보는 이들은 순간, 마치 사전에 언질을 주고받은 줄 알았다. 하지만 이것은 방금 일어난 실제 상황이었다.
“어....... 이건?”
무릎을 꿇은 드라이의 눈에 눈물이 났다. 그리고 손을 뻗는 아크의 손이 드라이의 어깨에 닿자. 그 의문이 가셨다.
-나의 이름은 운사인 청룡. 그대 천왕의 방패가 되겠는가?
영혼의 속으로 들어간 드라이의 의식 그곳에 거대한 푸른 용이 있었다. 그 용을 본 순간 드라이는 영혼 속의 만족감이 들었다.
일종의 환희였다. 그리고 아크와 자신과의 사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였다. 이러한 자를 주군으로 삼으면 어떠한 세상이 펼쳐질까 여기까지 생각한 드라이의 의지의 대답은.
“물론이다. 청룡이여.”
파아앗!
천왕의 신성한 나무의 방패이자 드라이가 강력한 빛과 번개의 창이 된 천왕의 수호자. 드라이 라이언의 새로운 탄생이었다.
※ ※ ※
드라이는 아크와 좀 더 이야기하고 주종의 관계를 세운 후 드라이는 새로운 힘을 갈무리하러 수련장으로 향하였고 나머지 일행들은 란데르그의 말을 들었다. 음식이 나와 그것을 먹으면서.
“쩝, 쩝, 쩝. 일단 이곳으로 오기 전 그대들의 상황은 들어 알고 있소이다.”
란데르그의 정보수집능력은 정말 대단했다. 오늘 이와 같은 상황이 나왔는데 벌써 그러한 정보를 알다니 말이다.
“그러는 와중에 소인이 좋은 소식을 가져왔소이다. 수인들이 많은 국가인 7개의 영광 중 ‘산언덕’의 영광을 지닌 에밀 왕국 전언이오.”
란데르그는 나무껍질로 된 문서를 내밀었다. 그에 적힌 내용은 미사여구가 많으나 간단히 말해서.
‘쉘츠 제국의 황도를 점검한 세력이 자신들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들은 예언의 아이를 믿고 싶으나 한 번도 보지 못한 자를 신뢰하는 것도 어불성설. 그리하여 예언의 아이인 아크 벨은 우리들과 만나자. 그리하여 동맹을 맺도록 하자. 우리들의 왕성은 열러 있으니 3일 뒤 오라.’
였다.
이에 아미는 화를 낸다.
“란데르그! 이게 무슨 좋은 소식이야 함정이잖아!”
란데르그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말하였다.
“아미, 그곳의 아르드리 핏줄인 국왕인 바함 에밀은 그저 상징이고 지도자층은 고대부터 지혜롭다던 코끼리 인간이 다스리는 곳이오. 그런 지혜로운 자들이 이런 어리석은 전란에 함정? 그건 아니라고 보오. 그리고 내가 친구인 아크를 함정에 빠뜨릴 어리석은 자로 보이오?”
이에 아미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건 그렇지만......”
“아크, 이건 기회이오. 전쟁에서 다양한 활용범위가 있는 수인 족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면 전쟁은 더 쉬워질 것이오. 그리고 수인 족들이 우리 편이라면 은거한 야수 족의 호응을 얻을 것이오.”
이에 제노가 말한다.
“야수 족들의 호응을 란데르그 네가 얻고자 하는 것은 아니고?”
이에 란데르그는 제노를 째려보았다. 그리고 이후 인정하듯이 한숨을 쉬었다.
“후유~ 그렇소이다. 소인은 야수 족의 인정을 받기를 원하오, 하지만 이건 분명히 기회이오, 그리고 아크. 그대는 나와 약속하지 않았소이까. 내 꿈을 도와주겠다고 이건 그걸 위한 초석이오.”
아크는 생각할 것도 없이 란데르그의 손을 잡았다.
“물론이지, 란데르그. 내 꿈에 너의 꿈도 같이 포함되어있어.”
란데르그는 활짝 웃으며 아크에게 말한다.
“그대가 나의 진정한 주군이오. 이제부터 그대의 명이라면 죽는 한이 있더라도 따르겠소.”
란데르그의 말은 진심이었다. 아크는 그런 란데르그의 등을 토닥거렸다. 이로써 3일 뒤 아크는 수인 족들의 나라인 에밀 왕국으로 떠난다. 이에 어떠한 것이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