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Time In Level.
62. Time In Level.
“아미 너의 비밀? 그리고 신무기 틸이라니?”
아미는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표정으로 담담히 이야기한다.
“아크, 너도 어렴풋이 눈치를 챘겠지만. 나의 비밀을 함께 말하고자 해.”
아크는 이 같은 상황에서 아미가 비밀을 말하려 하자 이해가 안 갔다.
“?, 아미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안 좋아. 나중에 세상이 안정되었을 때 이야기하자.”
아크는 어렴풋이 느꼈다. 아미의 비밀이 자신이 감당하고자 하면 크다고.
“지금이야말로 말할 때야!”
아미는 언성을 높이며 말한다.
그 말을 하는 와중에 아미는 부들부들 살며시 떨고 있었다. 아크는 그런 아미에게 다가가며(아미는 움찔 거렸다) 포근히 안아 주었다.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두 남녀를 포근히 감싸주었다.
“아미. 지금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괜찮아. 무슨 일이야?”
아미는 흐느끼며 아크에게 붙었다.
“흑, 흑흑.”
아미는 뭐가 그리 서러운지 계속 흐느껴 울었다.
잠시 아미가 진정한 후.
아미는 아크와 처음 둘이 이야기했을 때처럼 아미가 바위에 앉고 아크에게 앉으라는 식으로 옆의 바위를 톡톡 두들겼다. 이에 아크도 처음 둘이 대화했을 때가 기억이 나서 살며시 미소 지었다.
“아미. 이제 진정이 좀 돼? 이거 우리가 처음 둘이 이야기했을 때가 기억이 나는데. 그때는 아미 네가 여러 가지 알려주었지.”
이에 아미는 미소로 화답한다.
“후후후, 그렇지.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였는데 지금은....... 많이 성장했는걸, 아크.”
아크는 아미가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농담을 한다.
“...... 그래서 말이야 그때 제레인트 마을의 경비원인 후치 형이 말이.”
“아크, 이제 괜찮아 이제 이야기할게.”
아미는 아크가 말을 그만해도 된다는 제스처를 취했고. 아크는 저도 모르게 긴장이 확 됐다. 왠지 그러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크. 닌우르타라는 영웅신에 대해서 알지?”
이에 아크는 갑자기 그러한 유명한 신을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알지. 그분은 대혼돈의 원흉 엔주를 처치한 영웅신이잖아. 우리 부모님과 같이 대혼돈의 막을 내린 인물이시지.”
“그래. 그리고 그분은 엔주를 처치했을 때 같이 동귀어진으로 돌아가셨지......”
아미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야기한다.
“그분이 내 아버지야.”
이에 아크는 놀란다.
“뭐! 하지만 영웅신님은 자녀가 없다고 기록에 남았는데......”
아미는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엔 씁쓸함이 같이 있었다.
“저번에 사신수님들이랑 이야기하고 크리가 이야기한 거 있잖아. 나를 ‘진정한 왕의 아이’ 혹은 ‘공주님’이라고 부른 것 말이야.”
아크는 그제야 이해가 갔다. 그렇다면 영웅신, 닌우르타의 숨겨진 자식이라는 뜻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닌우르타는 왕이 아니었다. 강한 천계의 데바라고만 알았다. 적어도 아크는 그리 기억했다.
“그걸 설명하자면 나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해야 해.”
“본질?”
“그래 세상에는 안 알려졌지만, 나는 ‘큰 신’이라는 이 행성 니비루의 신족이야. 나의 아버지 닌우르타도 큰 신 핏줄이지.”
“큰 신? 그것은 처음 듣는 천계의 신족 이름이야.”
천계에는 다양한 출신의 신족들이 있었다. 그리고 아미는 입술을 질끈 깨문 뒤 이야기한다.
“당연하지. 현재 디아우스들도 모르는 자가 있을 정도로 비밀유지가 되어 있는 거야. 이 세상의 처음 발을 내린. 최초의 권력자들. 그 이상은 나도 몰라 어디서 기원했는지는.”
아크는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위대한 원(Great Cycle)이라는 비밀 권력자 집단으로 태초 때부터 내려왔어. 아누라는 초월자부터 시작되었지. 그들은 수명이라는 개념이 없어. 불멸 자들, 진정한 신족이지. 창조주 안이라는 개념의 안이라는 이름도 아누의 또 다른 이름이야. 우주의 거대한 의지에 자신의 이름을 붙였으니 그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감이 올 거야. 누가 뭐래도 큰 신 핏줄 중 초월자이니까.”
아크는 이 파격적인 이야기에 잠시 생각을 하였다. 창조주 안을 믿는 아크로썬 그동안 내려오던 교리가 근본부터 한순간에 뒤집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아미는 그런데도 계속 이야기를 하였다.
“그들의 유래는 몰라, 그냥 그렇게 존재했다고 해. 아누는 승천을 하였고 그의 아들들인 엔릴과 엔키가 이 세상을 다스렸다고 해.”
아크는 자신이 아는 이름이 나오자 화들짝 놀란다.
“엔릴? 바람의 디아우스 엔릴 님 말이야?”
“그래, 그분이시셔. 나의 아버지 닌우르타의 아버지이자 큰 신 중 초월자 아누의 승계자 엔릴.”
아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건 태고 때부터라며 엔릴 님은 지금도 살아계시는데.”
“그렇기에 불멸 자라는 거야 신왕의 상징인 ‘운명의 서판’의 힘으로 사람들의 기억을 바꾸면서 그렇게 존재하고 있어.”
아크는 또다시 이해가 가지 않는 기억이 있었다.
“운명의 서판?”
“그래 그 운명의 서판의 진정한 힘은 이 세상 모든 존재의 운명을 정할 수 있어. 그래서 큰 신들은 세대교체가 일어날 때마다. 운명의 서판의 힘으로 자신의 운명을 만든 거지. 그리고 큰 신 보다 아래의 계급인 평범한 신들인 아눈나키(Anunnaki)들과 섞여 살았지. 그리고 인간과 수라를 창조한 거야. 인간과 수라들이 창조할 때 가장 공을 세운 것은 지금은 쫓겨났지만 엔키라는 큰 신이 창조했고.”
아크는 담담히 그러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의문점이 들었지만 일단 한 가지 의문점만을 물었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가......”
“아크, 네가 이제 예언에 따라 움직일 때. 마신 엔주와 부딪힐 때 확실한 이유를 알아야 해서야. 정확한 목적을 알고 있어야지 행동할 때 장애물이 없지.”
아크는 아미의 이야기를 듣고 경청한다.
“그 이후에 여러 가지 일이 있었지만 ‘운명의 서판’ 전쟁에 진정한 원인은 엔릴 님. 그러니까 할아버지의 승계권 때문에 일어났어. 나의 아버지 닌우르타와 난나의 승계권이었지. 나의 아버지에게 승계권이 넘어가자 난나. 그러니까 후대의 엔주라고 불리는 큰 신이 이에 불만을 품고 신왕의 상징인 운명의 서판을 훔쳐 들고 반란을 일으킨 거지. 이 세상의 진정한 왕인 큰 신들의 왕의 자리를 놓고 전쟁이 일어난 거야.”
아크는 충격을 받았다. 아크가 알기로는 수라들의 수장인 엔주가 운명의 서판을 훔쳐서 전쟁이 난 줄로만 알았기에. 이러한 진실을 알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전쟁이 권력투쟁이었다니 아크는 엔주에게 강한 혐오감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말하는 신무기 틸은 운명의 서판의 힘을 저항할 수 있으며 유일하게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야. 일종의 시공간 기술이지. 그리고 이것의 부작용은 시공간의 힘을 비틀어 사용하기에 잘못하면 전개 자가 그 시공간에 자신의 존재를 없어지게 되지. 나는 그것을 연구하여 아버지 닌우르타와 나에게 맞게 바꾸었지. 이 실험으로 능력과 재능이 넘치는 데바들이 많이 희생되었어.”
“그렇다는 말은?!”
“그래 엔주와의 싸움으로 나의 존재의 일부를 잃어버렸어. 그래서 신무기 틸의 영향으로 지금의 엔릴 님을 비롯한 다른 자들은 나를 그저 대혼돈때 싸운 데바 중 하나로 알고 있지. 렌 사부님도 그래. 하지만 사신수님들과 크리는 신무기 틸의 영향을 안 받아 나를 큰 신 핏줄 중 하나로 인식했지.”
아크는 아미가 안쓰러웠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잊히는, 아픔이라니 그것은 아크의 인식으로는 상상이 안 갔다.
아마 그러한 기억 때문에 고통스러웠으리라.
“아크, 나는 그런 위험한 기술을 너에게 가르치려는 거야. 엔주는 운명의 서판의 힘이 있으니까. 그에 대항해야 해.”
아미는 다시 불안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아크를 보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아마 아크가 거절하리라 생각하고 그런 위험한 기술을 가르칠 수밖에 없는 아미 자신이 미웠으리라.
“아미, 나는 괜찮아.”
아크는 아미의 손을 꼭 잡아주며 이야기하였다. 눈은 똑바로 아미를 바라본 채.
“내가 제레인트 참사 때도 말했지. 시련이 있으면 내가 이기나 시련이 이기나 해보면 된다고. 나는 해봐야 할 건 다해봐야 한다고 생각해.”
“아크......”
아미는 다짐했다. 이 아이는 내가 반드시 지키겠다고. 그렇게 마음먹고 아미는 용기를 낸다. 아미의 입술이 아크에게 다가간다.
쪽!
입술에 닿는 느낌에 아크는 깜짝 놀라 아미를 바라본다. 아미는 묘한 미소를 짓고는 아크를 바라본다.
“아크, 그럼 내일부터 틸을 가르쳐 주겠어. 이건 행운의 표시.”
그렇게 말한 아미는 빠르게 아크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정말 예상치 못하게 고양이 같은 여자였다.
※ ※ ※
다음날부터 아크는 분주했다. 주변의 아크의 명성을 듣고는 그것은 다 허상이라며 해온 집단이 이그나이트와 라이언의 연합지역에 선전포고한 것이다. 이에 아크 일행들은 비상소집을 하고 렌 사부의 주도하에 계획을 세웠다.
분명 아크 일행 쪽에 그랜드 마스터와 마스터가 많았으나 전쟁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마스터가 혼자서 분투해도 엑스퍼트 급의 고수들이 에워싸고 공격하면 답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그렇다. 아크 일행은 실력자가 많았으나 부대 단위로 싸워본 적이 없는 일종 개개인의 실력만 좋은 오합지졸 무리였기에 대규모 전쟁은 무리였다.
그래서 나온 결론은 게릴라전. 빠르게 치고 나오는 전술을 쓰면 그러한 약점을 보완하기에 충분했다. 소수의 실력자만 이루어진 게릴라전. 그에 따라 전쟁의 향방이 결정된다.
※ ※ ※
이그나이트와 라이언 연합을 공격하러 온 군 주둔지에서 약간 떨어진 숲.
“어휴~ 우리 영주님은 뭔 욕심이 그리 많은지 라이언 영지를 먹겠다고 저 난리인가.”
“예끼! 이 사람아. 입을 조심해 우린 명분 때문에 왔다고 명분. 뭐 물론 전 쉘츠 제국 내에서 중앙과 동방이 뚫린 곳인데 당연히 욕심나지. 그곳만 차지하고 이 전쟁이 끝나면 그곳의 세율만 받아도 엄청난 부자가 되니 말이야. 우리 같은 말단은 그냥 가만히 있고 콩고물만 먹으면 되는 거야.”
이그나이트와 라이언 연합을 공격하러 온 군부대의 말단 병사들이 주변 숲에서 소변을 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 명분이라는 게 뭐지?”
“아 그거야 예언의 아이를 사칭하고 분란을 일으키는 저 반역세력들을 치는 것....... 응? 뭐야 자네 목소리가....... 으악!”
어느샌가 같이 소변을 보던 자는 입막음을 당한 채 제압되었고 다른 자는 등 뒤의 세 개의 검을 보고 바지에 찔끔 샀다.
“쉿 조용! 흠~ 그런 명분이라는 말이지?”
말단 병사는 최대한 용기를 내어 이 자들에게 말을 한다.
“누....... 누구시죠?”
그들은 푸른빛 플레이트 아머와 투구에 붉은색 털 그리고 눈에는 황금빛 고글을 쓴 자들이었다. 바로 카다른의 기사단, 단원들이었다.
“우리? 우리들은 예언의 아이. 아크 벨 님의 신생 기사단 카다른의 기사단이다.”
퍽!
그대로 말단 병사의 목덜미를 후려치는 카다른 기사단원. 같이 있던 다른 카다른의 기사단은 못마땅하다는 듯이 본다.
“이봐 제임스, 그냥 죽이지 그래.”
“어허, 우리는 아크 벨 님의 숭고한 의지를 받드는 자들. 이미 전의를 상실한 자들을 죽일 순 없어.
“어휴~ 누가 그림자검 기사단 출신 아니랄까 봐 답답하기는.”
“용병 출신이 어찌 기사도의 숭고함을 알겠는가.”
“어쭈! 이게 어디서.”
검을 들며 공격 자세를 취하자 그중에 연륜이 있어 보이는 대장인 자가 말린다.
“그만! 아크 벨 님에게 말씀드린다. 둘 다.”
그 말에 전의를 상실한 두 사람. 아크는 같은 기사단내의 갈등은 엄히 물기에 그러한 것이었다. 기사단 내의 갈등을 일으킨 자는 아크의 혹독한 1:1 훈련을 받아야 하기에.
“네 죄송합니다. 대장님.”
“대장 그것만은......”
대장으로 보이는 자는 진지하게 생각하며 말을 한다.
“이것도 괜찮겠지. 아크 벨 님의 명성을 높일 입을 만드는 게 목적 중 하나니.”
그렇게 말한 뒤 3인 1조인 카다른 기사단 단원들은 아크 벨이 있는 숲속에 모이는 장소에 빠르게 갔다.
잠시 뒤.
그 근처에 야영하던 군부대들은 푸른빛 갑옷을 입은 자들에게 철저하게 기습을 당해 그곳 주둔지의 대장까지 목숨을 잃고는 기습 뒤 유유히 사라지는 그들을 보았다.
그 이후로 그 군 주둔지 곳에는 아크 벨의 이름과 함께 그를 따르는 푸른 갑옷에 붉은 머리를 가진 귀신 집단을 보았다고 소문이 났다.